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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二章 마지막 혈선 (72/146)

第十二章 마지막 혈선

제갈순이 세 사람을 안내했다. 그러는 동안 정천과 요태희는 내내 침묵을 고수했기에, 자연히 장유추의 말이 많아지게 됐다.

“천마가 직접 대전을 제의했단 말인가?”

“제가 들은 바로는 그렇습니다. 청룡문 문지기의 몸에 화살을 박아 넣고 갔다고 하더군요.”

“그 모습을 본 사람은 없고?”

“그렇습니다. 사실 천마가 직접 화살을 날렸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지요.”

그래도 과히 잘못된 추측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 거리를 단번에 주파하고 화살만 날린 채 떠날 수 있는 인물은 몇 안 됐으니까.

“그나저나 사실이라면 천무맹 수뇌들이 열불 좀 낫겠구먼.”

장유추가 껄껄 웃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자신들의 문 앞에 적의 수괴가 나타났다가 홀연히 가 버린 셈이니까.

자존심 강한 검왕이 그런 취급을 당했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으리란 건 불 보듯 뻔했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천무맹 전체가 긴장해야 할 일이지요.”

“뭐, 그렇기는 하겠네만.”

그리 말하면서도 웃는 낯을 지우지 않는 장유추였다. 애초에 그로서는 한 가지 사실만이 중요할 따름이었다.

‘다시 놈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나뿐인 오른팔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얄미운 칼 도둑놈!’

귀도신마의 얼굴을 떠올리니 절로 힘이 솟았다. 어찌나 그 얼굴을 생각했었던지, 이제는 반가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한편 정천과 요태희는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나름대로의 조사를 하던 와중에 그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건가?

—그래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놈들이 그리 쉽게 정체를 발설했을 리도 없고.

—십여 년의 시간이 걸리다 보니 어느 정도는 알게 되더군요. 물론 저 역시 상당 부분을 추측과 예상에 의존했지만요.

—좋아. 일단 그렇다는 건 전제해 두기로 하지.

정천은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팔부혈선, 놈들의 정체는 뭐지?

—그 질문보다는 다른 것을 먼저 하는 편이 나을 것 같군요.

—다른 질문을?

고개를 끄덕인 요태희가 말했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

—……좋아. 다시 묻지. 팔부혈선의 목적은 뭐지?

잠시 뜸을 들인 요태희가 대답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정천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너무나 소박한 대답이었던 것이다.

—고향이라고?

—그래요. 그들은 자신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든 것을 꾸몄어요.

얼핏 들어선 이해할 수 없는 얘기였다. 대체 그것과 그간의 일들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묻고 싶은 게 산더미 같지만 일단 이것부터 묻지. 그것과 진마동이 무슨 관계지?

이번에도 조금 뜸을 들인 요태희가 대답했다.

—간단해요. 진마동은 그들의 실패가 불러일으킨 결과였죠.

—실패라는 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시도 말인가?

—그래요.

요태희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죠. 진마동에서 나타났던 괴인들, 그들이 중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들임을.

—……그래.

그녀의 말대로였다. 무려 십 년이란 시간을 그곳에서 지내야 했던 정천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그것들이 중원의 존재가 아니란 것을.

다른 세상의 존재라는 것을.

‘그렇다는 건…….’

왠지 깨어져 있던 조각들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요태희의 설명대로라면 팔부혈선이란 자들의 정체 역시 분명했으니까.

—놈들은 다른 세상의 존재들이란 말이군.

—그렇습니다.

분명한 긍정. 그 말을 듣고 나니 정천은 왠지 허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요태희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갔다.

—그들은 긴 시간에 걸쳐 귀환을 계획해 왔어요. 그 정확한 방법이나 과정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강력한 환술과 관련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

—아마 그들은 일종의 의식을 통해 문을 열려고 했던 걸로 보여요.

—문?

—세계를 잇는 문. 중원과 그들이 왔던 세계를 연결하는 문 말이에요.

요태희의 설명이 계속됐다.

—그들은 의식을 통해 중원 어딘가에 문을 개통했던 것으로 보여요. 자세한 과정까진 모르겠지만, 한 가지가 필요했던 것은 분명해 보여요.

