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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5화 (6/139)

기연 네비게이션 5화

“두모옥!! 두모옥!!!!!”

바깥에서 들리는 부하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혈검문주 혈팽호는 고함을 친다.

“닥쳐 이 자식아, 시끄러워 죽겠네. 뭔데 그래서 대체? 쓸데 없는 거면, 넌 진짜 오늘 죽을 준비해라.”

꿀꺽…….

팽호의 말에 부하는 침을 삼키고선, 빠르게 말을 꺼낸다.

“목가장이 쳐 들어온답니다!”

“뭐? 강릉에 목가장 말이냐?”

부하의 말에 팽호 또한 놀랐는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되묻는다.

“네! 아마 그제 안 들어온 홍평과 관련이 있는 거 같습니다!”

“으으음…… 역시 그놈이 왜 안 들어오나 했더니, 죽었나 보군.”

생각을 마친 팽호는 자신에게 이 소식을 알린 부하를 바라보며 명령한다.

“야 너 전부 소집시켜라. 피 맛 한번 보자 큭큭큭.”

쿠웅…….

달려온 부하가 문을 닫고 나가자, 팽호는 즐겁다는 듯이 광소한다.

“재밌구나, 어디 목가장의 재롱잔치를 볼 준비나 해볼까?”

그리고 한동안 팽호의 방안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 *

‘대체 나한테 왜 그런 제안을 한 걸까…….’

호섬은 어제 자신만을 불러 그런 제안을 한 태천을 생각하며 고심에 빠진다.

‘나는 특출난 게 하나 없는 낭인인데 말이야…….’

물론 그건 그만의 생각이었다.

20살에 일류라면 충분히 천재의 반열에 들었지만, 자신의 뛰어남을 본인은 알지 못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결심을 한 채 태천에게 걸어갔다.

“저…… 태천 님 저 결정했습니다. 하겠습니다. 동료.”

그의 대답에 나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환대해 주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혈검문 공격 당일이 되었다.

목가장의 앞에는 200명에 달하는 낭인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 있었다.

그런 낭인들을 태천은 단상 위에서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곁에는 한층 더 강해진 호섬이 서 있었다.

‘역시 이 녀석은 천재야.’

지난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봐온 그는 진정한 천재였다.

한 번 알려준 것은 절대 까먹지 않았고, 자신의 틀린 점 또한 바로바로 인정했으며, 스펀지처럼 태천의 지식을 흡수했다.

그 결과 지금의 호섬은 일류 중에선 적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태천은 논외로 치고 말이다.

태천은 일류라면 누구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고, 웬만한 절정급 무인 또한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상에서 태천은 내공을 운용하며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낭인들에게 명령한다.

“오늘 우리는 강릉을 핍박하던 사파의 무리들 중 하나인 혈검문을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로써 혈검문은 멸문할 것이고 강릉에는 새로운 희망이 하나 생길 것이다!! 가자 가서 적들의 목을 따 승리를 취하자!”

와아아아아아아!!!

태천의 말에 흥분한 낭인들이 자신들의 병장기를 머리 위로 흔들며 소리쳤다.

“강태천! 강태천!”

낭인들의 외침을 들으며 나는 빙그레 웃으며, 생각한다.

‘절정 무인 혈팽호 넌 내가 절정으로 가는 제물이 되어줘야겠다.’

이번 싸움을 이기고선 절정에 오를 생각에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200명에 달하는 낭인들을 이끌고, 혈검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네비의 안내를 받으며 최적의 루트로 힘을 거의 소모하지 않은 채 태천은 혈검문의 본진 앞에 설 수 있었다.

후읍…….

숨을 들이마신 뒤 거세게 숨을 내뱉으며, 소리친다.

“간악한 사파 무리들은 들어라, 너희들은 목가장의 장녀를 고작 돈 때문에 건드렸다. 그런 네 녀석들의 악행을 더 이상 목가장에서는 참을 수 없다. 오늘 너희들은 멸문당할 것이다.”

태천이 선전포고했지만, 태천의 아직은 어린 티가 벗어나지 않은 얼굴을 본 혈검문도들은 그런 태천을 비웃느라 바빴다.

-캬캬캬 어이 애송이!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찾아오라고!

-맞아맞아 어딜 꼬맹이가 칼을 들고 설쳐! 큭큭.

두 명의 문도는 추잡한 욕설을 하며 태천에게 걸어온다.

“어이 꼬맹이 너는 우리 둘이 깔끔하게 처리해 주마.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빈다면 봐줄 의향은 있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애송아.”

