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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파괴록-16화 (16/225)

# 16

第四章 대타(代打) (1)

“여기 맞지?”

“맞아.”

“안에 있는 게 확실해?”

“확실해. 그놈이 안에 있는 건 내 눈으로 확인했고, 계집애는 초저녁에 나가서 아직 안 들어왔어.”

“그럼 안에는 누강밖에 없다는 말이야?”

“계집애까지 함께 잡을 생각이야?”

“그러면 훨씬 좋지.”

“계집애도 적벽검문도인데…… 욕심이 너무 과한 거 아냐? 누강만이라도 잡지?”

“그러지 말고 하나씩 잡는 건 어때? 누강은 완전 병신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쉽게 잡을 수 있고…… 계집애는 이제 걸음마를 뗀 것 같으니까 별것 아닐 거고.”

“나도 찬성.”

자칭 화남십천군(和南十天君), 세칭 화남십랑(和南十狼)이 불 꺼진 객잔을 노려보면서 수군거렸다.

“으음!”

그들 행동에 대해서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화남일랑이 침음을 토해냈다.

사실…… 하고 싶다!

마공관이 깨졌다. 마고에 있던 마경들이 폭발과 함께 허공에 흩어졌다.

허나 무림에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바보는 없다.

어떤 바보가 절세마공비급을 한 줌 재로 태워버리겠나. 한 권만 있어도 당장 십마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그들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는 무공비급을 태워버린다는 게 말이 되나.

분명히 마경은 마공관에 없었다.

마공관을 이 잡듯이 뒤진 스무 명 가량의 마인들이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저것들이 무슨 수작을 부렸다.

누강…… 누미…… 요것들이 단초를 쥐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누강과 누미를 잡아서 마경을 어찌했는지 닦달하고 싶다.

문제는 저들을 잡는 순간,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시작된다는 거다.

일차, 가장 기본적인 고려사항이 누강과 누미를 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화남십랑이 저들을 잡는다면? 그다음부터는 거칠 것이 없다. 화남십랑을 잡을 수 있는 자라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든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많다.

자신들을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자들을 뿌리치고 도주할 수 있을까?

화남칠랑이 말했다.

“불상고산(不上高山), 불현평천(不顯平川)이라잖아. 산야를 둘러보려면 산에 올라야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해.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일단 하자.”

“그래, 사람 태어나서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가자!”

화남일랑이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스슷! 스스스슷! 스으읏!

기분 나쁜 기척이 감지된다.

지붕, 복도, 창문 난간…… 사방에서 움직임이 일어난다.

‘기어코.’

누강은 미간을 찌푸렸다.

누군가 자신을 공격해 올 것이라는 생각은 항시 하고 있었다. 만일에 대비한 준비도 해놨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거다.

지금 밖에 있는 자들을 물리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자신의 무공이 노출된다. 얼마나 강한지,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고 있는지, 몸 상태는 어떤지.

이런 것들이 드러나면 두 번째 공격이 곧바로 시작된다.

‘얘는 어디를 간 거야.’

누강은 누미가 걱정되었다.

검성 당주를 공격할 정도로 자신 있는 자들이라면 누미 정도는 가볍게 여길 게 뻔하다. 어쩌면 벌써 공격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는데…… 무사하기만 바란다.

슷! 스르릉!

그는 철검을 뽑았다.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온 달빛이 서슬 퍼런 삼장장검의 칼날을 비췄다.

‘다 왔어.’

기다림의 순간은 길지 않았다.

쾅!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이 불쑥 들이닥쳤다.

준비하고 있었다!

쒝! 쒝!

누강은 목인을 벨 때처럼 ‘일순(一瞬)의 빛 가름’을 터트렸다.

“큭!”

비명 한 가닥이 울린다.

좋지 않다! 어둠은 둘이었다.

그가 경각심을 느꼈을 때…… 허벅지 밑, 무릎 위쪽에서 화끈한 불길이 일어났다.

“큭!”

이번에는 그가 신음을 흘렸다.

