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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章 천마의 제안 (70/146)

第十章 천마의 제안

염신은 다행히 나머지 패잔 병력을 잘 수습했다. 천무맹 선봉대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서 황룡성으로 바삐 달아났다.

죽음의 위기를 겨우 넘긴 윤하월 역시 도중에 그들과 합류하여 귀환했다.

그 소식을 들은 천무맹은 상갓집이라도 된 듯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사망자와 행방이 묘연한 자가 도합 천이백.

불과 반나절도 안 되는 동안 병력이 반 토막이 나 버렸다.

분전이라도 펼쳤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전투의 내용 역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멸살독마가 있었단 말인가. 철절삼마의 한 명이 선봉이었단 말인가.”

제갈현은 괴로운 듯 몸을 떨었다. 어느 정도 패배를 각오했던 그였지만 이 정도까지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 벌이조차 할 수 없었는가.”

그의 대응은 애초부터 울며 겨자 먹기였다.

새 맹주가 뽑혔던 만큼 천무맹엔 안정화를 위한 여유가 필요했고, 그랬기에 청성파와 종남파를 버림 패로 쓰고 말았다.

그러나 반나절의 시간조차 벌지 못했다.

군사로서는 천 명의 죽음보다도 그 사실이 더욱 가슴을 찔렀다.

“으음.”

맹주인 검왕 역시 침음만 할 따름이었다. 남궁운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기만 했다.

“본좌의 실책이오.”

침음하던 검왕이 입을 열었다. 제갈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들을 상대함에 절충의 여지가 있으리라 생각했던 저의 잘못입니다.”

“대책을 생각하는 건 군사지만 그것을 택하는 건 본좌지. 대패의 책임은 본좌에게 있소.”

검왕은 순순히 인정하며 남궁운을 돌아봤다.

“그렇지 않은가?”

“음.”

남궁운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쓴웃음을 지은 검왕이 다시 좌중을 둘러봤다.

“오늘 이 자리에서 동지들께 선언하지. 이제 다시는 패배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리겠소. 신생 천무맹의 패배는 오늘로 종언을 고할 것이오.”

자리에 모여 있는 각 문파의 문주들은 미적지근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하기야 아무것도 보여 주지 못한 채 말로만 공언한들 무슨 의미일까.

검왕도 그걸 잘 알았기에 그들을 책망하지 않았다.

“다음 전투엔 본좌가 직접 나서지.”

“그건 안 됩니다.”

제갈현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맹주님은 천무맹 최강의 전력이지만, 동시에 모든 마교도들이 노리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섣불리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셨다가 예기치 못한 흉수에 당하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그 말을 뒤집어 보자면, 본좌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갈현의 말은 검왕의 자존심을 찌르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문주들이 숨을 죽인 채 두 사람을 지켜봤다.

제갈현은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맹주님.”

“군사.”

“맹주님의 자부심은 이해합니다. 수십 년을 쌓아 온 무예라면, 그에 준하는 자존심이 따르는 것도 인지상정이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전쟁입니다. 단순한 개인의 무예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싸움과는 다릅니다.”

검왕의 미간에 골이 파였다. 그는 팔짱을 낀 채로 군사에게 물었다.

“그러면 좋은 방도가 있나?”

제갈현은 솔직하게 말하려고 했다. 정천이 말했던 것처럼 숫자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지금은 자존심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 전, 갑작스레 문이 열리며 비영대주 비목이 들어섰다.

“군사, 이것을.”

비목이 들고 온 것은 핏빛으로 물든 서신이었다.

그것이 본디 흰색 비단이며, 천무맹 무인의 피로 물들었다는 것을 안 문주들이 인상을 구겼다.

“이게 뭔가?”

“오늘 아침 청룡문 문지기 중 하나가 화살에 맞았습니다. 그 문지기를 맞힌 화살에 묶여 있던 서신입니다.”

“오늘 아침이라고?”

제갈현이 놀란 눈을 했다.

