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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파괴록-148화 (148/225)

# 148

三十章 장사(長絲) (3)

쉬이이잇!

촌장과 마군은 동굴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밑으로 내려갈 수 없고, 위로도 올라갈 수 없다. 오직 눈앞에 뻥 뚫린 공간, 함정이라고 예측되는 동굴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동굴은 음험한 장치를 설계하기가 용이하다.

각종 암기를 장치하는 것은 기본이고 독무(毒霧)나 미로(迷路) 등으로 생명을 빼앗는 경우도 많다.

동굴을 이용한 기관진식은 상당히 많이 애용된다. 그만큼 치명적이다.

슷! 스슷!

두 사람은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즉시 주변부터 훑어봤다.

시각, 어둠에 길들여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캄캄하기만 하다.

후각, 냄새 맡아지는 것이 없다. 독이 사용됐다고 해도 냄새가 나는 독은 아니다. 하기는 세상에 무취(無臭) 성질을 가진 독이 한두 개 아니니.

느낌, 아직은 기분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넓군요.”

마군이 중얼거렸다.

딱히 촌장에게 하는 말은 아니고…… 마음속 말이 음성이 되어 흘러나왔다.

그만큼 긴장했던 게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들어오는 입구도 넓었지만 안에 들어서니 마차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넓어서 갑자기 광장에라도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낭떠러지다.”

촌장이 불쑥 말했다.

“네?”

마군은 반문했다. 낭떠러지라니? 그가 보기에는 아주 넓고 큰 동굴만 보이는데.

“이 앞, 낭떠러지다. 깊지는 않은 것 같군.”

저벅! 저벅!

촌장이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마군은 즉시 촌장 뒤를 따라붙었다. 지금 촌장을 따라가지 않으면 영원히 미아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십마 중에 일인이다.

이 세상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거물 중에 한 명이다.

그런 자신이 촌장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촌장이 말한 ‘낭떠러지’를 보지 못하고 있으니.

“엇!”

마군은 몇 걸음 걷지 않아서 대경실색하며 걸음을 멈췄다.

길이 끊어졌다.

한 발만 더 내디뎠으면 촌장이 말한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했다.

‘난 보지 못했어!’

마군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이 촌장보다 약한 것은 안다. 초식, 내공……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촌장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무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눈앞에 펼쳐져 있는 절벽까지 보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왜? 왜 보지 못했을까? 주의력이 부족했나?

“혼음환상진(混飮幻像陣)이군.”

“……!”

마군은 숨이 막혀서 대꾸도 하지 못했다.

혼음환상진이 이곳에 펼쳐져 있단 말인가?

혼음환상진은 현음자가 가장 아끼던 사대절진(四大絶陣) 중에 하나라고 한다.

물론 풍문으로 들은 소리다.

혼음환상진에 걸려들면 술에 취한 사람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몸을 주체하지 못한다고 한다. 무엇에 취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몸은 제멋대로 움직이고, 머릿속은 즐거운 쾌락에 들떠있다.

그러다가 번쩍 불빛이 토해지면 스러진다.

자신이 죽는지 사는지 의식하지도 못하고 절명하는 것이다. 죽는 순간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번쩍! 꽝! 끝이다.

혼음환상진에 걸려든 사람은 자신이 진법에 걸렸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어느 한순간, 이지가 싹 사라지고 쾌락만 남는다.

즐거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술을 마시지 않아도, 쾌락을 탐하지 않아도 즐겁다.

혼음환상진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마련한 진이지만 가장 즐거운 상태에서 죽게 만든다. 죽는 사람이 죽는 순간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니 가장 편안한 죽음을 준다.

현음자는 혼음환상진을 ‘가장 인도적인 살인진법’이라도 표현했다.

그것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이 아래로 뛰어내리는 순간, 혼음환상진에 걸려든다.”

촌장이 손을 뻗어서 어둠을 만지며 말했다.

