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파괴록-134화 (13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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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十七章 난맥(亂脈) (4)

누산이 고비사막으로 들어갔다.

이 부분까지는 확실하게 파악된다. 누산 일행을 본 사람들이 있고, 사막을 건너기 위해 물품을 구입한 흔적도 있다.

실제로 동파(東芭)라는 마을에서 수십 일을 머물렀기 때문에 흔적이 도처에 널려 있다.

헌데 그다음부터 종적이 묘연하다.

“몇 명이나 되지?”

“글쎄요? 한 이십 명 되나?”

“이십 명은 훨씬 넘는 것 같던데? 뒤에 따라붙은 사람들도 있잖아. 오십 명은 넘을걸?”

“아! 그렇구나! 뒤에 따라붙은 사람들이 있었지! 한 오십 명쯤 될 것 같습니다.”

동파 마을 사람들은 누산 일행이 정확하게 몇 명이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이것은 대단히 희귀한 일이다.

어떤 일행이 한 마을에서 수십 일을 머물렀다면,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면면을 소상하게 파악하게 된다. 어떤 자가 편하고, 어떤 자가 까다로운지도 알게 된다.

그런데 이들은 숫자조차도 정확하게 헤아리지 못한다.

나중에 뒤따랐다는 자들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첫 번째 일행들조차도 스무 명인지 스무 명이 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누산 일행이 이곳에서 할 것은 다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것은 은밀히 감췄다.

은밀히…… 보여줄 것은 보여주면서 감출 것은 감췄다는 뜻이다.

의도적인 노출과 의도적인 감춤이 있다.

“이자는 있었나?”

촤악!

무인이 화상(畫像)을 펼쳐 보였다.

누산에 대한 인상착의다. 누산은 중원에서 상인으로 상당한 활동을 했기 때문에 그를 그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 이 사람! 있었습니다.”

촌민들은 누산을 단번에 알아봤다.

“이자 곁에는 누가 있었지?”

“아무도 없었는데요.”

“아……무도?”

“이 사람은 따돌림을 받는지 아무도 이 사람 곁에는 얼씬거리지 않았어요. 산책을 할 때도 혼자, 밥을 먹을 때도 혼자. 누가 수발드는 사람도 없었고.”

“수발드는 사람이 없었다?”

“네. 확실합니다.”

무인은 화상을 접었다.

동파 촌민들에게서 들을 것은 모두 들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들은 것들을 잊어야 한다.

누산은 시종들이 없으면 한순간도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이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아침에 일어나 얼굴을 씻는 것조차 시종들이 도와준다.

시종이 없었다면 그자는 누산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산 일행이 동파에 머물렀다는 것도 거짓이다. 누산 일행을 다른 경로를 통해서 고비로 들어섰다.

무인은 동전 열 닢을 촌민에게 건네주고 자리를 떴다.

“누산이 어디로 갔지?”

“맹세코 모릅니다.”

“그럴 리가 있나.”

“정말입니다. 정말 모릅니다.”

스릉!

검이 뽑혔다.

무림에 사는 사람들은 병장기가 매우 익숙하다. 병기에 대해서 무감각해질 때도 있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소름이 쫙 끼치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한다.

“제, 제발! 정말 모릅니다. 아, 엉뚱한 곳을 가르쳐 드리면 또 오셔서 저흴 죽일 거잖습니까. 알고 있는 것을 말해드려야 하는데, 정말 모릅니다.”

“너희가 모르면 알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 어떻게든 너희가 알아야지.”

“그, 그게 무슨 억지스런 말씀이십니까!”

“몰라도 알아야 된다는 말이다. 자, 말해봐. 누산, 어디로 갔지? 고비로 들어간 건 알잖아.”

“저희도 딱 거기까지밖에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다. 고비로 들어갔다는 것도 소문으로 들어서 알지 누가 봤다거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개방 난주(蘭州) 분타주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대답했다.

그에게 찾아와 검을 뽑은 사람은 혈루마옥 무인이다.

