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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八章 태동(胎動) (3)
“뭐라…… 누가 살아있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회의 어린 음성이 울렸다.
“검왕이 살아있습니다.”
보고는 또렷했다.
“검왕이 살아있어?”
그가 되물었다. 이번에도 믿을 수 없는 듯,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그렇습니다.”
“하하하! 하하하하!”
갑자가 그가 앙천광소를 터트렸다.
보고는 신뢰할 수 있다. 사실 되물을 필요도 없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보고일 테니.
검왕이 살아있다고 하면 틀림없이 살아있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확인해보지 않았다면 결코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이지 않나.
“누가…… 누가 살린 것이냐? 어떻게?”
화천이 웃음을 그치고 물었다.
“그것이…….”
보고자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적벽검문인가?”
“아닙니다. 적벽검문은 봉문 상태입니다. 적벽검문은 검왕에게도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검왕이 찾아왔지만 적벽검문 안으로는 한 걸음도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보고하는 자가 강조해서 말했다.
“검성인가?”
“검성도 아닙니다. 검성 성주는 검왕이 살아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듯했습니다.”
“그럼 누군가!”
화천은 혈천성의 성주까지는 들먹이지 않았다.
검왕과 혈천성주는 앙숙이다. 서로 잡아먹지 못해서 으르렁거리는 사이다.
현재, 검왕의 무공은 혈천성주를 능가한다.
혈천성주는 십마의 일인으로 거론되지만, 검왕은 이미 십마를 넘어섰다. 그리고 예전처럼 십마를 보는 족족 두들겨댔다. 십마 중에 일인인 패갑철마는 목숨까지 잃었다.
검왕과 십마는 영원히 섞이지 못한다.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는 앙숙이다.
혈천성주는 은연 중에 십마를 이끄는 자, 그가 검왕을 살려주었을 리 없다.
무엇보다도 혈천성주에게는 검왕을 살릴 만한 능력이 없다.
검왕을 살리는 문제는 무공으로 해결될 게 아니다. 의술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것으로, 오직 신의 영역에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운이 억세게 좋은 놈…….”
화천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가 그의 일격에서 살아날 수 있으랴. 한 명도 없다. 그의 손속에서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격중당하지 않는 것뿐이다. 무조건 맞으면 죽는다.
검왕은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살아났다. 최초다.
심장을 무너트렸는데…… 그런 일격을 받고도 멀쩡하게 걸어 다닐 수 있다니.
“후후후! 후후후후!”
화천은 웃기만 했다.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웃음밖에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가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몸 좀 풀자.”
“…….”
대답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저들은 그의 명령을 듣는 자들이 아니다. 같이 행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명령권자가 따로 있다. 다만, 한시적으로 그에게 협조해줄 뿐이다.
허나 분명한 것은 저들 역시 싸우지 못해서 몸이 근질거린다는 것이다.
혈루마옥의 무공은 하늘이다.
저들은 엄청나게 강한 무공을 수련했다. 뼈를 깎는 고통을 인내로 감내했다.
강한 힘…… 당연히 쓰고 싶지 않은가.
화천이 말했다.
“여기서 흩어지고…… 여강(驪江) 나루터에서 만나지.”
그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지금까지 보고했던 자가 부연 설명을 했다.
“여기서 여강 나루터까지는 딱 오십 리 길입니다. 갈 수 있는 길은 세 곳이고, 무인은 열두 명이 있습니다. 문파는 분타(分舵)가 하나 있습니다.”
소개는 간단했다.
화천이 이어서 말했다.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는 잘 알고 있을 터…… 가장 빨리 도착하는 사람에게 내 술 한 잔 사지. 아! 술보다 여자가 좋을까? 중원 여자는 처음일 테니.”
그가 말했지만 어떠한 대답 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저들에게는 술도 여자도 필요 없다. 오직 싸울 수 있는 자만 있으면 된다. 자신들의 무공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을 게다. 오직 그것만이 중원을 갈망한 목적이다.
저들은 곧 실망할 게다.