“낭떠러지는 깊지 않다. 한 사오 장 정도? 능히 뛰어내릴 수 있는 곳이고…… 흠! 아래는 평지라서 별다른 위험은 없을 듯한데…… 문제는 역시 혼음환상진이야. 흠!”

촌장이 눈을 감고 공기 냄새를 음미했다.

마군도 촌장처럼 공기 냄새를 맡아봤다. 공기 속에 무엇이 뿌려져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냄새는 맡아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촌장은 혼음환상진이 펼쳐져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뛰어내리는 동안 모든 신경을 신법에 집중해야 한다. 언제 땅에 닿을지 모르니까.”

“깊이가 사오 장 정도라고 하셨잖습니까?”

“사오 장 정도라는 거지. 정확하게 몇 장인지는 알 수 없는 거지.”

“그렇군요.”

“우리가 모든 신경을 신법에 곤두세울 때, 혼음환상진이 빈틈을 헤집고 들어선다.”

호신강기(護身剛氣)를 펼쳐야 한다.

호신강기로 전신을 보호하고, 또 한편으로는 신법에 유의해야 한다.

문제는 혼음환상진의 암습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른다는 데 있다. 만약 독무(毒霧) 같은 형태로 암습해 온다면 아무리 호신강기를 단단히 펼쳤어도 막지 못한다. 지금으로써는 독무 같은 것으로 암습해 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아이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촌장이 두 손을 깍지 껴서 우드득 소리를 울리며 말했다.

마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더 이상 증평주를 안고 위험을 감수하기는 벅차다.

그는 등에 업고 있던 증평주를 땅에 내려놓았다.

증평주는 여전히 기식이 엄연하다. 숨은 붙어 있지만 깨어나지 않고 있다. 그때,

우르르릉! 우르르르릉! 꽈앙! 꽝! 과과쾅!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듯 동굴이 흔들렸다. 매우 급박하게 요동쳤다. 뿐만 아니라 굉음도 울려왔다.

동굴이 무너진다!

“으음!”

마군은 동굴 천장을 쳐다보면서 신음했다.

만약 이곳도 무너진다면, 동굴이 무너져 내린다면 즉각 피해야 하지 않겠나.

우르르릉! 꽈앙! 꽈앙!

동굴은 무너져 내렸다. 그들이 들어왔던 입구 부분…… 정확하게 입구만 틀어 막혔다.

밖으로 나가도 나아갈 곳이 없지만, 이제는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흠!”

촌장이 침음했다.

앞선 시대 사람이지만 현음자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여기서 모두 죽을 것이라는.

쉬잇! 쉿!

촌장이 먼저 뛰어내렸다. 그리고 마군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쫓았다.

스스스스스……!

무엇인가가 피부를 촉촉이 적신다.

이슬 같기도 하고 안개 같기도 하고…… 단지 습기가 젖어든다는 느낌만 있을 뿐, 다른 감각은 일어나지 않는다.

동굴이 형성한 자연 습기인가?

퀴퀴한 냄새가 맡아진다.

곰팡내 같기도 하고, 누린내 같기도 하고…… 약간 텁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것도 깊은 동굴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맡아지는 냄새이니 특별히 경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스읏! 쉬잇!

두 사람은 바닥에 내려섰다.

촌장 말대로 낭떠러지는 깊지 않았다. 뛰었다 싶은 순간 어느새 바닥에 닿았다.

땅에 닿는 즉시 손바닥을 바닥에 대고 바닥의 특징을 살폈다.

돌, 돌, 돌…….

묵직한 돌바닥이다.

인공을 가미한 흔적은 없는 것 같은데, 매우 넓은 돌바닥이 형성되어 있다.

“우리 걸려든 겁니까?”

마군이 물었다.

촌장 말대로라면 지금쯤 혼음환상진에 걸려들었어야 한다.

촌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묵묵히 서서 주위만 두리번거렸다. 무엇을 살피는 듯. 아니다. 촌장은 암암리에 운기를 취해서 몸 상태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마군도 은근히 진기를 이끌었다.