비영대가 관찰한 바로는 마교 선봉대는 아직 황룡성에서 사흘 거리에 있었다. 마교 본대는 당연히 그보다 멀리 있고.

그런데 오늘 아침에 화살을 맞았다는 것은…….

“사흘 거리를 단번에 주파할 수 있는 인물이 날렸다는 소리일 테지.”

검왕의 결론이었다.

“이리 줘 보게.”

검왕은 제갈현이 아직 읽지도 않은 서신을 낚아채듯 빼앗았다.

“으음.”

검왕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서신 맨 끝에 찍혀 있는 인장을 보았던 것이다.

천령인(天令印). 하늘의 명령이 담겨 있다는 의미를 지닌 오만함의 극치.

이것을 쓰는 사람은 중원을 통틀어 한 명뿐이었다.

“놈이 보냈군.”

“놈이라 하심은……?”

“천마.”

짤막한 대꾸에 문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검왕은 다시 시선을 올려 서신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이윽고 그의 이마에 핏발이 섰다.

“건방진 놈!”

파삭.

검왕이 발한 살기에 바로 앞 탁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제갈현은 깜짝 놀라서 그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그렇습니까?”

“직접 읽게!”

검왕이 던지다시피 한 서신을 받아 든 제갈현이 내용을 읽었다. 잠시 후 그의 표정 역시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서신의 내용은 간단했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결코 간단하지 않았지만.

본좌는 천무맹과 황룡성을 재로 되돌릴 것이다. 그러나 너무 압도적이고 싱거운 싸움은 그간의 갈증을 채울 수 없을 터.

이에 본좌는 정파 무림인들에게 제안한다. 각 진영의 대표 다섯을 위시로 한 비무회를 개최할 것을.

방식은 간단하다. 양측 무인들이 차례로 나와 싸운다. 세 판 이상을 이기는 쪽이 승리한다.

너희가 이길 경우 본좌는 한 달 동안 너희를 공격하지 않겠다. 물론 그 한 달 뒤엔 정파무림의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한 달을 더 살아남을지, 지금 당장 죽음을 택할지.

선택의 너희의 몫이다.

“진검운!!”

천마의 본명을 내뱉은 제갈현이 서신을 좌우로 당겨 부욱 찢어 버렸다. 검왕보다도 격한 반응에 문주들이 화들짝 놀랐다.

“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그러시오?”

“군사, 말씀을 좀 하시구려.”

문주들의 물음에 제갈현은 매몰차게 대꾸했다.

“들으실 것도 없소! 수준 낮고 저열한 협박일 뿐이니 말이오.”

“군사, 그렇지는 않다고 보네만.”

남궁운이었다.

“정말 단순한 협박이었다면 자네가 그리 화를 낼 리가 없겠지. 저열한 도발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바로 만통지재 아니던가.”

“저는…….”

제갈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나마 흥분했던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가 입을 열지 못하자 검왕이 대신 말했다.

“천마가 비무대전을 제안해 왔소.”

“비무대전!”

“대표를 선발하여 싸우자는 것입니까?”

“그렇소. 그 제안하는 방식이란 게 실로 오만하기 짝이 없더군. 다섯 명의 대표를 선발하되, 우리가 승리할 경우 한 달의 말미를 준다더군.”

“한 달의 말미?”

문주들이 어리둥절해하자 검왕이 덧붙였다.

“죽음을 각오할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오.”

“……!”

“그 무슨!”

그제야 문주들도 알 수 있었다. 왜 그리도 제갈현이 분개했던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그의 감정은 그들에게도 똑같이 옮겨 붙었다.

“빌어먹을 놈들! 우리를 우습게 보아도 유분수지!”

“아무리 천마라 해도 이렇게나 오만무례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들을 필요도 없는 얘기였군!”

회의장 안이 분노로 들끓었다. 그러한 열기에서 벗어난 인물은 검왕과 남궁운 정도였다.

남궁운은 차분한 눈으로 검왕에게 말했다.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그의 말에 검왕보다도 문주들이 분개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남궁세가주!”

