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파괴록-183화 (183/225)

# 183

第三十七章 괴멸(壞滅) (3)

무당산에는 고수들이 많다.

무당파 자체적으로도 고수가 많고, 정사대전에 참가하기 위해 몰려든 고수도 넘쳐난다.

그들은 십마의 행위를 유심히 지켜봤다.

십마가 행하고 있는 공격은 일면 매우 사나워 보인다. 대포를 이용해서 도관을 부수고 있는 것이니 지탄받아 마땅하다. 또한 무인다운 행동도 아니다.

헌데…… 헌데 말이다.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 보자. 십마가 굳이 이런 공격을 할 필요가 있을까?

정파 고수들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십마는 무당산 산 능선에 자리해 있다.

혈천성주와 마군, 그리고 검왕에게 척살당한 패갑철마를 제외한 칠 인이 있다.

그들 칠 인이 모두 나서면 무당파는 매우 위험해진다.

솔직하게 형세판단을 하자면 무당파 전체보다도 그들 칠 인이 더 우세하다.

대포를 사용해서 질척거릴 이유가 전혀 없다.

십마가 왜 저런 공격을 펼칠까?

무당산에 운집한 고수들은 십마가 대포로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보다도 그들의 의중을 헤아리는 데 고심했다.

그러던 중, 최악의 사건이 터졌다.

검왕이 왔다!

검왕이 단신으로 무당산에 들어섰다. 그리고 정도 무인들이 투숙하고 있는 객잔에 태연히 들어가서 숙박을 한다.

하늘이 정도무림에 기회를 준 것이다.

사실, 이번 싸움은 검왕만 잡으면 끝난다. 주위에 마도인들이 수두룩하게 진을 치고 있지만…… 명색은 검왕이 무당파를 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 검왕만 제거하면 명분이 사라진다. 일단은 정도 무림이 이기고 들어간다.

확실하게 검왕을 잡아야 한다.

검왕을 잡지 못하겠거든, 최소한 동귀어진이라도 해야 한다. 검왕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리고 검왕을 죽이는 데 수단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

비겁한 수단은 검왕이 먼저 사용했다.

무인끼리 싸우는데 대포를 사용하다니. 이것은 무공으로 우열을 가르자는 태도가 아니다. 오직 상대방을 죽이는 데 목적을 둔 아주 비겁한 수단이다.

그러니 정도무림도 똑같은 수로 대응한다.

저벅!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가 묵중하게 울렸다.

앞장서서 걸어오는 사람은 무당파 장문인 운우진인(雲羽眞人)이다.

장문인과 함께 걸어오는 사람들은 각 궁(宮)의 궁주이거나 암자의 도주(道主)들이다.

현재 무당산 암자 주인들은 무당파 장문인과는 동배(同輩)다.

장문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한 시기에 입문했다. 한 사부 밑에서 같이 수학한 동문도 있고, 사부는 다르지만 항렬은 같은 동문도 있다.

그들은 현재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무당파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무인들이 앞다퉈서 길을 열어주었다. 무인들 대부분이 그들을 향해 포권지례를 취했다.

도복(道服)을 입고, 도관(道冠)을 쓰고, 손에 불진을 든 노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그들은 객잔 문을 넘어선 후에야 걸음을 멈췄다.

그들이 검왕을 본다. 검왕도 그들을 본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길이 매우 무심하다.

“오랜만이네.”

“오랜만입니다.”

검왕과 무당파 장문인이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모르는 사이가 아니다. 검왕이 검성을 위해 동분서주할 때, 서로 안면을 익혔다.

당시도 검왕은 십마와 비견될 정도로 무공이 높았다.

지금은 열반에 들고 없는 소림사 장문인을 비롯해서 수많은 명숙들이 검왕을 칭찬했다. 정도 무림에 뛰어난 후기지수(後起之秀)가 나타났다고 얼마나 반겼는지 모른다.

“소림 이야기는 들었네.”

“소식이 빠른 곳이라서 들었을 줄 알았습니다.”

“그 일, 정말 자네가 한 일인가?”

“그렇습니다.”

“이유나 알고 싶네.”

‘글쎄요. 이유가 뭘까요? 왜 소림사를 멸문시켰을까요?’

검왕도 자신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소림사를 멸문시킬 때까지만 해도 확실한 이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확신하지 못한다. 본인 자신도 회의적이다.

누군가가 소림사를 왜 멸문시켰냐고 물으면, 전에는 할 말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입이 다물어진다.

검왕이 말했다.

