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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파괴록-105화 (10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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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十一章 운집(雲集) (5)

눈썹 한 올 깜짝이지 않고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귀에게는 도덕이 통하지 않는다. 공존을 위한 윤리는 한낱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마인이라도 사람인 이상 회개할 기회는 주어야 한다.

마인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변하지 않는다. 마인을 한 시진 살려두면 한 명이 죽고, 두 시진 살려주면 두 명이 죽는다. 마인은 오로지 죽이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

검성은 첫 번째 생각을 구현하기 위해서 옥(獄)을 만들었다.

마인들을 죽이지 않고 생포해서 투옥시킨다. 불심(佛心)을 배양시킨다. 살인본능을 죽이도록 노력한다.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심성을 변화시켜나간다.

두 번째 생각을 구현하기 위해서 비형대를 준비했다.

피는 피로, 마(魔)는 마(魔)로.

살인이 즐겁다는, 그래서 살인을 하지 않고는 잠을 자지 못한다는 마인들을 양성한다.

세간에서 지칭하는 마인과 비형대가 다른 점은 통제다.

비형대는 철저하게 통제된다. 지정한 대상자만 죽인다. 오로지 목표만 제거한다.

검성은 철저하게 통제된 마인들을 양성하는 데 성공했다.

비형대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 명령은 어떤 것보다도 앞서는 최우선의 가치다.

명령이라면 군대를 말할 수 있는데, 군대는 인지(認知)에 의해서 명령을 받는다. 명령을 수행해야만 하는 약간의 압박도 존재하지만, 인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비형대는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각인되어 있다.

철이 들 무렵부터 세뇌당하기 시작해서 평생을 오직 하나, 명령 수행이라는 각인만 새기며 살아왔다.

한 마디로 살인도구다.

비형대는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다. 물건이 아니되 살인도구다.

비형대는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무림은 비형대라는 존재를 모른다. 검성이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검성은 왜 완벽한 비형대를 만들어 놓고도 쓰지 않았을까?

자신이 없었다.

비형대를 중원에 풀어놓았을 때, 저들의 살인본능을 일깨워 놓았을 때…… 마인이 제 본성을 찾았을 때 찾아올 후환이 두려웠다. 예상치 못했던, 아니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는 예감이 현실로 돌아올까봐 두려웠다.

살인본능은 명령체계를 한순간에 무너트릴 수 있다.

지금은 검성의 통제를 받고 있지만, 살인본능이 극점에 이르면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할 게다. 그러다가 종래는 어떤 마인도 따라올 수 없는 대마인이 될 게다.

혈천성보다 더 완벽하고, 강한 조직력을 가진 마인 집단이 등장하는 게다.

검성은 그런 점이 두려워서…… 비형대가 변질될 것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변질된 비형대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래전에 비형대를 준비해놓고도 쓰지 못했다.

“섯!”

“네놈들도 말을 하는군. 예상 밖이야.”

“뭐라고?”

“다짜고짜 병기부터 휘두를 줄 알았는데.”

“후후후! 시비 걸려고 왔는가?”

“아니, 네놈들 두들겨 패려고.”

“그냥 가라.”

스릉!

가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검이 뽑혔다.

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광이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거참 말 되게 안 듣는 종자군. 정히 죽고 싶다면 죽여주기는 하겠다만.”

스릉!

또 한 자루의 검이 뽑혔다.

백색 광채가 눈을 아린다. 너무도 밝은 광채라서 비정함마저 느껴진다.

쒜엑! 쒜엑!

두 사람은 검을 뽑자마자 다짜고짜 검초를 펼쳐냈다.

끊어졌다가 이어지고, 이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끊어진다. 속도가 빨랐다가 느려지고, 느려지는가 싶으면 다시 빨라진다. 완급(緩急)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수십, 수백 번의 고련 끝에 얻는 초식의 흐름처럼 보인다.

반면에 다른 사람은 톡! 톡! 톡! 검을 마치 판관필(判官筆)처럼 사용한다.

검 끝으로 허공을 쿡쿡 찍는다.

검첨은 상대방의 흐름을 끊어놓는다. 완급이 시작되는 자리를 정확하게 찍는다.

“좋군.”