죽을 자리를 알아서 찾아오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그런 그들을 비웃는다.

“그것참 미안하네. 나는 봐줄 생각 따위 없는데 말이야.”

말과 동시에 나는 발검을 했고, 섬전 같은 속도로 뽑힌 검은 두 명의 목을 빠르게 긋고 다시 검집으로 돌아왔다.

철컥…… 푸슈슉…….

“컥…… 커억 큽…… 주…… 죽고 싶지 않…….”

자신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아보려 하지만, 이내 추욱 늘어지며 죽은 두 사람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내가 소리친다.

“이딴 나부랭이들 말고 이름 있는 녀석 하나 없나? 저번에 홍평이라는 놈도 별거 아니더만.”

태천의 말에 혈검문도들은 웅성거린다.

-바…… 방금 저 녀석 검이 뽑힌 거 봤냐?

-아니, 난 못 봤어 대체 어떻게 되먹은 발검 속도냐?

-그런데 홍평? 홍평 님이 저 녀석에게 죽었다고?

-우리 큰일난 거 아니냐?

불안에 떠는 문도들의 목소리를 일축한 건 어떤 남성의 커다란 목소리였다.

“갈!! 어딜 애송이가 감히 우리 혈검문의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느냐.”

무리들의 혼란을 잠재운 건 바로 혈검문주 혈팽호였다.

그가 태천을 노려보며 씨익 웃는다.

그런 팽호의 얼굴을 보며 태천 또한 마주 웃어준다.

“네 저 잡배들의 우두머리냐?”

내 말에 팽호는 어이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잘 쳐줘야 20살로 보이는 그가 이제 서른을 넘어 마흔에 다가가는 자신에게 반말이라니 말이다.

“애송아, 네 입만큼 실력 또한 있길 바란다. 안 그러면 오늘 너는 다음날 해가 뜨는 걸 보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으드득.”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나에게 협박하는 팽호였지만, 그런 시답잖은 협박은 나에겐 전혀 무섭지 않았다.

“글쎄다. 일단은 너의 앞날부터 걱정하지 그러냐?”

빙긋 웃는 태천을 보며 팽호가 광분하며 명령한다.

“저 찢어 죽일 새끼를 내 앞에 데려다 놔!”

팽호의 명령과 함께 혈검문도들이 태천을 향해 달려갔고, 그런 태천의 옆에는 호섬이 서 있었다.

“호섬, 낭인들을 이끌어라.”

내 말에 호섬이 의외라는 듯 나를 쳐다본다.

“에? 그럼 대장은?”

약간의 뜸을 들인 뒤 나는 혈검문도들을 향해 달려가면서, 외친다.

“난 혼자가 편해!”

콰앙-

사람과 사람이 부딪혔는데 절대 나올 수 없는 타격음이 태천의 발에 맞은 혈검문도의 몸에서 들렸다.

무신지체의 몸에 내공을 실은 태천의 몸은 말 그대로 인간 흉기였다.

태천은 양 떼들 사이에 뛰어든 늑대처럼, 벌벌 떠는 양들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한 놈이 두 놈이 되고 두 놈이 어느새 열 놈이 되었다.

누구 하나 태천의 검을 단 한 번이라도 막는 자가 없었고, 저번에 홍평과 같은 일류급 무인들조차 태천의 검을 다섯 번 이상 받아내지 못했다.

“저 새끼 잡아!”

어떤 혈검문도가 외친 말이 기폭제가 됐는지, 혈검문도들이 태천에게 달려들었고 태천은 씨익 웃으면서 그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짧게 말했다.

“처치해, 호섬.”

태천의 말에 호섬은 끌고 온 낭인들의 최전방에 서서 바람같이 뛰어가 태천을 향해 가장 먼저 뛰어들던 혈검문도의 목을 날려버렸다.

또 다른 괴물의 등장에 혈검문도들은 얼어붙었고, 나는 그들을 보면서 소리 질렀다.

“나와라! 여기 있는 쓰레기들의 대장아! 쫄리냐?”

정확하게 팽호를 바라보며 도발한 태천은 자신에게 검을 빼 들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팽호를 볼 수 있었다.

“이 찢어죽일 자식이!!!!”

콰앙!!!

달려오던 팽호는 단숨에 도약하며 온 힘을 담아 태천에게 내려찍는다.

하지만, 밀려난 건 팽호였다.

“이게 대체 무슨?”

