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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파괴록-81화 (8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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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七章 탄생(誕生) (1)

삐걱! 삐걱! 쏴아아아!

노 젓는 소리가 들린다. 차양도 없고 돛도 없는 작은 배 한 척이 군산을 향해 다가온다.

“저건 또 뭐야?”

삼귀가 중얼거렸다.

동정호에 떠 있는 배는 수백 척이다.

생업을 유지하는 어선부터 색화(色火)를 불사르는 음욕선(淫慾船)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 어떤 배도 달갑지 않다.

자신들을 향해서 무엇인가가 다가온다는 사실 자체가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마군, 혈천성주, 정체 모를 초강자.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초고수였다.

“제 시간에 당도했습니다.”

화복 중년인의 등 뒤에 시립해 있던 시녀가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구나. 제 시간에 왔어. 하하!”

화복 중년인이 작은 배를 보면서 활짝 웃었다.

보아하니 그는 작은 배에 누가 탔는지 아는 것 같다. ‘제 시간’ 운운하는 것으로 보아서 사전에 약조가 되어 있는 듯하다.

“검왕인가?”

사귀가 화복 중년인의 표정을 보고 중얼거렸다.

지금 군산에 올 사람이 누가 있나? 자신들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검왕밖에 없다. 연관없는 사람이 온다면 아무리 짐작해도 알 수가 없고.

화복 중년인은 사귀가 떠보는 말에도 표정 변화 없이 작은 배만 쳐다봤다.

정말 검왕이 오고 있나?

음악오귀도 작은 배를 쳐다봤다. 유화아도 작은 배에 눈길을 고정시켰다.

검왕이 오고 있다면, 검왕이라면…… 물어볼 말이 많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마공을 수련했으며, 왜 강자들과 싸움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음악오귀가 한 일이라고는 유화아를 희롱한 것뿐이다.

유화아는 자신을 겁간하려는 음악오귀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것이 전부다.

헌데 그 일이 빌미가 되어서 마신천강기와 투살진기라는 마공관의 마서를 수련하게 되었다.

음악오귀는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다. 무공을 내어주자마자 대뜸 받아들였다. 하지만 본의는 아니었다. 검왕이 마신천강기를 내밀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그런 무공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아니, 알기는 알았어도 자신들과 인연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것은 좋다. 어쨌든 절정의 마공을 수련했으니 더없이 기쁘다. 솔직히 마신천강기라는 무공은 모든 마인들의 꿈이다. 이상이다. 그런 무공을 어떻게 손이나 대볼 수 있겠나.

허면 이제 이 세상을 희롱하면서 보내야 하지 않겠나.

상황은 정반대다.

마공관의 마서를 수련하지 않았을 때는 자유로웠다. 거침없이 세상을 활보했다. 예쁜 여자, 귀여운 여자, 매력적인 여자, 치마 두른 여자라면 모두 희롱했다.

헌데 지금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걸음마다 죽음이 깔려 있다.

무공이 강하면 세상을 굽어봐야 하는데 어찌 된 것이 이건 정반대다. 늘 도망 다니기 급급하다.

자신들이 왜 이런 상황에 치몰렸는지 검왕에게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왜 자신들에게 마공을 전수했냐고.

그것은 유화아도 마찬가지다.

그녀도 전혀 익힐 생각이 없던 무공을 부지불식간에 수련했다.

추살진기를 배우고 싶지 않았다. 마공 자체를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투살진기를 수련했다.

지금은 투살진기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까지는 마공의 위험성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하는 말이겠지만…… 자신이 왜 투살진기를 배우고 이곳 군산까지 와야 했는지 묻고 싶다.

삐걱! 삐걱!

노 젓는 소리가 가까이 들려온다.

작은 배가 점점 떠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낸다.

“두 명인데?”

사귀가 말했다.

“둘 다 고수야. 특히 노 젓는 저놈…… 아주 기분 나빠. 우리 부류야.”

삼귀가 사귀의 말을 받았다.

작은 배가 윤곽을 드러낸다. 배에 탄 사람들이 희끄무레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앗!”

제일 먼저 유화아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아버지!”

그녀는 일어서자마자 작은 배를 향해 기쁜 마음으로 소리치며 손을 마구 흔들었다.