먼저 검을 썼던 자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올 때는 마음대로! 갈 때는 허락을 받아야지.”

쒜에에엑!

검첨으로 허공을 찍던 자가 쾌속하게 달려들었다.

“좋기는 하지만 허락을 운운할 정도는 아냐.”

물러섰던 자가 빙긋 웃으면서 검초를 쳐냈다.

방금 전처럼, 그가 공격해 왔을 때처럼 검속이 빨랐다가 느려지고, 느려지는가 싶으면 다시 빨라졌다.

검초에 완급을 섞어서 펼쳐낸다.

쾌속 일변에 비하면 검속은 다소 느리지만, 환검(幻劍) 형태를 띠기 때문에 막기가 까다롭다. 또한 이런 식으로 검초를 펼치면 평범한 검초도 매우 특이해 보인다.

쿡쿡! 쿡!

따라붙던 자가 당황하지 않고 검으로 흐름을 끊었다. 완급이 변형되는 지점을 찍었다. 헌데,

“웃!”

그가 갑자기 당황하며 뒤로 쭉 물러섰다.

물론 검초를 변형시켰던 자는 따라붙지 않았다. 승부는 이미 끝났다는 듯 웃기만 했다.

“허락을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잖아.”

“누구냐!”

“마군.”

“마, 마군!”

“가서 전해라. 마군이 비형대를 접수하러 왔다고.”

“뭐, 뭐라고!”

스릉!

방문객, 마군은 경악성을 듣지 못한 듯 태연하게 검을 접었다.

“어떠냐?”

마군이 멀어져가는 사내를 쳐다보며 말했다.

방금 전, 그와 손속을 나눴던 자는 비조처럼 야산을 뛰어넘고 있다. 험한 바위가 많기로 유명한 험산인데, 날다람쥐처럼 요리 뛰고 저리 뛴다.

“속하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중후한 음성이 마군의 물음에 대답했다.

“검초를 보는 눈이 매우 정확하던데요.”

여인도 즉각 대답했다.

“흐흐흐! 하지만 검이 너무 가볍잖아. 솔직히 너희들, 저 정도는 단숨에 무너트릴 자신이 있잖아. 왜 내숭들을 떨고 그래. 솔직히 ‘기대 이하다’하고 한 마디만 하면 될 것을.”

우렁찬 고함 소리가 두 사람의 말을 짓눌렀다.

그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굉장히 위험한 자인 것 같기도 하다. 싸우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필승의 자신은 없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굉장한 무인이다.

마군이 펼친 검초는 근래 터득한 것이다. 마공관에서 검왕에게 패한 후, 당시 검왕이 펼쳤던 일초에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초식을 창안해냈다.

혈무기를 섞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한 것이나 진배없다.

헌데도 거친 바위산을 날다람쥐처럼 넘나드는 저자는 흐름을 정확하게 끊어냈다.

비형대는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

“저런 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많으면 좋겠는데.”

칠수선자가 말했다.

“흥!”

태황도마가 거칠게 코웃음을 쳤다.

비형대는 초반에 써먹을 수 있는 도구다. 살인이 길어지면 저들은 반드시 변할 것이고…… 중반이나 종반쯤 가면 써먹을 수 있는 칼이라기보다는 잡을 수 없는 흉기가 될 게다.

결국은 자신들이 정리해야 한다.

마군이 말했다.

“백 명 이상이라고 들었다.”

“배, 백, 백 명!”

“맙소사!”

좌수비마와 백살마창이 거의 동시에 경악성을 내질렀다.

칠수선자도, 태황도마도 입을 쩍 벌린 채 할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백 명이라니! 자신들과 필적할 만한 자들이 백 명이나 있다니!

자신들은 고작 다섯 명이다. 수하들이 있기는 하지만 저들 앞에 내놓을 수 없다.

백 명 대 다섯 명.

‘꺼내면 안 돼!’

‘이건 실수야!’

거의 한순간에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이다.

비형대를 들춰내는 것은 아주 큰 실수다. 이것은 혈천성을 하나 더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들에게 필승을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마군뿐이다.

아니다. 보아하니 마군과 싸웠던 자는 겨우 문지기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저들에게도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 있을 터, 그자의 무공은 얼마나 강하겠는가.

