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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章 중원최강 (82/146)

第十章 중원최강

“비겁하군요!”

화연란이 분을 못 이겨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에게 동조하지 않았다.

정천이 고개를 저었다.

“비겁한 게 아냐. 기회를 노리며 잘 참은 거지.”

“하지만, 오라버니!”

“다들 이 정도는 예상했을 거야. 순진하게 그걸 생각 못한 궁후가 바보인 거지.”

백미련까지 그렇게 말하니 화연란으로서도 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뭐, 걱정은 마. 그래도 저 무령권마이란 놈, 보기보다는 깔끔한 성격 같으니.”

요태희를 쓰러트린 무령권마은 더 공격하지 않고서 천마에게로 걸어 돌아가고 있었다.

천마는 미소를 지었다.

“몰골만 봐서는 패배자의 그것이로군.”

“저 여자 참 매섭더군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넨 이겼지.”

“흐흐, 첫판부터 져서야 쪽팔려서 얼굴 들고 다니겠습니까?”

천마는 씩 웃었다.

“잘했다.”

“별말씀을.”

무령권마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앉았다. 아마 더 서 있을 힘도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승리는 승리였다.

요태희의 상태를 정천이 살폈다. 무령권마의 영붕권(零鵬拳)은 그녀의 몸속을 완전히 진탕으로 만들어 놓았다.

다행한 것은 내장이 크게 상하지 않았다는 것.

그녀를 들어 옮긴 정천이 회기영술을 펼쳤다. 하얗게 질려 있던 요태희의 얼굴이 이내 혈색을 되찾았다.

그사이 마교 측에선 진백란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다음은 내가 나가겠어. 그쪽에선 누가 나올 거지?”

“내가 간다.”

윤하월이 성큼성큼 나섰다. 그러나 진백란은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당신, 강한가?”

“뭐?”

“저 정천이란 인간보다 강해?”

그녀는 무심코 물은 것이었지만, 불행히도 이는 윤하월의 열등감을 자극하고 말았다.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지.”

청룡창이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귀기를 내뿜었다.

“난 네년보다 훨씬 강하다.”

“……그냥 듣고 넘길 수 없는 말인데.”

진백란의 혈륜검이 핏빛 기운을 뿜었다. 윤하월은 그녀를 보며 낮게 이죽거렸다.

“생각보다 별것 없군. 검강 자체도 기대 이하야. 역시 천마의 딸인지라 특별 대우를 받는 건가?”

이 역시 윤하월로선 별생각 없이 말한 것. 그러나 제대로 진백란을 자극해 버렸다.

그녀의 눈이 붉은 귀광을 내뿜었다.

“살아 돌아갈 생각은 버리시지. 넌 오늘 나한테 죽는 줄 알아.”

“흥. 입만 살았구나. 네 아비더러 도와 달라고 질질 짜지나 마라.”

쉭!

붉은 검광이 번뜩였다.

다음 순간 윤하월의 왼뺨에선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얼씨구.”

“흥. 너무 빨라서 그래? 제대로 반응도 못하는군.”

검을 회수한 채 비웃는 진백란.

윤하월은 더 이상 떠들지 않기로 했다.

“죽여주마!”

파파파팟!

시퍼런 기운이 있는 대로 폭사되었다. 어차피 한 명만 해치우면 그만. 윤하월로서는 굳이 힘을 남기며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우우우웅!

청룡명이 터져 나왔다.

지켜보던 멸살독마가 긴장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아가씨, 조심하십시오! 놈의 창격은 생각보다도 빠르고 날카롭습니다!”

그러나 몰아치는 청룡명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진백란에게 들리지도 않았다.

윤하월은 푸른 창강에 휩싸인 채 광소를 터트렸다.

“막아 봐라, 창신열파(槍神熱波)다!”

한 마리 청룡이 되어 윤하월이 돌진했다. 청룡의 몸뚱이가 대지를 훑을 때마다 땅이 파헤쳐져 치솟았다.

‘보통이 아니야!’

진백란은 긴장한 채 혈륜검을 꾹 쥐었다.

보통의 초식으론 막기는커녕 몸을 건사할 수도 없다. 펼칠 수 있는 최강의 살초로 맞부딪치는 수밖에.

그녀가 알고 있는 최강의 살초는 하나뿐이었다.

‘천마초래(天魔招來)!’

오래전 강룡단이 전멸한 이후, 천마의 무공을 익힌 사람은 천마 본인을 제외하면 그녀뿐이었다.

천마신공 자체를 익히진 않았다. 이는 훗날 천마 자신이 직접 전수해 줄 것이었기에.