작은 배에는 백색 유삼을 입은 중년인이 앉아있다.

그는 노를 젓지 않는다. 유화아를 향해서 손짓도 하지 않는다. 침착하게 앉아있다.

배를 타고 오는 사람…… 검왕이 아니다. 그는 유가장 삼문주다.

“어서 오시게.”

화복 중년인이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반겼다.

유가장 삼문주는 유화아에게는 곁눈질도 하지 않고 곧바로 화복 중년인에게 다가가서 포권지례를 취했다.

“이곳에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삼문주는 공경 어린 어조로 말했다.

“자식이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보물인데, 내어주어 고맙네.”

유화아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삼문주는 포권지례만 취했다.

삼문주에 반해서 배를 몰고 온 사람은 조금 자유분방하다. 그는 하인들이 깔아놓은 돗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사람을 부려 먹었으면 목부터 축이게 해줘야지. 이거야 원…….”

그 말을 화복 중년인이 듣지 못할 리 없다. 중년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차를 끓여놨네.”

“모르겠소. 이 몸은 무식해서 차 같은 건 모르겠고, 아! 목말라.”

“허허! 술이 생각나는가?”

파팟!

노를 저어온 자가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화복 중년인을 유심히 쳐다봤다. 화복 중년인은 그의 눈길을 담담하게 받아냈다.

그제야 그가 일어나 포권지례를 취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경망스럽게 행동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정중한 어조, 공손한 태도다.

“성주가 곁에 둘 만한 사람이군.”

화복 중년인의 어조가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는 정중하게 말했는데, 이제는 대놓고 하대한다.

노를 저어온 사람은 귀타다.

그는 화복 중년인의 말에 침묵으로 대답했다.

그는 화복 중년인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허나 몇 마디 말을 하는 동안에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고수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자, 성주님만큼이나 강한 자다.

삼문주는 화복 중년인을 아는 듯한데, 그를 소개하지 않는다. 화복 중년인도 굳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는다.

귀타는 다른 말을 물었다.

“혹시…… 마군을 막아선 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저는 처음 보는 고수였습니다.”

매우 정중한 어조로 물었다.

“유지자문 사람이네.”

화복 중년인은 비밀로 아니라는 듯 시원하게 대답해 주었다.

“아! 역시 유지자문이군요.”

삼문주도 어느 정도는 추측을 했던 듯 크게 놀라지 않고 말했다.

“유, 유, 유지자문!”

반면에 귀타는 유지자문이라는 대경실색을 하며 말까지 더듬거렸다.

“유, 유지자문이 어떻게! 검왕도 유지자문이 개입할 줄은 몰랐던 모양인데, 이놈보고 빨리 가지 않으면 삼문주가 죽는다고 다그친 것으로 보아서…….”

“검왕도 유지자문이 이토록 빨리 들어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네.”

“서, 성주님은! 성주님은 이 사실을 아시는지요?”

귀타는 자신의 성주에 대한 일을 생면부지 낯선 중년인에게 물었다.

“알고 있지. 성주가 모르고서야 어찌 유지자문이 중원에 들어올 수 있겠나.”

“아!”

귀타가 다소 안심한 듯 한숨을 흘렸다.

“성주님이 인정하셨다면 적벽검문에서도 인정했다는 말이 되겠군요. 죄송하지만 적벽검문 누구이신지요? 이놈이 눈이 어두워서 감히 존함을 여쭙니다.”

“허허! 나 누산(縷算)일세.”

음악오귀는 누산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화복 중년인이 자신을 밝혔을 때, 담담했다.

귀타는 그러지 못했다. 누산이라는 이름이 흘러나오는 순간, 그는 털썩 무너졌다.

화복 중년인에게 오체투지한다.

“무례를…… 무례를 용서하시기를.”

귀타의 음성이 더없이 정중했다.

‘검왕!’

유화아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검왕은 무뚝뚝하기가 바위를 능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가운데 괜히 정감이 간다. 아니, 그런 모습이 더욱 진하게 가슴에 남는다.

그는 말로 하지 않고 행동으로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암암리에 돌 볼 것은 모두 돌봐준다.

