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네비게이션 3화
“룰루루~ 냠.”
나는 방금 막 캐낸 삼을 입안에 넣고 씹으며 네비에게 묻는다.
‘네비 이제 이 주변엔 더 이상 기연이 없는 거야?’
‘네, 태천 님 이 주변엔 없습니다.’
네비의 말을 듣고 강릉으로 향하던 나는 어느새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이고…… 또 기연 캐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뭇잎들을 모아서 임시 보금자리를 만들고는, 땅을 판 뒤 구덩이에 나뭇가지들을 던져 넣으며 불을 붙인다.
“하아 따뜻하다. 따뜻해.”
겨울이라 그런지 꽤 쌀쌀했지만, 무신지체를 가진 나에게는 약간의 추위 밖에 느껴지지 않았지만, 잠을 자려면 불은 필수이기에 불을 피워놓고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강릉으로 향하면서 지나가는 영산들마다 들려서 영초란 영초들은 다 먹으면서 다녀서 그런지 내 단전 안에는 대량의 자연 기들이 뭉쳐 있었기 때문에 운기조식으로 내공으로 전환시켜주어야 했다.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마심법을 돌리면서, 차근차근히 자연기들을 내공으로 전환시켜 가기 시작했다. 두어 시간 동안 운기조식을 마친 나는 가부좌를 풀고선, 짐 가방에서 육포를 꺼내 씹으면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한다.
‘흠 이번의 운기조식으로 1갑자의 내공은 모았고, 지금의 내 경지가 일류 중 최상위권일 테니…… 아니다 충분히 절정도 잡아낼 수 있어.’
나의 생각처럼 천마심법은 다른 내공과의 효율 자체가 달랐다.
절정에 이르지도 못한 태천이었지만, 천마심법을 운용하면 연비는 나쁘지만, 검기를 뽑아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극상의 검법인 천마검법을 사용하면, 절정이 펼치는 검기처럼 자유롭게 검기를 뽑아낼 수 있었다.
나의 현재 경지를 가늠해 본 나는 밤도 늦었기에, 임시 보금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하는 그때, 나의 귀로 미약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네비, 방금 들린 비명, 어디서 들린 거지?’
내 말에 네비는 금방 답을 해주었다.
‘이 산의 정상입니다. 최단 거리 길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파란 선이 나의 눈에 보였고, 내 오른쪽 상단에는 산의 지도가 보였고, 그 지도에서의 산의 정상은 빨간빛으로 깜빡거리고 있었다.
내가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산 정상에선 괴한들과 한 묘령의 여인이 대치 중이었다.
여인은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고, 괴한들의 숫자 또한 5명으로 많았다.
제대로 된 반항을 할 수도 없었던 여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괴한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꺄악……! 놔라!”
여인이 뾰족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몸을 흔들면서 반항을 해보지만, 무공을 익힌 건장한 남성에게서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반항하다가 지친 여인이 축 늘어지자 괴한들은 낄낄거리며 여성을 희롱해댄다.
“오우 명령이긴 한데 이런 여자면 언제나 환영이지 킥킥킥.”
“맞아 앞으로 임무만 걸렸으면 좋겠다. 큭큭큭.”
“처음은 나다!”
“닥쳐 나부터야!”
남성들이 자신을 가지고 희롱하는걸 여인은 두 눈을 뜨고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던 여인은 자신의 지금 상황이 너무나 슬퍼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여인이 우는 걸 보던 무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여인을 바라보며 낄낄거리며 웃는다.
“이봐 아가씨 지금 왜 아가씨가 이런 꼴 됐는지 알아? 그게 다~ 당신 아비 때문이야 알아? 클클클.”
남성의 말에 여인은 발끈하며 소리친다.
“내 아버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당찬 여인의 말에 피식 웃으며 남자가 말해준다.
“당신 애비라는 작자가 우리 혈검문에 보호를 안 받는다고 그럽디다? 그러면 어쩌겠어 보호받을 만한 상황을 만들어야지…… 큭큭큭.”
여인은 부들부들거리면서 남자에게 침을 뱉으면서 말한다.
“더러운 사파 놈들 같으니 고작 돈 때문에 이딴 짓을 벌여? 그러니 사파 놈들이 쓰레기 같다고 하는 거야!”
여인이 눈물을 그치고 눈을 표독스럽게 뜨면서 악을 쓴다.
여인에게 침을 맞은 남자는 얼굴을 험상궃게 찡그리며, 여인의 뺨을 친다.