그래도 천마신공에서 갈라져 나온 검법과 보법 등을 익힌 그녀였다.

완전하진 못해도 어느 정도 그 진수를 펼치는 게 가능했다.

“하앗!”

진백란이 기합성을 뱉으며 몸을 날렸다. 저런 초식이라면 피하느니 도리어 맞서는 편이 나았다.

우우웅!

혈륜검이 부르르 떨리며 검명(劍鳴)을 토했다. 청룡창의 청룡명과 비슷한 소리였다.

쿠구구구.

그녀의 몸이 붉은 기운에 휩싸였다. 그 강렬한 기운 속에서, 윤하월은 누군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놈이다!’

정천.

그의 강룡수라마공과 비슷한 느낌!

애초에 천마의 무공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정작 천마 본인은 자신을 상대할 때 제대로 무공을 펼치지도 않았었고.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윤하월의 분노를 부채질하기엔 충분했다.

‘그 무공을 펼친 게 네 실수다!’

윤하월은 전심전력을 청룡창에 담았다.

우우우웅!

청룡창이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 공명했다. 윤하월의 오른팔 역시 무지막지한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피부가 벗겨져 뼈가 드러났다.

다음은 생각하지 않는, 동귀어진의 각오와도 같은 일격이었다.

“크아아앗!”

비명에 가까운 기합성을 뱉으며 윤하월이 청룡창을 뻗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펼쳐지는 창신열파였다.

진백란의 천마초래가 이에 부딪쳤다.

콰지지직!

붉은 기운과 푸른 기운이 한데 어우러졌다. 그 여파로 주변의 땅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가공할 내력의 격돌.

진백란은 그러한 기운의 한가운데에서 볼 수 있었다. 윤하월의 팔이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것을.

‘몸이 버티기 힘들 정도의 기운을 몰아넣었어!’

자칫하다간 팔을 잃을 수도 있는 일. 그녀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각오였다.

그 때문일까.

그녀의 천마초래가 밀리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괴물……!’

진백란은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더 각오를 다지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며.

천마초래의 붉은 기운이 깨어졌다.

윤하월의 창강이 그녀의 피부 위로 내달렸다.

파바바바박!

창강에 난자당한 진백란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호신강기가 둘러져 있지 않았다면 문자 그대로 오체분시를 당했으리라.

땅을 널브러진 진백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윤하월은 피범벅이 된 오른팔로 청룡창을 짚었다.

“내가 이겼다.”

나직이 선언한 그가 몸을 돌렸다.

“아가씨!”

멸살독마와 마의가 튀어나갔다.

마의는 진백란을 바르게 눕힌 다음 가져온 내단으로 약을 조제하기 시작했다.

진백란의 상태는 처참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흉부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창상(創傷)이었다.

어찌나 깊은지 내장이 비어져 나왔을 정도. 그럼에도 힘겹게 숨을 잇고 있는 그녀가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좀 어떤가?”

천마가 다가와 물었다.

마의와 멸살독마는 돌아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금 돌아봤다간 그 눈빛만으로도 심장이 멎을지 모를 일이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천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러나 그렇기에 듣는 입장에선 더더욱 두려웠다.

지금 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과 같았다.

“귀도신마.”

“예.”

“다음은 네가 나가라.”

“알겠습니다.”

평소와 달리 가라앉은 표정으로 귀도신마가 나섰다. 천마의 딸이 저런 꼴을 당한 이상 마냥 즐길 수만은 없게 됐다.

‘녀석이 상대일 터인데, 즐기며 싸울 수 없다는 게 아쉽군.’

귀도신마가 피식 웃을 때, 천무맹 쪽에서 장유추가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은 십 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역시 네놈이구만.”

“노부가 아니면 누가 나올 줄 알았더냐.”

“딱히 다른 놈을 예상했던 건 아니다. 그냥 상황이 묘하게 되어서 말이지.”

“흥.”

코웃음을 친 장유추가 말했다.

“이 자리에 나온 이상은 각오했던 일 아닌가? 그게 천마의 딸이 되었든 누가 되었든 말이다. 오히려 목숨은 건졌으니 다행이라 해야지.”

“아니, 그건 아니야.”

귀도신마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이들은 누구라도 그럴 거야. 다른 이들이라면 네놈의 말이 옳다. 그러나…….”

“천마의 딸은 특별하다……는 거냐?”

“그래. 그녀는 천마의 딸이기에 특별하다. 그리고 너희는 그게 의미하는 바를 몰라.”

장유추는 귀도신마 너머의 천마를 힐긋 보았다. 그저 자신의 딸을 치료하는 모습만을 내려보고 있을 뿐인 한 사내를.

