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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파괴록-150화 (150/225)

# 150

三十章 장사(長絲) (5)

마군은 비로소 마공관이 탄생한 비화를 눈치챘다. 마공관에 소장된 마서들이 어떻게 작성되었는지.

마공관의 마서는 마인들이 스스로 적은 것이다.

지금 자신들처럼 최후의 순간을 맞이했고,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서 무공이나마 남기고 가자고 적은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마인도 많을 것이다.

마서를 남긴 무인보다 저항하고 비웃음을 흘린 마인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마공관의 마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인들을 징치하고 빼앗은 마서라고 알려져 있는데…… 도대체 어떤 무인이 자신의 무공을 책자로 적어서 그것도 늘 품에 지니고 다니겠는가.

무공이 몸에 붙어 있다.

무공을 발전시키는 것도 몸으로 체험해 보고 이리저리 수정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자신의 무공을 비급으로 정리해 놓다니.

그것도 무려 쉰 권이 넘는…… 다시 말해서 그만큼 많은 마인들이 자신의 무공을 비급에 적어서 품에 넣고 다녔다니 이게 도대체 이해가 되는 말인가?

마공관이 실제하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식에 어긋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이해된다.

검왕은 자신의 심득을 종이에 적고 있다.

그가 마공관에서 터득한 모든 마공들, 적벽검문에서 수련한 검공들, 그리고 자신이 실전을 거듭하며 한층 발전시킨 기(氣)까지 빠짐없이 적어 내려간다.

검왕의 무공, 한 권이 탄생했다.

촌장과 자신이 적으면 최소한 당장 십마 중에 일인이 될 수 있는 마공이 남겨지는 셈이다.

무공을 비급으로 남길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글을 자신의 관점에서 적으면 안 된다. 무공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수련할 수 있게끔 평이한 문체로, 가장 쉬운 설명으로 적어야 한다.

둘째, 글 속에 담긴 의미를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

누군가가 비급을 읽고 의미를 새기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전하고자 하는 무공은 변질된다.

글에 의미를 담지 말라.

난해해서 깊은 생각을 해야만 하는 말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

땅에 사는 사람에게 구름 위의 세계를 말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을 터이니…… 그런 말은 모두 제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깊은 심득은 전해지지 않는다.

비급으로 무공을 남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

누군가가 비급만 보고 무공을 수련했다면, 그 무공은 비급을 남긴 자의 무공과 상당히 다를 것이다. 아니면 수준이 민망할 정도로 떨어지거나.

이해하지 못할 부분, 무공이 변질된 부분들을 제하고 무공을 남기면 아주 질 낮은 무공만 남는다.

비급을 남기는 것은 이토록 어렵다.

마공관의 마서는 이런 기준들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서를 적은 마인들은 누군가가 수련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것을 고려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런 것을 고려한다고 죽을 목숨이 살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들은 오직 자신의 절정 마공을 가장 잘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어서 기술했을 게다.

이해할 수 있으면 하고 할 수 없으면 말아라.

정확하게 배워도 좋고 변질되어도 좋다. 자신의 무공을 배우다가 주화입마 당해도…… 어쩌라고?

검왕은 어떤 기준으로 비급을 적고 있을까?

그때, 촌장이 말했다.

“이곳에 비급을 남긴다는 것은…… 누군가가 이곳으로 들어온다는 소리군. 안 그런가?”

“누군가는 들어올 겁니다.”

검왕이 글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마공관처럼 말인가?”

“그렇습니다.”

“마공관처럼……”

촌장이 중얼거렸다.

마공관은 기관진식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

기관진식에 능통한 사람, 무공이 높은 사람, 문제 풀기를 좋아하는 사람……

수많은 사람이 마공관에 도전했지만 쓴 잔만 들었다.

그런 도전도 검성에서 무인을 파견하여 철저하게 주위를 둘러싼 후에는 사라져 버렸지만.

어쨌든 마공관은 도저히 뚫고 싶어도 뚫을 수 없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검왕이 그런 곳을 들어간 것이다.

