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第四章 대타(代打) (4)
검왕이 십마를 단 일격에 무너트린다!
십마 중에 최강자라고 짐작되는 혈천성의 성주, 혈천혈도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마인들에게는 괴물로 여겨지는 검성 성주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검왕은 당금 무림의 최강자다.
십마는 무위 측정이 불가한 무인들이다. 병기를 맞대보지 않고는 누가 강한지 알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이 펑펑 나가떨어지는데 누가 감히 검왕 앞에서 무위를 뽐낼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말도 안 돼!’
비형은잠(秘形隱潛)은 눈을 부릅떴다.
너무 놀라서…… 눈을 부릅뜨는 실수를 저질렀다.
스읏! 슷!
유계판서와 흑포사추가 눈길을 돌려서 그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허나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한 것, 놀라움은 사라지고 바위 같은 묵직함이 자리했다.
유계판서와 흑포사추는 그를 찾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은은광환기(隱隱光幻氣)를 이끄는 과정에서도 놀라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는 유계판서가 보지 못한 것을 봤다.
유계판서는 흑포사추의 지척에 있었다. 흑포사추와 검왕이 접전을 벌일 때,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이 세상에서 유계판서보다 그 싸움을 자세히 본 사람은 없다.
그러나…… 유계판서가 서 있던 곳과 그가 숨어있는 곳은 각도 차이가 있다.
그 덕분에 유계판서는 보지 못했고, 비형은잠은 본 것이 있다.
퍽!
둔탁한 격타!
유계판서는 흑포사추가 나가떨어지는 것만 봤다.
그는 검왕이 십마의 일격을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맞아주는 것을 봤다.
초일류고수의 일격을 무방비 상태로 맞아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목전에서 벌어졌다.
검왕은 분명히 흑포사추에게 일격을 당했다. 검은 광선이 검왕의 복부를 꿰뚫었다. 검은 선이 배를 뚫고 등 뒤로 삐져나오는 환상까지 봤다.
흑포사추는 분명히 일격에 성공했다.
최선을 다한 일격이었는데…… 화남십랑을 즉사시킨 것에 비해서도 배는 빠르고 강했는데…… 어떻게 그런 일격을 당하고도 멀쩡할 수 있지?
비형은잠이 경악한 것은 그 부분이다.
검왕이 흑포사추를 일격에 무너트려서 놀란 것이 아니라 일격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멀쩡한 것에 놀랐다.
흑포사추의 검은 광선은 흑편(黑鞭)이다. 묵린망사(墨鱗罔蛇)의 가죽으로 만들었고, 끝에 편추(鞭錘)를 달았다.
흑포사추는 흑편으로 철문도 꿰뚫는다.
두부를 손가락으로 찍듯이 아주 쉽게, 큰 힘 들이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을 봤다.
육신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다.
유계판서와 흑포사추가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멀어져 간다.
비형은잠은 꼼짝하지 못했다.
검왕…… 그가 달라졌다. 옛날에도 강했지만 이토록 강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가 흑포사추와 싸울 때 사용한 무공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적벽검문의 무공이 아니다.
‘소문이 사실인가?’
소문처럼 검왕이 마공관의 마서를 수련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데…….
* * *
다각! 다각! 다각!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자석에는 누미가 앉았다. 누강은 마차 안에 비스듬히 누워서 바깥 풍경을 살폈다.
“후후! 개구리가 뱀굴로 들어서는 기분이구나.”
누강이 툴툴 웃으면서 말했다.
“어떤 놈이든 오기만 하라고 해요. 가만 안 놔두지 않을 거니까.”
누미가 짐짓 호기를 부렸다.
허나 정작 그렇게 말하는 누미도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일도진악(一刀鎭嶽)…….’
무림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무림에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 정도는 알아본다.
월도(月刀)를 들고 서 있는 거한은 일도진악이 틀림없다.
다른 사람도 보인다. 객잔 담벼락에 비스듬히 어깨를 기대고 선 채 마차를 쳐다보고 있는 자…… 오른쪽 눈과 오른팔이 없다. 좌수검(左手劍)의 달인, 싸움의 귀재, 하늘이 보살피는 자 등등으로 불리는 천살검(天殺劍)이다.
