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
三十章 장사(長絲) (2)
여섯 사람은 하나의 절진을 완성해냈다.
절대 두 마인이 창안한 두 가지 마공을 합일시켜서 하나의 절진이 탄생되었다.
마신천강기와 투살진기.
이 두 가지 무공은 모두 패한 전력이 있다.
마공관의 마학들은 패배자들의 무공들이다. 정도 무인이건, 기인이건 누군가에게는 패했고, 그래서 자신의 마공을 헌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공관의 마공들은 우열을 가리기도 난해하다.
조금은 낫고, 조금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마공들 사이에 월등히 뛰어난 것은 없다. 또 월등히 결함이 많은 것도 없다. 모두 비슷비슷하다.
허나 마공들은 뚜렷한 특성을 지닌다.
마공이란 사람을 마의 세계로 인도한다고 해서 마공이라 칭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마공은 인성을 버리고 마성에 취하도록 만든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인간다움을 버리고 살인마, 미치광이가 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여섯 사람이 수련한 마신천강기와 투살진기도 마찬가지다.
음악오귀와 유화아.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사정에서 마신천강기와 투살진기를 수련했고, 또 검왕에 이끌려서 어쩔 수 없이 그 마공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마공을 사용할 당시, 그들은 완벽하지 못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들을 공격한 사람은 유지자문 고수다.
평소의 그들이라면 꿈도 꾸지 못하는 절대 고수가 공격해 왔다.
그들의 부모도, 사부도 상대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초절정고수가 공격해 왔다.
그래서 그들은 천력파혈단까지 복용했다.
일대일의 승부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두 마공이 합심했다.
마신천강기가 밖을 담당한다.
투살진기가 안에서 쳐나간다.
이 전략은 두 마공의 특성을 제대로 배합한 것이다.
아주 효과적이었다.
이 전략 때문에 어설픈 마공을 가지고도 십마들 중 두 사람을 상대할 수 있었다.
마군을 상대했다.
혈천혈도 진구량을 상대했다.
한낱 산도둑에 불과했던 음악오귀가 혈천성의 성주를 상대할 정도로 강해졌다.
사실, 이 전략은 검왕이 전수한 것이다.
음악오귀와 유화아를 한곳에 몰아넣고 특성이 전혀 다른 두 마공을 전수할 때부터 세상에 출현한 적이 없는 합공이 준비되어 있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합공은 정말로 성공했다.
그래서 계속 연마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서로가 합일해서 막고 치는 과정을 반복 수련한다.
유화아가 중심에 있다.
자연히 음악오귀는 유화아의 지시를 따른다.
음악오귀는 무조건 막기만 하는 게 아니다. 유화아가 투살진기를 잘 쳐낼 수 있도록 적절한 곳에 적절한 힘으로 마신천강기를 떨쳐내야 한다.
“삼칠오이(三七五二).”
유화아가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린다.
그 정도의 중얼거림이면 알아듣기는 충분하다.
셋째는 칠의 힘으로 마신천강기를 떨쳐내고, 다섯째는 떨쳐내던 진기를 갑자기 거둬들여 이(二)의 힘으로 줄인다.
스읏!
유화아가 손을 들어 다섯째 쪽을 가리켰다.
그녀는 진기를 뻗어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전에서라면 투살진기를 쏘아냈을 것이다.
투살진기는 마신천강기를 뚫고 나가지 않는다. 마신천강기의 빈틈을 헤집고 나간다.
특성이 전혀 다른 두 무공이 상잔을 피하고 완벽한 합벽으로 치닫는다.
이렇게 진법을 운용하면 투살진기가 빠져나간 다음에도 마신천강기로 이룬 철벽은 고스란히 유지된다. 바람 한 점 스며들 수 없는 철벽이 펼쳐진다.
“일일이일(一一二一).”
이 주문은 조금 색다르다.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에게 각기 일의 힘을 주문한 것은…… 두 사람 모두 물러서라는 의미다.
첫째와 둘째가 뒤로 쑥 빠졌다.
그 순간 마신천강기가 펼쳐져 있던 곳에 투살진기가 확 펴졌다.
