소설리스트

기연 네비게이션-19화 (20/139)

기연 네비게이션 19화

“아니, 그러니까 여기 목가장의 귀빈을 만나러 왔다니까 그러네! 너 이거 후회 안 할 자신은 있어서 막고 있는 거냐? 엉!?”

“후회고 자시고 나는 모르겠고! 나중에 오쇼!”

“아니, 그래도 이 자식이! 내가 누군지 몰라?”

“모르긴 딱 봐도 거지구만 뭐 먹을 게 있나 한 번 와본 거 같으니 어여 돌아가!”

“아오 씨 나 개방에서 왔다고!!”

한 명의 문지기와 거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목가장의 대문이 드르륵 열렸다.

“뭔 일인데 아침부터 이리 시끄러워?”

“아 장주님 나오셨습니까? 아니, 웬 아침부터 거지가 와가지고…….”

“거지? 아 설마 개방에서 온 건가?”

“아, 예! 개방에서 걸개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저번 달에 의뢰하신 물건에 출처를 찾았습니다.”

“오! 벌써 그렇게 되었나? 어서 안으로 들게.”

경비 무사를 보며 ‘내가 이런 사람이야’하는 표정을 지어주곤 목가장 안으로 쏙 들어가자 경비 무사는 분통이 터졌는지 그저 애꿎은 땅만 걷어찰 뿐이었다.

* * *

소걸개와 함께 자리에 앉아 태천은 독의 출처에 대해 물어봤다.

“그래서 그 독의 출처가 어딥니까? 당가? 오독문? 아니면 독곡?”

“그 독의 출처는…… 오독문입니다.”

소걸개의 말에 태천은 속으로 쾌재를 지르며 소걸개에게 물었다.

“역시 독왕입니까?”

“예 그 독은 독왕님께서 새로운 독을 만드시다가 나온 부산물이라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흠 대체 무슨 독을 만들려고 했기에 그런 독이 나온 겁니까?”

“그건…… 오독문 측에서 알려주지 않았지만 저희는 아마 무형지독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형지독!

전설상에서나 나오는 독으로 무색무취무미무형(無色無臭無味無形)을 지닌 독으로 먹는 자는 자신이 독을 먹는지도 모른 채 중독되어 죽게 된다는 전설의 독을 독왕이 만들고 있었다니,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인물이다.

‘하지만 내 전생에서 독왕이 그런 독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뭐 각자 비장의 무기는 하나씩 있는 거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 소걸개가 태천에게 물어왔다.

“그런데 저 독은 대체 어디서 난 겁니까? 오독문 쪽에서도 궁금해하던데…….”

“그건 네가 알 필요는 없고 이거나 가져가.”

소걸개의 말을 일축하면서 금화 하나를 스윽 밀어주자, 냉큼 금화를 집어 들고는 입을 딱 닦고 방글방글 웃으면서 방을 나섰다.

“흐음…… 오독문으로 가봐야겠네.”

생각을 마친 태천은 일행들을 전부 모았다.

* * *

목가장 식구들부터 시작해서 호섬과 철현 그리고 마교 측 인물들까지 한 자리에 모은 태천은 앞으로 일정에 대해서 논의했다.

“일단 독의 출처에 대해서 답이 나왔다.”

“뭐? 대체 그곳이 어디냐?”

“오독문.”

“설마…… 그 무시무시한 독왕이 있다는 그 ‘오독문’을 말하는 거냐?”

끄덕끄덕-

태천의 고갯짓의 천호진은 독왕이 두려운지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그래서 우린 오독문으로 가는 거냐?”

“그래 오독문으로 가야 증인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오독문 측에서 과연 우리에게 정보랑 증인을 순순히 건네줄까? 아무 이득도 없는데?”

“그거에 대해선 내가 묘안이 있다.”

“묘안? 그게 뭔데?”

“오독문 측에서 그 독을 만들게 된 건 하나의 독을 만들다 보니 어쩌다 나온 부산물이라는군. 나는 거기를 노린다.”

“엥 형님? 대체 오독문 쪽에서 무슨 독을 만들려 했길래 그런 독이 나옵니까?”

호섬의 질문에 태천은 웃으면서 말해주었다.

“내 생각이지만 무형지독인 것 같다.”

무형지독이란 태천의 말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싸악 굳었다.

“허허…… 정말 그 독이 세상에 다시 나오려는 겐가…….”

“이젠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는데…….”

사람들이 술렁이자 그런 분위기를 태천이 환기시키면서 말했다.

“자자 아직 무형지독이 만들어 진건 아닙니다. 확실한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증인들을 얻을 수 있는 겁니다.”

태천의 말의 사람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어떻게?’라는 표정이 사람들에게서 느껴지자 태천은 헛기침을 한 번 한 후에 설명해 주었다.

“내가 영초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건 아실 겁니다,”

끄덕끄덕-

“근데 영초라는 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독초거든요. 그리고 제게 그런 독초들 중에서도 여러 개 있습니다. 이걸 협상 조건에 넣는 겁니다.”

“웬만한 독초로는 통하지 않을 텐데? 대체 무슨 독초를 가지고 있는 거야?”