두 사람의 주위에는 마인만 몰려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일도진악도 그렇고 천살검도 그렇고…… 누강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이미 검성 포고령이 떨어졌다.
누강에게 말을 건넨다는 것은 검성을 적으로 돌리는 길이 된다.
저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왔건, 설혹 궁지에 빠진 누강을 돕겠다는 좋은 의미로 왔다고 해도 누강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
누미가 말했다.
“저분들 알죠?”
“알지.”
“잘 알아요?”
“잘 알지.”
“도움을 주는 쪽이었어요, 받는 쪽이었어요?”
“검성은 도와주는 쪽이지 받는 쪽이 아니다.”
“흥! 그런데도 인사도 안 하네요.”
“인사는 했다.”
“…….”
누미가 입을 닫았다.
일도진악이 월도를 옆으로 뉘였다가 다시 고쳐잡았다. 좌수검은 손을 들어 애꾸눈을 만졌다.
이것이 누강이 말한 저들의 인사인 모양이다.
“결국 우릴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네요? 숙조만 빼고.”
“당분간은 편하게 가도 될 게다. 눈치들을 보느라 쉽게 공격해 오지 못할 테니.”
“당분간이 정확하게 얼마나 돼요?”
“글쎄…… 마급에 대한 유혹이 강할 테니……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게다.”
“걱정 없어요. 숙조께서 보고 계실 거니까. 끼럇!”
누미가 말고삐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마차는 누강이 말한 대로 독사가 우글거리는 뱀 굴로 들어서고 있다. 길목길목에, 어귀어귀에 마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글우글…… 포위된 느낌이다.
과연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다각! 다각!
수레바퀴가 본격적으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검왕이 마공관의 마서를 수련했다.
누강이 마공관주로 있으면서 검왕의 수련을 도왔고, 그도 마급을 수련한 것으로 추측된다.
누미는 정종무공을 선택했다.
마공관을 만든 곳이 검성이다. 검성에서 마공관을 생각해 냈고, 기관진학의 달인을 초빙하여 완성했다.
검성이 마공관에 마급을 소장하면서 조원검급을 같이 소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는 대의로써 행한 행동이다.
마공관의 마급을 참조할 정도하면 대마인, 대마공이 출현했다는 뜻이다. 현재 중원을 장악하고 있는 그 어떤 무공도 상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 속에 조원검공도 포함된다.
검성 성주가 무너졌을 때, 조원검공이 꺾였을 때 마공관이 열린다.
조원검공을 일인비전(一人秘傳)으로 전수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 마공을 연구할 정도라면 조원검공도 연구해라.
조원검공을 마공관에 남겨두는 심정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이 모두 무인들의 추측이다.
이런 추측이 아니고서는 누미가 어떻게 해서 조원검법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정도 무림의 하늘이라는 검성 성주의 무공을 무림말학이 사용하고 있다니. 검성 성주의 제자도 아니면서, 적벽검문의 식솔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면서.
어쨌든…… 소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덧칠을 더해갔다.
‘마공을 수련했을지도 모른다’라는 말은 ‘수련했다’는 말로, 또 이 말은 ‘절정으로 터득했다’는 말로 바뀌었다.
불과 십여 일 안짝에 퍼진 소문이다.
검왕과 누강이 마공관 마급을 수련한 것은 기정사실이다.
쉬이이익! 쉬이이익!
마차를 향해 거대한 그물이 씌워져 왔다.
“야차삼십락(夜叉三十雒)!”
강호 경험이 미천한 누미도 상대를 알아봤다.
쒝! 쒜에엑!
마차 안에서는 벌써 화살이 날카로운 파공음을 흘리며 허공을 찢어갔다.
촤라락! 촤라라락!
그물이 급격하게 모양을 바꿔가면서 마차를 훑어온다.
야차삽심락은 병기로 투망(投網)을 사용한다.
그물 사이에는 작은 세침이 촘촘히 박혀 있다. 살짝 긁히기만 해도 전신이 돌담에 문지른 것처럼 긁힌다.
투망은 종종 허공에서 하나로 연결되기도 한다. 허면 지금 보는 것처럼 거대한 그물망이 펼쳐진다.
