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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6화 (7/139)

기연 네비게이션 6화

샤워를 하며 몸에 묻은 피를 털어낸 태천은 곧장 유천을 만나러 안채로 향했다.

안채에는 유천뿐만 아니라 유화와 호섬 또한 같이 있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태천을 본 호섬이 손을 흔들며 맞이해 주고, 유화는 그저 얼굴만 발그레 물들일 따름이었다.

털썩.

안채에 들어서자, 유천과 호섬이 같이 앉아 있었고, 유화만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둘이서 일부로 이렇게 만든 것 같았지만, 아니, 셋인가? 유화도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어쩔 수 없이 유화의 옆에 앉은 태천을 보며 나머지 세 명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올랐다.

‘큼큼 유화랑 잘되었으면 좋겠구만.’

‘큭큭큭 대장님 좋으시겠습니다.’

‘아으…… 아까는 무슨 짓을 한 거람…….’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피식피식 웃자 그 생각의 원인인 나는 상념을 깨려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한다.

“저는 이제 낙양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태천의 깜짝 발언에 안채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아니, 왜 벌써 떠나려고 하는 겐가? 좀 더 쉬다 가도 되네만…….”

유천의 말에 유화 또한 동의하며, 태천을 설득한다.

“방금 혈검문을 멸문시켰는데, 벌써 떠나다니요!”

속사포처럼 말을 하는 2남 1녀를 진정시키며, 내가 답해주었다.

“바로 떠날 건 아니지만, 그리 오래 있지도 않을 생각이라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내 말의 그나마 안심한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안심했다.

“아 그리고 호섬, 너도 나랑 같이 갈 거다.”

“에엑? 저도 같이 갑니까?”

내가 떠날 때 같이 떠날 줄은 몰랐던 호섬이 반문하자,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주었다.

“동료라면 같이 가야지! 설마 혼자 남으려 한 건 아니지?”

내 싸늘한 눈초리에 호섬이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로 웃음 지으며 답한다.

“아하하…… 당연히 같이 가려고 했죠! 암요 그렇고 말고요!”

싱긋.

“그렇지? 에이 난 또 혼자 빠지려고 했으면, 가기 전까지 특훈을 시켜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내 특훈이라는 말에 호섬은 진땀을 흘리며 나에게 매달렸다.

“대장님…… 아니, 형님! 같이 갈게요. 아니, 같이 가게 해주세요!!”

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

그런 호섬의 모습에 나머지 2남 1녀가 웃음을 터뜨렸고, 태천이 웃다가 눈물이 나,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장난이다, 장난. 호섬아. 그리고 나와 같이 떠나면 너도 많은 이득이 있을 거다.”

내가 거짓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던 호섬은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오옷 저도 형님처럼 강해질 수 있는 겁니까?”

“어…… 뭐 그럴걸? 아니, 근데 왜 자꾸 형님 형님 하는 거야, 네가 나보다 나이 많다니까?”

“하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는 형님도 저에게 반말하시지 않습니까.”

호섬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는 유천을 쳐다보며 말한다.

“‘그것’은 준비됐습니까?”

내 말의 유천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목함을 하나 꺼내고는 태천에게 건넨다.

“‘이것’을 구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인맥이란 인맥들은 다 동원하고, 돈도 꽤나 많이 썼습니다.”

유천의 말에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 나는 목함의 뚜껑을 열었다.

딸깍!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목함 안에는 어린아이 주먹만 한 환단(還丹)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게 바로 대환단…….’

대환단!

소림에서 만들어지는 대환단은 먹기만 하면 1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는 절세의 비약인데, 혹시나 하고 유천에게 미리 부탁을 해놨는데, 정말로 이걸 받게 될 줄은 자신조차 몰랐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내가 꾸벅 인사하자, 유천은 당치도 않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하하 지금 우리 유화가 그 대환단보다 못하다고 말하고 싶으신 겝니까?”

유천의 농에 나는 진땀을 흘리며 변명을 했다.

“하하……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구하기 힘든 대환단을 구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 인사일 뿐입니다.”

그제야 자신을 째려보는 유화의 시선이 사라진 것을 느낀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휴, 째려보는 눈빛이 얼마나 무서운지…….’

혈검문주의 검기를 코앞에서 막아내면서도 이러지 않았는데, 여자란 존재는 정말 무서운 것 같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하며, 하하호호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불에 타 없어진 혈검문에 누군가 찾아왔다.

“이대제자 혈검 혈팽호 죽음 확인했습니다.”

피처럼 붉은색의 옷을 입은 사내는 같은 옷을 입은 다른 사내에게 보고를 한다.

“팽호. 그 녀석이 죽었단 말인가…… 빠드득…… 감히 우리 교의 앞길을 방해하다니. 대계를 망친 그놈은 꼭 내가 찢어 죽여주겠다. 교로 복귀한다.”

말을 마친 남자가 등을 돌리고 걸어가자, 보고를 하던 남자도 따라 걸어간다.

