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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파괴록-30화 (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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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六章 낙검(落劍) (5)

적벽검문이 인재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두 가지다.

엄밀히 말하면 인재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제자로 삼는 방식, 사람을 보는 눈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난 인재를 골라내서 제자로 삼는 것이다.

검왕과 누미가 그런 축에 든다.

두 번째는 성품을 보고 ‘평생 나쁜 짓은 하지 않겠다’고 판단되면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는 인정과 같은 특수한 사정과 닿아 있을 경우다.

누강과 같은 경우다.

그래서 적벽검문에는 기가 막힌 초고수와 세상에서 그저 ‘대협’ 정도의 대접을 받는 무인, 두 부류가 존재한다.

누미는 기재 중의 기재라는 요미검체다.

요미검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하는 희귀한 신체다.

비형은잠도 요미검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검왕이 요미검체를 무척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은 안다.

마공관 사건이 터질 때, 검왕은 누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누미가 마기의 제물로 던져졌을 때, 그때야 비로소 한 여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즉, 그 순간까지는 요미검체를 알지 못했다.

검왕은 누미를 보고 난 후에야 요미검체를 알아챈다.

누강과 대화를 나눌 때도 ‘요미검체’라는 말을 몇 번 들먹거린다.

그렇다. 그는 마공관 폭파 사건을 지켜봤다. 그 후로는 계속 검왕을 따라다녔다. 말도 되지 않는 검왕의 무공을 직접 목도한 유일한 증인이기도 하다.

검왕도 그의 미행을 눈치챘다. 그리고 방치했다.

자신에게 이 일을…… 그때부터 자신에게 누미를 보호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던 게다.

요미검체, 검왕이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한 무골.

비형은잠은 요미검체를 알고 싶었다.

천재는 보통 상황에서는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천재가 천재다우려면 그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나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요미검체는 무재(武才)다.

무재가 탁월함을 드러내는 방법…… 새앙쥐를 천적인 고양이 앞에 던지는 것이다.

그럴 경우, 백이면 백 모두 잡혀먹힌다.

요미검체도 잡혀먹힐 것인가? 그렇다면 요미검체와 보통 말하는 천재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적벽검문에서 선택한 기재…… 어디 두고 보자.

쉬이이익!

누미가 질주해간다. 유행인지 뭔지 모르는 이상한 신법을 펼치면서 달려간다.

아직까지는 특별할 게 없다.

누강 곁을 떠나올 때와 지금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허나 그는 누미가 검성의 검학을 일시간에 터득해 내는 과정을 지켜봤다.

허나 그것은 누미가 요미검체에서 속성을 했는지, 검왕의 지도가 탁월했는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검왕은 핵심을 팍 찌를 줄 안다.

무림에는 일인비전(一人祕傳)이니 비맥(秘脈)이니 하는 말들이 존재한다. 최상최고의 절기는 비밀리에 딱 한 사람, 수제자에게만 전수한다는 말이다.

틀린 말이다.

사부가 제자를 받아들이면서 누구에게는 전수하고, 누구에게는 전수하지 않고……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편 가름을 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사부는 전수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누누이 말해준다. 다만 제자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전수받지 못한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물이 최고다.

목마르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물을 권해도 한두 모금 깔짝거리고 만다.

물을 마시게 하려면 목마른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힘껏 달리게 해서, 죽을 힘을 다해 달리게 만들어서 물이 없으면 죽을 것 같다는 심정이 들 때 물을 권하면 생각도 하지 않고 벌컥벌컥 들이켠다.

물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상황만 만들어주면 마신다.

이런 것을 보고 직지심중(直指心中)이라고 한다. 손가락으로 심장 한가운데를 콱 찌른다는 뜻이다.

무공전수는, 최고의 초식은 오직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 직지심중으로만 전수된다. 퍼뜩! 깨달아지는 바가 있어야만 비로소 모든 것을 전수받았다고 할 수 있다.

검왕은 그런 식으로 검성의 검초를 전수했다.

그는 초식을 설명하지 않았다. 누미로 하여금 스스로 터득하게끔 만들었다.

누미가 파란색을 떠올릴 때, 검왕은 파란색 검초를 펼쳐 보인다.

