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파괴록-13화 (1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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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三章 악사천리(惡事千裏) [나쁜 소문이 금세 퍼진다] (3)

휘이이잉!

계곡에서 불어온 서늘한 바람이 마공관을 휩쓸고 지나갔다.

마공관은 평범한 계곡에 불과하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보이지만 특별하지는 않다.

마고가 폭파된 지 사흘째.

마인들은 아직도 마공관에서 떨어지지 못한다.

마공관을 이 잡듯이 뒤진 것도 모자라서 아예 땅을 깊이 파고 들어간다.

“빚…… 갚았다.”

강신천마가 부드득 이를 갈면서 말했다.

그는 뜨거운 눈길로 마공관을 노려봤다.

“옆구리 상처는 어떤가?”

“알 것 없어!”

“검왕을 찾아갈 건가?”

“알 것 없다고 했잖아!”

강신천마가 한 마디만 더 하면 죽여버린다는 식으로 노려봤다.

“후후! 그래, 가라. 빚, 없다.”

“재수 없는 놈. 너…… 내 눈에 띄지 마라. 내 눈에 띄면 대갈통을 부숴버릴 테니까.”

“쯧! 덩치만 커가지고…… 지금 혈음마벽이 절반은 부서진 상태 아닌가? 그런 몸으로 내게 공갈을 한다? 죽여달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인데…… 가라. 깨진 그릇 또 깨트리긴 싫다.”

“이익!”

강신천마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부르르 떨었다.

얄밉지만 맞는 말이다. 검왕에게 옆구리가 뚫리면서 혈음마벽도 깨졌다.

“두고 보자!”

강신천마가 이를 바드득 갈면서 신형을 솟구쳤다.

“빚 갚았다.”

“잔혈철조공이 통한 것 같았는데…… 쯧!”

“그놈 검왕이 아니다.”

“궤변이군. 검왕보고 검왕이 아니라니.”

“껍데기는 검왕인데 알맹이는 전혀 다른 놈이야. 검왕 같으면 벌써 찢어놨다.”

“검왕을 우습게 보는군. 그러니 당하지.”

“킥킥킥! 그럼 네놈은 검왕이 쇳덩어리와 나, 노예 망구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게냐?”

“…….”

“킥킥킥!”

십조잔괴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었다.

검왕이 약하다는 말이 아니다. 십마 역시 검왕 못지않은 강자라는 뜻이다.

강신천마와 검왕, 비등하다.

마군과 검왕, 비등하다.

십마와 검왕은 같은 위치에 있다. 직접 병기를 들고 싸워봐야만 결과를 알 수 있다. 그전에는 설혹 신이라고 해도 결과 예측을 하지 못한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생각이다.

그런데 막상 부딪쳐보니 이건 상대가 안 된다. 개와 호랑이다. 호랑이 앞발질에 들개들이 펑펑 나가떨어진다.

어떻게…… 어떻게 호랑이를 개로 볼 수 있었나.

아니다. 사람들의 안목이 틀릴 리 없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 판단한 것인데, 잘못 판단했을 리 없다. 검왕이 십마와 비등하다는 말이 맞다.

그간에 무슨 일이 있었다.

십마와 검왕은 함께 호랑이였다. 그러나 그간에 벌어진 일이 십마를 들개로 전락시켰다. 아니면 검왕을 날개 달린 호랑이로 끌어 올렸거나.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삼류 무인이 몇 년 동안 잠적해 있다가 일류고수가 되어서 불쑥 나타나는 경우는 있다.

싸움을 못 하던 샌님이 고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그러나…… 성장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 초고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특히 그렇다. 그들은 한계에 다다른 사람들로 기껏해야 진일보가 있을 뿐이다.

반 발짝, 혹은 한 발짝…… 그 정도가 성장의 한계다.

검왕과 십마는 모두 초고수다.

검왕이 신단(神丹)을 복용했거나 신초(新招)를 창안했어도 지금처럼 강해질 수는 없다.

