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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章 천마제전 (105/146)

第十章 천마제전

몽환림의 어귀에는 상당수의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천마제전의 참가자 및 그들의 호위자들이었다.

그 가운데엔 물론 유장천과 녹운담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많은 경쟁자들의 질시와 경계 섞인 시선을 받으면서.

그러던 도중.

한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몰렸다. 거의 마지막에 도착한 참가자 때문이었다.

진백란.

천마의 딸인 그녀가 몽환림 어귀에 도착했다.

“여, 요 며칠 동안 얼굴 보기가 상당히 힘들더군.”

유장천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가갔다. 진백란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맞이했다.

“흥.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어쨌든 모두가 같은 선의의 경쟁자들 아닌가?”

“더러운 입으로 잘도 떠드는군요. 당신과 녹운담의 썩은 속내를 내가 모를 것 같나요?”

“…….”

유장천은 침묵했다. 이미 진백란은 그들의 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하던 그의 눈이 멸살독마를 찾아냈다.

‘저 늙은이가 다 일러바쳤군!’

으드득 이를 간 유장천이 표독스럽게 말했다. 이미 아까의 여유는 사라진 뒤였다.

“어차피 그래 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 본좌는 천마제전을 승리하여 새로운 천마가 될 것이고, 네년과 저 늙은이는 까마귀들의 먹이가 될 테니까.”

“좋을 대로 떠들어. 하지만 당신이 바라는 대로는 되지 않아.”

스르릉!

진백란이 뽑아 든 검이 붉은 검광을 사방으로 토했다. 그 빛을 본 모두가 한순간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지상에 떨어진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검광.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압박감.

한때 그들 모두의 위에 군림했던 자의 흔적.

“나찰……수라!”

유장천이 신음성을 뱉었다. 그것은 다른 참가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네년이 어떻게 그 검을……?”

“아버지의 것을 딸이 물려받는 게 이상한가?”

“……흥! 이제 보니 기고만장한 데에 이유가 있었구나.”

코웃음을 치면서도 이를 가는 유장천이었다. 그러나 나찰수라의 기세 때문인지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녹운담은 달랐지만 말이다.

“고작 칼 한 자루에 불과하다.”

녹운담의 목소리가 모두의 불안감을 베어 냈다.

“잘 드는 명검이기야 하겠지만 그것이 전부. 칼 한 자루로는 세계를 바꿀 수가 없다.”

저벅저벅 진백란의 앞까지 걸어온 그가 선언하듯이 말했다.

“하물며 너 같은 애송이가 사용한다면.”

“…….”

“어설픈 위세로 상대를 짓누르려 해도 소용없다. 그것은 천마의 검이지만 너는 천마가 아니야.”

“알고 있어.”

“그렇다면 네가 얼마나 우스운 꼴인지도 알고 있겠군. 너는 그저 네 아비의 위명에 기대려는 바보 같은 계집에 불과하다.”

“아니.”

진백란이 순간적으로 손을 떨쳤다.

핏.

다음 순간 그녀는 나찰수라를 칼집에 밀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녹운담의 뺨에선 가느다란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천마 진검운의 그림자는 거대했지. 특히나 그분의 딸인 나에게 있어선.”

“네……년이!”

“하지만 언젠가는 그 그림자를 벗어날 거야. 그리고 그분과 어깨를 나란히 할 거야.”

녹운담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당장이라도 진백란의 두개골을 부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차마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은 과거의 애송이가 아니다.

아버지의 위명 덕에 겨우 칠절의 말미에 들던 소녀는 더 이상 없었다.

“오늘은 그 한걸음을 내딛는 날이 될 거야.”

진백란이 선언을 마치고서 돌아섰다.

더 이상 어느 누구도 그녀를 우습게 볼 수가 없었다.

“계획을 바꾸자.”

녹운담의 어깨를 유장천이 짚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년을 먼저 해치우기로!”

“……동감이다.”

일각 후.

천마제전이 시작되었다.

* * *

“지금쯤 시작되었을 겁니다.”

유령마객의 말에 정천이 몸을 일으켰다.

“좋아. 그럼 우리도 움직인다.”

정천이 일마궁을 나섰다. 관식과 유령마객, 백미련과 장유추 등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오십 명의 용검대가.

가장 많이 동요한 것은 일마궁 앞의 숲에 매복해 있던 마교도들이었다.