누미가 노란색을 생각할 때, 검왕은 노란색으로 이루어진 검초를 선보인다.

검왕의 일거수일투족이 쏙쏙 파고든다.

사부가 제자의 상황에 맞춰나가는 특이한 경우인데…… 오직 검왕이기에 가능한 전수방법이다.

비형은잠은 자신을 되돌아봤다.

자신에게는 제자도 없고, 아직 제자를 둘 마음도 없지만…… 만약 있다고 하면 검왕처럼 전수할 수 있을까?

결론은…… 없다.

자신은 모든 것을 전수해줄 것이다. 언제든 전수해줄 수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가라고 손가락을 내밀고 있을 게다. 허면 제자가 톱니바퀴가 되어서 빙글빙글 돌아야 한다. 자신이 내민 손가락에 딱 맞는 톱니를 찾아내야 한다.

양쪽의 크기가 맞춰졌을 때, 그때 손가락으로 팍 찌른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면 직지심중이다.

자신은 그런 식으로는 전수할 수 있다. 하지만 검왕처럼 제자의 톱니바퀴를 찾아 나서고, 각각 크기가 다른 톱니에 자신을 맞춰서 전수하는 방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적벽검문 놈들은…….’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치솟는다.

어디 보자. 그런 적벽검문 놈들이 애지중지하는 요미검체가 어떤 신체인지.

쉬이이이이익!

비형은잠은 누미를 쫓았다. 검왕을 죽인 미공자가 쫓아올 게 분명하기에 주변을 예리하게 살피면서.

여기 또 한 사람, 요미검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

“이제 갓 입문했군.”

“그래도 누강은 앞섰는데요. 누강 같은 자에게는 과분한 제자입니다. 키워낼 수 없어요.”

“후후! 적벽검문이 그 정도 판단을 못 했을 것 같나?”

“처음부터 검왕을 염두에 두었다는 겁니까?”

“요미검체를 키워낼 사람은 검왕밖에 없다.”

“헌데 어쩝니까? 검왕이 죽었으니.”

“하하하! 그게 무에 대수인가. 검왕이 죽었으면 검왕을 죽인 사람이 키워주면 되지.”

“정녕 저 여자를 취할 생각이십니까?”

“하하하하하!”

미공자가 크게 웃었다.

요미검체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은 왜 이런 하지 않아도 될 모험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요미검체를 취한다는 것은 천마(天馬)를 얻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호랑이 등에 날개가 달린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서 하늘로 승천한다.

요미검체의 진가는 나중에 나타난다. 모두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아! 하고 깨닫는다. 날개 달린 호랑이가 이빨로 물어뜯은 다음에서야.

“쫓아볼 텐가?”

“누구를 말입니까? 비형은잠 말입니까?”

“누미.”

‘누미를요? 하하하하! 장난도 어지간하십니다.“

“쫓아봐.”

“진심이시군요.”

“진심이다.”

“알겠습니다. 헌데…… 부탁. 부탁이라는 말을 빼먹으셨군요.”

“부탁하지. 쫓아봐.”

“쫓아보라는 말씀, 정확하게 정의내려 주셔야죠. 죽이는 겁니까, 납치하는 겁니까?”

“하하하! 묘한 놈이군. 포기할 줄을 몰라. 화요가 그렇게 두려운가? 아니면 화요에게 다른 감정이라고 가지고 있는 겐가? 하기는 사내치고 화요를…….”

“화요 님을 모욕하는 말씀은 자제를.”

사내가 미공자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미공자가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이라고 하면 단박에 죽일 거야. 화요를 위해서. 납치하라고 하면 내 의중을 알고 있으니 뚜쟁이가 되는 셈이지. 허니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고.”

“…….”

“결국 죽이라는 부탁만 받아들이겠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가요?”

“내게 부탁까지 받았으면서 그런 조건을 달다니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미공자의 눈에서 싸늘한 한광이 솟아 나왔다.

사내는 소름이 오싹 끼치는 눈길을 담담하게 받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말했다.

“일을 저지르기 전에 다시 한 번 재고를. 화요 님의 심기를 건드리시면…….”