“당장 미쳐 날뛸 것 같지는 않은데.”

“모르는 거야. 저분의 심중은 나조차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저분이 정말 마음을 먹는다면…….”

“흥. 한번 홱 돌면 우리 모두를 다 쳐죽일 수도 있다는 거냐?”

장유추의 목소리엔 비웃음이 걸려 있었으나, 귀도신마는 한없이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래.”

* * *

“놈들의 위치를 알아냈다.”

흑천살이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그들은 이미 황룡성을 빠져 나온 상태였다. 그 와중에 비영대원 역시 스무 명가량 해치운 뒤였다.

그들의 실력도 결코 낮진 않았지만, 천리 밖도 꿰뚫어 본다는 흑천살의 만통안 앞에선 무의미했다.

매복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으니, 나머지는 일사천리였다.

그리고 만통안의 힘은 지금도 톡톡히 발휘되고 있었다.

천마조차도 감지 못할 거리에서 그들의 동태를 파악한다. 중원 전체를 통틀어 흑천살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살마괴가 물었다.

흑천살이 대답하기도 전에 천연살이 선수를 쳤다.

“지금 당장 쓸어버리자.”

“아니지. 놈들이 서로 싸워 지치기를 기다리는 편이 옳다.”

살마괴의 반박에 천연살은 표정을 구겼다.

“마라혈천 전부가 몰려와서는 고작 한다는 짓이 적이 지치길 기다리는 거라고? 우리가 그래야 할 정도의 겁쟁이라고?”

“신중을 기하는 것뿐이다. 천마는 그럴 만한 가치를 지닌 대상이고.”

“그러니까 더더욱 온전한 상태일 때 쳐야지! 상처 입은 천마를 잡아 봐야 무슨 의미란 말이야?”

“…….”

살마괴는 더 말을 섞지 않았다. 어차피 결정권은 흑천살에게 있었다.

흑천살은 여전히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한 다경쯤 흘렀을 때, 흑천살이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상처 입은 야수, 그리고 온전하지만 다친 자식을 곁에 둔 야수.”

“응?”

“어느 쪽이 치기 편할 것 같나?”

천연살과 살마괴는 서로를 돌아봤다.

“그야…….”

“후자 쪽 아니겠나?”

“역시 그렇겠지.”

흑천살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무언가를 단단히 각오한 모습이었다.

“천마는 아마 마지막에 싸울 테지. 그 싸움이 끝나고 나면, 그는 곧장 본진으로 돌아갈 것이다. 결착이 어느 쪽의 승리가 되든 전쟁을 일으킬 심산으로 보이니까.”

“그 말은 천마가 자신이 정한 약속을 깰 거라는 소리인가?”

“자식이 처참하게 다치는 꼴을 눈앞에서 봤으니까. 내색하진 않지만 이미 맛이 가 버린 것 같군.”

“그렇다면…….”

“천마가 싸움을 끝낸 다음에 치면 늦는다. 우리가 저기까지 가기 전에 놈이 먼저 본진에 도착할 거야.”

천연살의 입이 미소를 그렸다.

“지금 치자는 거군!”

“그래. 그쪽이 희생은 더 클지도 모르겠지만…….”

흑천살은 말끝을 흐렸다.

‘아니, 상처 입은 천마 혼자라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오히려 지금이 적기일 수 있었다. 중상을 입은 자식이란 짐이 함께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천무맹 놈들인데…….’

그들이 천마를 도울 수도 있다. 아니, 높은 확률로 연합할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물쭈물하다가 천마를 놓치면 그때가 정말 큰일이다.’

흑천살은 그렇게 확신했다.

천마를 잃은 마교가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천마가 지휘하는 마교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전자라면 자신들 마라혈천만으로도 전멸시킬 수 있다. 그러나 후자라면 오히려 천무맹과 마라혈천 쪽이 당할 공산이 크다.

천마는 그런 존재였다.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교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괴물.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에서 사냥한다.’

생각을 마친 흑천살이 일어났다.

“가자. 천마를 사냥하러.”

* * *

“크으…….”

귀도신마는 신음을 삼켰다. 그의 발아래에서는 잘려 나간 왼팔이 뒹굴고 있었다.

장유추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광천뇌도를 어깨에 얹었다.

“어떠하냐, 떠벌이 녀석아.”

“……그새 실력이 엄청 늘었구나, 칼도둑놈아. 이 몸에게 패한 뒤로 꽤나 절치부심한 모양이지?”

“물론이다. 노부의 팔을 잘라 먹었으니, 네놈 팔도 똑같이 해 줘야 인지상정 아니겠느냐?”

장유추는 광천뇌도를 땅에 꽂았다.

