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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七章 혈선천하 (55/146)

第七章 혈선천하

검은 바다…….

남궁운은 무의식의 대양(大洋)을 부유하고 있었다.

백팔암객이 새겨 놓은 상처와 독은 아직까지도 그의 몸에 남아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의원들의 노력으로 소멸되었지만, 아직도 약간은 남아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에 맞서는 것은 그의 선천지기.

결국 최후의 순간에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스스로뿐인 것이다.

싸움은 유리하게 흐르고 있었다. 다소간의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남궁운의 몸은 독기를 해소하고 차츰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의 바다로 흘러드는 향기.

‘매화향?’

그리고 또 다른 독기.

‘광륭혈독무…… 인가?’

무의식의 바다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남궁운이 외부의 자극을 인식한 이상 무의식은 더 이상 무의식으로 있을 수 없었다.

남궁운은 꿈꾸는 듯한 기분 속에서 생각했다.

‘지독한 살기와 독기에 향긋한 매화향이라니.’

이토록 어울리지 않는 배합이 있을까 싶었다. 동시에 불현듯 흘러드는 한 가지 생각.

그는 지금 죽음에 직면했다.

“맹주에 대한 예우로써 고통 없이 보내 드리지요.”

나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대는 마지막까지도 꼭두각시의 역할만을 계속했어야 했어요. 어리석게도 그분들에게 저항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나는…….’

남궁운은 눈을 뜨려 했으나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독기를 대부분 해소했다고는 하나 그의 몸은 여전히 쇠약했던 것이다.

‘여기가 끝인가? 아무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허무한 인생이로군.’

남궁운은 담담히 죽음을 각오했다.

* * *

“어리석게도 그분들에게 저항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구절검후, 백미련의 머리칼이 검의 형상으로 뭉쳐졌다.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남궁운의 목으로 칼날을 가져갔다.

덜컹!

그 순간 문이 열리며 신형 하나가 튀어 들어왔다.

백미련으로서도 미처 예상치 못한 기습!

치고 들어온 신형으로부터 흑색의 칼날이 날아들었다.

차앙!

남궁운을 찌르려던 칼이 흑색 칼날을 막아 냈다. 그 순간 공격자와 방어자 모두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막아 냈다?’

‘잘라 내지 못했어?’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한 걸음씩 물러났다. 긴장된 공기가 침묵 속에 흘렀다.

먼저 입을 연 쪽은 백미련이었다.

“놀랍구나. 본후의 검이 잘라 내지 못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야.”

“왠지 선수를 뺏긴 느낌인데. 그 말은 내가 했어야 했는데.”

공격자, 정천은 쓴웃음을 짓고서 물었다.

“넌 뭐하는 녀석이냐? 뭐, 이 불쾌한 냄새를 보자니 대강은 짐작이 간다만.”

“금역을 들락거려 보았던 모양이구나.”

“소싯적에 제집처럼 드나들었었지.”

정천은 땀에 젖은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겼다. 그 모습을 본 백미련이 싱긋 웃었다.

“꽤나 헐레벌떡 뛰어온 모양이구나. 이 바보 같은 자가 그렇게나 너희에게 소중하던가?”

“뛰어와서 땀난 게 아니다. 어쨌든 이렇게 됐으니 널 그냥 보내 줄 수는 없겠군.”

“보내 줄 수 없다면?”

정천의 눈자위가 검게 물들었다. 흑색 기운, 수라강기가 그의 몸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내내 여유롭던 백미련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마교의? 아니, 정파의 기운도 섞여 있구나. 알 수 없는 무공이로군.”

“네 목숨을 가져갈 무공이란 것만 알면 돼.”

강룡수라마공을 펼친 정천이 손을 뻗었다.

“일단 여기서는 벗어나자.”

쿵!

어마어마한 풍압이 백미련을 덮쳤다. 잠시 풍압 자체를 갈라 버릴까 생각하던 그녀는 마음을 바꿨다.

그녀의 몸이 풍압을 타고서 밀려났다. 이윽고 나무로 만들어진 벽이 박살 나며 그녀의 몸이 바깥으로 날아갔다.

그것을 본 정천이 내심 혀를 찼다.

‘여유가 넘치는군.’

본디 그녀를 밀어내어 맹주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약간은 살기를 담았던 만큼 타격 역시 주려고 했었는데…….

‘효과가 없었다.’