“죽이지도, 납치하지도 마라. 쫓기만 해라. 이게 내 부탁이다.”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여자를 쫓는 데는 반각이면 충분합니다만.”

“쫓았으면 놓아줘.”

“아하!”

사내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탄성을 토해냈다.

“저 여자가 진정 요미검체인지 알아보시려는 거군요.”

“쫓기나 해.”

“그런 부탁이시라면.”

쉬이잇!

사내의 신형이 한순간에 흐릿해졌다. 그리고 형체가 소멸되듯 사라졌다.

‘온닷!’

비형은잠은 매서운 살기를 감지했다.

그자, 숲에서 유계판서 등을 쥐새끼 어루만지듯 가지고 놀던 그 사내다.

그자의 신법은 오보(五步) 후에 특이한 기형음을 한 번씩 남긴다.

탁!

마차 바퀴에 돌멩이가 퉁겨나가는 듯한 소리다.

비형은잠은 이 소리를 뇌리에 새겨놓았다.

사내가 어떤 신법을 사용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찾아볼 수 있다. 이 특징…… 오보 후에 한 번씩 퉁겨내는 기이한 음향이 아주 큰 단초 역할을 해줄 게다.

사내의 신법만 알아내면 저들이 어디서 나온 괴물들인지도 추측할 수 있다.

그 소리, 바로 등 뒤에서 들린다.

비형은잠은 완벽한 폐기(閉氣)를 끌어냈다.

숨을 죽이고, 체온을 끌어내린다. 살아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피워내는 생기를 죽인다.

완벽하게 자신을 감춘다.

쒜에에에엑! 탁!

사내가 자신 곁을 스쳐 지났다.

사내가 노리는 사람은 역시 누미다. 검왕이 부탁한 누미를 쫓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비형은잠은 수수방관, 사태만 지켜봤다.

검왕이 부탁했다고 해서 무조건 들어줄 이유가 없다. 검왕과 특별한 교분을 쌓은 것도 아니다. 자신이 목숨을 걸 정도라면, 보호 대상자도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를 알아본다.

누미가 평범한 여자에 불과하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를 버린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보호할 만한 이유가 생긴다면 목숨을 걸더라도 지켜준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상대해야 할 자를 주시한다.

쒜에에엑! 탁!

숲에서 봤던 바로 그 사내가 특이한 신법을 펼치면서, 소리를 흘리면서 지나갔다. 아니…… 지나가면서 옆을 흘깃 쳐다본다. 입가에 묘한 웃음을 담고서.

‘봤다!’

비형은잠은 등줄기에서 찬바람을 느꼈다.

사내가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자신이 쳐다봤다. 의미 모를 웃음을 지으면서.

비형은잠의 은신술이 깨지는 순간이다.

‘저놈…… 뭐야?’

사람이 너무 기가 막히면 말문이 막힌다고 한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멍해진다고 한다.

그가 지금 그랬다.

사내는 미공자의 하인이다. 그렇게 판단된다.

헌데 그런 자가 십마를 가지고 논다. 자신의 은신술까지 단번에 꿰뚫어봤다.

그가 공격하고자 했다면 지금도 가능했다.

‘아! 큰일!’

비형은잠은 퍼뜩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사내가 누미를 건드린다면 결코 자신이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신술이면, 은잠술이면, 비행술이면 사내를 따돌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금 그 자신감이 산산이 부서진다.

정작 사내가 누미를 건드리고자 하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무슨 수로 누미를 빼내 올 수 있을까?

사내가 강한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은잠술까지 파해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은잠술을 파해하려면 상대 역시 술자(術者)여야 하는데, 그랬다.

‘미치겠네!’

비형은잠은 당장 폐기를 풀었다.

숨을 되돌리고, 체온을 끌어올리고, 생기를 되찾는다.

그는 바로 움직이지 못한다. 생체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두 눈만 사내를 뒤쫓는다.

쒜에에엑! 탁! 쒜에에엑! 탁!

사내가 도약했다.

누미에게 다다른다. 누미 지척까지 이르렀다. 호랑이가 새앙쥐를 덮치고 있다.

팟!

비형은잠은 비로소 신체기능을 되찾고 신법을 펼쳤다. 하지만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누미가 요미검체이든 아니든 자신이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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