중원에는 혈루마옥의 무공을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없다. 모두 약해 빠져서 손만 들면 쓰러진다.
저들은 곧 큰 실망을 할 것이고…… 그다음부터는 절대자의 폭력을 즐길 것이다. 자신이 중원에 들어와서 그랬던 것처럼.
화천이 말했다.
“현재 파악된 무인은 열두 명이지만, 무인들이란 오고 가는 존재들…… 열한 명이 될 수도 있고, 열세 명이 될 수도 있고. 어쨌든 지나간 길에 살아있는 자가, 병기를 든 자가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내기에서 탈락이야.”
슷!
화천은 대답도 듣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저들은 대답을 할 자들이 아니다. 그런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저들은 곧 출발할 게다. 지금 당장이라도 싸우지 못해서 몸이 근질거릴 테니까.
‘후우! 후우우우…….’
그는 가늘고 긴 숨을 조용히 내뿜었다.
숨소리가 저들에게 들릴까 봐 아주 조용조용히 내쉬었다.
움직이면 죽는다!
세상에! 그는 자신이 이런 곤경에 처할 줄은 전혀 짐작을 하지 못했다.
비형은잠이라고 하면 중원이 알아주는 고수다.
십마 중에 일인으로 어디를 가든 목에 힘주고 다녀도 무방할 정도는 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움직이면 죽는다.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그이지만 이곳에서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혈루마옥이…… 금제를 깼어. 맙소사!’
그는 식은땀만 줄줄 흘렸다.
그는 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먹잇감이다.
싸우지 못해서 안달 난 놈들에게 십마 정도 되는 먹잇감이라면 서로 먹겠다고 달려들 게다.
십마가 언제부터 이런 지경이 되었나?
사실…… 십마가 이런 대접을 받게 된 것은 좀 오래된다. 검왕이 나타날 때부터 이런 처지가 되었다. 그전에는 검성이든 혈천성이든 겁내지 않고 돌아다녔는데, 검왕이 나타난 후로는 꽁지 빠진 강아지 꼴이 되었다.
어쨌든 발각되면 죽는다.
그는 자신을 안다. 저들이 공격해 온다면 막지 못한다. 아니, ‘저들’이라고 여러 명을 말할 수도 없다. 저들 중에서 한 명만 나서도 막지 못한다.
믿을 수 있는가? 저들은 개개인 모두가 십마를 능가한다.
‘음!’
낮고 얕은 신음만 흐른다.
종아리에 경직이 일어난다. 허벅지가 뻑뻑하다. 허리도 강하게 땅겨온다. 하지만 움직이지 못한다. 저들은…… 그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
‘제길! 비형은잠이 이게 무슨 꼴이람.’
그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찾아라.”
화천이 말했다.
“누구를 말입니까?”
그에게 보고했던 자가 되물었다.
모두들 떠났다. 그들은 단숨에 오십 리 길을 달려갔으리라. 아마도 지금쯤 여강 나루터에 도착해서 누가 빨리 도착했는지 서로 비교하고 있을 게다.
그들에게 오십 리 길이란 먼 거리가 아니다.
그들에게 가로막는 자들도 신경 쓸 만한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곳에서부터 여강 나루터까지 무인이 열두 명 존재한다지만 그들 중에서 이름난 무인은 없다.
분타? 분타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모두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것처럼 싱거운 대상일 뿐이다.
혈루마옥 악귀들은 무인지경처럼 내달렸을 게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쓸 부분이 있다.
처참한 살육!
무인들의 죽음은 아주 잔혹해야 한다. 두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잔인하게 죽여야 한다.
이 부분만 신경 쓰면 된다.
혈루마옥은 중원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 중원의 아량도 바라지 않는다. 솔직히 강한 힘이 나타났으니 중원이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하지 않는가.
혈루마옥은 중원을 힘으로 지배한다.
