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파괴록-169화 (16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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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三十四章 불파(佛破) (4)

검왕과 십마의 연수를 깨달은 소림 무승들은 절망했다.

검왕 한 명이라면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잡겠는데, 십마까지 가세한다면 너무 힘들어진다.

검왕을 잡기 위해서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버렸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의 목숨과 검왕의 진기를 맞바꾸는 것이다.

진기소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원상회복될 진기 소진만을 바라고 목숨을 버렸다. 헌데 새로운 절정 마인들이 나타났으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아미타불! 하늘이 소림을 버리는구나.”

“나무관세음보살!”

소림 무승들은 차분하게 불호를 외웠다.

달라진 것은 없다.

소림 방장이 운명했을 때, 소림의 명성은 이미 땅에 떨어진 것이다.

소림사의 불운은 거의 확실시 되었었는데, 이제 조금 더 명확해졌을 뿐이다.

남은 사람은 소림사라는 이름과 함께 산화한다.

“이익!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마귀들 따위가!”

소림 무승이 철추(鐵鎚)를 휘두르며 십조잔괴에게 달려들었다.

무승은 작은 바윗덩이 정도의 철추를 휘두른다. 몸집도 다른 무승들보다 배는 크다. 근육도 잘 발달되어서 울퉁불퉁한 모습이 승복을 뚫고 비친다.

무승은 두말할 나위 없이 천하역사(天下力士)다.

“크크큿! 멧돼지 같은 놈!”

십조잔괴가 웃으면서 신형을 쏘아냈다.

아! 빠르다!

무승이 철추를 휘두를 때만 해도 잘하면 몇 초 다툼은 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무승이 십조잔괴를 이길 수는 없다.

십조잔괴의 무공을 보아서 아는 게 아니다. 십마라고 하면 이미 중원 무림에서는 무공을 인정한 터이고, 그들의 무공이 사문(師門)에 견주어 봤을 때 누구와 비등한지도 알게 된다.

십마는 방장과 비슷하다고 본다.

소림사 말사(末寺) 주지가 그런 마두를 상대로 해서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몇 초 다툼 정도는 생각했는데…… 십조잔괴의 신형을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손쓸 여력이 없을 것 같다.

쒸이이잇!

십조잔괴가 움직이는데 범이 움직이는 듯한 바람 소리가 난다.

퍽! 퍽퍽퍽퍽!

십조가 무승의 몸을 난타했다.

무승이 휘두를 철추는 잘려진 손과 함께 허공을 흩뿌려졌다.

십조잔괴의 십조는 칼날이다. 할퀴고, 베고, 찌르고…… 모든 초식을 구사할 수 있다.

푹푹! 푹!

심장에 구멍이 뚫렸다. 목젖이 그어졌다.

한 군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인데, 칠척거한 무승은 무려 십여 초나 얻어맞았다.

쿵!

무승이 쓰러졌다.

쒯! 컥!

짧은 바람 소리가 일어나고 무승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승은 상대방이 움직이는 것도 보지 못했다. 어디서 무엇이 날아왔는지도 알지 못한다.

느닷없이 아픔이 일어났고, 쓰러진다.

“뭐야!”

“담! 담벼락을 조심해!”

“뭐라고? 담?”

담 곁에 붙어있던 무승들이 일제히 거리를 벌렸다.

그러고 보니 담에 바싹 붙어있던 무승들이 공격당했다. 담이 무승들을 벴다.

“아미타불! 내 이리 악랄하지는 않는데, 용서하라!”

담이 불호를 외우면서 말한다.

물론 말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담에서 소리가 울려올 뿐이다.

“비형은잠! 비형은잠이닷!”

쉿! 퍽!

무승들이 경각심을 높였지만 공격은 계속되었다.

담에서 불쑥 검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담과 일 장 거리를 벌리고 있던 무승이 풀썩 쓰러진다.

거리가 무려 일 장이다.

비형은잠은 담에서 뛰쳐나와 일 장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무승이 누군지 알아챌 순간도 주지 않고 일검을 날렸으며, 즉시 담으로 돌아갔다.

“죽엇!”

파파파팟!

비형은잠이 사라진 곳에 계도가 소나기처럼 퍼부어졌다.