백미련은 물놀이하는 어린아이처럼 바람을 탔을 뿐이다. 타격은커녕 재미만 봤을 터.

정천이 뒤를 따라 나가자 곧장 세 개의 검기가 날아들었다.

“흥!”

정천은 수라강기를 두른 양팔로 검기들을 쳐냈다. 궤도가 뒤틀린 검기가 나무들을 잘라 내며 날아갔다.

‘튕겨졌음에도 이 정도 위력이라고?’

정천은 약간이지만 질린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공력 자체만으로는 장유추나 귀도신마 이상임이 분명했다.

검기를 날렸던 백미련도 약간 놀란 얼굴이었다.

“튕겨 냈다고? 정말 갈수록 본후를 놀라게 하는구나.”

“그건 내가 할 말이라니까.”

강룡검을 구현한 정천이 백미련을 향해 달려들었다. 백미련 역시 아홉 개의 검날 모두를 구현하고서 정천에게 쇄도했다.

차차차창!

충돌하자마자 수십 차례의 검격이 오고 갔다.

공세 자체는 백미련이 취했다. 공격 가능한 무기가 아홉 개나 되다 보니 선택의 폭도 넓었던 까닭이다.

흑적색의 검강이 사방에서 정천을 노리고 들어왔다. 정천은 강룡검을 회수하고는 몸 전체에 수라강기를 덧씌워 공세에 맞섰다.

자연히 검법이 권법으로 변했고, 날아드는 칼날이 주먹이나 팔꿈치 등과 충돌했다.

파파팍!

한순간 두 사람의 몸이 떨어졌다.

정천의 팔뚝에서는 선혈이 뚝뚝 흘렀다. 그것을 본 정천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놈의 머리카락이…… 뭐, 검강을 실어 놓았으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백미련의 얼굴에서도 여유가 사라진 뒤였다.

“이제야 알 것 같군. 마철이 실패한 원인은 바로 너일 테지?”

“잘 알아봤군. 네가 백운신을 죽였나?”

“잘 알아보았다.”

“그렇다는 건 네가 혈선 놈들의 끄나풀이라는 뜻이겠군. 대체 어디서 나타난 녀석인지는 모르겠다만.”

“모른다고? 후후후.”

구절검후 백미련은 우습다는 듯 쿡쿡거렸다.

“너희의 어리석음엔 두 손을 다 들었다. 바로 앞에 해답을 두고서도 헤매는 꼴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본후가 하늘에서 떨어졌거나 땅에서 솟아났다고 생각하느냐? 먼 바다를 건너오거나 서역의 땅에서 왔다고 보느냐?”

정천은 그 말뜻을 이내 파악했다.

“금역이로군.”

“금역이노라.”

“하긴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군. 어느 정도 되는 고수들이라면 독 안개 가득한 그곳에서도 안방인 양 지낼 수 있겠지.”

백미련은 또다시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너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곳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었다고 말이다.”

“확실히 그렇군. 내가 실수를 했어.”

깔끔하게 인정을 한 정천이 나직이 덧붙였다.

“앞으로 그런 실수는 없을 테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실수를 할 기회조차 없을 테니.”

“날 죽이기라도 할 거란 말이냐?”

“그대는 본후에게 죽을 것이야.”

“꿈도 야무지군.”

정천은 다시금 강룡검을 구현했다. 조금 전과 달리 이번엔 공세 일색으로 몰아붙일 생각이었다.

“아프다고 징징거리지나 마라.”

“누가? 본후가 말인가?”

“달리 누가 있을까!”

천마보를 펼친 정천이 백미련의 정면을 점해 들어갔다. 조금 전과는 격이 다른 속도에 백미련이 거리를 벌려 물러났다.

“흥!”

정천은 한층 돌진 속도를 높였다. 그와 함께 붉은빛으로 가열되는 강룡검.

열파나락이 백미련의 바로 앞에서 폭사됐다.

콰아앙!

강렬한 열풍이 몰아쳤다. 아까 전의 풍압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압력이 백미련이 밀어붙였다.

“으……!”

백미련은 침음하면서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아홉 개의 칼날로 몰아치는 열기를 찢어발기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뒷걸음질을 쳐 물러났다.

그러는 도중, 한순간 불길을 뚫고 들어오는 신형.

‘눈속임이었나?’

그 생각이 백미련의 뇌리를 스칠 때 정천의 두 번째 검격이 뿜어졌다.

제삼검(第三劍), 폭뢰진세(爆雷進勢)!

