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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一章 산외유산(山外有山) (2)
“이놈들이 어떻게 마신천강기를?”
“마신천강기가 맞긴 맞나?”
“맞아.”
“정말 확실해?”
“격창(擊槍)할 때 첫 느낌이 매우 불쾌했어. 물컹거리는 것이…… 꼭 밀가루 반죽을 찍는 것 같았다.”
물론 격창 느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격창 느낌은 세상에서 가장 두꺼운 바위벽을 두들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만 첫 느낌, 창에 닿는 첫 느낌이 물컹거렸다는 것이다.
강벽(强壁) 중에서 이런 느낌을 주는 공부는 마신천강기밖에 없다. 적어도 그들이 알기에는.
“역시 검왕인가?”
“검왕이 마공관을 열긴 열었군.”
“마공관을 연 것까지는 알겠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람이 이렇게 바뀌나? 검왕이라고 하면 한때는 사마척결의 으뜸이었잖아. 그런 자가 마공을 마구 퍼트려?”
“후후후!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거니까.”
백살마창과 태황도마는 음악오귀가 보이지 않는 듯 태연하게 그들만의 담소를 나눴다.
음악오귀를 상대로 보지 않는다는 태도다.
“크크큿! 곧 뒈질 놈들이 자존심은 살아서…….”
“그러게. 우리 같은 졸자에게 뒈지려니 미치고 환장하겠는 모양이지? 그래도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지. 그래야 저승길을 편히 갈 수 있다고. 키킷!”
음악사귀와 오귀가 활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면서 키득거렸다.
그들의 활은 예전의 활이 아니다. 마신천강기를 운용하면 몸에 천력(天力)이 깃든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천력이 운용된다.
화살은 예전보다 세 배나 빨라졌다.
파괴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나무를 향해서 쏘면 날아가 꽂히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통째로 부숴버린다. 정중앙을 쏘면 그대로 관통하는데, 어린아이 팔뚝만 한 구멍이 생긴다.
마신천강기는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음악삼귀가 백살마창과 비등하게 싸우는 모습을 봤다.
다른 때 같으면 일초지적에 불과할 텐데, 평수다.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백살마창 같은 거물을 꺾는다는 흥분도 있다.
“이 새끼들, 겨우 오성도 되지 않는 마신천강기를 가지고 하늘이라도 얻은 것처럼 날뛰는 꼴이라니.”
“날뛸 만도 한데 뭘. 후후!”
패황도마가 칼을 들어 입가에 댔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칼을 쓱 훑었다. 그때,
“아직도 안 끝내고 뭐해?”
중후한 음성과 함께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오른쪽 허리에 폭이 좁은 협검(狹劍) 두 자루를 차고 있다.
오른쪽 허리에 검…… 왼손, 좌수검(左手劍)을 쓰는 자다. 거기에 흔히 볼 수 없는 협검을 사용하고, 그런 것을 두 자루씩이나 지니고 다닌다.
“좌수비마(左手飛魔)!”
음악일귀가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
그가 굳이 ‘좌수비마’라는 별호를 읊조리지 않아도 모두들 새로 나타난 자가 좌수비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아니면 협검 두 자루를 지니고 다니는 자가 없다.
“크크크! 마신천강기라고 하잖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지.”
또 다른 곳에서 음침한 괴소가 터졌다. 그리고 얼굴에 귀면(鬼面)을 쓴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귀면…… 귀면사자(鬼面死者)다.
“쩝! 할 말 없네. 대주(大主)께서는?”
“오고 계셔. 그만 끝낼 때야.”
“그럼 끝내야지.”
백살마창이 창을 휘르륵 돌렸다. 그리고 음악삼귀를 향해 거침없이 걸어왔다.
“한 번 더 해보지.”
“후후! 열 번이라도!”
음악삼귀는 자신을 얻었다.
장내에는 두 거마 이외에도 좌수비마와 귀면사자라는 무시하지 못할 강적이 두 명이나 더 나타났지만, 그래도 자신 있다. 아직은 오 대 사이니 싸울 만하다.
스읏!
음악삼귀는 창을 들어 십수연환창의 기수식을 취했다. 헌데!
슈각!
눈앞에서 무엇인가가 번뜩였다. 아지랑이가 불쑥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위험!’
그는 순간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뒤로 쑥 물러섰다.
철컹! 슈욱!
이상한 소리가 물러서는 그를 쫓아왔다.