뒤로 빠진 두 사람은 즉시 마신천강기를 운용하여 투살진기의 뒤를 받쳤다.
투살진기는 피어났다가 스러진다.
그러나 투살진기가 사라진 후에도 그들을 둘러싼 철벽은 사라지지 않는다.
스읏! 스읏!
여섯 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퇴를 거듭하며 진기를 쏘아낸다.
여섯 명은 자신들의 병기도 놓지 않았다.
유화아는 투살진기를 쏘아내면서 검법도 병행한다. 음악오귀 역시 애병을 사용한다.
그들의 진기는 병기를 통해서 흘러나온다.
“후우!”
유화아가 깊은숨을 토해냈다.
수련을 마친다는 의미다.
실전이라면 싸움을 그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정도면 검왕도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수련이 끝나기 무섭게 넷째가 말했다.
“검왕한테는 안 돼.”
다섯째가 즉시 말을 받았다.
“넌 왜 검왕이라면 주눅부터 들고 그래. 길고 짧은 건 대어봐야 아는 거 아냐?”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 봐야 아우?”
“그럼 먹어봐야 알지! 안 먹어보고 어떻게 알아!”
“알았수. 검왕을 만나면 한 수 부탁해보지 뭐. 하지만 난 안 된다는 쪽에 한 표.”
“우리 말 난 김에 내기나 할까? 난 된다는 쪽.”
셋째가 말했다.
“그렇지? 형도 역시 된다는 쪽이지?”
“아니. 안 된다는 쪽.”
“그럼 왜 방금은 된다는 쪽에 한 표를 건 거유?”
“네가 불쌍해서.”
“뭐유!”
“너 혼자 된다는 쪽이면 네가 독박 쓰잖아. 어떤 내기일지 모르지만. 킥킥! 내가 한 팔 거들어 줄게.”
“됐소! 모두들 검왕이라면 한 풀 꺾여가지고. 검왕은 인간이 아니랍디까? 검왕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오. 우리와 똑같은. 칼에 맞으면 피가 난다고.”
“알았다. 알았어.”
첫째가 넷째를 다독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신천강기만 가지고는 무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투살진기가 합쳐지면 무적이 된다.
그들은 합공을 수련하면서 완벽함을 느꼈다.
두 마공이 공수를 전개할 때마다 완벽하다는 느낌은 더욱 진해져 갔다.
혈루마옥도 상대할 수 있다!
그러나 어쩐지 검왕에게만은 승산이 없을 듯하다.
사실은 검왕도 자신 있다. 예전의 검왕이라면 자신들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막상 검왕과 손속을 겨루게 되면 패하는 것은 자신들이 될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무조건 그런 느낌이 든다.
이런 것을 두고 패배감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검왕에게만은 자신이 없다.
“그래도 난 될 것 같아. 아냐,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넷째가 항변했다.
그 사람…… 몇 번 만나지 않았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듣지 못했다. 단둘이 이야기한 기억? 있기는 하다. 무공에 대한 말들이었지만.
그래도 그가 그립다.
그는 자신이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겠지만, 그녀는 눈만 뜨면 그를 그렸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 두 사람은 밀어를 나눴다.
어떤 때는 다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이를 낳고 오손도손 잘 살기도 했다. 그가 딸내미를 너무 편애해서 질투를 하는 모습도 그려본 적이 있다.
모두가 행복한 상상들이다.
허나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이 부딪쳐 온다.
검왕은 없다.
그녀는 검왕이 남겨준 마지막 선물을 최대한 발휘해본다.
그러면서도 검왕을 그린다. 검왕이 투살진기를 전수하면서 몽둥이로 때리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는 몹시 괴로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때가 그립다.
음악오귀와 수련이 끝나면…… 그녀는 책을 읽는다.
그녀가 책 속에 너무 깊이 파묻혀 있어서 누구도 말을 걸지 못한다. 시비조차도 그녀만의 시간은 방해할 수 없다. 방해하기가 미안해진다.
그러나 그녀는 책을 읽고 있지 않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으로는 책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오직 검왕만 그린다. 검왕과 밀어를 즐긴다.
