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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2화 (3/139)

기연 네비게이션 2화

꼬끼오~!

벌떡!

나는 아침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잠에서 깨어났다.

“흐아암, 벌써 아침이네. 그러면 기연을 얻을 준비를 해볼까.”

졸린 몸을 이끌고 객잔을 나와 내가 간 곳은 철물점이었다.

딸랑~

“백 아저씨! 저 왔어요!”

아침 일찍 찾아온 나를 백 아저씨는 살갑게 맞아준다.

“태천이 네가 아침 일찍 웬일이냐?”

의외라는 듯 묻는 아저씨의 말에 나는 웃으면서 밧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밧줄이 좀 필요해서요. 튼튼하고 긴 걸로 주세요.”

“허허 알겠다. 금방 가져다가 주마.”

말을 마친 아저씨는 안쪽으로 스윽 들어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밧줄 뭉텅이를 들고선 바깥으로 나왔다.

“어때, 이거면 되겠느냐?”

끄덕끄덕.

아저씨에게 밧줄을 받아든 나는 웃으면서 셈을 치르곤, 철물점을 나왔다.

“좋아 밧줄도 챙겼고, 거기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먹을 것도 좀 사 가야지.”

그렇게 한참을 시내를 돌아다니던 태천은 한 아름 짐을 챙기고선, 천산을 향해 걸어갔다.

2시간쯤, 지났을까? 나는 어제 온 천산의 앞에 서 있었다.

‘그럼 네비, 자동 길 찾기 켜줘.’

내 말과 함께 내 눈앞에는 어제 보았던, 파란색 선이 산의 안쪽으로 이어졌고, 나는 또다시 선을 따라 산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와봤던 길이라 그런지, 어제와는 다르게 꽤 빠르게 절벽이 있는 곳까지 올 수 있었다.

“후우……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밧줄을 꺼내 내 허리에 묶고선 말뚝을 꺼내 단단히 땅에 박아 넣고선, 말뚝에도 밧줄을 단단하게 묶었다.

말뚝에는 내 몸에 묶인 밧줄과 타고 내려갈 밧줄 이렇게 두 개의 밧줄이 묶여 있었고, 밧줄이 풀리는지 확인을 마친 다음 나는 절벽의 앞에 섰다.

와 이건 좀 무서운데? 그래도 기연을 얻으려면 가야지 뭐 별수 있냐?

“그럼 이제 진짜로 기연을 찾아 가볼까?”

절벽에 늘어뜨려진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절벽의 아래로 나는 천천히 내려갔다.

중간중간 힘이 빠질 때는 내려가는 것을 멈추고, 잠시 밧줄에 매달려가며 쉬는 시간을 가진 뒤, 안전하게 절벽을 내려갔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쯤 됐을까?

나의 눈에는 절벽의 한가운데에 있는 공동이 보였다.

‘찾았다!!’

절벽을 마저 내려가, 공동 안에 도착한 나는 공동 안으로 빠르게 달려서, 공동 안으로 들어갔다.

공동 안에는 사람이 손을 안 탄 지 꽤 되어 보이는 가재도구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나무로 만들어진 식탁이나 의자들은 풍화되어, 앉는다면 당장에라도 박살 난 것처럼 생겼다.

그런 내 눈에 보인 것은 나무로 만든 식탁 위에 있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비급서 한 권과 편지 한 통, 그리고 바닥에 꽂혀 있는 칠흑 같은 검은색 검 한 자루였다.

“흠 일단 편지부터 읽어보자.”

편지의 먼지를 털어낸 나는 편지를 찬찬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상에나, 천마가 쓴 편지라니!

이 편지는 천마신교의 개파조사인 천마가 쓴 친필편지였다!

이것만 마교에 가져다주어도 엄청난 이득을 얻을 것을 안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읽어 내려갔다,

편지에 내용을 간략하게 풀어보며 이러했다.

‘세상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다해보니 무료해지기도 했고, 마땅히 가르칠 제자도 없어서 여기 내 검과 비급서 하나를 놓고 가니 알아서 잘 배워라.’

천마신공을 딸랑 던져주고 익히라니,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어이가 없었겠지만, 나는 천마가 왜 그렇게 비급만 놓고 갔는지 이유를 알고 있었다. 네비가 말해줬으니까.

바로! 다름 아닌, 방 한구석에서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무신초가 있었기 때문에…….

떨리는 몸을 이끌고 나는 무신초의 앞으로 걸어갔다.

‘후우후우…… 일단 무신초를 캐내자.’

무신초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 마을에서 심마니들이 쓰던 장비들까지 공수해 온 나는 조심스레 뿌리 하나 떨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무신초를 캐냈다.