콰과과과광!

주변의 열기를 찢어발기며 무지막지한 뇌전이 몰아쳤다. 뿜어진 뇌기는 삽시간에 주변을 집어삼켰다.

뼛속까지 저릿거리는 무시무시한 감각.

백미련은 이를 악물고서 내력을 끌어올렸다. 멍청히 있다가는 체내의 혈액까지 끓어오르게 될 터였다.

콰광!

뇌전의 폭발에서 백미련의 몸이 튕겨져 나왔다. 그녀는 땅을 구르고서 몸을 일으켰다.

“……훌륭하구나.”

백미련이 나직이 읊조렸다. 그녀의 눈과 귀, 코와 입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는 의미.

정천의 상태도 온전하지는 않았다. 폭뢰진세를 맞으면서도 백미련이 반격을 가했던 것이다.

기다란 검상이 정천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었다. 깊지는 않았으나, 그런 상황에서는 생각조차 못했던 반격이었다.

가볍게 숨을 뱉은 정천이 물었다.

“너 같은 녀석들이 몇이나 되는 거지?”

“후후후. 질리는가? 본후와 같은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두려운가?”

“웃기는 소리. 쓸데없는 데에 힘만 안 뺐어도 넌 거기 서 있지 못했다.”

“제법 허풍을 칠 줄 아는구나. 재미있어.”

소리 없이 웃는 백미련.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절세미녀의 온화한 웃음인지라, 정천으로선 더더욱 구역질이 치밀었다.

“그렇게 웃으며 백운신을 죽였나?”

“그렇다.”

백미련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복수의 감각은 참으로 쓰더군.”

“……복수라고?”

“본후의 옛 이름은 백미련이다.”

정천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녀의 한마디만으로도 대강의 상황이 짐작되었던 것이다.

“설마…….”

“그대는 우리와 혈선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겠지. 그러니 이해할 수 있겠군.”

백미련의 붉은 입술이 조곤조곤 속삭였다.

“혈선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장로들을 지배해 왔어. 때로는 막대한 부로써,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공포로써. 하지만 세상 어디에나 그런 게 먹히지 않는 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지.”

정천은 그녀가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럴 때 혈선들은 다른 방법을 택하고는 해. 그자의 가장 소중한 것을 볼모로 잡는 것.”

정천은 이를 악물었다.

“그들이 너를 볼모로 잡았다는 건가? 네 아버지, 백운신을 지배하기 위해?”

“그렇다.”

“멍청한 것!”

정천이 소리 높여 일갈했다.

어지간해선 냉정을 잃지 않는 그였으나, 지금만큼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널 볼모로 붙든 놈들에게 저항해야지, 어째서 네 아비의 목을 베었나!”

“언니가 아닌 나를 보냈으니까.”

“……뭐?”

처음으로 스스로를 ‘나’라고 지칭한 백미련이 말을 이었다.

“내겐 한 살 터울의 언니가 있었다. 혈선들은 나와 언니, 둘 중의 한 사람을 제자로 삼겠다며 내놓으라고 요구했지.”

“…….”

“아버지는 언니가 아닌 나를 택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으면서. 내가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알고 있었으면서.”

백미련의 눈가에 자그만 이슬이 맺혔다가 사라졌다.

“마침 그자를 죽이라는 혈선들의 명령이 내려왔다. 본후는 기꺼운 마음으로 명령을 이행했지.”

“어리석군.”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그 목을 도려낸 이후에야 좀 조용해질까?”

그때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제갈순이 멸마대를 불러온 모양이었다.

백미련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아쉽게 되었구나. 오랜만에 적수를 만났거늘.”

“도망칠 생각이냐?”

“그래. 가능성 희박한 일에 쓸데없이 매달릴 필요는 없으니까.”

간단히 인정을 한 그녀가 몸을 돌렸다. 정천은 그녀를 뒤쫓으려 했으나 백미련이 먼저 수를 썼다.

쉬익!

뿜어져 나온 검강 다발이 무너진 벽 너머를 목표로 날아갔다. 정천은 할 수 없이 방향을 틀어 검강을 쳐냈다.

그사이 백미련은 자취를 감춘 상태.

동급의 적이다 보니 뒤를 쫓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할 수 없군.”

정천은 추격을 포기했다.

평소라면 모를까, 모용훈의 일로 힘을 소모한 지금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었다.

‘보아하니 저 정도 강자가 한둘이 아닌 모양인데.’

