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네비게이션 4화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아 오르자, 불침번을 하다 나무에 등을 기대 선잠을 자던 태천은 잠을 깨려 계곡으로 가 세수를 하고 돌아오자, 유화가 잠에서 일어나 태천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라? 벌써 일어나 있었네.
“아 더 주무셔도 됐는데…….”
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하자 유화가 살포시 웃으면서 말한다.
“아닙니다. 충분히 잠은 청했으니, 이젠 빨리 돌아갈 채비를 해야죠!”
유화의 당찬 모습을 본 나는 피식 웃으며, 강릉으로 갈 채비를 하자, 유화가 옆에서 내가 짐 싸는 것을 거들어주면서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봐 왔다.
“그런데 소협은 어제 어떻게 제가 정상에 있는지 아시고 찾아오셨나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는 유화가 퍽이나 귀여웠는지 나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유화에게 답을 해주었다.
“제가 영초 같은 것들을 캐고 다니다 보니 늦은 밤이 되어서 하룻밤 이곳에서 자고 가려 했습니다. 그때 산 정상에서 들려오는 소저의 목소리를 듣고선 찾아간 것입니다.”
나의 말의 유화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린다.
“역시! 강한 무인들은 신체 능력도 좋다고 하던 것이 정말이었네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는 유화는 정말로 귀여웠기에 나는 유화가 묻는 말에 대부분의 것들은 답을 해주었다.
오랜만에 같이 말할 말동무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유화는 태천에게 나이라든지, 왜 강릉으로 가는지 등등을 물었고, 나는 그녀의 질문에 열심히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유화가 태천의 나이를 듣고는 기겁을 하자, 나는 ‘왜 그러냐?’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유화가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물어왔다.
“앗…… 15살이라고요?! 성인처럼 보였는데…….”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혼잣말을 하는 듯한 유화에게 태천은 피식 웃으면서 그것에 대한 답변도 해주었다.
“열심히 수련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되더군요.”
물론 약간의 거짓도 섞어서 말이다.
“와아! 역시 무인들은 대단하네요…… 사파 놈들은 빼고요!”
그런 유화의 말에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내가 웃음 터뜨리며, 유화에게도 한 가지 질문을 하자 유화도 웃으며 답한다.
“하하하 그러면 목 소저는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전 18살이랍니다!”
발랄하게 답을 하는 유화를 보며 태천은 산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산에서 내려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마차 하나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며 마차를 멈춰 세운다.
“무슨 일이십니까?”
마부가 자신을 불러 세운 둘에게 물어보자, 둘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웃으면서 마부에게 말한다.
““강릉까지만 태워주세요!””
* * *
강릉(江陵)
무척이나 발전된 도시로, 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상업이 매우 발달되어 있는 도시이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수적 또한 많고, 인근에 사파 영역 또한 있어 치안이 살짝 나쁜 것이 흠이라면 흠.
하지만 강릉에서 알아주는 가문인 목가장에서 수적과 사파 무리들을 저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써 무인들을 고용했고, 구파일방에게 많은 기부를 하여 구파일방 지부의 설치를 허락받을수 있었으며, 그 뒤로 강릉 사람들은 목가장에게 존경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다그닥 다그닥-
“감사합니다.”
유화와 태천이 마부에게 고개를 숙이면 감사를 전하자 마부가 당치도 않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말한다.
“어이구 그러지 마십시오. 목가장의 따님에게 이런 일로 감사 인사를 받았다간, 제가 맞아 죽습니다. 하하하.”
마부는 목가장의 딸을 도와줄 수 있어서 기쁘다는 듯이 말하고선, 강릉 안으로 마차를 몰아갔다.
그런 마부의 모습을 신기하게 보던 태천이 유화에게 왜 강릉 사람들이 목가장을 위하는지를 묻자 유화는 성심성의껏 답해주었다.
“저의 아버지의 아버지, 즉 저의 할아버지께서 강릉을 위해 헌신을 하셨습니다. 수적과 사파 무리들을 저지하기 위해 낭인들을 고용도 하시고, 대문파들에게 기부도 많이 하셔서 대문파들의 지부를 강릉에 설치할 수 있게 주도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목가장은 강릉 분들에게 과분한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유화의 말을 들은 나는 꽤나 놀랐다. 대단한 집안이었네.
“목 소저의 할아버지는 대단하신 분이셨군요.”