“놈들이 원하는 대로 놀아나겠다는 것이오?”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치욕이라는 걸 모른단 말이오?”

남궁운은 자신에게 반발하는 이들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의 눈빛에 문주들도 이내 잠잠해졌다.

자리를 빼앗겼다고는 하나 한때 천무맹의 맹주였던 사내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위축시키는 힘이 그에게 있었다.

“그대들이야말로 적의 계략에 넘어가고 있소. 마교가 가장 바라는 것이 속전속결이란 걸 모른단 말씀이오?”

“…….”

“놈들은 서전에서 승리했고 우리는 패배했소. 하물며 놈들의 빠른 진군에 우리는 아직 대응할 채비조차 갖추지 않았소.”

남궁운은 검왕을 돌아봤다. 어차피 그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그였기에.

“준비를 갖추지 않고 싸우는 것이야말로 천마가 바라고 마교도들이 바라는 것이오. 굳이 그 제안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하오.”

“저 역시 남궁세가주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제갈현 역시 의견을 합쳤다.

잠시 숙고하던 검왕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말이 일리가 있군. 게다가 놈들에게도 보여 줄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쿵!

검왕이 발을 구르니 회의장 전체가 울렸다.

“놈들이 범의 코털을 건드렸다는 것을.”

* * *

“정천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나?”

장유추의 질문.

연공실 쪽을 힐끔 돌아본 화연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직도 묵상 중이세요.”

“상당히 오래 걸린다……고 말하진 못하겠군. 남들은 한 번 폐관에 들어가면 몇 개월을 까먹는 경우도 허다하니 말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장유추였다.

며칠 전이었다면 모르되, 지금은 황룡성 전체가 술렁이고 있는 때였기 때문이다.

마교와의 서전, 그리고 패배.

소식은 삽시간에 황룡성을 휩쓸었고, 그곳의 공기를 깊이 가라앉혔다.

“이러다가 황룡성이 폭삭 망한 뒤에나 나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하는 장유추였다. 화연란은 쓴웃음을 짓고는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다녀오신 성과는 좀 있었나요?”

“음.”

장유추는 우락부락한 오른팔을 내밀어 보였다. 곳곳에 송곳에 찔린 듯한 자국이 가득했다.

“그건……?”

“무엇이겠나. 망할 활쟁이 할멈에게 당한 흔적이지.”

“누가 할멈이라고요?”

부드럽지만 날이 서린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장유추는 뜨끔해서는 허허 웃었다.

“으음, 노부가 할멈이라 했었던가?”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요.”

“잘못 들은 것이겠지, 궁후.”

“그 말은 제가 가는귀가 먹었다는 건가요?”

“으음, 그것이 아니라…….”

장유추는 그답지 않게 쩔쩔매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요태희와 그사이의 실력차는 눈에 띌 정도였기 때문이다.

“오셨어요?”

“그래요.”

화연란의 인사에 요태희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들은 요 짧은 시간 동안 대련을 하고 있었다.

물론 말이 좋아 대련이지, 거의 생사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화연란을 비롯한 화륜문 사람들은 접근조차 못하게 했고.

“그런데…….”

요태희의 뒤편을 살피던 화연란이 물었다.

“언니는 어디 계시죠?”

“그곳에 남아 있어요.”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그저…….”

요태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조금 지쳤답니다.”

“그게 조금 지친 정도라고?”

장유추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독한 사람이 많다지만 당신만큼 독한 사람은 처음 봤다. 노부나 그 계집도 독기로는 누구에게 밀리지 않는 종자들이지만…… 당신에 비할 바는 아니지.”

“어머나,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금 섭섭해요. 저는 그저 여러분을 위해 노력했을 뿐인걸요.”

“뭐,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우릴 죽도록 몰아붙이는 것도 노력은 노력이니.”

“그래서, 싫은가요?”

잠시 생각하던 장유추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는 말하지 못하겠군. 무엇보다도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거니까.”

장유추는 며칠 전을 떠올렸다.

