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 - 서(書) 천무맹(天武盟) 일지 (1/146)

서(書) 천무맹(天武盟) 일지

—제십일대 천무맹 일지, 오 년차.

사천성 남부의 망원곡(忘怨谷)에서 기이한 괴인들이 발견됨.

최초 목격자인 나무꾼은 괴인들이 녹색의 낯에 돼지의 머리를 지녔다고 주장.

도끼나 철검으로 무장한 이들 이십여 인을 풍현검(風玄劍) 곽소가 처리. 이후 천무맹에 보고.

흉조가 일었다며 수군거리는 이들 다수 등장.

장로들은 각 문파에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당부.

—삼십이 일 후.

망원곡 근방에 머물고 있던 곽소가 참살당함.

더불어 근역의 크고 작은 마을 십여 곳이 괴인들에 의해 궤멸당함.

—삼십구 일 후.

약탈당한 마을의 생존자라 주장하는 광인이 성도(成都)에 출현.

‘십오 척 장신에 황소의 머리를 지닌 괴인’의 이야기나 ‘아가리에서 화염과 뇌전을 쏘아 내는 도마뱀’ 등의 이야기를 지껄임.

이후 관아로 이송되던 중 검붉은 피를 토하며 사망.

—오십 일 후.

천무맹 장로회의 소집.

마교에서 만들어 낸 강시들이란 주장이 대두되나 입증되지는 못함.

맹주인 검성(劍聖) 남궁운의 지시 하에 사실 확인을 위한 선발대가 조직, 파견됨.

—오십삼 일 후.

천무맹 군사 제갈현의 특명을 받은 밀사가 마교로 파견됨.

—칠십 일 후.

선발대의 전멸이 확인.

장로회의가 재차 소집됨.

—칠십이 일 후.

마교에선 망원곡의 괴인들과 자신들이 전혀 연관이 없음을 주장.

—칠십오 일 후.

마교의 철절삼마(鐵絶三魔)와 천무맹주 남궁운이 중마산(重馬山)에서 대면.

마교에서도 조사대를 파견했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 역시 전멸하였다는 것을 확인.

천무맹 설립 이후 최초로 마교와의 동맹 교섭이 이루어짐.

—팔십 일 후.

괴인들의 발원지로 보이는 동굴을 군사부 직속 수색대인 비영대(秘影隊)가 발견함.

천무맹에서는 이를 진마동(眞魔洞)이라 명명.

비영대가 진마동 근방에 패렵대라진(覇獵大羅陣)을 설치함.

마교에 대적하기 위해 창설되었던 천무맹 최강의 타격대인 용검대(龍劍隊)가 소집됨. 폭뢰검(爆雷劍) 화륜패를 위시로 한 용검대는 백 인으로 조직된 부대이며…….

—팔십오 일 후.

패렵대라진이 파괴됨. 강력한 뇌전에 의한 것으로 보임.

마교에선 협력의 의미로 강룡단(剛龍團)을 파견하겠다고 통보. 강룡단은 용검대를 상대하기 위해 조직된 마교 최강의 타격대로…….

—구십 일 후.

세 번째이자 진마동과 관련된 마지막 장로회의가 소집됨. 장로들은 진마동의 괴인들에 대적하기 위한 방법을 토론.

제기된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두 타격대를 투입하자는 것과 진마동의 입구를 봉인하자는 것.

용검대는 이날 성도에 도착. 마교의 강룡단과 조우, 합동 작전을 실시. 망원곡 주변을 순찰하며 조우한 괴인들을 전원 사살.

용검대주 화륜패는 제삼조장 정천과 부조장 모용신의 활약을 상부에 보고.

장로회의에서는 용검대의 진마동 내부 투입을 결정.

—백 일 후.

용검대와 강룡단, 진마동으로 진입.

세 시진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산사태로 인해 진마동의 입구가 봉인됨.

어마어마한 양의 토사가 주변을 휩쓸어 조사가 접근조차 불가능해짐.

—최후 기록.

이후의 귀환자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음. 수차례 조사대를 파견하였으나 진마동이 있던 위치조차 찾을 수 없었음.

장로회의에서는 잠정적으로 이상의 사건을 종결지음.

* * *

“…….”

천무맹 군사 제갈현은 먼지가 굳어 이끼처럼 달라붙은 서책의 공란을 응시했다.

백 일 이후의 일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은,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의 잔재가 거기 존재했다.

진마동 관련 천무맹 일지.

설마 이곳에 또 다른 기록을 추가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제갈현은 붓을 들었다.

내키지 않은 손길로 ‘최후 보고’라고 기록된 글씨 위에 먹칠을 했다.

그러고는 아마도 마지막이 될 일련의 보고를 공란에 채워 넣었다.

—삼천칠백이십오 일 후.

용검대 제삼조장, 정천.

홀로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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