그런 나의 말에 유화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제는 돌아가셨지만요…….”
“아…… 죄송합니다. 괜한 말을 했네요.”
내 사과에 유화는 씨익 웃으며 내 손을 잡고선 강릉 안으로 이끈다.
“미안하시면 맛있는 것 좀 사 주세요!”
유화가 배고프다며, 손으로 배를 감싸며, 졸라댔다.
강릉 제일의 부잣집 따님이 자신에게 먹을 걸 사달라는 말에 벙쪄 있던 태천은 유화의 손길에 어어 하는 사이에 끌려가 강릉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유화에게 먹을 것들을 한 아름 사줘야만 했다.
“헤헤 맛있다.”
손에 당과를 든 채 행복한 표정을 짓는 유화를 향해, 내가 유화에게 목가장으로 가보지 않아도 괜찮냐고 묻자.
유화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당과를 입에 물고선 태천의 손을 잡고 목가장으로 달려간다.
그런 유화를 보며 태천은 피식 웃으며, 유화에 보조를 맞추어 같이 달려간다.
이 아가씨 참 재밌는 아가씨네, 큭큭큭.
목가장(木家莊)
강릉의 최고 부자이자 강릉이라는 도시의 거진 실질적인 주인인 이곳의 장주인 목유천은 대문에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밤새 돌아오지 않고 있는 자신의 딸 유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대체 이 애는 어디를 간 게야…… 밤새 돌아오지도 않고…… 설마?”
그런 유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에 자신에게 보호비를 달라며 난리를 치던 사파 무리 하나를 쫓아낸 적이 있었다.
그 생각이 미치자 유천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유화가 돌아오지 못하는 게 그 망할 사파 무리들 짓이라면, 그 망할 놈들을 쳐부숴주마.”
그렇게 생각하자 유화에 대한 걱정이 된 유천이었지만, 지금의 자신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기에 유천은 가만히 유화가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유천의 눈에 저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사람이 보였다.
“아버지~!!!!”
유화였다. 자신의 딸 유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천 또한 유화에게 마주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천과 유화는 서로를 마주 보다가 와락 끌어안았다.
“대체 왜 어제는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게야! 이 아비가 놀래서 죽는 꼴을 봐야겠느냐?”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버지의 표정에서 자신에 대한 걱정을 본 유화는 싱글벙글 웃으며 아버지를 바라본다. 유천도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옆에 있는 태천을 보고선 유화에게 묻는다.
“그런데 이쪽 분은 누구신데, 너랑 손을 잡고 있느냐?”
“앗! 아직까지 잡고 있었네…… 아하하.”
유화가 화들짝 놀라서 잡고 있던 손을 풀었고, 금세 얼굴이 빨개졌다.
자신의 딸의 저런 모습을 처음 본 유천은 크게 놀라며, 생각에 빠진다.
‘유화 저 아이가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그 어떤 남자를 봐도 저런 모습은 본적이 없는데, 이자는 누구지?’
그런 유천에게 내가 손을 뻗으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강태천이라고 합니다.”
“아아…… 저는 이곳의 장주인 목유천이라고 합니다.”
둘은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했다.
“그런데 유화랑 무슨 사이인지……?”
유천의 걱정을 읽은 나는 피식 웃으면서 걱정하지 말라며, 유천에게 어젯밤의 일을 간략하게 전해주자, 유천은 불같이 화를 내며 당장에라도 혈검문을 멸문시키려고 했다.
그런 유천을 유화와 태천이 진정시키고선, 유화가 집안으로 둘을 이끌고 들어갔다.
집안에 들어간 세 사람은 식탁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며 어젯밤의 일들과 앞으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유천이었다.
“그 망할 사파 무리들은 멸문시켜야 합니다. 뿌득.”
이를 갈며 말하는 유천의 말에는 나또한 동의했다.
“맞습니다. 사파도 사파 나름이지 그딴 무리들은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강 소협께서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그놈들은 짜증 나기는 하지만 꽤 세력이 큽니다. 문주인 혈팽호의 무공 수위도 알려진 게 없습니다.”
유천의 말에 내가 어젯밤 홍평에게 들은 내용들을 말해주자, 유천 놀랍다는 얼굴을 하며 태천에게 질문한다.
“하지만, 돈으로 절정의 무인을 고용할 수는 없습니다.”