본인이 자신을 말한 적은 없다. 처음 보는 사람이고, 누가 언질 같은 것을 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척 보면 안다. 그를 향해 걸어올 때부터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너희들이 자랑하는 눈과 귀는 어디 있나?”

“딱히 자랑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여기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밖에 없습니다.”

분타주가 난주를 가리켰다.

난주는 좌우가 산악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론 한눈에 본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난주는 매우 크다. 하지만 특정한 목 몇 군데만 차지하고 앉아있으면 오가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볼 수 있다.

이들이 보지 못했다면 누산 일행은 이곳으로 가지 않았다.

이들이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누산이 변장을 했다거나 은밀히 산을 타고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이들은 개방 난주분타다. 이들의 이목은 평지뿐만이 아니라 산악에도 걸려있다. 이들의 이목을 피해서 난주를 빠져나갈 수는 없다.

‘난주를 지나치지 않았다면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무인은 미간을 찡그렸다.

누산을 본 사람이 없다.

동파 촌민들은 봤다고 하지만 그들이 본 것은 가짜다. 진짜를 보지 못했다.

무인들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누산 일행을 감시한다고 했다. 그림자가 항상 뒤를 쫓고 있어서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 누가 뒤쫓았는가!

아무도 없다.

개방은 진작 그를 놓쳤다.

하오문은 그들을 보지도 못했다.

촌민들은 상당수가 누산을 봤다. 누산은 특정한 경로를 거쳐서 고비로 들어갔다.

그럼 촌민들의 눈을 믿어야 하나?

무인들은 보지 못했고, 촌민들만 봤다. 개방의 눈은 촌민들에게도 걸려있는데, 묘하게도 개방도의 눈에만 띄지 않았다.

이런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혈루마옥은 누산에게 그림자를 붙였다.

헌데 그 그림자…… 그 그림자는 증평 사람이다. 허니 증평주를 만나야만 그림자를 찾을 수 있다.

혈루마옥 무인들은 상당수가 모습을 드러내면 공공연히 누산을 찾아다녔다.

그림자, 누산을 쫓고 있는 자, 우리가 왔다. 혈루마옥이 왔다. 혈루마옥이 누산을 찾는다. 허니 너도 혈루마옥 사람이라면 우리 앞에 나타나서 누산이 어디 있는지 알려다오.

그들이 몸을 숨기지 않고 누산을 찾는 데는 그림자를 끌어내겠다는 목적도 있었다.

허나 누산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증평주를 찾아야 한다.

누산을 찾기 위해서 검왕을 찾아야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누산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

“모르오.”

“알 리가 없죠.”

“…….”

“검왕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

“…….”

“도대체 아는 게 뭐예요?”

“…….”

“당신을 살려둬야 할 이유가 있나요?”

“없소.”

“맞아요. 없어요.”

스릉!

수월화가 검을 뽑았다.

누강 일행을 잡아둘 이유가 없다.

누강이 검왕과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강이 중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그래서 하오문이 죽을힘을 다해 그를 구출하는 것이라고.

누강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검왕이 어떤 목적이 있어서 누강을 구하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필요 없다.

마침, 누강을 죽여도 좋다는 전갈이 왔다.

촌장이 직접 전한 전갈…… 다시 말해서 증평과 녹천에게 맡겼던 중원을 촌장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촌장이 중원에 나왔다.

촌장의 등장은 무력시위로 표시된다.

소림사와 무당파가 일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팔팔했던 사람이 갑자기 앓아누운 것이나 진배없다.

무림은 소림사와 무당파가 왜 그러는지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 소림사와 무당파는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다. 싸움도 하지 않았다. 문파가 공격당한 것도 아니고, 나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드러누웠다.

두 문파는 봉문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봉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중원에 있는 문도들에게 일제히 귀문 명령을 내렸다.

소림사 승려들이 절로 돌아간다.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길을 재촉한다.