이제 검왕은 떼어내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일종의 집착인가?
그녀는 자신이 왜 이렇게 검왕에게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녀 자신도 자신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안다.
검왕이 연인이라면 그를 그리워할 수도 있겠지만, 검왕과 그녀는 아무 관계도 아니다. 괜히 그녀 혼자 좋아서 이리 상상하고 저리 상상하는 짝사랑일 뿐이다.
헌데 짝사랑이 점점 심도가 깊어진다.
이제는 검왕의 호흡이 느껴진다. 그의 체취도 맡아진다. 그가 이불을 들추고 침상으로 들어와서 자신을 껴안는 느낌까지 생생하게 감지된다.
이 모든 것을 어찌 거짓이라고 할까.
투살진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녀는 검왕에게 집착한다. 검왕을 그린다. 그러면 그럴수록 투살진기는 그녀가 그리는 대상을 더욱 깊이 떠올린다. 대상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증상들은 또 다른 상상이 되어서 화려하게 피어난다.
이런 윤회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있다.
처음, 그녀는 투살진기를 제어했다. 검왕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도 싸봤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것을…….
검왕을 떠올리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투살진기가 영향을 미쳐서 그에게 집착한다면…… 그를 영원한 연인으로 생각하게 만든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검왕은 아무것도 모를지라도.
그래서 지금은 무방비 상태로 투살진기를 풀어놓는다.
그녀가 검왕을 생각한다. 투살진기는 그녀의 생각을 읽고 검왕이라는 대상에 달라붙는다. 그러면 또 검왕이 떠오른다. 투살진기가 더욱 강하게 달라붙는다.
모든 게 계속 반복된다.
‘검왕…….’
검왕이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잡는다. 그리고 포근하게 감싸안는다.
좋다!
헌데 묵직한 음성이 그녀만의 평화를 무너트렸다.
“무엇을 그리 골똘하게 읽고 있는 겐가?”
그녀는 미간을 확 찡그렸다.
지금 이 순간, 방해받고 싶지 않은데…… 그러나 말을 걸어온 사람이 누산이다. 검왕의 친인이며, 그녀와 음악오귀를 보살펴 주는 지인이다.
그녀가 책을 덮고 뒤돌아섰다.
“그냥 아무거나 읽어요. 잡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
“나는 책을 읽으면 잡생각이 훨씬 번성해서 아예 책을 읽지 않지. 허허!”
유화아는 마음이 들킨 것 같아서 뜨끔했다. 하지만 내색을 할 정도로 어리숙하지는 않다.
“무슨 일이세요?”
“음악오귀와의 합공은 어떤가?”
“네? 무슨 말씀이신지?”
“어느 정도나 자신 있냐는 말이지.”
“그런 말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은 있어요.”
“누구에게도?”
“네. 누구에게도.”
그녀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검왕만 제외하고요.’
검왕, 검왕, 검왕, 검왕…… 그와 손속을 마주칠 상황이 생긴다면 차라리 손 놓고 죽음을 택할 것이다. 그의 손에 죽을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
누산이 말했다.
“혈루마옥도 자신 있는가?”
“네.”
그 물음만큼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다. 자신 있다. 그녀가 말한 ‘누구에게도’라는 말 속에는 혈루마옥 고수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허허허! 좋네. 그럼 부딪쳐봐야지.”
“네?”
“내 자네 말을 믿고 혈루마옥과 부딪칠 생각이네. 다시 한 번 묻겠네만, 정말 자신 있는가?”
“혈루마옥 누구와 싸워야 되죠?”
“누구가 아니네. 특정인이 아니라 혈루마옥 전체가 될 것 같은데. 전체라면 곤란한가?”
“전체요?”
유화아가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누산의 말 속에서 지금 한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싸움이다!
무인의 본능이 피 냄새를 맡았다.
그녀와 음악오귀는 혈루마옥 전체와 싸우게 될 것 같다. 언제? 조만간! 곧!
그녀가 말했다.
“알았어요. 준비할게요. 그리고 제가 자신 있다고 한 말, 진심이에요. 마음 놓고 부딪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