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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章 전투서열(戰鬪序列) (5)
“마차를 타야겠냐?”
“무슨 뜻이야?”
“우리 엿된 것은 알지?”
“상당히 곤란해진 것은 알아. 검성과 마군이 공격해 온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하겠지.”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음악일귀가 유화아의 면전에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널 군산까지 호송한다. 그래야 할 것 같으니까. 하지만 검왕 그 새끼가 말한 대로 골 빈 짓은 하지 않아. 우리가 미쳤다고 검성하고 맞붙냐?”
“어떻게 하겠다고?”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쥐새끼처럼 살금살금 숨어서 다녀야지. 너도 그게 좋을걸? 검성이 공격해 오면 우리만 공격하겠냐? 막말로 마군이 쳐오면 우리만 죽이겠냐?”
유화아는 잠시 생각했다.
이들은 검성과 마군이 공격해 올 것만 생각하고 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 그들이 왜 공격해 오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 마차를 타고다니는 사람이 한둘이야?’
마차를 탄다고 해서 검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지는 않는다. 검성이 공격할 만한 일이 있으니까 공격해 오는 것이다. 즉, 마차를 타고 가나 버리고 가나 매한가지다.
“마차를 타는 게 좋겠어.”
그녀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해나갔다.
음악오귀는 그녀가 하는 말을 얌전히 들었다.
검왕이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가 정말로 사라졌겠나, 지켜보겠지.
검성이 공격해 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마도 검왕이 모종의 소문을 흘리지 않을까 싶다. 허면 마차를 버리고 산속으로 숨어든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기왕 그럴 바에는 고생이나 하지 말자.
“제길! 정말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니까. 검왕하고 엮일 때부터 인생 작살났다고 생각했지. 퉷!”
음악오귀가 어자석에 앉으며 한 말이다.
오귀가 마차를 몰고 사귀가 주위에서 호위한다.
낮에는 삼엄한 경계 속에 관도를 달리고, 밤이면 주변이 탁 트인 곳에서 야영을 한다.
검왕은 마차를 몰라는 것 외에 또 다른 명령도 내렸다.
군산에 당도할 때까지 신공을 육성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아니, 싸우기 전까지.
길을 가는 것 못지않게 무공수련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날이 지기 무섭게 마차를 멈춘다. 저녁밥을 최대한 간단하게 먹고 자정이 될 때까지 운공에 몰두한다.
무공을 신장시키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경계심도 늦추지 않는다.
음악오귀는 항시 눈과 귀를 번뜩였다. 언제 어디서 어떤 공격이 일어나도 즉각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검성이나 마군이 공격해 온다면…… 사실, 그들을 막을 방도는 없다. 반항을 하지 말고 무릎 꿇고 애원해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공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경계한다.
허나 칠 주야가 지나가도록 공격해 온다는 사람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그래도 음악오귀의 경계심은 늦춰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칠어졌다.
“지금쯤 움직일 때가 되지 않았나?”
“검성에서 달려온다면…… 그렇겠지?”
“제길! 이게 무슨 꼴이야. 헌데 이놈의 마신천강기, 도무지 진전이 없네. 모두들 어때?”
“끄응!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음악오귀는 무공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내둘렀다.
신공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부쩍 커져 있는 것이 신공이다.
신공을 몇 성까지 수련했다고 말하는 것도 우습다.
신공은 단계를 정하기가 힘들다. 단계가 있는 공부일 경우, 첫 번째 단계가 능숙해지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간다. 두 번째도 자유자재로 운용되면 세 번째로 넘어가고.
단계가 없는 공부는 넘어갈 것도 없다.
자신이 어느 정도 성취했는가? 이런 것을 자로 재듯이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검왕은 그런 공부를 육성이상까지 터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빌어먹을! 영약이라도 좀 주고 일을 시키던가.”
음악삼귀가 투덜거렸다.
유화아도 심정이 답답하기는 음악오귀가 다를 바 없다.
그녀도 밤을 새워서 운공을 하고 있지만 투살진기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우리가 죽는 걸 원하는 건 아냐.’
검왕은 잘 싸워주기를 바란다는 어투였지, 싸우다가 죽으라는 뜻은 없어 보였다.
검성, 마군…… 정말 그들과 싸워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그녀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운공조식에 몰입했다. 하지만 마음이 산란해져서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았지만 운공은 일으키지 못했다.
* * *
“유가장 삼문에서 심상치 않은 동향이 발견되었습니다.”
한동안 별다른 보고가 없었다. ‘심상치 않다’는 말을 듣기도 오랜만이다.
그녀는 입가에 웃음까지 머금었다.
“무슨 일인데?”
“유가장 삼문주에게 여식이 있는데, 유화아라고 합니다.”
“알아.”
그녀가 차게 말했다.
유화아는 강남제일미녀로 칭해진다. 강남, 강북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게다. 그녀의 얼굴은 모를지라도 ‘유화아’라는 이름은 알고들 있다.
“유화아가 음악오귀와 한 배를 탄 것 같습니다.”
“……?”
그녀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한 배를 타다니?”
“유화아가 음악오귀와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유화아가 음악오귀가 모는 마차를 타고 있습니다. 음악오귀가 유화아를 보호, 호송하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유가장 삼문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고, 지금 현재는 관도를 이용해 북상 중입니다. 이용하는 관도로 짐작해보면 군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군산?”