무당파 도인들도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더욱 웃기는 것은…… 소림사와 무당파가 알지 못할 행동을 하고 있는데, 정보가 가장 방대하다는 개방에서는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방은 이미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

촌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직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촌장은 이미 무림 전체를 손아귀에 넣고 있다. 유혈을 흘리지 않고도.

촌장은 죽일 사람만 죽인다.

촌장은 늘 말해왔다. 중원인을 모두 죽이면 누구를 부리겠냐고. 중원 무림을 말살시키면 누구에게 존경을 받겠냐고. 누구와 비무를 하겠냐고.

하인이 있어야 주인도 있는 법이다.

하인을 모두 죽여버리면 주인들끼리 싸워야 한다. 일을 하는 사람과 사람을 부리는 사람으로 나뉘기 위해서.

중원인들은 혈루마옥의 혈란을 예상했을 게다.

혈루마옥이 저주를 푸는 날, 중원은 피바람에 휘감길 것이라고 예단했을 것이다.

중원이 이기느냐, 혈루마옥이 이기느냐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일단은 중원과 혈루마옥이 싸우게 된다. 아주 강한 창과 창이 마주친다.

피가 튀고 시신이 난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헌데 지금은 어떤가? 조용하지 않은가? 혈루마옥이 중원에 들어섰지만 누가 싸우고 있는 줄이나 아나?

초반, 피바람을 일으켰다.

허나 그것은 혈루마옥이 중원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리는 전조에 불과하다.

혈루마옥의 힘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그 힘은 적벽검문을 몰살시킴으로써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래도 중원은 투항하지 않는다. 만약 싸움을 걸어오면 처절하게 싸울 생각이다.

모두들 이런 싸움을 예상했다.

하지만 촌장은 달리 싸운다. 싸우지 않고 이기며, 자신이 짓누른 자들에게서 완벽한 복종을 받아낸다.

그 첫걸음이 이미 시작되었다.

수월화에게 던져진 명령도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누강을 확보하라는 지시는 온데간데없다. 그 명령은 누강을 죽이라는 명령으로 바뀌었다.

누강과 음사를 죽인다.

하오문의 졸개들도 모두 죽인다. 앞을 막는 자는 모두 죽인다. 지금은 그래도 된다.

수월화가 누강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누미를 화천에게 준 목적이 뭐예요?”

“사람을 어떻게 준단 말이오. 그 일은 알다시피 화천이…….”

“됐어. 쓸데없는 이야기는 지겨워. 당신은 그 일도 알지 못하는 것이고. 당신은 정말 아는 것이 없네.”

“…….”

누강은 할 말이 없었다.

누미를 화천에게 주었다니? 이 여자,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누미가 화천 아이를 낳은 것은 알아요?”

“아이를! 누미가 말이오?”

“아이를 낳았어요. 그 아이 덕분에 우리는 마옥의 저주를 풀었고, 이렇게 중원에 나올 수 있었죠.”

“아! 그런 일이…….”

수월화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누강, 이자…… 절대로 어떤 일을 할 자가 아니다. 어떤 일을 맡은 적도 없다. 이자는 산골짜기에 처박혔다가 이제 막 튀쳐 나온 산인과 다를 바 없다.

허면 검왕은 왜 이자를 그토록 중히 여겼는가?

날수통으로 누강을 구해줬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하오문을 움직였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하오문은 누강을 혈루마옥의 감시로부터 빼내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했다.

하오문은 대가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누강을 빼내면 혈루마옥과 척을 질 것이라는 것쯤은 불 보듯 뻔한데…… 그런데도 누강을 구했다. 십절소악은 하오문주의 비밀병기다. 헌데 그를 보냈다.

누강을 빼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다.

도대체 검왕이 지불한 것은 무엇인가.

왜 그토록 누강을 중히 여겼는가.

수월화는 검을 뽑았지만 선뜻 검을 쓰지 못했다.

아무 필요도 없는 자라고 생각하면서도 검을 쓸 수가 없었다. 죽일 수가 없었다.

‘음!’

수월화는 침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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