—그게 뭐지?

—강력한 기운의 충돌.

—강력한…… 기운?

—생각해 봐요. 지난 십여 년 전이 어떠했는지. 당신이 용검대로 있던 시기가 어떠했는지.

정천은 그녀의 말대로 해 보았다.

어려울 것은 없었다.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었으니까.

—오직 싸움.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는 일뿐이었지.

마교와 천무맹은 역사상 두 번은 없을 혈전을 벌였었다.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피를 뿌리며 죽어 갔고, 당시 멸문당한 문파만도 수백 개에 이르렀다.

—그들의 사투와 죽음이야말로 팔부혈선들이 원하는 것이었죠.

—죽음이 의식의 재료가 된다고?

—일종의 제물이라 볼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그들은 무인들의 전투와 죽음에서 원기 비슷한 것을 추출할 수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 이후는 정천도 예상할 수 있었다.

혈선들의 의식에 의해 문이 열렸다. 그러나 의식 자체는 실패로 돌아갔고, 고향으로의 길이 아닌 마수들이 득실대는 동굴이 나타나고 말았다.

그것이 바로 진마동.

용검대와 강룡단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원흉이었다.

‘그렇게 우리를……!’

정천의 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모든 것을 알게 된다고 해서 증오와 분노가 희석되진 않았다.

도리어 그것들은 정천의 몸속에서 더욱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요태희는 정천의 동태를 주시하며 설명을 이어 갔다.

—혈선들은 한 번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죠. 그들은 진마동이 열린 순간 자신들의 실수를 체감했을 거예요. 막무가내로 두 세력을 싸움 붙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요.

그들은 십 년 동안을 조용히 지내 왔다. 만들어진 화평으로 마교와 천무맹에 평화를 심어 두고서.

그리고 지금은 그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다.

—마교가 준동하게 된 것은 그럼…….

—물론 전쟁 때문이죠. 아마 그들은 이 전쟁을 통해 의식을 완성하려 하고 있을 거예요. 이번에야말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런가.

정천이 돌연 걸음을 멈췄다. 앞서 걷던 장유추와 제갈순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돌아봤다.

정천은 요태희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그러시죠?”

“난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었어.”

“거짓……말?”

요태희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대주님께선 말씀하셨지. 그 누구도 믿지 말라고.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오직 우리들 자신뿐이라고. 대주님께서 장로들의 결정에 큰 반감을 가졌던 건 사실이지만, 그 배후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세심한 분은 아니셨지.”

“정천 소협.”

“그분의 부탁을 받았다고? 그래서 십여 년 동안 조사를 해 왔다고?”

파밧!

강룡검이 정천의 오른팔 위로 치솟았다.

“그것만으로도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나? 그들의 정체, 그들의 의도와 목적까지 모두 알 수 있나?”

“분명 추측한 부분이 많다고 했을 텐데요?”

“추측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지. 하지만 당신은 그런 것들까지 무심결에 내뱉고 말았어.”

“…….”

요태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정천은 그런 그녀를 향해 강룡검을 겨누었다.

“대답해. 당신의 정체는 뭐지?”

“…….”

요태희는 침묵을 고수했다.

덕분에 상황을 미처 모르는 장유추와 제갈순만이 당황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갑자기 왜 궁후에게 검을 겨누는 건가?”

“왜 그러는 거요, 정천!”

정천은 두 사람에게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으로 요태희를 노려볼 따름이었다.

“제가 실수를 했군요.”

한숨을 내쉬는 요태희.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눈으로 정천을 응시했다.

“이제 와 숨길 것도 없겠지요. 당신이 옳습니다. 저는 화륜패 공에게 딱히 어떠한 부탁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럼 도대체 당신은 누구지?”

“저는 요태희, 궁후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틀에 박힌 듯한 대답. 미적지근한 그녀의 반응에 정천이 뭐라 말하려 할 때였다.

그녀의 전음이 정천의 뇌리를 망치처럼 때렸다.

—그리고 마지막 혈선이기도 하지요.

〖강룡검제 7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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