“악!”
여인이 맞은 뺨을 감싸며 주저앉자 남자가 혀를 차며 대꾸한다.
“가만히 있어, 우리 애들이랑 잘 뒹굴다가 편하게 가면 오죽좋으냐? 하하하!!”
남자의 비웃음에 여인은 모멸감에 부들부들 떨었지만, 이내 추욱 늘어졌다.
자신 혼자서 이 상황을 반전 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혀를 깨물고 콱 죽어버릴까, 저딴 놈들에게 능욕당할 바에야…….’
여인이 최후의 선택을 하려고 할 때, 자신에게 바지춤을 풀며 다가오던 무리의 한 놈의 머리가 푸슉하는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갈랐다.
“뭐…… 뭐냐! 누구야!”
괴한들의 무리가 웅성거리며, 동료의 머리를 날린 범인을 찾았고, 당연하게도 그 범인은 태천이었다.
“후우…… 듣자 하니 사파 나부랭이들 같은데 그냥 가는 게 어때? 여성분 앞에서 피 보긴 싫은데 말이야?”
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에게 통보했지만, 내가 혼자인 것을 본 괴한들은 웃음 터뜨리며 태천을 비웃는다.
“네놈 혼자서 우리를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거 같으냐? 우리 대장인 차홍평 님은 무려 일류라고 일류!”
자신을 비웃어 대며 조롱하던 괴한들에게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나는 천마군림보를 펼치며 빠르게 다가가 자신을 조롱하던 남자의 머리통을 단숨에 날려버린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건데?”
씨익-
피를 흘리며 하늘을 날아가는 방금 전까지 자신의 동료였던 자의 머리통을 보며, 괴한들은 공포에 질렸다.
“허억 저…… 저 자식은 뭐야! 야 니가 가서 막아.”
“닥치고 니가 가!”
이제 두 명 남은 부하들의 한심한 짓거리를 지켜보던 홍평이 두 놈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명령한다.
“둘 다 가, 이 멍청한 새끼들아!”
홍평의 말에 두 명이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칼을 빼 들곤 태천에게 다가가서 검을 휘두르지만, 잘 쳐줘야 이류급인 자들의 검을 태천은 막을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서걱!
날아오는 검을 피하고선, 단숨에 허리를 갈라 버렸다.
천마검의 날카로운 예기 앞에선 인간의 몸뚱이는 종이나 다를 바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동료의 허리가 갈라지며 죽자, 나머지 한 놈은 검을 내팽개치고 도망을 치려 하지만 그 남자의 앞에는 어느새 천마군림보로 따라잡은 태천의 검에 단숨에 머리가 날아갔고, 단말마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
“이…… 이런 X발! 넌 대체 뭐야! 우리가 누군지 알고도 이런 짓을 벌이느냐?!”
홍평의 말을 들으며 나는 피식 웃으며, 홍평에게 도발을 했다.
“잘 알지, 사파 떨거지 새끼들 아니냐? 긴말 하지 말고 덤벼라. 일류라는 능력을 입으로 땄나 보구나.”
나의 완벽한 격장지계에 홍평이란 녀석은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져서 자신의 태도(太刀)를 빼 들며 나에게 달려온다, 뭐 네가 와주면 나야 고맙지.
“나 혈검문의 혈풍(血風) 차홍평이 네놈의 목숨을 취할 것이다.”
말을 끝마친 홍평은 커다란 태도를 들고 훌쩍 날아올라 태천에게 휘둘렀다.
카앙!
하지만 애석하게도 홍평은 상대가 나빴다.
무신지체를 가지게 된 태천은 기본적인 근력도 성인 남성을 웃돌았고, 홍평은 자신이 내리찍었지만, 자신이 밀리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됐다.
‘이…… 이게 무슨 괴물 같은 힘이란 말인가?’
공포가 감도는 홍평의 얼굴을 보며 내가 비웃는다.
“혈풍이라 참으로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아니냐? 네깟 녀석에게는 매우 아까운 별호네. 안 그래?”
태천은 천마검법을 펼치며 홍평을 압박해나갔고, 홍평은 자신의 태도로 태천의 천마검을 막아보았지만, 충격은 고스란히 홍평에게 전해졌다.
“크악!! 대체 이게 무슨 힘이란 말이냐! 네 녀석은 대체 뭐냐?!”
나는 그런 홍평을 비웃으며 가볍게 한마디 해준다.