걸어가는 그들의 등에는 혈(血)자 크게 적혀 있었다…….

* * *

목가장에선 담화를 마치고 일행과 헤어진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목함을 다시 한번 열어본다.

“흐으읍 하아…… 냄새 끝내주네…… 네비, 대환단은 어느 정도의 기연이야?”

내 말에 네비는 꽤 놀라운 답을 해주었다.

‘특급입니다. 물론 다른 특급들에 비하면 조금 처지긴 합니다만…….’

네비의 말에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네비가 말한 특급이란 등급은 엄청나게 높은 등급이었다.

준기연, 기연, 특급기연으로 네비가 나에게 기연을 알려주는데, 내가 얻은 무신초와 천마신공이 특급기연의 최상위에 위치해 있는데, 그런 것들과 같은 급에 있는 영약이라니…….

네비의 말을 듣고, 나는 마음을 굳히고 대환단을 집어 들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입안에 들어가자, 향기로운 향기와 함께 스르륵 녹은 대환단은 막대한 기운을 만들어냈다.

1갑자가 넘는 내공에 태천은 매우 놀랐다.

하지만, 태천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걸 먹고 마지막으로 얻은 내공의 양이 1갑자라고 하였지, 애초에 대환단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 내공이 1갑자가 아니었다.

거진 2갑자에 달하는 내공이 태천의 단전에서 꿈틀거렸고, 태천은 황급히 천마심법을 운용했다.

지고의 심법이라고 불리는 천마심법으로 통제하기 약간 버거울 정도로 엄청난 양의 내공이었기에 사라지는 기운도 존재했지만, 태천은 그런 것들까지 싹싹 긁어모아 운공을 했고, 하루 가까이 운공을 한 태천은 눈을 번쩍 뜨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절정이다!! 절정이야!!! 내가 드디어 절정이라고!”

대환단의 효능은 엄청났다.

절정까의 벽 중 가장 두꺼웠던 벽을 단숨에 박살 내버린 것이다.

대환단을 먹고 태천이 얻은 것은 절정의 경지뿐만이 아니었다.

약 4갑자에 달하는 내공과 이번에 운공을 하면서 천마심법의 성취도가 단숨에 올라 5성에 경지 올라섰고, 내공의 수발도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기뻐하는 태천의 귀로 유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아암…… 이제 일어나셨네요? 밤새 기다리다가 자버렸네요. 헤헤.”

나는 절정에 도달한 기쁨에 눈을 비비며 일어난 유화의 손을 잡고 빙빙 돌면서 기뻐했다.

“어라라 엄청 즐거워 보이시네요. 뭐 저야 좋지만…….”

흥이 오른 나는 그녀의 허리춤을 잡고 번쩍번쩍 들어 올리면서 기뻐했다.

“하하하 목 소저! 제가 드디어 절정의 경지를 밟았습니다!!”

“정말요? 어머머 축하드려요! 그런데 이젠 내려주세요!”

감사 인사를 하며, 빽! 하고 소리 지른 유화의 말에 태천이 당황하며, 조심스레 유화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유화는 문을 향해 타다다 뛰어가더니, 문을 벌컥 열고 뛰어나갔다.

“내가 너무 들떴나 보네, 안 하던 짓도 다 하고…… 목 소저에게 사과하러 가야겠네.”

긁적긁적-

하지만 태천의 생각과는 달리 유화는 상기된 얼굴로 복도를 뛰어가고 있었다.

‘태천 님이 먼저 잡아주다니! 하아아…… 너무 당황해서 그냥 뛰어나와 버렸네…… 놀라셨겠지? 사과해야겠다.’

유화도 제자리에 멈춰 서더니, 태천의 방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고 서로를 향해 걸어가던 둘은 각자의 중간쯤에서 딱 마주쳤다.

“아…… 그 아까는 제가 너무 들떠서 실수를 한 거 같아…… 사과드리려고…….”

태천의 말에 유화가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친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유화의 목소리에 움찔한 태천은 금세 안도하는 표정으로 말한다.

“아 그러면 다행이네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곧 떠나야 하는지라 챙겨야 할 게 많거든요.”

뒤를 돌아 걸어가는 태천의 뒷모습을 보던 유화는 마음을 굳혔는지, 태천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태천의 팔을 잡는다.

“음? 무슨 더 할 말이 있으신가요?”

내 물음의 유화는 얼굴을 붉히면서 모기 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저…… 그 소협을 조…… 조…….”

“네? 뭐라구요?”

태천이 되묻자, 유화는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소협을 좋아한다구요!!”

“……네?”

어라? 이거 큰일 났네. 뭐라 답해야 하지……?

유화는 말을 한 뒤, 눈을 꼭 감고 내 대답을 기다리며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그런 유화의 보고 있자니, 태천은 자신도 모르게 답을 하고 말았다.

“저도 좋아합니다. 목 소저.”