“뭐, 노부도 이 정도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이만 항복하고 꺼져라.”

“…….”

“노부는 최강의 절기인 천뢰강림조차 펼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네놈과 노부의 격차는 크다는 것이다.”

“…….”

“하지만 노부는 관대하니까, 네놈에게 복수의 기회를 주지. 네놈도 한 팔로 시작해라. 그런 다음 강해져서 노부에게 복수하러 돌아와라.”

“흘흘흘.”

귀도신마는 웃음을 흘렸다.

평소였다면 절반의 복수심과 절반의 감사로 장유추의 호의를 받아들였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평소와 달랐다. 한 명의 마인으로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제안은 고맙다만, 나는 아직 패하지 않았다.”

“…….”

장유추는 귀도신마의 의도를 이해했다.

“꼭 그래야겠느냐, 떠벌이?”

“시끄럽다. 떠들 힘이 있걸랑 얼른 덤비기나 해라.”

“쳇.”

장유추는 내키지 않는 듯 광천뇌도를 들었다. 싸움 자체가 너무 싱겁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목숨을 포기한 듯한 귀도신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쨌든 놈의 다음 수법은 뻔하군.’

장유추의 시선이 귀도신마를 훑었다.

‘동귀어진.’

귀도신마는 귀령도를 꾹 움켜쥐었다.

‘귀령아, 미안하지만 여기가 내 무덤인가 보다.’

장유추의 예측은 정확했다. 그는 지금 동귀어진을 각오하고 있었다.

‘죽어도 곱게 죽지는 않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네놈의 나머지 팔 한쪽까지 가져가 주마!’

각오를 마친 귀도신마가 박차고 나가려 할 때였다.

“그만둬라, 귀도.”

천마의 목소리였다.

귀도신마의 발이 못 박힌 듯 멈추었다.

“패배를 인정하고 돌아와라.”

“……예.”

귀도신마는 장유추에게 고개를 숙였다.

“내가 졌다, 칼도둑놈.”

“으음.”

장유추도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귀도신마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천마는 그때까지도 진백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상처는 어느새 봉합된 뒤였다. 희미하던 맥박도 제자리로 돌아왔고 희게 질려 있던 얼굴에도 혈색이 완연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가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바꾸진 않는다.

천마는 굳은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두 번 패하고 한 번 이겼군. 이래서야 나머지 두 대결을 모두 이기지 않고는 우리의 패배가 되겠군.”

“…….”

“이번 판은 본좌가 나서겠다.”

올 것이 왔다. 모두의 시선이 검왕에게로 쏠렸다.

하지만 천마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 판 역시 본좌가 나서겠다.”

“뭐라고?”

오른팔에 붕대를 칭칭 감은 윤하월이 소리쳤다.

“이제 와서 규칙을 바꾸겠다는 거냐, 천마!”

“그렇다.”

“그걸 우리가 용납할 것 같은가!”

천마가 물끄러미 윤하월을 쳐다봤다.

“용납하지 않는다면?”

“……뭐라고?”

“너희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면 어쩔 거란 말이냐? 본좌를 막을 것인가? 본좌를 제압할 것인가? 본좌를 죽일 것인가? 본좌가 변덕을 부린들 네깟 것들이 감히 할 수 있는 게 뭐란 말이냐?”

천마가 마검 나찰수라를 뽑았다. 그리고 하늘을 향하여 들어 올렸다.

그 순간 하늘로부터 벼락이 명멸했다.

꽈르르르릉!

벼락을 맞은 나찰수라가 황금색 광채를 내뿜었다. 벼락은 그대로 나찰수라의 검신에 흡수되어 파직거리며 작렬했다.

자연검, 아니 그 이상.

초극(超極)의 영역에 들어선 중원유일의 존재, 천마가 나직이 선포했다.

“덤벼라. 그러지 않을 거라면 도망쳐라. 어느 쪽이 되었든 마교의 혈풍이 너희의 성을 무너트릴 것이다.”

정천은 주먹을 꾹 쥐었다.

심장이 폭발할 듯 쿵쾅거리고 있었다. 이런 경험은 그의 생애를 통틀어 단 두 번째였다.

처음은 진마동의 끝에서 흑색의 마룡과 마주했을 때였다.

결국 인간을 상대로는 처음이란 의미였다.

그리고 천마는 그때의 마룡에 비해 결코 약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의미로는 더 강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중원 최강……인가.’

정천의 시선이 오른팔로 향했다. 강룡검이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듯했다.

정천의 시선이 다시 일행에게 향했다. 그들 역시 무의식중에 정천을 돌아보고 있었다.

정천의 입이 열렸다.

“내가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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