담이 무너졌다.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비형은잠은 없었다. 분명히 담으로 빨려들어 갔는데, 두 눈으로 보았는데, 죽은 사람이 없다.

무승들은 경악할 사이도 없었다.

쉿! 퍽!

또 한 명이 쓰러졌다.

쉿! 퍽! 쉿! 퍽!

잇달아 살수를 펼치는 무인이 있다.

흑포가 펄럭이면서 시야를 가린다. 지극히 짧은 순간에 불과하지만 온 세상이 시커멓게 변하는 순간이 온다.

‘아!’

위험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다.

퍼억!

가슴에 둔탁한 통증이 일어난다.

뭐가 잘못됐지? 내가 당한 건가? 죽는 것인가?

무엇을 깨달을 틈도 없이 쓰러진다. 어떤 병기에 당했는지, 누구에게 당한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은 온 세상이 까맣게 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온 세상을 암흑으로 만든 자가 흑포사추하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흑포사추에게 당했구나.

쓰러진 무승들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이승의 끈을 놓는다.

펄럭!

흑포가 시야를 가린다. 그리고 살수가 터진다.

십마는 양 떼 무리 속에 뛰어든 늑대와 같다.

양들이 수백 명이나 있지만 단 몇 마리의 늑대를 상대하지 못하고 쩔쩔맨다.

양 떼들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린다.

양 떼들은 죽음을 각오했다. 최선을 다해서 운명을 맞을 각오로 떠나지 않고 남았다. 그런데도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절명한다. 갈대 베이듯 푹푹 쓰러진다.

소림이 이토록 허약했나?

아니다. 그들은 아직도 남은 저력이 있다.

“진(陣)으로 응수하라!”

누군가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순간, 소림 무승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더니 열여덟 명이 한 조를 이루어 진형을 완성했다.

십팔나한진(十八羅漢陣)이다.

십팔나한진은 또 한 번 움직였다.

십팔나한진 한 개가 중앙을 점하고, 다른 다섯 개가 오방(五方)을 차지했다.

십팔나한진 여섯 개로 이루어진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이다.

소림 무승들은 백팔나한진을 세 개나 만들었다.

백팔나한진은 서로를 균형 보완한다.

백팔나한진 한 개가 몸통이 되고, 다른 두 개가 왼팔, 오른팔이 된다.

오른팔을 치면 왼팔이 움직인다. 왼팔을 치면 오른팔이 움직인다. 몸통을 치면 양팔이 움직인다.

진을 구성한 인원수만으로도 개방(丐幫)의 타구진(打狗陣)과 비교할 수 있는 대진(大陣)이다.

백팔나한진에 구성되지 못한 무승들을 십팔나한진을 유지했다. 십팔나한진에도 포함되지 않은 무승은 뒷전으로 물러나서 빈자리를 채워줄 보충 진원으로 대기했다.

소림 무승들의 표정은 차분했다.

파류류류륭!

검왕의 전신에서 붉은 운무가 피어났다.

아니, 아니…… 운무는 아니고, 기류의 흔들림이라고 해야 할까? 붉은색 같기도 하고, 색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환각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검왕이 검을 들어 올렸다.

전신에서 피어나던 기류가 검으로 흘러들었다. 검이 기류를 흡수하는 모습이다.

“음!”

신음을 흘린 사람은 소림 무승이 아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백화요녀가 흘린 신음이다.

“이거 재미있는데? 불파(不破)의 진으로 불파(佛破)를 막으려는 소림과 인세에 나타난 적이 없는 무기(無氣)로 불파의 진을 깨트리려는 검왕. 후후!”

흑포사추가 살수를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십마는 일제히 살수를 멈췄다. 그들의 임무는 잔당 소탕이지 주된 싸움이 아니다.

검왕이 주된 싸움을 하려고 한다.

스으으읏!

검왕은 검을 일직선으로 곧게 찔러갔다.

휘루루루룽!

백팔나한진이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백팔나한진을 구성한 무승들은 봉을 잡았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봉도 따라서 움직인다. 어떤 때는 하늘을 찔렀다가, 어떤 때는 검왕을 겨냥한다.

봉의 물결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검왕이 백팔나한진 속으로 뛰어들려면 몇 개인지, 혹은 몇십 개인지 모를 봉의 물결을 뚫어야 한다.

