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파괴록-64화 (6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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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三章 미동(微動) (4)

정말 이 사람들과 연수해야 하나. 한마음이 되어서 싸워야 하는 것인가.

‘싫어.’

유화아는 음악오귀가 정말 싫었다.

생사의 순간에는 싫다는 느낌이 생길 리 없다. 그때는 무조건 연수를 한다. 한 호흡이 되어서 적과 싸운다. 필요하다면 등을 맞댈 수도 있다.

그러나…… 제정신을 차려보면 이들과 한 하늘 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자체가 싫다.

암굴에서 검왕에게 실전수련을 받을 때, 그때도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음악오귀는 그녀에게 무릎을 꿇었다. 두 번 다시 음악한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제 버릇 개 못 주는 법이다.

저들은 음탕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본다. 쳐다보는 눈길을 붉은 혈기가 섞여 있다.

눈가에 떠오른 혈기가 음탕한 생각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 단지 피곤해서인지 알 수 없으나 그런 눈길이 매우 싫다. 이상한 상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싫다.

이대로는 같이 갈 수 없다.

츠으읏!

투살진기가 정점을 향해 피어난다.

언제부터인가 투살진기가 극점을 향해 치달리면 검끝에서 아지랑이 같은 연기가 피어난다.

지금이 그렇다.

“저, 저거! 정말 하자는 거네!”

“이, 이 미친년이 정말!”

음악오귀도 최선을 다해 마신천강기를 끌어냈다.

콰아아아아!

음악이귀의 대부에서 강력한 패력이 휘몰아쳤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에게 사용했던 일압부다.

예전에는 일압부를 받으면서 머리가 울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마치 하늘에서 번개가 휘몰아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금은 담담히 받을 수 있다.

‘송기!’

근육이 축 늘어진다.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다.

머릿속에는 잡념이 담겨있지 않다.

음악오귀를 공격하겠다는 마음이 없다. 음악오귀가 싫다는 마음도 사라졌다.

오직 일압부만 본다. 일압부가 온전하게 보인다.

“이 미친년을 죽여버리고 말겠어! 네년이 무서워서 빌빌거렸는지 알아!”

쒜에에에엑!

일압부가 천지를 쪼갤 듯이 내리쳐졌다.

타악! 탁!

그녀의 좌우에서 콩 튀는 듯한 소리도 울렸다.

음악사귀와 오귀가 화살을 쏘아냈다.

사귀와 오귀의 궁법(弓法)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궁술은 각자의 재능일 것 같지만…… 활을 잡는 법에서부터 쏘는 순간까지 묘하게 같다.

두 사람은 동문 사형제가 아닐까 싶다.

허나 동문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화살을 쏘는 순간까지다. 그다음은 또 완전히 다르다.

활을 쏘고 난 후에 취하는 모습이 다르다.

사귀는 즉각 제 이살을 준비한다. 오귀는 느긋하게 화살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단타(單打)의 경우도 다른 모습이다.

사귀는 매우 빠른 기습으로 선공의 묘를 취한다. 반면에 오귀는 느긋하게 초식을 전개한다.

같은 사문에서 궁술을 배운 후에 다른 사부를 찾아서 격타를 배웠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무림에서 활을 주병(主兵)으로 취하는 경우는 드물다.

헌데 음악하기로 유명한 음악오귀들 중에서 두 명이 활을 주병으로 취하고 있다.

활은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시점에 화살을 놓을 것인가 하는 판단이 더 중요하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쏠수록 위력이 배가된다.

지금이 그렇다. 유화아는 일압부를 상대하고 있다.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 화살을 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 듯하다.

그러나…… 화살이 환히 보인다.

스읏!

그녀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갔다. 일압부를 향해 검을 쳐낸다. 아주 편안하게.

까앙! 깡! 깡!

일압부에 깃든 힘은 막강하다.

음악이귀는 본신내력에 마신천강기를 가미시켰다. 파괴력만 놓고 볼 때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강한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그가 밀린다.

“헉!”

음악이귀가 헛바람을 내질렀다.

유화아의 검이 도낏자루를 찍었다. 그리고 쭈욱 밀어냈다.

음악이귀가 떨쳐낸 마신천강기는 바위도 부술 수 있다. 하지만 옆에서 밀어내는 힘에는 어이없이 밀려버린다.

음악이귀는 위아래만 생각했지 옆을 생각하지 않았다.

슈각!

일압부 밑을 파고든 검이 음악이귀의 배를 갈랐다.

슉! 슉!

사귀와 오귀가 떨쳐낸 화살이 유화아의 등 뒤를 스치며 지나갔다. 간발의 차이로.

일성(一成)의 차이는 매우 컸다.

유화아가 벤 사람은 음악이귀뿐이지만…… 모두를 벤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음악오귀의 연수합격진은 깨졌다.

그들은 항시 다섯 명이 펼치는 합격진을 연구해왔는데, 한 사람이 무너졌으니.

“왜, 왜, 왜 이러는데?”

음악일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들은 싸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유화아가 음악이귀를 정말로 베지 않고 옷만 가르자,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음악.”

“그, 그런 건 안 한다고 했잖아.”

“여색.”

“그런데 한눈을 팔면 눈을 도려낸다니까.”

‘검왕…….’

유화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몰아쉬며 검을 거뒀다.

문득 검왕이 야속해진다.

그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는 여인의 마음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약간이라도 신경을 썼다면 어떻게 이런 자들과 함께 움직이라고 했겠는가. 그것도 앞으로 동고동락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지금 당장이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도 쭈욱 이자들과 함께해야 할 것 같아서 미친 듯이 몸부림 한번 쳐본 게다. 이들의 실력도 가늠할 겸.

“휴우!”

유화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몰아쉬며 검을 거뒀다.