삼마를 일수에 쳐내다니.

“네놈…… 이럴 줄 알았던 거 아냐?”

“하하! 검왕에게 뺨 맞고 누구에게 화풀이인가.”

“아냐. 네놈은 분명히 알았어. 알았으니까 우릴 셋이나 부른 거지. 몰랐다면 한 명만 불렀을 게고, 안전을 생각한다고 해도 두 명이면 충분했어. 세 명까지 부를 이유는 없었다는 거지.”

“괜히 엉뚱한 생각 말고 가.”

“가지. 킥킥. 어쨌든 빚은 갚았고…… 이제 네놈 뱃가죽 찢는 일만 남았나?”

“내 몸뚱이가 남아나지 않겠군.”

“킥킥킥!”

십조잔괴가 스르륵 사라져갔다. 사내를 노려보면서.

사내는 마공관이 내려다보이는 곳, 면사여인이 가마를 멈춘 채 지켜보던 장소에서 한 시진을 더 머물렀다.

천살마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십마 중 세 명은 지옥을 경험했다.

검왕은 평소 마인을 용서한 적이 없다. 검을 뽑으면 반드시 목숨을 거뒀다. 그러니 예전의 검왕이었다면 삼마 세 명은 벌써 지옥 불구덩이 속에 떨어졌어야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검왕은 손속에 사정을 담았다.

세 명을 단숨에 혼절시켰으면서 목숨은 거두지 않았다.

충격이 컸나? 천살마노가 끝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해가 지고 밤이 깊어가는데.

‘하기는…….’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검에 관한 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자신이다.

그런데 졌다!

‘검도 섞어보지 못하고…… 어떻게 쳐오는지 보지도 못했어. 분명히 검왕이 아니었어. 검왕이었다면 그렇게…… 그런 식으로 당할 리 없다. 절대로!’

그때만 생각하면 분하다.

바람도 없는데 눈썹 끝이 파르르 떨린다.

검왕에게 자신이 당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강신천마, 십조잔괴, 천살마노…… 그들이 합격을 하고도 나가떨어졌는데, 자신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

‘지난 세월 동안 괴물이 됐어. 여기서 무엇을 했기에…… 이 년을 썩어서 괴물이 될 수 있다면 마다하는 사람이 없을 것…… 후후! 끝까지 복연을 타고난 놈인가.’

사내, 마군은 검왕이 부럽기까지 했다.

“가시죠.”

뒤에 시립해 있던 자가 나직이 말했다.

“지금까지 저들이 한 말, 들었나?”

“들었습니다.”

“한 마디도 빼지 말고 그대로 흘려라.”

“알겠습니다.”

“천살마노가 나타났으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 말이 빠졌군.”

“…….”

“검왕의 무공이 마고 마경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라.”

“마고 무학입니까?”

“그래. 마경을 수련해서 삼마조차도 일거에 눕힐 수 있는 가공할 고수가 되었다고.”

“알겠습니다.”

“가봐.”

뒤에 시립해 있던 무인은 가라는 말을 듣고도 즉시 움직이지 않고 쭈뼛거렸다.

수하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안다.

허나 검왕이 어떻게 해서 삼마를 일수에 눕힐 수 있었는지…… 그 이유는 자신도 모른다. 솔직히 자신도 의문을 가진다.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저렇게 강해질 수 있지?

그가 말했다.

“가!”

* * *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

검왕은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답지 못하다. 불과 이 년 동안에 삼마를 가지고 놀 정도로 급성장한 것은…… 사람이라면 이룰 수 없는 성취다.

그녀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침잠했다.

검왕이 머물던 동굴…… 바깥에서부터 무형(無形)의 기운이 뭉클 피어나던 곳.

‘여기서 무엇을 한 게냐!’

어둠 속을 쳐다본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 몸을 들이민다.

문득 동굴 밖에서 사람 음성이 들려왔다.

“여긴 뭐가 있을 것 같은데…….”

“쉿! 천살마노가 들어갔어.”