“오오오 전설 속의 영초가 내 손 위에 있다니…….”

자신의 손 위에 올려져 있는, 무신초를 보며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보던 나는 결심을 하고선 단숨에 손에 있던 무신초를 입안에 넣었다.

‘으윽…… 쓰다.’

무신초를 입안에 넣자 과연, 영초는 영초였는지 사르륵 사라지면서 엄청난 기운이 내 몸 안을 가득 채웠다.

‘이게…… 무신초의 힘……!’

내 몸을 가득 채운 무신초의 기운들은 태천의 몸을 서서히 무신지체로 만들기 시작했다.

뚜둑 뚜둑.

남들이 보았다면 기겁할 법한 뼈들이 부서지고 다시 맞춰지는 모습이 나에게서 일어나고 있었다.

자신의 뼈가 부서지고 다시 맞춰지는 느낌에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그런 고통조차 나는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뼈 부러지는 고통은 전생에서 수없이 겪어보았다. 그것도 의미 없는 고통이 아닌 강해지는 고통인데 뭔들 못 참을까?’

이리 생각한 나는 내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찬찬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났다.

둘째 날.

내 몸 안의 부서졌던, 뼈들이 새로이 맞춰지기 시작했고, 또다시 섬뜩한 뚜둑 뚜둑 소리가 공동안을 가득히 채웠지만, 나는 평온한 얼굴로 인내했다.

셋째 날.

내 몸 안에 남아 있던, 소량의 불순물들이 찐득찐득한 검은 액체로 내 모공에서 나왔고, 고약한 냄새가 공동 안을 가득 채웠지만, 그것 또한 나는 인내해 내었다.

넷째 날.

피부가 한차례 두 차례 셀 수 없이 벗겨지던 내 몸의 주변에는 태천의 껍데기들이 수북했고, 피부가 벗겨졌던, 내 몸에는 어느새 가죽같이 질기고, 백옥같이 뽀얀 피부가 생겨났다.

다섯째 날.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크으 기분 엄청 상쾌하네. 읏차 이제 일어나볼까?

우득 우득.

몸을 일으키자 오랫동안 안 움직인 뼈들이 자리를 맞춰가며 우득 우득 소리를 내었고, 나는 일어나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일단, 키가 커졌다.

170이었던 내 키가 180을 훌쩍 넘은 장한이 되었고, 골격 또한 바뀌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 나는 천마신공의 비급서를 펼쳐 들고선 비급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런 내가 비급서에서 눈을 뗀 건 꼬박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후아아, 다 외웠다…….”

놀랍게도 나는 단 하루 만에 그 어려운 천마신공의 모든 구절을 달달 외웠고, 신공안에 수록되어 있던 천마검법과 천마군림보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무신지체의 힘은 놀라웠다. 비급을 본지 단 하루 만에 1성의 경지를 터득했다.

그것도 일반 삼류 무공이 아닌 절세의 무공이라 불리는 천마신공을 말이다.

꼬르르륵.

“아 배고파 죽겠다.”

일주일 가까이 아무것도 먹지 않은 내 배가 태천을 밥 좀 먹자며 보챘고, 나는 내가 마을에서 가져온 보자기를 열어 안에 든 음식과 물을 먹은 뒤 공동에서 나갈 채비를 했다.

공동 밖으로 나오자 까마득한 절벽이 나를 반겨주었다.

내려올 때는 그렇게 힘들었던 절벽이었지만, 천마군림보를 익힌 나에게는 더 이상 힘든 일이 아니었다.

밧줄을 잡고선 나는 단숨에 절벽을 뛰어 올라갔다.

천마군림보의 힘은 확실히 대단했다.

내려올 때는 한 시간이나 걸렸지만, 무신지체가 된 내 몸과 천마군림보가 만나니 흔들림 하나 없이 30분 만에 절벽을 올라가 버렸다.

어느새 절벽 위에 다시 올라온 나는 바뀐 내 몸을 실감했다.

무신지체가 좋기는 하구나…… 평범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전생의 나는 느낄 수 없었던 기분에 내 기분이 좋아졌다.

“와아 역시 전설 속에서나 나오던 무신지체는 달라도 다르구나.”

이게 진짜 내 몸인가? 싶을 정도로 무신지체는 엄청났다.

직각에 가까운 절벽을 뛰어 올라왔는데도, 숨 하나 거칠어지지 않은 채 쌩쌩한 내 몸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흠흠 마음에 쏙 드는 몸이네. 네비 집으로 길 안내해 줘.”

‘네. 길 찾기 모드 활성화.’