“참나 사파 놈들은 어째 다 공격하는 방식이 다 똑같냐? 홍평이란 놈도 그렇게 공격하고 대장이라는 놈도 똑같네, 그냥. 그럼 너도 홍평이랑 똑같이 죽어라.”

나는 내 무지막지한 힘에 놀란 팽호를 향해 천마검법을 펼쳤다.

패도적인 천마검법에 팽호는 검기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 태천의 검을 막으며 조소를 흘렸다.

“큭큭큭 이제 단숨에 갈라주…….”

말을 하던 팽호는 태천의 검에서 피어오르는 검기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대체 넌 뭐하는 놈이야!!!”

‘스무 살도 안 돼 보이는 놈이 절정? 그런 미친놈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어!!’

비장의 무기도 막힌 팽호에게는 절망밖에 남지 않았고, 그저 꾸역꾸역 태천의 검을 막아갈 뿐이었다.

자신의 부하들이 이 상황을 타개할 거라고 믿던 팽호는 어느새 잦아든 주변의 소리에 반색했다.

“이 녀석들아, 다 조졌으면 어서 빨리 도…… 와?”

자신의 부하를 부르던 팽호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고, 자신의 뒤에 남겨진 건 부하들의 머리통과 갈라진 채 내장을 쏟으며 죽어가는 부하들이었다.

그런 팽호에게 낭인들이 슬금슬금 다가와, 원을 만들며 둥글게 섰다.

‘이런 젠장!!’

분통을 터뜨리는 팽호를 보며 태천이 피식 웃으면서 그에게 희망을 툭 던져준다.

“이봐 벌써 포기하면 어떡해. 아 그래 내가 왼손으로 상대해 줄게 그럼 됐나? 날 죽이면 빠져 나갈 수 있어! 힘을 내보라고!”

말을 한 태천은 진짜로 검을 왼손에 옮겨 쥐었고, 그 모습을 본 팽호는 비릿하게 웃으면서 달려들었다.

“나 혈팽호를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애송이 녀석!!!”

단숨에 태천의 목을 갈라버리려 했던 팽호에게 보인 건 빙그레 웃고 있는 태천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게 그의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보는 광경이었다.

“미안, 나 사실 양손잡이야.”

‘이런 젠장할 자식이…… 마지막까지 장난을…….’

팽호는 웃고 있는 태천에게 한 방 날리려 했지만, 팽호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머리를 잃은 몸통은 바르르 떨더니 픽하고 쓰러졌다.

혈검문의 멸문을 알리는 모습이었다.

와아아아아!!

강태천!! 강태천!!

낭인들은 절정의 무인 혈팽호의 목을 날려버리는 태천을 환호하면서 소리 질렀다.

이렇게 완벽하게 이긴 것은 그들로서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기쁘게 소리쳤다.

사상자 무(無) 경상자조차 얼마 되지 않는 거의 완벽한 승리였다.

환호하는 낭인들을 보며 태천은 피식 웃더니 검의 묻은 피를 촤악 털어낸 뒤 검집에 집어넣으면서 소리친다.

“돌아간다!!!”

태천과 낭인 무리들이 강릉으로 들어서자 주민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어머머 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야?

-맞네 맞아! 사파 무리를 없앤 사람들이라며!

주민들의 웅성거림을 뿌듯하게 들으며 낭인들과 태천은 목가장으로 향했다.

목가장에 도착하자, 태천을 걱정하고 있던 유화는 바로 뛰어나와 태천에게 안겨 왔다.

“다친 곳은 없으시죠? 소협?”

자신에게 안겨 와 안부를 묻는 유화를 피 때문에 떨어뜨리려 하지만, 떨어지려 하지 않는 유화에 포기한 나는 그저 질문에 답이나 해주었다.

“에휴 피나 좀 씻고 그러시지. 예.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합니다!”

그런 태천의 모습을 유심히 보던 유화는 태천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며 배시시 웃는다.

“축하드려요. 소협.”

그러고선 재빠르게 집 안으로 뛰어갔다.

어느새 집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유화를 멍하니 쳐다보던 내 곁으로 호섬이 다가와 옆구리를 찌르며, 킥킥댄다.

“대장, 언제 목가장 아가씨 꼬신 겁니까? 하하하.”

킥킥대는 호섬의 모습이 꼴 보기 싫어서 딱밤을 한 대 날려준 나는 피로 샤워한 몸을 씻으러 목가장 안으로 걸어갔다.

“나도 몰라 이 자식아.”

내가 목가장 안으로 들어가자, 목가장의 정문에선 이마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호섬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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