그 첫 번째 단추, 폭력을 보여주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
중원인들은 입에서 입으로 소식을 전할 것이다. 많은 말들을 쏟아낼 게다. 악귀가 나타났다고, 혈루마옥 악귀들이 중원으로 쏟아져 나왔다고.
혈루마옥에 대항하면 죽는다!
중원은 그런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천 년의 저력? 웃기는 소리!
모두들 그 일을 하러 달려갔지만…… 화천도 그중에 일인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나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떠나간 후에도 오직 한 생각만 했다.
검왕이 어떻게 살아났을까?
그가 다시 말했다.
“찾아라.”
“무엇을 찾아야 할지…….”
“검왕은 살아날 수 없어. 그는 완벽하게 죽었다. 헌데 살았어. 후후!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다. 그것을 찾아. 검왕이 어떻게 살아났는지.”
“흔적을 뒤쫓아 보겠습니다.”
“검왕은 지금 어디 있나?”
“그것까지는…….”
보고하던 자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검왕은 적벽검문에 머물렀다가 다시 이동했다. 그러니 그 후에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 알아낼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자는 적벽검문을 감시하기 위해 고용된 자다.
누가 적벽검문에 들락거리는가.
적벽검문이 봉문하기는 했는가.
적벽검문이 중요 문파라서, 신경 써야만 할 문파라서 감시한 것은 아니다. 검성과 혈천성에도 똑같은 눈이 있다. 그들을 감시하는 것과 똑같은 입장에서 감시할 뿐이다.
감시? 지켜본다는 쪽이 맞을 게다.
적벽검문은 순식간에 무너트릴 수 있는 문파에 불과하다.
중원인들은 적벽검문을 천외천(天外天)처럼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가 파악한 바로는…… 웃음만 나온다. 어떻게 그런 문파를 숭앙할 수 있나.
‘운이 좋은 놈.’
그는 또다시 중얼거렸다.
지금 검왕이 있는 곳을 알았다면 만사 제쳐놓고 그놈을 찾아갔을 게다. 그가 어떻게 살아났는가. 이 점은 지금 당장 풀고 싶은 숙제다.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자가 살아났으니까.
“검왕을 살릴 수 있는 곳이라면…… 오직 한 곳, 유지자문뿐이다. 아니야, 유지자문도 불가능한데…… 어쨌든 유지자문이 개입했다 생각하고 조심해서 알아봐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보고하던 자가 자신 있게 말했다.
화천은 가라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러자 그가 피보다도 진한 붉은 장(杖)을 들어 올리며 포권지례를 취했다.
붉은 장, 혈인장!
화천에게 보고하던 자는 십마 중에 일인인 천살마노였다.
‘휴우!’
그는 가는 숨을 내쉬었다.
저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숨어있었다는 것이 기적처럼 여겨졌다.
만약 저들이 먼저 와있었고, 그가 나중에 왔다면 결코 숨을 수 없었을 게다.
그는 먼저 와있었다.
저들이 올 것을 예측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끝에 귀식대법(龜息大法)을 펼쳤다.
그러니 절대로 발각될 리 없다.
그런데도 그는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숨어있었다는 것이 천만다행처럼 여겨진다.
“천살마노, 저 귀신도 안 잡아갈 늙은이가!”
그는 화천 앞에 머리를 조아리던 천살마노를 곱씹었다.
천살마노과 혈루마옥과 연관을 맺을 정도라면…… 혈루마옥이 중원에 내린 뿌리는 의외로 깊은 것 같다.
누가 저들을 막는단 말인가.
“휴우!”
오늘 밤, 여강 나루터까지 오십 리 길에서 쏟아질 혈우(血雨)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열두 명, 그리고 개방 분타 한 개는 초토화될 것이다.
그는 정인군자가 아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쯤 아랑곳하지 않는 마인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백 명이든 천 명이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나…… 이런 혈우는 바라지 않는다.
‘앞으로 몹시 바빠지겠네. 휴우!’
그는 모두들 떠나간 길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쫓아가기 시작했다.
저들이 남긴 자국을 봐야 한다. 왜 보라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검왕이 보라고 하니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