“음악이라는 별호를 버려.”

“하. 그걸 우리 마음대로 하나.”

음악일귀가 대도를 거두며 씩 웃었다.

그들은 지금 유화아와 싸울 힘이 없다. 일 성의 차이가 삶과 죽음을 갈라버렸다.

그들은 이번 일전에서 그 차이를 몸서리치게 깨달았다.

전력을 다하면 유화아를 어찌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음악오귀 중에 서너 명은 목숨을 잃을 게다.

그런 모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 마군이 쫓아오는 마당에. 군산까지 가야 하는 마당에.

아니꼽더라도 당분간 숨죽인다.

이만한 일을 마음에 묻지 못할 그들이 아니다. 능구렁이, 여우가 아니었다면 강호에서 살아남지도 못했을 게다. 그들이 저지른 음행이 어디 한둘이던가.

유화아가 검을 거두면서 온화한 말을 하니 한숨 돌렸다는 생각만 한다.

유화아가 말했다.

“우리끼리만이라도…… 그냥 오귀라고 해.”

“히히! 그러지 뭐.”

방금 옷을 베인 음악이귀가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숨을 곳이 있어?”

“……?”

“난 마군의 상대가 안 돼.”

“에이, 설마…….”

이귀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이귀는 태황도마, 좌수비마 등과 동등한 결전을 벌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발전했다.

그런 그들을 유화아는 가볍게 상대했다.

지금 그들은 유화아가 마군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유화아가 말했다.

“내가 마신천강기를 쉽게 뚫었다고 해서 희망을 가진 모양인데…… 내가 뚫은 것과 마군이 뚫은 것은 달라. 난 마신천강기를 비교적 많이 알고 있으니까, 마군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뚫은 것이고. 전혀 다르지.”

“숨을 수는 있는데, 수선화가 문제지. 제 날짜에 도착하지 못하면…….”

삼귀가 고개를 내둘렀다.

유화아는 수선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오귀는 혀를 내두른다.

‘검왕이 하는 일이야.’

그녀는 지금도 검왕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검왕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들이 죽자사자 저들과 맞서 싸우기를 바라나? 맞서 싸우면 틀림없이 당할 것이 자명한 데도? 무모한 싸움인데도?

‘검왕은 우리가 수선화에 죽기를 원하지 않아.’

그녀는 확신했다.

검왕은 자신들이 마군과 싸우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에도 자신들이 죽을 염려는 없을 것 같다. 검왕이 지켜보고 있다면 어떻게든 할 테니까.

수선화에 죽을 염려도 없다.

숨어있다가 독이 발작해서 죽는다면 지금까지 마산천강기와 투살진기를 수련시키면서 일을 시킨 보람이 어디 있겠는가.

절대 죽일 리 없다.

어떤 경우든 검왕은 뒤를 보살펴준다.

유화아는 이런 확신 하에서 숨자는 결정을 내렸다.

최소한 마군과 싸워도 되겠다 싶을 때 싸워야 한다. 일말의 승산이라도 있어야 한다.

‘모두 칠 성 이상은 익혀야 돼. 그러자면…….’

“한 달 이상 숨어있을 곳이 필요해.”

“한 달이면 우린 뒈진다니까.”

“안 죽어.”

“하!”

“내 말을 듣지 않으려거든 가. 난 내 길로 갈 테니까.”

유화아가 뒤돌아섰다. 그리고 정말로 오귀를 내버려두고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숨을 곳도 없다면서 어딜 가는 건데!”

삼귀가 쪼르르 달려 나와 그녀의 옷소매를 잡아끌었다. 아니, 옷소매를 잡자마자 즉시 놓았다.

유화아가 싸늘한 눈길로 쳐다본다.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 금기가 되어 버렸다.

그들은 산길을 버리고 관도로 들어섰다.

“사람들은 숨을 경우라면 모든 걸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는데…… 마군 같은 자가 그런 걸 모를 리 있나. 산으로 숨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야.”

“…….”

“마을에 가면 아는 놈들이 있어. 이게 좀 필요해서 그러지.”

일귀가 엄지와 검지를 붙여서 동그란 표시를 했다.

“믿을 수 있어?”

“당연히 없지. 흐흐!”

“…….”

“지금부터는 숨바꼭질이라니까. 누가 먼저 빨리 움직이냐에 따라서 잡힐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하지만 이게 마군으로부터 도망치는 유일한 방법이야.”

“도망만 치면 안 돼. 수련할 장소와 시간이 필요해.”

“흐흐! 그거야 기본이지. 염려말라니까.”

그들도 유화아의 뜻을 안다. 무엇보다도 마신천강기를 단숨에 일이 성 이상 성취해야 한다. 그 일에 대해서는 유화아보다도 그들이 더 절박하다.

“야!”

일귀가 오귀를 쳐다봤다.

“흐흐!”

오귀는 눈빛을 접하자마자 단숨에 신형을 띄워냈다. 이런 일에 익숙하다는 듯이.

그들은 허름한 객사(客舍)로 안내되었다.

허름하다고는 해도 본원(本院)과 별채가 분리되어 있어서 은신하기에는 딱 좋아 보인다.

일귀가 말했다.

“이곳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두 시진이야.”

“조금 더 있어도 될 것 같은데?”

“모르는 소리. 저 쥐새끼들이 돈벌이를 보고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저놈들, 지금 마군에게 쪼르르 달려갈 거야. 킥킥!”

일귀가 웃었다.

숨어서 다니느니 차라리 내놓고 다닌다. 어디를 어떻게 쫓아오는지 보면서 도주한다. 무조건 저들보다 한 발만 앞서면 절대 잡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음악오귀가 살아온 방식이다.

일귀가 말했다.

“한 시진 운공. 반 시진 수면. 반 시진 식사. 어때? 여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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