어둠이 왼쪽 다리를 절단할 요량으로 병기를 써왔다. 아마도 무릎을 갈라버릴 심산이었을 게다.

아픔으로 보아서 도(刀), 칼이다.

다행히 그자의 병기는 무릎에서 한 치 위를 갈랐다. 칼도 깊게 들어오지 못하고 살을 스치는 선에서 그쳤다. 누강의 기습에 움찔했던 모양이다.

누강은 급히 오른쪽 다리로 중심을 옮기면서 몸을 벽에 붙였다.

다수가 공격해 올 때, 피할 곳이 없을 때, 결전밖에 남지 않았을 때…… 그런 경우에는 구석진 곳이 좋다. 공격해 오는 자도 범위가 축소되니까. 헌데,

푹!

벽을 뚫고 장창이 쑤셔왔다.

누강은 상반신을 움직여 간신히 장창을 흘려보냈다.

백살마창에게 당한 상처가 다시 도진 것 같다. 전신에 있는 뼈란 뼈는 모두 울린다.

아니, 고통이 그것뿐이라면 참을 수 있다.

마군의 혈무기가 진기를 긁어댄다. 진기를 유통시킬 때마다 전신 경맥이 조각조각 썰어진다.

쒜엑! 쒜엑! 쒜에엑!

병기가 어둠을 쪼개온다.

누강은 위기를 느꼈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손가락조차 꼼짝하지 못했다.

‘훗! 이놈의 혈무기!’

괜히 짜증이 와락 일어난다.

충분히 싸울 수 있는데…… 이까짓 공격에 당하다니. 그때,

쉬익!

활짝 열린 창문을 뚫고 날렵하고 경쾌한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날랜 새는 순식간에 칠초(七招)를 전개했고, 칠초는 정확하게 공격자들의 병기를 제지시켰다.

까앙! 깡깡깡깡!

병기와 병기가 불통을 일으키며 격돌한다.

“죽엇!”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고함쳤다. 동시에 바람도 없는 방에서 회오리가 일어났다.

“광풍철겁(狂風鐵劫)!”

누강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광풍철겁은 화남십랑의 최후절초다.

최소 다섯 명 이상이 목표물을 둥글게 에워싼다. 병기를 중심으로 뻗고, 신법을 이용해서 빠르게 회전한다. 허면 강력한 돌풍이 일어나면서 구심력(求心力)이 작동한다.

안에 갇힌 사람은 밖으로 병기를 쓸어내기 힘들다.

반면에 저들은 아주 쉽게 병기를 밀어낸다. 굳이 병기를 쳐낼 필요도 없다. 용권풍만 유지하면 병기가 저절로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상대를 베어낸다.

광풍철겁을 파해할 수는 있다.

광풍은 저들의 연합된 진기, 연수합격진기를 일시에 밀어낼 수 있는 강한 내공만 있으면 된다.

농담 삼아 하는 말로 거목을 뿌리째 뽑을 수 있으면 된다.

광풍철겁은 사전에 봉쇄하는 게 최선이다.

광풍철검이 일어났다면 최대한 빠르게 공격하는 게 차선이다.

이게 검성에서 분석한 광풍철겁이다.

창문 밖에서 날아든 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광풍철겁이 일어나게 내버려두었고, 초반 공격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광풍철겁을 모르고 있다.

‘당했어!’

자신이라도 완벽한 광풍철겁에 휘둘리면 빠져나오지 못한다.

위험하다! 늦었다!

순간, 누강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케 만드는 사건을 목도하고 입을 쩍 벌렸다.

쾅! 파라라라락!

일차로 거센 충돌이 일어났다.

두 번째로 충돌로 흔들린 광풍 사이로 부드러운 연검(軟劍)이 바람 스며들 듯 파고들었다.

매미가 날갯짓을 하는지 파라락 소리가 울린다.

연검의 검신이 마구 뒤틀린다. 떨린다. 공기를 찢어내고, 광풍을 갈라낸다.

‘광풍철겁이 깨지고 있어!’