“곧 죽을 놈이 내가 누군지 알아서 어따 써먹으려고 그러냐?”
말을 마친 나는 천마검에 검기를 씌운 후 단숨에 홍평의 태도를 반으로 갈라버린다.
“큭, 절정의 무인이었구나!”
반으로 잘려진 자신의 무기를 보던 홍평이 무기를 내던지고는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다잡은 먹잇감을 살려둘 정도로 나는 자비로운 사냥꾼이 아니다.
“하아 앞에서 보고도 배운 게 없냐? 니 부하가 어떻게 죽는지 봐놓고도 내게서 도망치다니 참…… 이래서 사파 것들은.”
나는 달려 나가는 홍평의 앞에 서서 그의 발을 잘라 버린다.
스걱! 하는 소리와 함께 발이 잘린 홍평은 달려나가던 힘을 멈추지 못하고 넘어져 구르다가 나무에 부딪힌다.
쿵!
“크악! 내…… 내 발이!”
저벅저벅…….
멀리서 걸어오는 태천을 보는 홍평은 저승사자가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로, 태천의 모습은 섬뜩했다.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태천을 보며, 홍평은 태천에게 무릎으로 기어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애걸한다.
“사…… 살려주십시오. 대협, 제…… 제가 아는 모든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크윽…….”
단숨에 검으로 자신의 목을 내려치려던 태천이 멈춰 서자 홍평은 반색하며 나에게 자신이 아는 사실을 미주알고주알 다 떠벌리기 시작했다.
자기 혼자 떠들던 홍평을 보던, 나는 한 가지를 물어본다.
“혈검문의 문주의 무공 수위가 절정이냐?”
나의 말에 눈을 뒤룩뒤룩 굴리던 홍평은 자신의 목에 검이 다가오자 화들짝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네…… 네!! 맞습니다. 혈검문주 혈팽호는 절정입니다! 이게 제가 아는 전붑니다! 살려주세요!”
말을 마친 홍평을 바라보던 나는 그대로 검을 들어 홍평의 가슴에 박아 넣는다.
“커…… 커억…… 도…… 도대체 왜…… 아는 걸 다 말했는데…….”
죽어가는 홍평에게 나는 빙그레 웃는다, 얘도 참 멍청하네.
“난 네가 말하면 살려준다고 한 적이 없는데? 네가 혼자 지레짐작해서 다 떠벌린 거지.”
“이런…… 젠장할…….”
피를 토해내던 홍평의 두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고, 죽은 홍평을 내버려 두고선, 태천은 쓰러져 있는 여인에게 다가가서 상세를 살핀다.
“괜찮으십니까? 이제는 괜찮습니다.”
내가 등을 토닥여주자, 여인은 참아왔던 감정이 터졌는지 엉엉 울면서, 연신 나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한을 풀어내듯이 나에게 안겨서 울었다.
‘아이고…… 옷 다 젖겠네…….’
그렇게 생각하는 내 옷의 앞섬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한참을 울던 여인이 탈진하며 기절하자, 나는 조심스레 그녀를 업고선 내가 만든 임시 보금자리로 돌아와, 그녀에게 물을 건넨다.
“이거부터 천천히 마시세요.”
내 호의에 감사하며 여인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자신의 소개를 해주었다.
“저는 목가장의 장녀 목유화라고 합니다. 소협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릉으로 가게 되신다면 섭섭지 않은 사례를 하겠습니다.”
감사 인사를 하며, 허리를 깊게 숙이는 유화를 보며 나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답한다.
그런 나의 만류에도 유화는 꿋꿋이 사례를 하겠다고 했고, 결국 알겠다며, 유화의 제안에 승낙했다.
“그럼 내일 강릉으로 가시죠, 오늘은 벌써 깜깜합니다.”
내가 쉬려고 하던 때도 깜깜했지만, 지금은 나조차도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깜깜해져 있었다.
나의 말에 유화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바닥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옷이 얇아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거라도 덮고 주무세요. 날이 매우 찹니다.”
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꺼운 외투를 꺼내 유화에게 덮어주자, 나의 호의에 유화는 얼굴을 발그레 붉히면서, 감사 인사와 함께 외투를 덮고 잠을 청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야…… 멋지시고…….’
마음속으로 감사 인사를 하며 유화는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유화를 보며 나는 운기조식을 하며 방금까지의 피로를 말끔히 털어버리고선, 유화의 곁에서 불침번을 서며 생각한다.
‘드디어 내일이면…… 강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