천호진의 말에 태천은 씨익 웃으면서 답해주었다.

“무향초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무향초? 그게 뭔데?”

“무향화라는 건 말 그대로 향이 없는 꽃입니다. 근데 이게 향은 없어서 신기해하며 킁킁거리다 보면 어느새 무향화의 독에 중독되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거죠. 마치 ‘무형지독’처럼 말입니다.”

“호오 확실히 그런 게 있다면 오독문에서도 눈독을 들일 만한 독초로군. 하지만 그거 하나가지고 그들이 과연 내줄까?”

“혈독초. 이것도 있습니다.”

“허어 혈독초도 있단 말이냐?”

천호패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궁금해하자 천호패가 천천히 혈독초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다.

“혈독초라는 것도 옛날에 구전으로 내려오는 건데 원한 서린 사람의 피를 먹고 자라는 독초다. 사람의 원한이 섞인 초라 귀곡초라고도 불리는데 피처럼 붉은 꽃을 피우기 때문에 혈독초라고도 부르지 그리고 그만큼 독도 엄청나게 강해서 옛날에 현경의 고수가 꽃잎을 만지기만 했는데 중독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한 독초인데. 너는 어떻게 캤냐?”

말하다 보니 그런 독초를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있는 태천이 생각나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그냥 캐니까 되던데요, 뭐.”

그 말에 이제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그래 저 괴물 같은 놈한테 뭘 바라. 이젠 만독불침을 가졌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사람이야.’

사람들이 이리 생각하고 있을 때 태천이 사람들을 상념을 깨뜨리며 말했다.

“그럼 이제 갈 준비부터 하죠. 일단 우리 소교주님이랑 호섬이 그리고 철현이 너도 같이 가고 아저씨도 같이 가면 딱이겠네.”

“나도 같이 가겠다.”

“오 화평 아저씨도 가시게요?”

“당연히 소교주님께서 가시는데 수호천대의 대주인 내가 빠질 수 없지.”

“그러면 이렇게 6명이 가면 되겠네요. 각자 짐 챙겨서 다시 모입시다.”

그렇게 말을 전하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가가 벌써 떠나시는군요…….”

자신을 따라온 유화를 보며 태천이 유화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기며 말한다.

“괜찮아 이번에도 아무 일 없을 거야. 아무 일 없는 것은 물론이고 더 강해져서 돌아올게. 나 믿지?”

“당연하죠! 지난 1년을 버텼는데 이 정도쯤이야! 저도 강한 여자라구요!”

허리에 손을 얹고선 당차게 자신을 올려다보는 유화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은 태천이었다.

“물론 나도 믿고 있지.”

쓰윽쓰윽-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 준 뒤 태천은 짐을 꾸리기 시작했고, 그런 태천을 유화가 곁에서 열심히 도와주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이 밝자 떠나기로 한 이들과 남기로 한 이들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한 뒤 함께 정문 앞에 섰다.

“다치지 말고 돌아오세요!!”

“알겠습니다. 목 소저.”

둘은 짧은 이별에 아쉬워하며 포옹을 한 뒤 태천은 앞으로 유화는 그런 태천을 배웅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이들이 야유한 것은 당연했다.

“우우 이걸 또 보다니 형님 정말 너무합니다!”

“옳소! 옳소!”

“큼큼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뭐 어떻습니까 보기 좋네요.”

자신과 유화에게 한마디씩 하는 사람들을 보며 태천이 생각했다.

‘철현이 저놈도 이젠 호섬이 녀석에게 다 물들었고, 저 소교주 놈은 왜 저러는 거야. 그래도 아저씨는 내 편을 들어주는구만!’

한 명의 아군이 있는 것을 확인한 태천은 말을 차며 달려나갔다.

“자! 가자 운남으로!!”

“근데 운남까지 길을 아십니까? 형님?”

기분 좋게 출발하던 일행은 호섬의 한마디에 의해 우뚝 멈춰섰다.

“그러고 보니…… 분명 지도 같은 것도 안 챙겼는데……?”

일행이 웅성거리자 태천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다 기억해서 필요 없는데…….”

“역시! 형님이십니다! 지도 들고 가기 싫어서 지도를 외워버리다니! 역시!”

호섬의 말에 태천은 웃음 지으면서 그냥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난 네비 믿고 가는 거지만? 네비 운남까지의 거리 계산이랑 시간 계산 부탁할게.’

‘네 태천 님 운남까지의 거리 총 100㎞입니다. 물론 이것은 직진 거리이므로 약 120~150㎞까지 늘어 날 걸로 보이며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예상됩니다. 자동 길 안내 모드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그래. 길 안내 활성화해 줘.’

네비의 안내를 받으며 태천은 일행의 선두에 서서 말을 몰기 시작했다.

물론 가면서 보이는 기연들을 캐기 위해서였지만 말이다.

이젠 일행들도 포기한 모습이니 더욱 거리낄 게 없었다.

“자 그럼 기연 찾으러…… 아니, 오독문으로 가자아아아아!!”

‘안내를 시작합니다. 전방 500m에서 오른…….’

이제는 자신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믿을 수 있는 친구인 네비의 안내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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