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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파괴록-66화 (6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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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四章 돈명(沌鳴) (1)

흔히 누군가가 감쪽같이 사라질 경우,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졌다는 말을 사용한다.

실제로 무림에서는 그런 경우가 많다.

땅으로 꺼져서 귀식대법(龜息大法)을 시전하면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다.

하늘로 꺼지는 경우는 무림에서도 드물다.

광활한 평야나 드넓은 논밭 같은 곳에서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행할 수 없고…… 벼랑이 있는 계곡이나 민가가 많은 도읍 같은 곳에서는 약간 눈속임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유화아와 음악오귀는 땅으로 꺼졌다.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땅을 면밀히 살폈다.

사람이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땅속으로 꺼지려면 땅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게 없이 땅으로 꺼질 수는 없다.

대장간은 흙바닥이다.

사방에 이것저것 쇠를 다루는 기구들이 놓여 있지만, 바닥 자체에 기관을 설치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화로(火爐)를 살피고, 공구들을 돌아본다.

대장간은 말이 대장간이지 쓰지 않은 지 오래되어서 먼지가 수북하다.

화로와 공구에 먼지가 수북하다.

누가 만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침묵했다. 칠수선자가 더 이상 찾아갈 길이 없다고 하는데 무엇을 하겠는가. 여기서부터는 움직인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확실히 없나?”

마군이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없어요. 없어요.”

칠수선자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답했다.

마군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주위를 살펴봤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추격 면에서 칠수선자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다. 그것은 마군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칠수선자가 그의 수하이지만 추격 면에서는 한 수 양보한다.

그래도 칠수선자가 없다고 하니…… 내공을 끌어모아 주변을 살펴봤다.

감지되는 기척이 없다.

“놓친 것이군.”

“면목없습니다.”

“네가 자책할 필요는 없다. 후후! 하수가 감쪽같이 사라진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물러간다!”

마군은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네놈들…… 뭐냐?”

유화아와 음악오귀는 숨이 막혀서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소개드립니다. 이쪽은 유화아, 유가장…….”

“알아!”

강인한 체구의 사내는 단정한 차림을 한 서생 말을 한 귀로 흘려들었다.

“소문이 사실이냐?”

강인한 체구를 가진 사내가 대뜸 물었다.

“무슨 말이죠?”

“너, 투살진기를 수련하고 있냐는 말이다.”

사내가 유화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사내의 행동은 매우 무례하다. 하지만 사내가 하는 행동이기에 전혀 무례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 사내, 누구인가?

그러나 역시 생각이 옳았다. 검왕이 지켜보고 있는 이상, 자신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굳이 마군과 싸우지 않아도 보호 대책이 터져 나온다.

꼼짝없이 마군에게 붙들릴 처지에서 그녀는 멈춤을 선택했다.

움직이지 않는다!

마군이 들이치면 싸운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으면서 싸우는 게 아니다. 그냥 싸운다.

검왕이 이런 무모한 행동을 용납할까?

만약 검왕이 조금이라도 한눈을 판다면 그녀와 음악오귀는 마군의 밥이 될 게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모험했다.

그러자 이들이 나타났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강한 자들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이 사내, 강인한 체구를 가진 사내…… 이 사내는 마군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하다. 물론 자신과 오귀가 연수를 해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유화아는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맞아요. 제가 투살진기를 수련하고 있어요.”

“몇 성이나 수련했어!”

“그걸 말해줄 이유가 있나요?”

“너희들! 너흰 마신천강기를 수련한다며?”

사내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유화아를 상대하지 않고 음악오귀에게 물었다.

“뉘신지?”

음악오귀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물었다.

그들도 사내의 무공 경지를 읽는다.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고수라는 것을 안다.

당금 무림에서 이만한 무공을 지닌 사람이 어디 흔한가?

음악오귀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무공을 전혀 모를 듯한 서생이 대신했다.

“무릎부터 꿇고.”

“제길! 웬 놈인지 알아야…….”

“혈천성 성주님이시다.”

“혀, 혀, 혀, 혈…… 혈천성!”

음악오귀는 너무 크게 놀라 제대로 말도 잇지 못했다.

혈천성 성주, 혈천혈도 진구량!

이 사람이 바로 중원의 한쪽 하늘을 가지고 있다는 바로 그 진구량인가? 한때는 굴종하지 않는다고 음악오귀에게 추살령을 내렸던 바로 그 사람?

“무릎부터 꿇지? 안 해도 좋고.”

서생이 지나가는 말처럼 중얼거렸다.

음악오귀는 서생의 신분도 짐작했다.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혈천성주라면, 그 곁에 있는 문사는 당연히 회회문사다.

음악오귀는 무릎을 꿇지도 못하고, 안 꿇을 수도 없는 미묘한 상황에 빠졌다.

유화아가 그런 그들을 구해주었다.

“굴종을 강요하시나요?”

“아니, 아니. 필요 없어. 네놈들과 인연을 맺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혈천성주 진구량이 귀를 후비며 말했다.

“한 가지만 묻자. 검왕이 살아있나?”

“살아있어요.”

“그 새끼…….”

진구량의 표정이 묘하게 뒤틀렸다.

검왕은 살아있을 수 없다. 살아날 수 없다. 완벽하게 죽은 자였다. 시신이었다.

그런 자가 어찌 살아서 돌아다니나.

“네놈들이 수련한다는 투살진기, 마신천강기. 그것들 검왕 그 자식이 전수한 거야?”

“그래요.”

“어디서 어떻게? 아니, 아니. 언제!”

진구량에게 중요한 것은…… 검왕이 언제부터 살아서 돌아다녔나 하는 점이다.

그는 절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자인데.