마치 회전하는 풍차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풍차는 날개 하나만 꼭 잡으면 회전을 멈출 수 있다. 날개를 돌리는 중심축을 무너트려도 된다.

백팔나한진의 중심축은 안쪽에 틀어박힌 십팔나한진이다.

돌아가는 날개를 잡으려면 밖에서 휘도는 십팔나한진을 잡아채야 한다.

백팔나한진은 그냥 회전을 하는 게 아니다.

십팔나한진이 작은 회전을 한다. 작은 회전들이 모여서 큰 회전을 일구어낸다.

한 마디로 말해서 검왕은 누구와 싸우게 되는지 모른다.

저 안쪽에 틀어박힌 사람과 싸울 수도 있다. 옆에서 돌고 있는 자와 부딪칠지도 모른다.

이들은 왜 회전을 하는가?

회전을 하면서 서로의 기와 기를 북돋는다. 서로의 기운을 상통시킨다. 그러면 본래 지녔던 진기보다 더욱 강한 진기, 두 배나 세 배 정도의 위력이 형성된다.

돌멩이의 위력은 강하다.

회전력이 실린 돌멩이는 더욱 강하다.

같은 힘이라도 돌멩이 두 개를 한꺼번에 돌리면 그 위력은 완전히 달라진다.

원래 백팔나한진은 적을 안에 가두고 척살하는 진형이다.

안에 있는 십팔나한진이 주된 공격을 맡고, 바깥에 있는 다섯 개의 십팔나한진이 경력을 보태준다.

지금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하지만 위력은 역시 강하다.

검왕은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검을 찔러간다. 그의 눈에는 백팔나한진의 강함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백팔 명이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면서 휘돌고 있는데.

십마는 서 있던 곳에서 뒤로 서너 걸음씩 더 물러섰다.

그들은 강한 충돌을 예상했다. 백팔나한진의 힘과 무기의 겨룸이다. 서로 간에 경력을 보탠 힘과 유기를 무기로 변화시켜서 검에 집중시킨 힘의 대결이다.

츠으읏!

빨갛게 달궈진 쇠가 물에 잠겨질 때 나는 소리가 났다.

타타타타탁! 타타탁! 타탁!

검왕의 검은 순식간에 십여 차례나 충돌을 일으켰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만히 서 있는 검에 목봉 수십 개가 부딪쳐 왔다. 그리고 무 베이듯 싹둑 잘려나갔다. 순간,

츠으으읏!

검왕이 검을 더 깊이 찔러넣었다. 그리고 크게 원을 그렸다. 천천히, 신중하게…… 하지만 백팔나한진이 휘돌고 있다. 부딪침이 강하게 일어난다.

“크으윽!”

신음소리를 소림 무승들 속에서 터져 나왔다.

무기가 백팔나한진을 부수는 순간이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뒤로 물러서 있던 십마가 쾌속하게 달려 나와 틈이 벌어진 공간을 비집고 들어갔다.

검왕은 힘껏 달리는 바퀴를 흔들어 놨다.

십마의 눈에는 그 빈틈이 보인다. 파고 들어가야 할 틈이 보인다. 공격할 부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크윽!”

“컥!”

한 번 뚫리기 시작한 구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백팔나한진은 서로 상호협조하게 되어 있으나 이미 좌우 축이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크게 구멍이 뚫렸다.

푸왓!

검왕이 입에서 핏물을 뱉어냈다.

무기를 펼치기는 했지만 그 역시 백팔나한진의 강력한 힘에 내상을 입고 말았다.

소림방장, 호법원주, 장경각주가 건드려놓은 내상이 더욱 심해졌다.

십마가 재빨리 백팔나한진의 틈을 비집고 들어선 것도 검왕의 상태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이 싸움을 검왕에게만 맡기면 실패한다.

지금 바로 백팔나한진을 무너트려야 한다. 벌려진 구멍이 다시 채워지기 전에…… 뒤로 빠져있는 십팔나한진과 남은 무승이 빈자리를 채우기 전에 친다.

파팟! 파파파팟!

십마는 지금까지처럼 여유 있게 공격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자신들 역시 백팔나한진에 갇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공격한다.

“크윽!”

“컥!”

비명이 매우 빨리 번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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