이상이 없다. 진기가 막힘이 없이 흐른다. 어느 한 군데도 걸리지 않는다.

‘이상은 없는데…….’

촌장이 틀렸나?

마군은 촌장을 향해서 걸어가려고 했다. 촌장 옆에 있고자 했다. 헌데!

“웃!”

마군은 걸음을 내딛자마자 우뚝 멈춰 섰다. 입에서는 경악성까지 흘러나왔다.

발걸음이…… 흔들린다!

스읏!

발을 바닥에 붙이고 슬그머니 밀어봤다.

그는 일직선으로 곧장 내디뎠다. 헌데 발은…… 자신은 분명히 바닥에 발바닥을 붙이고 밀었는데, 어느새 발이 허공에 떠서 한 걸음 내딛어진다.

마군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걸린 것 같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온 소리다.

촌장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대답하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앞만 노려봤다.

마군은 움직이지 못하고 진기만 휘돌렸다.

이상이 있다. 이상한 곳이 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어디가? 어디가 잘못되었나?

일주천, 이주천…… 진기를 휘돌리고 또 휘돌려도 막힘없이 흐른다. 어느 한 군데도 이상하지 않다.

‘진기와는 상관이 없나? 그렇다면 경맥이 아닌 곳을 건드렸다는 것인데.’

마군의 생각이 근육에 미쳤다.

근육은 살이다. 신경도 함께 묻혀 있다. 하지만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살만 건드린다면? 아니다. 생각이 잘못되었다. 발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것은 신경이 손상되었다는 뜻이다. 근육이 아니고, 혈맥도 아니고 신경이다.

“등이 따끔거릴 게다.”

촌장이 말했다.

“등에 신경을 쓰면 가슴도 답답해진다. 등에 신경을 쓰지 않을 때는 느끼지 못하는 것인데, 신경을 쓰자마자 가습이 답답해진다. 마치 송곳에 찔린 듯이.”

마군은 퍼뜩 느껴지는 것이 있어서 진기를 촤르륵 독맥(督脈)으로 옮겼다.

진기가 일직선으로 치솟는다. 백회혈(百會穴)에 이른 진기가 다리 내리꽂힌다.

순으로 역으로 진기를 끌어올리고 내리꽂는다.

따끔!

등에서 통증이 일었다.

양쪽 어깨와 어깨 사이, 견갑골을 지난 곳, 등 한가운데서 통증이 치민다.

척추가 비틀린 것이다. 아니면 손상이 일었거나.

등 근육이 강직되었을 때도 이런 통증이 치밀기는 하지만 근육 강직보다는 척추 손상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등이 아프면 가슴은 저절로 답답해진다.

척추는 내장을 감싸고 있는 울타리다. 그러므로 울타리가 아프면 내장도 아프다.

심장이 답답해지는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등이 아픈 것, 척추가 아픈 것만 신경 쓰면 된다.

촤르르르르륵!

마군은 진기를 단단하게 굳혔다. 척추를 따라서, 독맥을 따라서 내려가며 굳건한 기둥을 세웠다.

임시방편이다. 척추에 손상이 있더라도 이만하면 정상인 것처럼 움직일 수 있다. 헌데,

“아!”

마군은 탄식을 토해내고 말았다.

진기로 기둥을 세워서 척추를 받쳤는데, 어느 곳이 손상되었는지 몰라서 척추 전부를 받쳤는데…… 그래도 가슴이 답답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가슴 통증이 여전하다.

척추 손상이 무마되지 않은 것이다.

마군은 촌장을 쳐다봤다.

촌장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할 것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침묵에 잠겼다.

촌장도 마땅히 해결할 방책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는 중독이 되었다. 아마도 미약(迷藥)의 한 종류인 것 같은데…… 그러나 미약은 실제로 척추를 손상시킬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앞으로 나갈 수는 있지만 혼음환상진에 더욱 깊이 빠져들 뿐이다. 더욱 안락하고 평화롭고 즐거울 게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마군은 자신이 뛰어내렸던 낭떠러지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어둠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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