“그러니까 그게 언제부터였느냐 하면…….”

삼귀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자신들과 유화아의 만남, 그리고 검왕과의 만남을 이야기했다.

이런 이야기는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

다만 하나, 유가장에 대한 이야기만은 장소를 바꿔서 말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엉뚱한 곳이었다는 것으로. 유가삼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한 거짓말이다.

“검왕이 너희들을 골랐다…… 아니지. 이건 고른 게 아냐. 지나가는 여자를 강간하려는 놈과 강간당할 여자. 이런 것들을 일부러 고를 이유는 없지. 안 그래?”

혈천성주가 회회문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검왕이 일부러 고른 것 같습니다.”

“근거는?”

“검왕이 검성에서 날뛸 때, 막수선자와는 업무 관계로 안면이 있는 사이입니다.”

“검성과 막수선자가 서로 알아?”

“단지 아는 관계가 아니라 상당한 부분에서 협조를 유지했던 관계로 보입니다.”

서생이 담담하게 말했다.

허나 정작 이 말의 중심에 있는 유화아는 결코 담담하게 들을 수 없었다.

사부와 검왕이 서로 알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사부가 무공 성취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자신에게 억지 하산을 명령한 게 이해된다.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청이 있어서 하산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검왕을 위해서 지하 밀실까지 마련할 정도로 헌신적이었으니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다.

헌데 검왕과 사부가 서로 아는 사이였다면…… 검왕, 사부, 아버지…… 사전에 모두 다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서생이 말했다.

“음악오귀는 유소저를 우연히 만난 게 아닙니다. 아마도 검왕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렸지 않나 싶습니다.”

“후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놈이지.”

“이들은 투살진기와 마신천강기를 수련하기 위해 선택받은 자들입니다.”

서생이 아예 단정을 지어버렸다.

“투살진기와 마신천강기를 수련시키기 위해 선택한 자들이라…….”

혈천성주가 중얼거렸다. 아니,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서 무엇인가 희끗한 그림자가 번뜩였다.

꽈앙!

언제 쳐냈는지 모를 일수가 음악일귀의 가슴에 격중했다.

“크윽!”

일귀가 신음을 흘리면서 뒤뚱뒤뚱 물러섰다.

“흠! 이게 마신천강기군.”

제 자리로 돌아온 혈천성주가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혼잣말로 말했다.

“성주, 또다시 이러면!”

“이러면?”

음악일귀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입을 뚝 다물었다.

혈천성주가 전개한 이번 일장은 전력을 다한 게 아니다. 가볍게 무공을 보고자 했을 뿐이다. 만약 그가 전력을 다했다면 마신천강기는 단번에 깨졌을 게다.

“육성 수준이군.”

진구량은 음악오귀의 무공 정도를 단번에 파악해 냈다. 그리고,

“어디 너는!”

쒜에에엑!

유화아를 향해 광풍폭우가 몰아쳤다.

이번 공격은 확실히 음악일귀에게 가했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강하다. 폭급하다.

음악일귀를 순식간에 제압했다면 유화아에게는 짓뭉개버리겠다는 투로 압박한다.

“선배, 미안하지만 일초만!”

음악삼귀와 사귀가 옆에서 훅! 달려들어서 일장을 마주쳤다.

꽈앙! 꽈아앙!

육장끼리 부딪쳤는데 화약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삼귀와 사귀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비틀비틀 물러섰다.

“욱!”

삼귀는 역혈이 치미는지 입으로 피까지 쏟아냈다. 그 순간,

쒜에에에엑!

언제 뽑아들었는지…… 검광이 허공을 가른다.

허리를 잔뜩 수그려서 진구량의 허리 밑으로 파고들며 다리를 잘라간다.

“훗!”

진구량이 짧게 경악성을 터트리면서 훌쩍 뒤로 물러섰다.

유화아는 더 이상 쫓지 않았다. 진구량이 물러서자 그녀도 물러섰다.

“저놈들보다는 낫군.”

진구량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말했다.

이번 일전은 확실히 유화아 일행의 손해다.

삼귀가 내상을 입었다. 사귀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충격이 매우 큰 것 같다. 반면에 진구량은 아무렇지도 않다. 얕은 상처조차 입지 않았다.

그는 유화아의 일검을 피해냈다.

투살진기로 쏘아낸 일검인데…… 너무도 가볍게 피했다.

진구량의 무공은 마군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역시 십마다.

혈천성주가 그들에게서 관심을 돌려 서생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놈들, 쉬게 해라. 잡아두고 있으면 검왕, 그 자식! 제 발로 걸어오겠지.”

“네놈…… 혈천성이냐?”

일귀가 거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옥밥 먹는 놈들치고 혈천성 아닌 사람이 있는 줄 알아?”

거지가 어색한 투로 말했다.

음악오귀는 그가 알고 있던 색한들이 아니다. 감히 혈천성주와 일장을 겨뤘다.

“이곳은 몇 번째 분타야?”

“그런 거 없어. 나는 분타 축에 끼지도 못해. 그저 약간의 노력을 제공해 주고 보호를 받을 뿐이지.”

“흐흐흐!”

음악일귀가 웃었다.

음악오귀는 예전에 알고 있던 자들을 찾았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혈천성에 몸을 의탁한 마인들이다.

결국 마군을 피한다는 게 혈천성주를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어쩌지? 군산에 가야 하는데.”

사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유화아가 대꾸했다.

“걱정할 것 없어. 혈천성주 말대로, 우리가 여기 가만히 있으면 검왕이 찾아올 거야. 애써서 군산에 갈 필요가 없는 거였다고. 목숨을 걸고 하는 시험인데…… 우리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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