“네.”
그녀는 미간을 찡그렸다.
군산은 명승지다. 유람하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무인이 작심하고 달려갈 곳은 아니다.
강남제일미녀와 세상에서 가장 음악한 음악오귀가 함께 움직인다? 음악오귀가 화려한 꽃을 앞에 놓고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꽃을 호위한다?
‘강간이라도 당했나?’
그녀는 언뜻 유화아가 음악오귀의 손아귀에 잡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둘렀다.
유화아는 음악오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모습을 보인 곳은 유가장 삼문이다. 유화아의 집 근처에서 튀어나왔다.
삼문주…… 그는 음악오귀와 자웅을 결할 수 있다.
딸이 잡혀가는데 가만히 있을 아비가 어디 있는가. 설사 상대가 안 된다고 해도 죽을힘을 다해서 달려들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유가장 전부가 몰살당하는 한이 있어도.
유화아는 삼문주의 양해 아래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음악오귀와 함께 움직이라고 허락했어? 삼문주가?’
묘한 냄새가 난다.
그녀가 몸을 돌려 보고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른 사항은?”
“낮에는 움직이고 밤에는 넓은 개활지에서 야영합니다. 경계가 대단합니다.”
“적은 누군데?”
“모릅니다.”
“적이 있으면서 관도를 이용한다? 이상하잖아?”
“…….”
보고자는 여인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끔, 아니면 습관이 그리됐는지…… 여인이 생각하는 동안에는 침묵했다.
“또?”
보고자가 그제야 또 말했다.
“날이 어두워지기 무섭게 야영을 하는데…… 다른 일은 일절 하지 않고 운공만 합니다.”
“운공?”
“그런데…… 음악오귀의 미간에 갈색 반점이 돋기 시작했다는…….”
“갈색……반점?”
“네.”
“갈색 반점이라면…… 독이라는 거네?”
“미간에 깨알만 한 점 다섯 개.”
“수선화!”
“그렇게 보입니다.”
“으음! 검왕…….”
여인이 난데없이 검왕을 읊조리며 미간을 찡그렸다.
“수선화가 맞아?”
“아직 선명하지 않아서 확인을 불가하지만…… 미간에 갈색 반점 다섯 개가 수선화 말고 또 있는지요.”
“음! 음악오귀 모두?”
“네.”
“다섯 명 모두 미간에 갈색 반점이라. 그럼 수선화가 맞는 거고. 그들이 군산으로 가는 것은 해독약을 얻으려는 거고…… 호호호! 재미있네.”
그녀가 웃었다.
“수선화, 수선화…… 호호호! 수선화.”
“…….”
“놈들이 검왕을 만났다는 말인데…… 어디서 만났을까? 죽은 사람을?”
“…….”
“이 일을 또 아는 사람이 있어?”
“정식 통로를 거쳐서 보고된 사안이니, 아마도 성주님께서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알았어. 나가봐.”
그녀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그녀는 말이 없다. 묵묵히 꽃을 다듬는다. 화병에서 각기 색깔이 다른 꽃 다섯 송이가 화려하게 피어난다.
한가운데 붉은 꽃 한 송이, 전후좌우로 푸른색 계통의 꽃들 네 송이.
그녀는 다듬어 놓은 꽃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말 들었습니다. 제가 가죠.”
그녀의 등 뒤에서 묵직한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
여인은 말을 하지 않고 꽃만 쳐다봤다.
“특별히 당부하실 말씀이라도?”
“검성.”
그녀가 짧게 말했다.
사내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죠.”
스읏!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모습을 감췄다.
여인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자신이 다듬어 놓은 꽃만 쳐다봤다.
“수선화…… 호호호! 수선화가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거야? 이건 아니지.”
그녀는 손을 들어서 꽃 다섯 송이를 와락 으스러트렸다.
* * *
“수선화!”
굵은 주름이 더욱 깊게 주름진다.
“이게 누구 검증이냐?”
“일단(一段)입니다.”
“일단에서 검증을 끝냈다고?”
“그렇습니다.”
“수선화……가 정말 나타났다고?”
“아직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그런 것 같습니다.”
‘검왕!’
노인의 눈가에 이채가 번뜩였다.
“알았다. 물러가라. 어섯!”
노인은 급한 볼일이 있는 듯 수하를 급히 내쫓았다.
“검왕이 죽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제 눈으로 목도했습니다.”
“숨이 끊어졌느냐!”
“확실히.”
“그럼 이건 뭐냐!”
노인이 서신을 흔들었다.
“수선화가 나타난 것은 맞지만, 검왕이 사용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으음!”
“확인해 보겠습니다.”
“확인해라. 그리고 수선화를 쓴 놈이 검왕, 그놈이라면 일단 귀싸대기 한 대 날리고…… 내게 데려와. 은밀히.”
“주군, 검왕에 대한 미련은…….”
노인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더 이상 말을 듣기 싫다는 듯 손만 휘휘 내저었다.
“빨리 가야 할 터…… 쯧! 수선화라니! 공개적으로 나 살았소 하고 소문내는 것도 아니고.”
노인이 못마땅한 듯 고개를 휘휘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