자신에게 투살진기를 가르쳤지만, 그것이 나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마공을 가르쳐야 할 사정이 있으니 가르쳤을 게다.

그는 아버지도 돌봐주었다. 아버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삼문에 있어야 할 아버지가 이곳에 온 것, 그리고 귀타 같은 사람과 엮인 것만 봐도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다.

마군과 싸웠다고 했나?

아버지는 강자다. 하지만 마군을 상대할 수는 없다. 그 정도까지 강하지는 않다. 헌데도 마군과 싸워서 살아났다면 …… 검왕이 돌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 일에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있다.

유지자문의 등장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점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오직 검왕이 아버지의 안위를 위해서 귀타를 보낸 것, 그 점에만 모든 생각과 관심을 집중시켰다.

검왕이 뒤를 보살펴주고 있다.

그녀는 가슴이 환하게 열리는 듯한 시원함을 맛봤다.

그녀는 자신만의 생각에 젖어있다가 갑자기 귀타가 오체투지하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 상념에서 깨어났다.

“이놈들이 싸운 놈은 누굽니까?”

음악오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들은 화복 중년인이 범상치 않은 사람임을 짐작했다.

유가장 삼문주가 그 앞에 앉지도 못한다.

귀타, 검성 성주의 심복이나 다름없는, 성주의 그림자로 알려진 놈이 오체투지를 한다.

화복 중년인, 누산이라고 자는 누구인가?

화복 중년인은 귀타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다만 성주가 곁에 둘 만한 사람이라고만 말했다.

음악오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대번에 귀타를 떠올렸다.

귀타의 무공은 정도에 입각하지 않는다. 무척 어둡고 침침하다. 정수보다는 암수에 가깝다. 또한 검성 성주의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널리 알려진 사람일 텐데, 그들은 귀타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귀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런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은 성주의 그림자밖에 없다.

성주가 아니면 무릎을 꿇지 않는다는 귀타가 오체투지할 정도로 지고한 사람.

음악오귀는 경망되게 말할 수 없었다.

화복 중년인은 오귀의 물음에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툭 말했다.

“유지오혼(幽地五魂). 자넨 삼혼(三魂\)일 게야.”

화복 중년인이 삼문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지오…… 오혼!”

모두들 화복 중년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오직 한 명, 귀타만이 눈을 부릅뜨며 되물었다.

“유지오혼이, 오혼이 모두 나선 겁니까?”

화복 중년인은 웃음을 풀지 않았다. 여전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우린 그들이 나와주어서…… 겨우 혈루마옥의 첫 입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네. 하하하! 아무래도 혈풍을 피하기 힘들겠어.”

동정호에 큰 배가 나타났다.

돛까지 있는 아주 큰 유람선으로 족히 오십여 명은 탈 수 있을 것 같다. 기녀들을 옆에 끼고 거나하게 술판을 벌일 수 있는 초호화 유람선이다.

하인이 앞으로 달려나가 손을 흔들었다.

유람선에서도 깃발을 흔들어 그들에게 표시를 했다.

유람선이 그들을 향해 방향을 튼다.

‘저 배를 탄다!’

그들은 화복 중년인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어디를 어떻게 갈 것인지 짐작했다.

목적지는 모르지만 배를 타고 간다.

이는 적벽검문이 이끄는 길이다. 목적지는 모르지만 혈루마옥과 싸우러 가는 길이다.

유지자문이라고 했는가?

그들은 음악오귀와 유화아가 연수합격해도 뚫지 못했다. 오히려 아주 간단하게 무너졌다.

그들은 적이 아니다. 동지다.

혈루마옥이라면 마신천강기와 투살진기의 합벽을 단 일 초에 무너트릴 수 있다. 당신은? 물론 천력파혈단까지 복용하여 초고수로 둔갑한 경우에.

유지오혼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내놨다.

그들은 일초에 무너트리지 못했다. 거침없이 무너트리기는 했지만 혈루마옥만큼은 아니다. 아주 근소한 차이가 난다.

음악오귀와 유화아는 일종의 시험판이었던 게다.

무슨 놈의 무공들이…… 이런 무공들이 있나. 그러면 중원의 무공은 무엇인가?

배를 타는 마음들이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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