그들이 자리를 잡은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의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저것들은 어떻게 할 건가?”

장유추의 물음에 정천이 픽 웃었다.

“전격전(電擊戰)이라 해도 선전포고가 없으면 심심하겠죠.”

“역시 그렇겠지?”

“선배가 한 수 보여 주시겠습니까?”

씩 웃은 장유추가 광천뇌도를 뽑아 들었다.

“맡겨만 주게!”

꽈르릉!

천뢰가 울부짖으며 그의 도신에 맺혔다. 시퍼런 번개가 사방으로 작렬했다.

“흠!”

단번에 백여 장의 거리를 내달린 장유추가 광천뇌도를 땅에 내리찍었다.

때마침 습기를 머금은 안개가 깔려 있었고, 뇌전은 안개를 매개체로 하여 매복자들에게 쏘아졌다.

혈뢰무진(血雷霧陳).

전격이 수십 명을 직격했다.

파지지직!

“으아악!”

“크악!”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워낙 광범위한데다 빨랐기에 그들로선 변변한 대처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자욱하게 퍼지는 탄내.

장유추가 광천뇌도를 뽑아 빙빙 휘둘렀다.

“쥐새끼처럼 숨어만 있지 말고 나와라! 뇌혈도 장유추가 모조리 쓸어 주마!”

반응을 기다리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이들은 일마궁을 치기 위해 기다려 온 자들이었으니.

“죽여주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정파 늙은이!”

“유언이나 준비해 둬라!”

갖가지 표독스런 외침이 뒤따랐다. 선제공격을 거하게 당한 직후인지라 모두들 독에 차 있었다.

장유추로선 반가운 일이었다.

“좋구나! 그럼 어디 한번 놀아보자꾸나!”

뇌전과 포효, 검기와 암기들이 난무했다.

일마궁 앞의 숲은 삽시간에 본래의 모습을 잃고 부서져 나갔다.

모두가 할 말을 잃고 그 모습을 보았다. 장유추가 강하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다수를 상대할 때의 모습은 또 달랐다.

“일대일보다는 일대다수의 전투에서 더 강한 유형이로군.”

유령마객의 요약에 모두들 동감했다.

정천은 잠시 상황을 지켜보다가 명령했다.

“여긴 선배에게 맡겨 놓고 우리는 가도록 하지.”

“괜찮겠습니까?”

“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 무식검?”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된 거지. 우리는 곧바로 움직인다.”

“어디로 갈 거지?”

백미련의 물음에 정천은 유령마객을 돌아봤다.

잠시 생각하던 유령마객이 대답했다.

“처음으로 노릴 만한 곳으로는 두 곳이 있습니다. 전자는 방비가 약하나 거리가 상당하고, 후자는 가까우나 방비가 상당합니다.”

“후자.”

“알겠습니다. 그리로 안내하겠습니다.”

이윽고 오십여 명의 무인들이 허공을 내달렸다.

* * *

백혈회는 귀암산 중심지의 거리를 배후에서 지배하는 세력이다.

상인들의 뒤를 봐주고 이익을 챙기는 그들은 귀암산 내에서도 최대의 부를 쌓은 세력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들은 혈사문의 자세력이기도 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들을 건드릴 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에 자만하지 않았고, 백혈회는 나름대로 거대한 무력을 구축했다.

그 규모란 홀로 멸살독마의 독마대에 맞설 수 있는 수준.

규모만 따졌을 땐 마교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을 터였다.

때문에 백혈회당의 정문이 공격받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백혈회주 백사귀의 표정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미친 새끼들이?”

백사귀는 어이가 없었다.

대체 어떤 놈이 겁을 상실했기에 무턱대고 쳐들어왔단 말인가?

‘육마단 용구 놈인가? 아니면 철격문의 토룡마수 녀석인가?’

원한을 샀던 인물들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애초에 적이 많은 백사귀였다. 백혈회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고 사욕 많은 그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중 어느 누구도 감히 정면으로 쳐들어오진 못했다.

기껏해야 독살이나 암살을 획책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중 어느 것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상황은 어떻다더냐?”

“그, 그것이…….”

문지기가 우물쭈물했다. 그때 다른 무인 하나가 백사귀의 방으로 들이닥쳤다.