제일 먼저 창이 잘려나갔고, 두 번째로 눈이 부실 정도로 빠른 검광이 앞머리를 스쳐 갔다.
“위험해!”
음악삼귀의 등 뒤에서 경각심을 돋구는 외침이 들렸다. 그리고 화살이 허공을 찢어발기는 파공음이 들려왔다.
쒜에엑! 쒜에에엑!
파공음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마치 그를 노리고 쏘아진 듯 아슬아슬하게 살을 스쳐 갔다.
물론 음악사귀와 오귀가 그를 노리고 화살을 쏘았을 리 없다. 위험한 것이 그만큼 가까이 다가왔다는 뜻일 게다.
깡! 깡!
귀면사자, 그가 화살을 쳐냈다.
음악삼귀는 귀면사자가 화살을 쳐낼 때에서야 자신을 공격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았다.
“비, 비겁하게 암습을!”
음악삼귀는 잘려나간 창과 귀면사자를 번갈아 노려보면서 노성을 내질렀다.
“확실히 마신천강기군.”
귀면사자는 음악삼귀의 노성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백살마창을 쳐다보면서 히죽 웃었다.
“물컹하지?”
“그렇게 물컹한 정도는 아니고…… 아직 덜 여문 사슴뿔을 자르는 느낌이야.”
“오성 정도라니까.”
백살마창의 말에 귀면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들이 마신천강기면, 저 여자는 뭘까?”
좌수비마가 유화아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니, 말하는 중에 이미 결심을 굳힌 듯 연이어 말했다.
“뭔지는 알아보면 되겠지.”
그는 즉시 자신의 말을 실행에 옮겼다. 유화아를 향해서 거침없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어딜!”
좌수비마 앞을 음악이귀가 가로막았다. 순간!
쒜에엑!
언제 발출했는가! 음악이귀의 면전을 향해 번개처럼 한 줄기 빗살이 날아들었다.
“헉!”
음악이귀가 깜짝 놀라 허리를 젖혔다. 그러나,
슈욱! 푹! 슈우욱! 푹푹푹!
빗살처럼 날아든 검은 그가 피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음악이귀가 피한다고 피했지만 배를 찌르고, 가슴을 찌르고, 옆구리를 후벼 파고, 정강이를 쑤셨다.
“크윽! 컥!”
음악이귀는 극통을 느끼면서 정신없이 물러섰다.
쒜에엑! 쒜에엑!
음악삼귀처럼 그의 귓전에도 파공음이 울렸다. 사귀와 오귀가 쏘아낸 화살이 그를 스쳐 지나가 빗살을 향해 들이쳤다.
까앙! 깡!
빗살은 파공음을 접한 후에야 주춤 멈춰 섰다.
“하! 마신천강기…… 이 정도면 즉사하고도 남는데 숨이 붙어있어. 대단하군.”
좌수비마가 자신의 협검을 흘겨보면서 말했다.
협검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다. 검신 전체가 새빨간 피로 얼룩져 있다.
검만 봐서는 수십 명을 죽인 것 같다.
그 피는 모두 음악이귀가 쏟아냈다. 상당히 많은 부위를 격중시켰고, 하나같이 치명적인 요혈이다.
헌데도 음악이귀는 죽지 않고 버틴다.
오성밖에 되지 않는 마신천강기이지만 협검을 퉁겨낸 것이다.
“이놈들이 정말!”
음악일귀가 이귀의 피투성이 몸을 보면서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들 앞에 나타난 자들은 거마들이다. 십마에는 속하지 못했어도 능히 마두(魔頭) 소리는 듣는 자들이다.
상대가 안 되는 줄 안다.
일장 격돌을 벌여본 결과 잘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좌수비마와 귀면사자 두 사람이 더 나타난 후에는 그런 기대도 접어버렸다.
두 사람을 상대할 때와 네 명을 상대할 때는 아주 큰 차이가 난다.
지금은 거의 일대일의 상황이다.
일대일의 승부에서는 좌수비마와 귀면사자의 공격에서 보았듯이 형편없이 밀린다.
마신천강기 덕분에 내공의 균형은 유지되지만, 초식이라는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힘으로는 상대를 할 수 있어도 빠름이나 변화에서는 상대가 안 된다.
좌수비마는 저들 중에서도 특히 빠르다.