이제는 익숙해진 파란 선이 태천의 눈에 들어왔고, 그 파란 선을 따라 엄청난 속도로 내려왔고, 2시간 가까이 걸리던 산행길이 30분 만에 끝이 났다.

그러고도 숨이 차지 않은 나는 단숨에 객잔이 있는 허창까지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내가 마을로 들어가자, 마을 사람들이 나를 걱정하며 묻는 말에 나는 마음이 따스해지는 걸 느꼈다.

“태천아 일주일 동안 대체 어디에 갔던 게냐.”

마을 사람들의 걱정 어린 물음에 나는 괜찮다며 손사래 치고는 내가 겪은 일들을 과장을 섞어가며 설명해 주었다.

“산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발을 잘못 디뎌서 언덕에서 굴러떨어졌는데, 거기에서 기연을 얻었지 뭐에요? 그래서 거기에서 몸이 나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180도 변한 내 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진짜로 이게 먹히는 거야?

“크하하하 축하한다. 태천아 네 녀석이 기연을 얻다니 말이다. 좋아 오늘은 네가 건강히 돌아오기도 했고, 기연을 얻은 기념으로 축제다!”

나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돌아다녔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말이 축제지, 그냥 먹고 마시는 거다.

물론 안 먹고 안 즐길 건 아니지만, 나를 위해 연 축제인데 안 즐길 수야 없지!

포목점의 백 아저씨는 고기를 구울 화로를 가져다가 주었고, 정육점의 홍 아저씨는 마을 사람들이 넉넉하게 먹을 고기를 가져왔다.

마을 사람들은 각자 한 가지씩 준비해 왔고, 그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충분하게 먹을거리를 즐기면서, 나의 기연을 축하해 주었다.

“태천이의 기연을 모두 축하해 줍시다!! 태천이의 앞날을 위하여!”

백 아저씨의 건배사에 마을 사람들이 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나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

아이씨…… 고맙게들 왜 그래~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나 또한 우렁차게 외치며 감사를 표하는 걸 잊지 않았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절대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잊지 못할 겁니다!”

나 또한 마을 사람들 틈에 끼어 즐겁게 웃으며, 축제를 즐겼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의 나는 웃으면서 마을 사람들과 밤새 웃으며 축제를 즐겼다.

‘기연도 얻고 마을 사람들의 진심 어린 축하도 듣고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하루야!!’

15년 만에 진심으로 행복해하던 나를 뒤로하고 하루가 저물었다.

* * *

다음날부터는 다시 객잔 일을 시작했다.

기연을 찾으러 돌아다녀야 했지만, 수중에 있던 돈들로는 꽤 부족했기도 했고 마을 주변에는 유독 영산들이 많아 잡다한 기연들이 많았다.

그것들도 캐 먹으며 내공을 늘려야 했기에 나는 이곳에 남아 객잔 일을 계속했고 시간을 빠르게 흘러서 2년이 훌쩍 지났다.

2년 동안 태천은 마을 주변에 있는 영산에 기연이란 기연은 다 빼먹었다.

물론 검이나 무공서 같은 것들은 없었지만, 반대급부인지 엄청나게 많은 영초들 덕택에 내공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천마신공도 어느 정도 완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하 벌써 어느새 2년이네…… 처음 기연을 얻고 마을 사람들이랑 파티를 한 게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한 태천은 객잔 주인에게도 무림으로 나가겠다고 말을 했고 그런 자신을 객잔 주인은 웃으면서 보내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틈틈이 준비해 온 여행 물품들을 챙기고선 마을 밖으로 향했다.

마을 밖으로 향한 자신의 눈에 보인 것은 허창의 마을 사람들이었다.

“태천아 임마! 우리한테 말도 없이 떠나려 했느냐!”

“그래 욘석아! 우리가 너한테 인사 하나 안 하고 떠나보낸 냉혈한으로 만들 셈이냐!”

자신에게 연이 있던 사람들이 전부 모여서 자신의 떠남을 배웅해 주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여러분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태천은 떠나는 것도 잠시 잊고선 마을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야. 전생에서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전생에서도 마을 사람들은 태천을 엄청 잘 챙겨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무공을 잃고 다시 허창으로 돌아왔을 때까지도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니 이번 생에서는 꼭 그 은혜를 갚겠다는 다짐을 하곤 태천은 등을 돌려 강릉으로 향했다.

‘좋아 그러면 가볼까?’

강릉을 향해 달려가는 내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고, 빠르게 마을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져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점처럼 보일 정도로 멀어진 나를 보며 마을 사람들은 똑같은 생각들을 했다.

‘몸조심하거라 태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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