“정문이 뚫렸습니다! 놈들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치고 들어옵니다!”

“벌써!”

백혈회당은 말이 당(堂)이지 그 규모나 형태는 요새에 더 가까운 건축물이었다. 이는 치밀한 백사귀의 성향이 그대로 들어난 것이었다.

그야말로 철옹성.

일만 근이 넘는 강철문과 십 장 깊이의 해자. 두터운 성벽과 그 사이사이로 설치되어 있는 쇠뇌 등.

이미 일개 무인의 소유물을 넘어선 규모의 성채였다. 그런데 그 정문이 벌써 깨지다니?

“배, 배신자가 있는 것인가? 어떤 놈이 정문을 내부에서 열어 준 것이 분명하구나!”

백사귀의 탄식에 무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니?”

“놈이 문을 갈라 버렸습니다!”

“놈이라고? 갈라 버리다니?”

백사귀의 물음에 무인은 같은 답만 뱉을 뿐이었다.

“단 일격, 단 일격으로 놈이 문을 갈라 버렸습니다!”

‘단 일격이라니.’

유령마객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지막지한 무용을 바로 앞에서 봤다고 생각하니 절로 소름이 돋았다.

그는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정천은 해자 앞에 섰다. 수십 대의 노포와 강궁들이 그를 겨냥하고 있었다.

이윽고 오른팔 위로 피어오르는 시커먼 검강.

정천은 날아드는 쇠뇌와 화살을 한데 베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위치한 강철문 역시.

두꺼운 강철문은 용암에라도 직격당한 듯 그대로 녹아내렸다. 거대한 검이 훑고 지나간 흔적만이 그곳에 남아 버렸다.

그 여파로 정문 근처의 성벽이 폭삭 주저앉았다. 노포들은 부서졌고 궁수들도 부상당했다.

그때 유령마객은 옆에서 중얼거리는 백미련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멸천, 아니 무한천강인가? 그새 더욱 정교해졌어.”

천마의 무한천강. 그 힘이라면 이 정도야 능히 가능할 터였다.

그리고 지금.

안으로 들이닥친 용검대는 백혈회 무인들을 몰아붙이며 나아가고 있었다.

정천은 직접 싸우진 않고 있었다. 마치 힘을 비축하려는 듯했다.

실제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조금 전의 검격 때문일 터.

어차피 그가 나서지 않더라도 상황은 압도적이었다.

파바바밧!

머리칼로 빚어진 아홉 자루의 검이 살아 있는 뱀처럼 사방으로 쇄도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무인들이 쓰러졌고, 지독할 정도의 매화향이 사방을 메웠다.

구절검후 백미련의 검격은 정천처럼 압도적이지도, 장유추처럼 화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매서움만은 독보적이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적들을 무력화하고 있기도 했고.

그녀와 더불어 선봉을 맡은 이는 관식이었다.

파파팟!

“크윽!”

“으아악!”

관식의 검이 번뜩일 때마다 무인들이 비명을 토했다. 솟구치는 피와 혈향이 그 뒤를 따랐다.

정천에겐 바보 취급이나 당하는 그였지만, 무정검이란 별호에 걸맞은 매서운 검격은 공포 그 자체였다.

요태희가 바로 뒤에서 그들을 지원했다.

그녀는 두 사람처럼 무인들을 직접 공격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아랑궁이 튕겨질 때마다 여지없이 노포와 망루 등이 부서져 내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두 사람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손속에 동정심을 두세요. 이들을 무력화하기만 하면 되지 굳이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흥.”

코웃음을 치는 두 사람이었지만 잔혹하게 살생을 벌이진 않았다. 요태희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천의 당부 때문이었지만.

‘우리의 힘을 마교 전체에 확실히 보여 줘야 한다. 그러려면 목격자는 많을수록 좋겠지.’

어쨌든 그 덕인지 압도적인 공세에도 불구, 사망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말은 곧 부상자들이 엄청난 숫자란 것.

“으으으……!”

“크윽!”

사방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남아 있는 백혈회 무인들의 전의마저 꺾어 놓고 있었다.

‘상상 이상의 전력이다.’

유령마객은 내심 감탄했다.

선봉에 선 무인들의 무위가 압도적이기도 했지만, 신생 용검대 역시 그들의 뒤를 따라 착실히 적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오늘 처음 소집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본디 천무맹의 정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 다음은 어디가 좋겠어? 혈사문을 쳤으니 패신림도 건드렸으면 좋겠는데.”