음악이귀가 형편없이 구겨진 것도 빠름이라는 무기를 단순히 힘으로 상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음악일귀나 음악삼귀라고 해도 다를 바 없다. 그들 역시 좌수비마 같은 쾌검의 달인과 맞서면 이귀와 같은 꼴이 되고 만다. 그들에게는 빠름을 상대할 만한 무기가 없다.
활? 활!
음악삼귀가 활 때문에 살았다. 음악이귀도 절명 직전에 활의 도움을 받았다.
활! 활이 위험하다!
음악사귀와 오귀는 즉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 활에 화살을 재웠다.
활 때문에 저들이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니, 이제는 활부터 제거하려고 할 게다.
헌데 뜻밖에도 저들은 서둘지 않았다.
패황도마가 칼을 들고 음악일귀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검왕은 어디 있냐? 그것만 말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새끼, 시치미는…… 네 미간에 갈색 반점이 있어. 그거 수선화 흔적이잖아?”
“…….”
“말해. 검왕, 어디 있어?”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음악일귀가 싸움에 대비하여 잔뜩 경계심을 끌어올리면서 거칠게 쏘아붙였다.
검왕에 대해서 무엇 하나라도 아는 게 있으면 말해주겠다. 그럴 생각이다. 조금도 숨기려거나 감출 의도가 없다. 정말로 손톱만큼이라도 아는 게 있다면…….
지금 검왕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사실을 이들에게 말해주면 뭐라고 할까? 정말 모르냐고 반문할까?
이들은 마인들 세계에서 살아왔다.
배신, 음모, 거짓말 같은 것에는 이력이 나 있다.
다시 말해서 한 마디만 해도 열 마디를 알아듣는 능구렁이 중에서도 능구렁이다.
이들이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은 검왕 때문이다.
검왕이 자신들을 이들 앞에 몰아세웠다. 무엇 때문인지는 전혀 모르지만.
만약 이들에게 검왕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하면 어떤 행동을 취할까?
그때부터는 거침없이 공격해 온다.
제압하지 않는 상태에서 묻는 것과 제압해 놓고 묻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입을 열게 하는 고문수법만 해도 수천 가지가 넘는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게다. 검왕의 행적을 알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 이거나 저거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듯이 말하기는 싫었다.
거친 공격을 조금이라도 늦게 받고 싶다.
그동안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는데…… 나중에는 모르겠는데, 지금 당장은 이들 상대가 안 된다. 우선 당장은 빠져나가야 되는데…….
패황도마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마신천강기는 검왕이 직접 전수해준 거야?”
“후후후! 그런 건 알아서 뭐하게?”
“사실 굳이 알 필요는 없어.”
페에에에엑!
패황도마의 거도가 불을 뿜었다.
가짜 불이 아니다. 진짜 불이다. 불붙은 도가, 빨간 불덩이가 거침없이 밀려온다.
화도(火刀)!
‘빌어먹을! 죽일 생각이야!’
음악일귀는 전력을 다해서 마신천강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평생동안 수련해 온 음황파절도(淫荒破節刀)를 펼쳐냈다.
패애애액!
일귀의 도에서 산악조차도 뭉개버릴 듯한 도기가 뿜어져 나갔다. 거친 힘, 날카로운 예기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찢어내며 달려나갔다. 허나!
피시싯!
그의 패도는 화도와 맞닥트리기도 전에 힘을 잃어버렸다.
쒜에엑! 쒜에엑!
이번에도 뒤에 물러서 있던 두 동생이 화살을 날려왔다. 그에게 화도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헌데!
“억!
“앗!”
방금 화살을 날린 사귀와 오귀가 다급한 경악성을 토해냈다.
귀면사자가 사귀와 오귀를 향해 쏘아갔다. 사귀와 오귀는 막 화살을 날린 후라서 화살을 잡고 있지 않다. 그들 손에는 빈 활만 쥐어져 있다.
두 사람의 목숨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롭다.
일귀도 몸을 빼지 못한다. 화도는 두 동생이 날린 화살마저 가볍게 밀어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를 베고자 달려든다. 잠시, 아주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 겨를이 없다.
이귀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타격받았다.
삼귀…… 그도 힘들다. 백살마창이 삼귀를 향해 쏘아가는 중이다. 창대만 남은 창으로 전설적인 창수와 마주 싸워야 한다.
‘제길!’
음악일귀는 이만 부드득 갈았다.
그들…… 이제는 더 이상 할 것이 없다. 무엇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