“장문인 목숨을 원합니다.”

“뭐라고!”

“저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장문인을 따라온 암주, 궁주들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장문인이 손을 들자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나만 죽으면 되겠는가?”

“장문인, 무슨 소립니까! 장문인께서 왜 목숨을 내놓습니까!”

“장문인, 안 됩니다!”

정작 검왕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있는데, 따라온 사람들이 소리쳤다.

장문인이 그들을 무시하고 말했다.

“검왕, 분명히 말해보시게. 나만 죽으면 이 혈겁을 멈출 수 있겠는가?”

검왕이 차분하게 말했다.

“잘 죽으시면…… 될 겁니다.”

이제 상황이 변했다.

장문인을 따라서 객잔에 들어선 사람들은 객잔 밖으로 내쳐졌다.

그들만 내쳐진 것이 아니다. 원래 객잔에 투숙했던 정도 무인들도 객잔 밖으로 물러나야만 했다.

객잔은 텅 비었다.

만일을 위해서 객잔을 철통같이 포위했지만, 객잔 안은 텅 비워놓았다.

장문인과 검왕이 독대(獨對)한다.

그들이 무슨 말을 나누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무림 중대사를 논의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잘해야 한다.

지금에 와서는 정사대전을 막을 길이 없다. 자칫 어느 한쪽이 물러서겠다거나, 죽는다는 등 이상한 말이라도 하면 당장 내쳐질 것이 분명하다.

검왕이나 장문인이나 그런 말은 하지 못한다.

반 시진이 지나갔다.

일다경(一茶頃) 정도면 대화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화가 의외로 길어진다.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 거야?”

“검왕을 죽여버리면 끝나는 일이잖아. 장문인이 물러선다고 하면 우리끼리라도 죽이자고.”

“그래야지.”

“그럼?”

“그래.”

무당파 암주, 궁주들은 장문인을 따라서 산을 내려오기 전에 밀약해둔 것이 있다.

그들은 즉시 밀약에 따라서 움직였다.

객잔 주위에 화약을 설치한다. 객잔을 통째로 날려버릴 만큼 강력한 화약을 매설한다.

객잔을 포위한 상태에서 궁수도 배치했다.

검왕은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들은 장문인이 나설 때까지 기다렸다. 장문인이 나서기만 하면 그때는…….

덜컹!

드디어 문이 열렸다. 그리고 장문인이 문밖으로 나왔다.

검왕은 따라 나오지 않았다. 장문인이 객잔을 나서는데 배웅도 하지 않을 생각인 것 같다.

“휴우!”

방문을 나선 장문인이 하늘을 쳐다보며 깊은숨을 토해냈다.

무슨 말을 나눈 것인가. 도대체 어떤 대화를 했기에 장문인이 심적 변화를 일으킨 것인가.

장문인은 산을 내려올 때만 해도 검왕을 죽일 생각이었다.

소림사 복수를 한다!

아니다. 소림사 복수를 한다는 말은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것보다는 검왕을 죽임으로써 어쩌면 정사대전을 막을 수 있다는, 많은 피가 흐르는 것을 저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희망을 가져봤다.

검왕만 죽이면 된다!

장문인은 반드시 검왕을 죽일 생각이었다.

물론 무공으로는 장문인도 검왕을 죽일 수 없다. 그 점은 명확하다. 검왕은 단신으로 십마를 두들겨 잡았다. 그것뿐인가? 혈루마옥 화천마저도 이겼다.

무공으로 검왕을 잡기는 힘들다.

그래서 장문인은…… 오직 장문인에게만 전해지는 비병(秘兵)을 집어 들었다.

무당파 비병이 세상에 나온 적은 없다. 오직 장문인에게서 장문인에게로 일인비전(一人?傳)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병을 사용하면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는 풍문이 전해질 뿐이다.

장문인은 그런 비병을 꺼내 들었다.

그래서 장문인이 검왕을 앞에 두고도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검왕과 단둘이 독대도 할 수 있었고, 검왕이 어떤 말을 하든 태연히 웃어넘길 수 있었다.

검왕이 장문인을 죽일 수 있다지만, 장문인도 검왕을 죽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결국 장문인은 비병을 사용하지 않았다.

“휴우!”

장문인이 긴 숨을 토해낸다.

“장문인, 말씀은 끝났습니까?”

회심암주(回心庵主)가 바싹 다가서며 작은 소리로 은밀히 말했다. 혹여 검왕이 들을까 봐 우려하면서.

장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가시지요.”