정천의 물음에 유령마객은 상념을 접었다.

“패신림을 칠 거라면 이곳에서 바로 동쪽으로 진군하면 될 겁니다. 패신림 세력 내에서도 중추에 해당하는 흑룡방이 있으니까요.”

“이름 하난 거창하군.”

“전력 역시 얕볼 수준은 아닙니다. 최소한 무인들만 놓고 보면 백혈회를 가볍게 상회하니까요.”

“듣던 중 다행이군. 여기보다는 덜 싱거울 거란 소리니까.”

용검대가 백혈회당 중심까지 치고 들어갔을 때였다.

“이게 무슨 추태냐!”

백혈회주 백사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 가득 분노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그는 기겁하고 있었다.

우선은 엉망으로 깨져 있는 수하들의 모습에, 다음으론 그들을 박살내 놓은 게 오십 명 남짓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에.

백사귀가 이를 박박 갈았다.

“네놈들은 대체 뭐하는 개자식들이냐!”

“글쎄. 혈사문의 친구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지.”

정천이 앞으로 나섰다. 그를 본 백사귀가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네놈은 누구냐? 여기가 어딘지 알고 감히 쳐들어왔단 말이냐?”

“아니까 쳐들어왔지. 혈귀왕이라는 어이없는 놈의 끄나풀이 있는 곳 아니냐?”

“소속을 밝혀라!”

정천은 내심 웃었다. 부상당한 이들은 물론, 긴장하고 있는 이들 역시 그의 한마디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유일한 천마의 혈통.”

“뭐야?”

“우리는 진짜 천마를 지원하는 자들이다.”

백사귀가 주먹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다면 천무맹의……?”

“잘 아는군.”

“진백란 고 계집의 수하들이란 말이냐?”

“수하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 같군. 하지만 그녀를 돕는다는 것은 분명하지.”

“허튼짓을! 진짜 천마는 한 명뿐. 천마제전에서 우승하는 사람뿐이다!”

“그리고 여태까지의 천마들은 모두 같은 혈통을 이어 왔지. 그들은 모두 천마제전에서 우승했고, 진백란 역시 다를 건 없다.”

“웃기는 소리! 감히 그 계집이 혈귀왕과 패월군에 대적할 수 있으리라 보느냐?”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지. 어쨌든 우리는 우리 볼일만 보면 되거든?”

정천이 백사귀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볼일은 너희에게 말해 주는 거다. 더 이상 혈사문과 패신림이 마교를 쥐고 흔들 수 없으리라는 것을 말이야.”

“건방진 놈!”

백사귀가 두 자루의 단창을 꺼내 들었다.

파앗.

무시무시한 살기가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상당한 고수. 살기만으로는 마교칠절에게도 크게 꿀리지 않았다.

“본후가 나서지.”

“아니, 여긴 제게 맡겨 주십시오.”

백미련과 관식이 나섰다. 하지만 정천은 그들 중 누구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런 정천이 돌아본 사람은 유령마객이었다.

“네가 나가.”

“……내가 말이오?”

“통천각은 천마를 따른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그걸 증명해야지.”

유령마객은 쓴웃음을 지었다.

궤변이다. 아직 진백란은 천마가 아니고 통천각은 정보를 다루지 전투에 직접 나서진 않는다.

결국 정천은 그를 내보냄으로써 여론을 만들려는 것뿐이다. 통천각조차도 진백란을 지지하고 있노라고 보이게끔.

‘하지만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유령마객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어느 정도 진백란을 천마로 인정하고 있는 자신에게.

아니, 정확히는 정천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리라.

‘진백란은 큰 벽을 두게 되었군. 아버지의 그림자는 물론 이자의 그림자도 극복해야 할 테니.’

상념에 잠긴 채 앞으로 나서는 유령마객.

그는 고스란히 백사귀의 살기에 노출됐다.

“유령마객! 네놈도 놈들과 작당했단 말이냐!”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래서야 뭐라 말해도 설득력이 없겠군.”

“죽여주마!”

백사귀가 몸을 날렸다. 유령마객은 옷깃 속에서 여덟 자루의 단도를 꺼내 들었다.

파밧!

단도와 단창이 서로를 향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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