자신들이 갇힌 이곳,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면서 공기를 빨아들이고, 드디어 불꽂이 사라지면 공기 한 줌 남지 않을 지옥의 공간 역시 기진으로 둘려싸여 있다는 소리다.

이곳은 아무나 들어서지 못한다.

그런데…… 검왕은 어떻게 마공관에 들어갔을까?

문득 의문이 치민다.

검왕은 기관진식의 달인이 아니다. 검왕도 기관진식으로 알고는 있겠지만 기관진식을 아는 사람이 보면 어린애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검왕은 무공도 절정이 아니었다.

지금이야 말도 못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그가 마공관에 은거할 때만 해도 겨우 십마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십마를 ‘겨우’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십마 두 명이면 검왕을 눕힐 수 있었다.

즉, 검왕은 마공관을 넘볼 정도로 무공도 강하지 못했고, 학문도 깊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마공관에 들어섰을까?

마군이 물었다.

“적벽검문에 마공관을 파해하는 도결이라도 있었나?”

검왕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는 듯이. 그러다가 마군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알고, 피식 웃었다.

“풋!”

적벽검문에 그런 것이 있을 리 있냐는 웃음이다.

하기는…… 마공관은 검성과 연관이 있지 적벽검문과는 연결 고리가 없다.

“허면 검성주가!”

“후후!”

이번에는 저미한 웃음을 흘렸다.

‘아니다! 검성주도 몰랐어!’

마군은 검왕의 웃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검왕에 대해서라면 검왕의 친구보다도 잘 안다. 어쩌면 적벽검문 사형제들보다도 잘 안다.

적을 잘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검왕에 대한 연구는 매우 깊다. 언젠가는 손을 맞대야 하고, 죽여야 하니까.

검왕의 내력, 무공, 학문, 성격, 인간관계……

검왕은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겠거니와 말이나 행동으로 쏟아진 것은 모두 진실이다.

검왕은 두 번의 물음을 모두 부인했다.

마군이 물었다.

“내 질문이 의미하는 바는 알 것이니,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마공관에는 어떻게 들어갔나?”

“…….”

그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묵묵부답, 말이 없다.

분명히 들어가기는 했는데, 방법을 토설하지 않는다.

“좋아. 무슨 방법으로 마공관에 들어갔는지는 묻지 않겠어. 하지만 이것은 알아야겠지. 이곳에 들어서는 사람도 너와 같은 방법으로 들어서는 것인가?”

검왕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마군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글을 써 내려갔다.

“으음!”

마군은 침음하며 촌장을 쳐다봤다.

‘어떻게 할까요?’

마군의 눈길에 조용한 물음이 담겨 있다.

검왕은 마공관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던 곳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열쇠가 기관진식의 파해도였든, 아니면 비밀 통로를 알려주는 것이었든…… 시대를 초월해서 현음자로부터 검왕에게 건네진 무엇인가가 있다.

그러면 이곳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현음자로부터 열쇠를 건네받았고, 그 열쇠로 이곳을 열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검왕이 마공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검왕의 비급을 볼 것이며, 수련할 게다.

마군과 촌장이 비급을 남기면 그것도 본다. 수련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무 글도 적지 않는다. 무엇을 적든 적이 볼 게 뻔하잖은가.

헌데…… 마군은 촌장의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를 보았다.

‘웃!’

마군은 적이 놀랐다.

촌장이 붓을 잡아가고 있다.

스스슥! 스스스슥!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빠른 속도로 글을 써 내려간다.

검왕이 글을 쓰고, 촌장이 글을 쓴다.

누군가가 이곳으로 들어선다면 그는 적어도 두 사람의 무공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검왕이 비급을 남기는 것은 이해한다. 헌데 촌장은 왜 글을 적고 있는 것일까?

마군은 그 의미를 안다.

촌장은 검왕의 무공에 역행하는 무공을 적고 있다.

촌장은 검왕의 무공을 접해봤다. 그렇기에 검왕이 어떤 무공을 남기는지 짐작한다.