휘이이잉!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등골을 스쳐 지나간다.

바람은 불지 않는데…… 등이 서늘해진다.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선다.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비형대를 꺼내는 것은 실수다.

일단의 무리가 바위산을 걸어 내려온다.

마군은 이들의 숫자가 백 명이라고 말했다. 아니다. 백 명이 훨씬 넘어 보인다. 얼핏 눈으로 헤아려본 것만 해도 삼백여 명이 훌쩍 넘는다.

“뭐가 이렇게 많아?”

“음!”

그들은 침음했다.

마군은 비형대에 대한 정보를 귀선부에서 들었을 게다.

귀선부의 이령이 잘못 알았나? 아니면 그동안 비형대에 알지 못할 사연이라고 생겼나?

저벅! 저벅! 저벅!

일단의 무리 중에서 늑대 가죽으로 겉옷을 만들어 입은 청년이 걸어 나왔다.

“누가 마군이야?”

청년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청년의 몰골은 매우 흉측하다. 얼굴이며, 목이며, 손이며…… 피부가 드러난 곳에는 칼자국 천지다.

청년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자들도 칼자국 서너 개쯤은 대수롭지 않게 지니고 있다.

청년의 눈은 개 눈처럼 광기로 번들거린다.

눈에 맑은 막을 덧씌워 놓은 듯 정나미 떨어지는 살기가 일렁거린다.

“광살(狂殺)인가?”

마군이 물었다.

“네가 마군? 히히! 왜 우리 애를 겁주고 지랄이셔?”

“두말하게 하지 마라. 지금 이 순간부터 본군이 비형대를 접수한다. 불만 있으면 검으로 말해라.”

“히히히! 히히!”

청년이 미친 듯이 웃으면서 광기 어린 눈으로 마군을 쏘아봤다. 그리고 즐기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의가 있을 리 있나. 검으로 말하는 것은 나중에도 할 기회가 많고…… 우선은 이곳을 나가는 게 좋겠지? 킥킥! 맑은 공기 좀 마셔보자고.”

바위산을 벗어난 후에 검을 섞어 보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위험해!’

‘이놈들…… 이미 마인이다!’

백살마창 등은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원래 그들도 마인이다. 살인본능이라거나, 마공이 몸과 정신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런 것은 원래 그들 것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들은 마인이다. 다만 더 큰 목적을 위해서 욕구를 꾹 눌러 참고 있을 뿐.

그들이 봤을 때, 비형대는 통제가 이미 풀렸다.

검성이 이들을 풀어놓지 않아도 조만간 이들 스스로 바위산을 뛰쳐나갔을 게다.

검성은 이미 비형대를 잃었다.

그러면 비형대는 왜 당장 뛰쳐나가지 않고 머뭇거리는 것일까? 왜 마군으로부터 출행(出行) 명령을 받으려는 것인가. 청년의 눈빛을 보면 마군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 같은데.

청년이 흐느적흐느적 걸어와 마군 앞에 섰다.

그가 허리를 숙여 마군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다. 턱밑을 보겠다는 듯이. 그리고 말했다.

“가자고.”

“…….”

“가자고 했잖아. 그러니까 가자고. 이의 없어. 아무 이의도 없어. 킥킥킥!”

“성주님의 말씀을 전한다.”

순간, 청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청년뿐만이 아니다. 뒤따라온 비형대 마인들도 웃음기를 거뒀다.

“성주님이 말씀하셨다. 잘 싸워라.”

“킥!”

청년이 실소를 흘렸다. 허나 눈빛까지 웃고 있지는 않았다. 눈빛에서는 칼날이 쏘아져 나왔다.

“잘 싸우라고? 킥킥! 잘 싸워주지. 암, 잘 싸워주고 말고. 킥킥! 마군이라고 했나? 더 할 말 없으면 가자고. 죽일 놈은 죽이고, 살릴 놈도 죽이고. 킥킥!”

청년이 마군을 스쳐 지나갔다.

청년은 더 이상 마군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마군은 이미 출행 명령을 전했다.

잘 싸워라!

그 날, 비형대 삼백이십육 명은 정식으로 중원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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