유천의 말마따나 절정부터는 자존심 때문이라도 돈에 의해 움직이는 일은 절대 없었다. 그런 유천의 걱정을 날려주는 건 내 한 마디였다.
“혈팽호는 제가 맡겠습니다.”
허억…… 헙!
유화와 유천이 둘 다 침음 소리를 낸다.
“설마 소협 설마 절정이신 건가요?”
유화의 물음에 고개를 흔들며 답한다.
“아니요. 일류의 끝에 달했지만, 절정은 아닙니다. 하지만 충분히 절정의 무인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하지요? 절정과 일류의 차이는 무척이나 큰데…….”
유화의 말처럼 일류와 절정의 벽을 매우 크다.
평생을 노력해도 절정의 문턱을 밟지 못하는 일류 무사는 많으니까 말이다.
또한 절정부터는 검기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일류급 무인이 절정의 무인을 이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그 법칙에서 태천은 예외였다.
검을 뽑아 든 내가 검에서 검기를 뿜어내자, 유천과 유화는 할 말을 잃었다.
“부…… 분명 절정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당황한 유화의 모습에 태천이 피식 웃으며 유화에게 그 대답을 들려준다.
“절정은 아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심법 덕분입니다. 하지만 검기를 쓰게 되면, 내공이 빨리 달기 때문에, 절정급보다는 유지시간이 짧을 것 같습니다.”
물론 2갑자를 향해 달려가는 태천의 내공이 다 떨어지기 전에 웬만한 절정급 무인들은 머리가 땅에 떨어질 것이지만, 뒷말은 꾹 삼킨 태천이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는 소협의 내공을 늘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낭인들에게 모집 공고를 내야겠군요.”
유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유천에게 부탁을 한 가지 했다.
“저……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응? 무엇입니까? 웬만한 것은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아 그렇게 큰 것은 아니고 낭인들을 뽑을 때 제가 직접 낭인들을 뽑고 싶습니다.”
태천의 말에 유천은 흔쾌히 승낙해 주었고, 강릉에는 목가장에서 내건 낭인들의 모집 공고가 빠르게 퍼졌다.
다음 날 목가장에는 공고를 보고 찾아온 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삼류부터 일류까지의 낭인들이 골고루 모여 있었고, 그런 그들을 보며 나는 단상에 올라가 낭인들에게 외쳤다.
“오늘 선별을 맡게 된 강태천이다. 오늘 뽑을 낭인들의 수는 일류 20명, 이류 50명 삼류 100명이다.”
선별을 맡는 태천의 모습이 어려 보이자, 낭인들은 코웃음 치면서 저들끼리 잡담을 나눈다.
“쯧 애송이가 목가장의 빽으로 자리를 얻었나 보네. 이번 일은 꽤 어려우려나.”
“맞아맞아, 저런 애송이가 선별자라니 참…….”
낭인들의 수군거림을 가만히 들어주던 나는 말없이 칼을 꺼내들어 검기를 뽑아냈다.
“입으로 수군대지 말고, 능력으로 말해라 나를 이기면 바로 뽑아주지. 거기에 임금은 두 배로 주겠다.”
찬란하게 빛나는 나의 검기를 보고선 낭인들의 입이 떡 벌어지자, 나는 검기를 갈무리하고선, 단상을 천천히 내려가 의자에 앉으며 낭인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선별을 시작한다!”
몇 시간 동안 선별했을까? 내 눈앞에는 애당초 말했던 170명의 낭인들이 서 있었다.
“우리가 누구를 공격하려는지는 다들 알고 있겠지?”
나의 말에 170명의 낭인들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답했다.
“혈검문입니다!”
흡족하게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그들에게 공격 날짜를 말해주고선, 한 명의 젊은 일류급 낭인을 지목하고는 그를 불러 세우고 나머지는 해산시켰다.
“저는 왜……?”
나이는 나보다 네댓 살 많은 20살이었다.
하지만 많고 많던 20명의 일류 무인 중 내가 이자를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아니, 애초에 이자 때문에 내가 직접 선별을 한 거였으니까.
낭왕 철호섬.
바로 미래의 낭왕이었다.
“너 내 동료 할 생각 없냐?”
“예에에에에?!”
호섬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연무장을 가득하게 메웠고, 나는 그런 호천의 모습을 보면서 씨익 웃어주었다.
‘이렇게 한 명씩 구해가는 거지 안 그래? 미래는 이렇게 대비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