그는 그에 상응하는 무공을 남긴다.

누군가가 검왕의 무공을 수련한 후, 촌장의 무공을 접하게 되면 반드시 기혈이 역행할 것이다. 또는 그 반대로 수련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고.

촌장은 그런 무공을 적는다. 생각하면서.

검왕은 촌장이 어떤 무공을 남기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만의 무공을 남긴다.

마군은 붓을 들지 못했다.

자신 역시 촌장처럼 주화입마를 불러오는 무공을 적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우습다. 글을 적을 수 없다. 자신의 무공으로는 이들 발끝도 따라붙지 못한다.

두 사람의 무공을 접한 누군가가 마군이 남긴 비급을 접하면 두어 장 들춰보고는 던져 버릴 것이다.

마군의 무공도 일대를 풍미한 것이련만, 지금은 그렇게 됐다.

타탁! 타타탁!

모닥불이 타들어간다. 점점 힘을 잃어간다.

검왕이 비급을 다 적었는지 종이를 수습했다.

종이들을 잘 접어서 기름 먹인 종이로 감싼 후에 단단한 옥갑 속에 넣었다.

촌장도 같은 일을 했다.

이들은 정말 여기서 죽을 심산인가? 빠져나갈 길은 정말 없는 것인가? 검왕은 그렇다치고, 촌장이라도 살 수 있는 구멍을 찾아야 하지 않나?

검왕이 누른 혈은 매우 정교하다.

손발을 놀릴 수는 있지만 무공은 일으키지 못한다. 의념(意念)이 일어나지 않고, 어렵게 의념을 일으켰다고 해도 경맥이 감지되지 않는다.

동굴 속으로 뛰어내리면서 중독된 독의 영향이다.

검왕의 점혈은 독을 극성으로 융성시키고, 기혈을 잠재운다. 철저하게 신경이 차단되었다.

독과 점혈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움직일 수는 있으나 무공은 전개할 수 없는 지독한 경험을 하고 있다. 점점 사라져 가는 공기 속에서.

죽음밖에 없는 것인가.

검왕이나 촌장은 담담한 표정이다. 그들의 표정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죽음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윽고, 촌장이 자신이 적은 것을 옥갑 안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는 무엇을 적었나?”

“아는 것은 전부 적었습니다.”

“그게 적어지던가?”

“아쉬운 것이 많습니다. 시간이 없다 보니.”

“허허! 자네는 정말 이곳에서 죽을 셈인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은 망진(妄陣) 한복판입니다.”

“마, 망진!”

망진이라는 말에 마군이 신음했다.

망진은 그저 이름일 뿐이다. 사진(死陣)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즉, 반드시 죽을 곳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검왕은 사진이라고 하지 않고, 망진이라고 했다.

진(陣)이라는 말을 썼으니 사람 손이 탔다는 것이다.

망(妄)을 말하니 인생사가 허무하다, 죽음이 모든 것을 삼킨다는 뜻이다. 단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죽음을 말할 때, 그때 사용하는 말이 망진이다.

검왕은 그만큼 모두 죽을 것을 확신하고 있다.

“허허허!”

촌장이 웃었다.

“자네가 적은 무공을 보고 싶군.”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보시겠습니까?”

검왕이 주저없이 말했다.

“아니. 이곳은 어두워서…… 늙으면 눈이 침침해서 말이지. 자네 무공은 밝은 곳에서 보도록 하지.”

“아직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네가 짚은 혈, 풀었네.”

“알고 있습니다.”

검왕이 태연히 말했다.

촌장은 글을 쓰면서 침착하게 혈을 풀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혈을 푼다.

“그래도 독기는 남더군.”

“원래 혈을 짚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다만 삶에 대한 희망을 빨리 놓으라고 도움을 드렸을 뿐이죠.”

“헌데 말이네.”

촌장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네. 자네 죽음은 확실한 확인할 것이고. 허허허! 이번에는 현음자가 진 것 같군.”

촌장이 잔잔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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