“하아…… 그렇죠? 그러실 줄 알았…… 네? 잠깐만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거절할 줄 알았던, 태천의 입에서 승낙의 말이 나오자 유화가 큰 눈망울을 똘망똘망 뜨면서 되묻는다.

유화를 끌어 안아주면서, 태천은 그녀의 귓가에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저도 좋아합니다. 목 소저.”

내 말에 유화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웃는다.

“헤헤…… 기쁜데 왜 눈물이 나지……?”

“큭큭…… 이거 어디서 본 장면 같지 않습니까?”

태천의 앞섬에 눈물 닦는 이 장면은 태천과 유화가 처음 만날 때와 똑 닮은 장면이었다.

유화도 그것을 기억해냈는지,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그러게요. 하지만 그때는 슬퍼서였지만, 지금은 기뻐서 라는 점 잊지 말라구요!”

유화의 말에 태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자신이 떠나야 하는 상황을 다시 상기시켜줬지만, 유화는 전혀 기죽지 않은 얼굴로 태천에게 말했다.

“내가 두려워했던 건, 소협이 떠나는 게 아니라 소협에게 제 마음을 밝히지 못하는 게 무서웠어요. 하지만 제 마음은 전해졌으니 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답니다.”

유화의 강철같은 마음에 태천은 다시 한번 그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하긴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지, 사파 무리들에게 둘러쌓였을 때도 당차게 자신의 할 말을 하던 여인이니까 말이야. 목가장에 와서 많은 기연을 얻고 가게 되네…….’

유화는 태천의 손을 잡고선 유천에게로 향한다.

“벌써 말씀드리려고요? 너무 이르지 않을까 싶은데…….”

나의 말에 유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유천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유천은 호섬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방문을 열고 온 둘이 손을 잡고 있는 걸 보고선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표정을 바꾸면서 빙그레 웃는다.

“허락하겠네.”

“그…… 제가 따님과 사귀게 됐…….”

아니,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너무 빠른 거 아니십니까?

유천의 말에 벙찐 태천이 멍하니 서 있자, 유화는 방긋 웃으면서 답한다.

“고마워 아빠!”

그렇게 사귄 지 단 몇 분도 되지 않아 아버님에게 인사까지 마친 태천이었다.

얼떨결에 유천에게 허락도 얻은 태천은 마음 놓고 떠날 준비를 한다.

짐을 싸는 태천의 옆에서 호섬이 계속해서 낄낄거린다.

“큭큭큭 아 진짜 장주님이랑 차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두 분 이서 손잡고 들어오시길래 놀라가지고 큭큭…….”

옆에서 깝죽거리는 호섬이 못마땅했는지 태천이 한마디 툭 던졌고, 호섬은 그대로 침몰했다.

“너는 그럴 여자도 없잖아.”

“…….”

태천에게 한 소리들은 호섬은 묵묵히 자신의 짐을 챙긴다.

시간이 흘러 점심쯤 되자 짐을 다 싼 태천과 호섬은 짐을 챙겨 목가장을 떠나려 정문을 향해 걸어간다.

정문에 도착한 태천은 유화와 유천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장주님 안에 들어가 계시지, 굳이 안 나오셔도 되는데…….”

내 말에 유천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유화를 손짓한다.

“장주님이 아니라 아버님이라 부르게 허허허, 그리고 유화가 같이 나가자고 하더군. 내 평생 저런 유화의 모습은 처음 보네 하하하.”

유천의 말에 유화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태천의 손을 꼬옥 잡는다.

“다치지 마시고…… 꼭 돌아오실 거죠?”

유화의 걱정 어린 말에 태천은 허창에서 떠나올 때 느낀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지! 그때까지 목 소저도 건강히 지내십시오.”

“알겠어요. 소협…… 아니, 가가!”

유화와 태천은 살짝 입을 맞추더니, 입술을 떼고선 서로를 바라보며 살포시 웃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호섬이 툴툴거린다.

“아 거 정인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호섬의 투덜거림에 유화와 태천뿐만 아니라 유천도 웃음 터뜨렸다.

“정인이 아니라 미안하지만, 호섬 자네도 몸 건강히 다녀오게. 목가장은 언제나 열려 있네.”

유천의 말에 호섬도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전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태천과 호섬이 허리를 숙인 후, 등을 돌려 낙양으로 향했고, 그런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둘은 그들을 지켜보았다.

‘잘 다녀오세요…… 강 가가…….’

* * *

목가장에서 멀어지자 태천은 네비에게 말했다.

‘네비 낙양까지 가는 길에 있는 기연들 검색해 줘.’

태천의 말과 함께 내 시선의 상단에 있는 지도에 빨간 점들이 수두룩하게 표시되기 시작했다.

“자 호섬 그럼 낙양으로 가볼까?”

태천의 말과 함께 호섬은 힘차게 대답한다.

“예!”

앞으로 더 얻게 될 기연을 상상하며, 태천은 새로 생긴 동료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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