당시의 백미련은, 보통의 활을 든 요태희에게 백초의 공방 끝에 무릎 꿇었다.

경악할 만한 사실은, 초반의 팔십초 동안은 요태희가 아무런 공격도 펼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실질적으로는 이십초 만에 진 셈이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패배였다.

백미련은 반쯤 넋이 나갔었고, 요태희는 그런 그녀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당신에겐 아직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어요. 어쩌면 내가 그걸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궁후라는 이름에 걸맞은 여유랄까. 백미련은 호승심에 차서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그 도움, 받아들이겠어.”

거기에 장유추까지 끼게 되었다. 말 그대로 얼떨결에 말려든 셈이었다.

물론 장유추로선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강해질 수 있는 기회. 무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지금까지의 전적은…….’

대략 수십 번을 싸워서 전패.

그것도 둘이 덤볐음에도 이 모양이다.

“저기 오는군요.”

요태희의 말에 장유추는 상념을 멈췄다. 과연 그녀가 가리킨 쪽에서 백미련이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었다.

휘청거리는 모습. 요태희의 말마따나 지칠 대로 지친 듯했다.

“언니?”

화연란이 걱정스런 얼굴을 했다. 장유추는 약간 변명하는 심정이 되어 설명했다.

“궁후도 독하지만 저 계집도 보통이 아니더군. 보는 노부가 질릴 정도로 덤비고 덤비고 또 덤벼들더군.”

“그거야말로 그녀의 장점이지요. 끈기가 있고 이해력도 뛰어나요. 어쩌면 십 년 내로 저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십 년이라.”

장유추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백미련 정도의 끈기와 자질로도 십 년이나 걸린단 말인가?

그러나 외관과 달리 궁후의 나이는 장유추보다도 많다. 그런 걸 감안한다면, 게다가 백미련은 이제 꽃다운 나이일 뿐.

그렇다는 건 그녀의 자질이 정말 빼어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었다.

“몸은 좀 어떻죠?”

요태희의 물음에 백미련이 이를 갈았다.

“알면서 묻는 건가?”

그녀의 옷은 곳곳에 붉은 자국이 나 있었다. 그게 누구의 피인지는 새삼 물을 것도 없었다.

“누차 말하지만 본후는 그대를 반드시 꺾어 보이겠어. 십 년? 오 년이 지나기 전에 그대를 본후의 발아래에 무릎 꿇리고 말 거야.”

“아마 힘들 거예요.”

웃는 낯으로 대답하는 요태희. 그림자처럼 항상 붙어 있는 그녀의 여유로움이 백미련은 싫었다.

“금창약이라도 가져올까요, 언니?”

화연란의 물음에 백미련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치명상은 없었으니까. 그보다 정천은 좀 어떻지?”

“오라버니는 아직…….”

백미련의 눈이 가늘어졌다.

“큰일이군. 묵상에 너무 깊이 잠겼다간 시간 가는 줄도 모를 텐데. 마교는 그렇다 쳐도 마라혈천이 공격해 온다면…….”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단언하는 듯한 요태희의 말에 백미련이 고개를 홱 돌렸다.

“어떻게 그리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지?”

“혈선들은 이 전쟁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요. 엄밀히 말해 보다 많은 이들의 죽음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지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그걸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게 뭐라고?”

백미련이 다그쳤지만 요태희는 고개를 저었다.

“자세한 얘기는 정천 소협이 나온 뒤에 하겠어요. 사실 이 얘기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그일 테고요.”

“마라혈천인 본후보다도 말인가?”

“마라혈천이라 해도 당신 역시 결국은 중원의 무인일 뿐. 이계(異界)를 경험했던 정천 소협과 같을 수는 없답니다.”

“이계……라고?”

낯선 단어에 백미련이 주춤했다. 화연란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묵묵히 듣고만 있던 장유추가 지적했다.

“마치 궁후, 당신 역시 정천과 비슷한 부류인 양 얘기하는군. 당신은 우리들과는 다르다는 건가?”

그의 말에 요태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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