입맛이 절로 썼다. 지금까지 자신이 너무 안이하게만 생각해 왔다는 게 실감됐다.

‘아무래도 마교로 향하는 것은 미뤄야 할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멸마대원들과 함께 들이닥친 제갈순이 물었다. 정천은 뚫린 벽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보면 알 거 아뇨. 습격이 있었소.”

“습격이라면…….”

“마철과 같은 무리요.”

제갈순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형님에게 말씀드려야겠군.”

“가능한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거요. 아무래도 군사부나 비영대의 손아귀를 벗어난 문제 같으니.”

정천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정파의 모든 세력이 합심해야 할 거요.”

* * *

백운신의 시신은 화산파에서 거두었다. 매화장의 문도들은 슬픔을 가슴에 품고서 그의 장례 준비에 나섰다.

장로회의가 긴급히 열리게 된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

회의는 군사인 제갈현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비밀스럽게 이루어졌다.

암흑.

촛불 하나 밝히지 않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시린 안광들이 빛을 토했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소.”

“마침내…….”

술렁이는 분위기.

어둠에 가려지긴 했으나 장로들의 얼굴엔 불안과 근심이 가득했다. 직접적으로 명령을 받는 입장이라고는 하나, 어쨌든 그들 역시 혈선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진 못했던 것이다.

하물며 이번에 백운신을 암살한 인물은 그들로서도 정보가 없었다.

그저 혈선들이 몰래 키워 온 존재란 것만을 추측할 따름.

“혈선들에게 온 이야기는 없었소?”

“전혀. 그들은 언제나처럼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있소.”

나직한 한숨이 장로들 사이에 흘렀다.

“도대체 우리들은 그들에게 있어 무엇인지 모르겠군.”

“언제든 버릴 수 있는 팻감이겠지.”

“…….”

불편한 침묵이 흘렀으나 그 말에 토를 다는 이는 없었다. 다들 내심으로는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로들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동료들의 행방불명 및 죽음. 그중 혈선들의 입김이 닿은 것은 하나뿐이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백 장로야 원래부터 반골 기질이 강했다지만, 다른 장로들은…….”

“혈선들의 짓이 아니오.”

확신 어린 어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더군다나 마교의 짓은 더더욱 아니오.”

“그렇다면 정파인의 소행이란 말이오?”

“그렇다고밖에는 볼 수 없소.”

“그 말은 곧, 누군가가 장로회의에 대적하려 한다는 말이오?”

“어쩌면 그 이상이 목적일지도 모르지.”

“……!”

묵직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들은 이미 이에 관한 익숙한 표현을 알고 있었다.

“혈선천하의 종결…… 누군가가 맹주 남궁운과 같은 생각을 품었단 말인가?”

“그러나 대체 누가 그렇단 말이오? 소림의 땡초들이? 아니면 무당의 도사 놈들이? 어느 누구도 천무맹의 절대 권력에 도전하진 못하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장로회의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인질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각 장로들은 현 중원무림의 실권을 쥐고 있는 방파들에서 선출된다. 게다가 그 면면은 문파나 세가 내에서도 절대적.

그런 이들을 포섭하고 있으니 해당 문파는 감히 천무맹에 대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이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각 문파끼리의 알력 다툼을 장로회의가 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혈선의 존재가 없을 때 효력을 발휘하는 것.

각 문파들은 혈선의 존재를 모른다. 안다고 쳐도 문주 급 인물들이나 어렴풋이 짐작할 따름이다.

당사자인 장로들은 감히 혈선에 반기를 들 수 없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들에게 약점을 잡혀 있는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문파들은 자기들도 모르는 새에 혈선들에게 충성하게 되는 셈.

지배 방식으로는 실로 효율적이고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장로들도 이에 불만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선은 혈선들에게 대적할 수가 없었고, 그들 자신에게도 떨어지는 콩고물이 상당했기에 참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어느 누군가가 장로들을 사냥하고 있다. 나아가 혈선에게 대항하려 한다.

절대적인 힘에서 지배력이 나온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혈선천하에는 이미 자그마한 균열이 생긴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장로들의 생각은 대체로 이러했다. 무엇보다 본보기로 죽임을 당한 백운신의 경우가 너무 컸다.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겠소?”

“별 도리가 없소. 당분간은 개별 행동은 삼가도록 합시다.”

어느 장로의 물음에 다른 장로가 대답했다.

“우선은 혈선들의 명령이 내려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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