누강은 투망과 투망 사이의 연결고리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쒝! 탁!
화살이 정확하게 연결고리를 관통했다.
그러자 사방을 뒤덮던 거대한 그물이 쫙 찢어지면서 맑은 하늘이 보였다.
누미는 망설이지 않고 터진 공간으로 마차를 몰았다.
쉐각! 스각! 가가각!
투망이 마차를 긁으면서 훑어 내렸다.
“이럇!”
누미는 급한 마음에 연신 채찍만 휘둘렀다.
누가 공격해오던 응대할 자신이 있었다. 허나 막상 공격을 당하고 보니 할 일이 없다.
마차 안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누강!
누강이 있는 한, 그녀는 조원검법을 펼칠 수 없다. 검을 들고 마차를 뛰어내릴 수가 없다. 야차삼십락처럼 원거리에서 공격을 해오는 자들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누강은 굉장한 짐이다.
쒝! 쒜엑!
누강이 연속해서 활을 쏘았다.
그의 화살이 야차삼십락을 향했다.
화라락!
마차 앞에서 투망이 활짝 펼쳐졌다. 그리고 누강이 쏜 화살은 투망에 가로막혀 툭툭 떨어졌다.
사실, 누강은 활을 잘 쏘지 못한다. 기본 공부로, 무인의 소양으로 어느 정도만 수련하고는 중단했다. 검을 수련하기에도 모자란 판에 활까지 손댈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날아오는 화살을 쏘아서 떨어트릴 정도는 된다.
쒝! 쒜에엑!
누강은 화살을 아낌없이 쏘아냈다.
준비해온 화살이 동나도 상관없다는 듯…… 야차삼십락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서른 명의 야차! 서른 명의 수리부엉이!
“이럇!”
누미는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냈다. 그때,
“크하하하!”
전면에서 우렁찬 광소가 터진다 싶은 순간, 치달리는 말들 앞에 불쑥 거대한 바위가 솟구쳤다.
“엇!”
누미가 놀라서 경악성을 터트리는 순간, 말 두 필이 번쩍 허공으로 치솟는가 싶더니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패갑철마(覇鉀鐵魔)?’
한순간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이다.
말 두 필을 이토록 간단히 날려버릴 사람이라면 중원에서 오직 한 명, 미련할 정도로 힘만 센 패갑철마밖에 없다.
펑! 펑!
거대한 바위는 땅으로 떨어지는 말 두 필을 권격(拳擊)으로 날려버렸다.
“크하하하!”
또 한 번 광소가 터졌다. 그리고 우악스런 손이 누미의 멱살을 잡아챘다.
거대한 바위는 치달리는 마치에 치이기라도 할 셈인가?
말들은 떨어져 나갔지만 마차는 여전히 달리던 힘을 빌려서 치달리고 있다. 거센 힘으로 가로막는 것들을 짓뭉개고 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누미는 말채찍으로 다가오는 손목을 후려치면서 허공으로 솟구쳤다.
‘아버지!’
이 순간에도 누강은 짐이다.
누미는 거대한 바위를 상대해야 한다. 전열을 가다듬고 재차 달려드는 야차삼십락도 상대해야 한다. 허나 그녀의 눈은 마차 안에 있는 누강을 향했다.
이래서야 제대로 싸울 수나 있나.
“크하하하! 이런 것! 싸움하다 말고 한눈을 팔다니! 크하하하하! 집중해라!”
오히려 그녀를 공격해오던 거대한 바위가 광소를 내질렀다.
그가 광소를 내지를 필요도 없다. 그녀는 누강을 염려하지만 공격해 오는 적을 경시하지도 않는다.
쉬익! 촤라라락!
허공에서 신형을 뒤집으며 검광을 쏘아냈다.
검광이 순식간에 칠채(七彩)를 쏟아낸다.
검초가 일곱 가닥인데…… 검속(劍速)이 각기 달라서 다른 색채를 드러낸다.
“크카카카! 칠채환홍(七彩幻紅)!”
거대한 바위는 누미의 검초를 보자 오히려 활짝 웃으며 달려들었다. 정녕 신난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