“들어간 지 한참 됐잖아?”

“한참 됐지. 이틀 정도 됐나?”

“그럼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겠지. 동굴 입구가 여기 하나뿐이겠어?”

“그래도…….”

“들어가기 싫으면 말고.”

먼저 말을 꺼낸 자가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눈썹을 찡그렸다.

동굴은 어둠에 휘감겨 있다. 그리고 검왕은 이 어둠 속에서 살았다.

동굴에는 횃불을 켰던 흔적이 없다. 검왕이 이 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횃불을 켜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녀도 어둠 속에 있고자 했다.

헌데 동굴 안으로 들어선 자들은 횃불을 들고 있다. 어둠을 밀어낸다. 그녀를 방해한다.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

쒜에엑!

그녀는 먹이를 노리고 날아내리는 독수리처럼 비행했다. 그리고 손에 든 혈인장을 신경질적으로 떨쳐냈다.

“컥!”

“끄윽!”

동굴 안으로 들어섰던 마인 두 명이 비명도 크게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빌어먹을! 방해 좀 하지 마라, 병신들아!”

그녀가 이를 부드득 갈면서 말했다.

물론 동굴 밖에 있는 마인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녀의 말 뜻 속에는 동굴에는 마경 같은 게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자신이 동굴 안에서 무엇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참오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한 마디를 들으면 열 마디를 알아들어야 무림에서 살아남는다.

그녀는 일부러 죽은 자들을 동굴 입구에 버려두고 다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기서 뭘 했지?’

* * *

사박! 사박! 사박!

면사 여인이 치맛자락을 이끌면서 매끈한 대리석 바닥을 걸었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치마 끌리는 소리가 고요한 대청을 흔들어 놓는다.

그녀는 대청 한쪽에서 마른 헝겊으로 란 줄기를 닦아내고 있는 노인에게 걸어갔다.

“마경은?”

청수한 용모의 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전해 놨어요.”

“이 세상에 가장 안전한 곳은 현음자가 만든 마고였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안전합니다.”

노인이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는?”

“다시 잠적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호호! 오래 숨어있지 못할 거예요. 너무 무거운 짐을 걸머져서.”

“그 아이가 삼마를 가지고 놀았다고?”

“예상한 일…….”

“아니다.”

단호한 말이 면사여인의 말을 끊었다.

“그 아이가…… 그렇게까지 강해질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힘들게 밀어내는 정도가 고작이었어. 이 정도까지 강해진다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아! 그렇군요.”

면사여인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반응이다.

노인은 언제 강하게 말했냐 싶게 다시 온순한 어조로 말했다.

“그 아이는 내 생각보다 두 배 이상 강해졌다. 참고로 해라.”

“그러면 더 좋은 거 아닌가요?”

“너무 강해진 것은 좋지 않다. 네 말대로 오래 숨어있지 못할 것이고, 협살(挾殺)을 당할 게다. 자칫, 목표를 찔러보지도 못하고 중도에서 쓰러질 수도 있다.”

“주시할게요.”

“저쪽 반응은?”

“삼마가 깨졌으니…… 삼마를 통해서 깊이 있게 조사할 거예요. 워낙 심기가 깊은 자이니 즉각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고…… 하지만 움직임을 알아챘을 때는……”

“흐음!”

“그쪽도 예의 주시하고 있어요.”

“그놈 은거는 깨고 싶지 않았는데…….”

노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면사여인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다음 말이 이어지기만 기다렸다.

“그놈…… 너에게 말은 하더냐?”

“…….”

“그렇겠지. 후후! 너에 대한 분노는 누구보다도 클 터. 그런데도 네게 화내지 않는 것을 보면…… 앞으로 그놈처럼 널 아껴줄 놈은 만날 수 없을 게다.”

“알고 있어요.”

“후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아요.”

“그럼 됐다. 남은 일, 실수 없이 진행해라.”

“네.”

면사여인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노인도 면사여인에게서 신경을 거두고, 다시 란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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