연검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다만 정교하다. 광풍의 사이사이를 정확하게 파고든다.

“컥!”

“끄으윽!”

화남십랑, 그들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순간,

“철수!”

누군가가 급히 말했고, 물러선 자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졌다.

“바, 방금 그거…….”

누강이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죄송해요.”

누미가 머리를 조아렸다.

“타문의 무학을 수련한 게냐!”

누강은 엄중하게 질타했다.

- 수칙(守則) 칠(七). 적벽검문의 사람은 적벽검문 무공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타문(他門)의 무학은 참조하되, 표방 및 수련하지 말아야 한다.

적벽검문의 무학은 수련하기 어렵다.

적벽검문도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천재성이 아니다. 인내(忍耐)다.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오로지 한 길만 파고들 줄 아는 외곬 성격이어야 한다.

이토록 어려운 길이기에 곁눈질을 하기 십상이다.

조금 더 빠르게 수련할 수 있는 것,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 무림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것…….

본문의 무학만을 고집하는 게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아니, 이런 고집은 자칫 썩은 물을 만들어내기 쉽다. 옛날 무공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이런 규칙을 두었다.

누강의 질타에 누미는 머리만 숙일 뿐 대답하지 못했다.

“휴우! 타문의 무학은…… 됐다. 이미 수련한 것을…… 언제부터 수련한 게냐?”

“오, 오늘요.”

“……!”

누강이 다시 한 번 눈을 부릅뜨고 누미를 쳐다봤다.

누미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다.

가장 큰 거짓말을 하려면 타문의 무학을 수련하지 않았다고 말했어야 한다.

수련 사실은 인정하면서 수련 기간을 숨길 이유가 없다.

“그럼 고작 하루 배우고서…… 오늘? 오늘 배웠다면 방금 전에 나가서 배웠다는 거냐?”

누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에게? 어떻게?”

“수, 숙조께서 가르쳐 주셔서…….”

누미는 말끝을 흐렸다.

“숙부님이? 숙부님이 여기 계셔?”

“네.”

“언제부터 숙부님과 만나 게냐?”

“줄곧이요. 계속 따라오셨어요.”

그건 이미 생각했던 바다. 검왕은 결코 자신의 가족을 함부로 방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에게는 연락을 취하지 않고 누미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건…….

‘음! 싸울 사람이 필요했군.’

누강은 검왕의 뜻을 알아챘다.

누강은 싸우지 못한다. 그는 혈무기에 당해서 전사로서의 자질을 잃어버렸다.

검왕은 지금 당장 싸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누미를 불러낸 게다. 누미를 급성장시켜서 어지간한 공격쯤은 막을 수 있는 전사로 만든 게다.

오늘부터 배웠다고? 천만에!

그 정도로 빠르게 속성 수련할 수 있는 무공은 세상에 없다.

누강이 물었다.

“그동안 숙부님은 몇 번이나 만났느냐?”

“열 번 정도요?”

“그동안 뭘 했고?”

“보법(步法), 신법(身法)…… 때리기만 하셨다고요!”

누미가 그때 일이 생각나는지 눈물을 글썽거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억울했던 모양이다.

‘그러면 그렇지.’

누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왕은 오늘 당장 무공을 전수한 게 아니다. 열흘에 걸쳐서 보법과 신법을 가다듬었다. 새로운 절공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본 토대를 닦았다.

누미는 적벽검문 무공을 수련했다.

검왕은 적벽검문 무공을 가장 깊게 수련했다.

검왕의 눈으로 누미를 관찰하고 지도하는 것은 매우 쉬웠을 게다.

아무리 그래도…… 타문의 무학을 수련하면 안 되는데.

누강이 물었다.

“어떤 무공이냐? 뭘 배운 거야?”

“조…… 원검공이요.”

누미가 누강의 눈치를 살피면서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조원 뭐라고? 크게 말해봐! 가만…… 조원? 조원! 조원검공! 성주, 성주의 검학 말이냐!”

“네.”

누강의 천둥 치는 듯한 고함 소리에 누미는 더욱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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