장문인이 주위를 돌아봤다.

암주, 궁주, 동주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서지 않는다. 문밖에서 초조한 눈빛으로 장문인을 쳐다본다. 장문인이 빨리 나오기만 고대하는 눈치다.

장문인은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직감했다.

“가세.”

장문인이 회심암주를 따라서 객잔 밖으로 걸어나갔다. 방안에 있는 검왕에게는 일별도 던지지 않고.

꽝! 꽈앙! 꽈아앙!

첫 폭발을 담이 무너지는 정도의 작은 폭발에 불과했다. 하지만 곧 작은 폭발이 대폭발로 이어졌다. 객잔 전체가 통째로 무너지는, 부서지는 큰 폭발이다.

“놈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단단히 주의해!”

“빠져나간 놈은! 빠져나간 놈, 없어!”

여기저기서 고함 소리가 터졌다.

궁수들은 바짝 긴장해서 폭발이 일어난 객잔을 노려봤다.

검왕이 설혹 날개 달린 신이라고 해도 저런 폭발 속에서는 살아남을 것 같지 않다. 검왕이 눈치가 빠르다고 해도 대폭발을 벗어나지는 못했을 게다.

장문인은 폭발을 보지 않았다. 객잔을 나서는 즉시 뒤도 안 돌아보고 산을 올라갔다. 검왕과 무슨 말을 나눴는지 모르겠지만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장문인이 염려스럽다. 하지만 지금은 검왕을 죽이는데 모든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빠져나간 놈은!”

“없습니다!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확실해!”

“확실합니다!”

“좋아! 잡았다!”

그들은 검왕이 죽었다고 확신했다.

검왕은 살지 못한다.

객잔은 삼 층으로 이루어졌다. 목재와 벽돌을 쌓아서 만든 단단한 집이다.

그런 집이 폭삭 주저앉았다.

정도 무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 잔재들을 치우고 있지만, 아직 검왕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곧 육신이 짓이겨진, 아니면 산산 조각난 시신이 드러날 것이다.

“주의해서 살펴봐! 뼈도 추리지 못했을 거니까!”

스읏! 스으으읏!

검은 그림자가 은밀하게 수림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림자는 자객이나 살수들이 사용하는 은신술(隱身術)을 사용한다. 은폐물, 엄폐물에 최대한 몸을 숨겨가면서, 주위를 의식하면서 아주 조용히 이동한다.

이동하는 모습이 누구에게도 드러나면 안 된다.

검왕이다. 그가 얼굴에 복면까지 하고, 옷도 검은 무복으로 갈아입고, 군웅들 눈을 속이면서 은밀히 빠져나간다.

장문인은 그를 위해서 하늘을 쳐다봐줬다.

장문인이 한숨을 두 번 쉬는 동안, 그는 객잔을 빠져나왔다. 더 자세히 말하면 장문인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때 모든 군웅들은 장문인을 쳐다봤다.

그들은 객잔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장문인을 쳐다봤다.

그러는 동안 그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창문을 노려보는 눈길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절정에 이른 혈영신공(血影神功)을 감지하지 못했다. 다만 눈앞에 붉은 기운이 어른거린다 싶었을 게다.

무림 말학들이 검왕의 움직임을 감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장문인이 객잔을 나설 때, 그는 군웅들 속에 섞여들었다. 군웅들은 검왕이 옆에 있는데도 알지 못했다. 복장이 다르고, 기도가 다르기 때문에 검왕이 옆에 있으리라고는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됐다. 이제 승부수는 던져졌다.

“그만! 그만해도 되겠어.”

십마도 포격을 멈췄다.

산길을 통해서 산을 올라오는 무당파 장문인의 모습이 보인다.

검왕을 죽이겠다고 우르르 몰려서 내려갔는데, 올라올 때는 장문인과 곁을 지키는 암주 단 두 명만이 올라온다.

무당파 장문인이 검왕의 뜻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장문인은 결코 산을 올라오지 못한다. 장문인이 무당파 비병을 사용했다고 해도…… 검왕을 죽이려면 장문이 역시 목숨을 내놔야 한다. 아무런 위험 없이 검왕만 죽이는 것은 불가하다.

“장문인이 올라오네? 그럼 우리도 빠져나가야지?”

“저놈들 정신없을 때 빠져나가자. 독기 오르면 피곤해져. 크크?!”

십마는 무당산에 올라선 후, 처음으로 웃었다.

검왕의 계획을 들었을 때는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무당파 장문인이 계획에 동참했으니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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