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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파괴록-10화 (10/225)

# 10

第二章 호료(好了)! [됐다!] (5)

푸른색이 모이고 모이면 검푸른 색이 된다. 검푸른 색이 모이고 모이면 흑색이 된다.

잔혈철조공의 흑색 손톱은 강기의 총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잔혈철조공이면 강신천마도 갈기갈기 찢어놓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철포삼이나 금종조를 믿고 날뛰던 놈들은 많이 찢어놨다.

혈음마벽은…… 해봐야 알겠지만 그것 역시 자신한다. 틀림없이 찢어질 것이다. 손톱이 오장육부로 파고들어 잘게 채를 썬 무처럼 토막내 버릴 게다.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에 강신천마에게 쇳덩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찢어버리겠어!’

쒜에에에엑!

철판도 잡아 뜯을 수 있는 손가락이 검왕을 할퀴어갔다.

검왕은 어처구니없게도 잔혈철조공 앞에 왼손을 내밀었다.

‘어리석은!’

쒜에엑!

십조잔괴는 잔혈철조공을 더욱 강하게 쏟아냈다. 그야말로 일초에 혼신을 다 쏟아 부었다.

검왕의 생각은 왼손이 찢기는 동안에 오른손에 든 종유석으로 허리든 머리든 찍겠다는 뜻일 게다.

미친놈!

잔혈철조공이 미끼로 내준 왼손만 찢을 줄 아나?

왼손은 당연히 찢어놓을 것이고, 동시에 머리도 찢고, 어깨도 찢고, 몸통도 찢어낸다.

일격에 상반신을 모두 찢어버린다! 파벽(破壁)!

잔혈철조공이 검왕의 어깨를 찢었다. 다섯 손가락으로 말랑말랑한 살을 꽉 움켜잡았다. 순간!

툭!

단단한 비늘을 잡는 듯한 느낌이 확! 일어났다.

살을 잡은 게 아니다. 이건 뭐지? 거북이 등처럼 딱딱하다!

잔혈철조공 파벽은 무엇이든 찢어낸다. 허나 검왕의 어깨는 찢지 못했다. 물건을 쥘 때처럼 꽉 쥐기만 했다. 손끝에 진기를 쏟아부었지만 손톱조차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퍽!

옆구리에서 강한 통증이 일어났다.

“켁!”

십조잔괴는 발길에 걷어채인 강아지처럼 공중에 붕 떠올라 패대기쳐졌다.

‘거, 검왕의 무공이 아니다!’

그는 푸른 하늘이 노란 하늘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뒤는 기억이 없다.

강신천마는 상대방을 묵사발로 만들어 버린다.

감산도를 쓸 때는 정확히 반으로 갈라버린다. 완전히 둘로 혹은 셋으로 쪼개버린다.

그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

강신천마는 살인을 즐긴다. 어떻게든 시비를 걸어서 싸움을 하게 만들고, 죽인다.

성품이 매우 잔인하다.

십조잔괴는 무공의 특성상 살점을 뜯고, 뼈를 부숴버린다.

그에게 죽은 자는 마치 늑대 무리에게 물려 뜯긴 것 같아서 차마 눈 뜨고 쳐다보기 힘들다.

십조잔괴는 살인을 즐긴다.

살인을 즐긴다기보다는 사람을 찢는 쾌감,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감촉을 즐긴다.

이 두 사람을 마인이라고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천살마노는 정통무공을 구사한다.

무공 수법이 크게 잔인하지도 않다. 싸움을 벌이면 상대방을 반드시 죽인다는 특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마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

천살마노는 병기 때문에 마인이 된 특이한 경우에 해당된다.

혈인장이 사람의 피를 먹어서? 핏물이 닿으면 선홍빛 혈장으로 변해서?

그 정도로 한 사람을 마인으로 낙인찍을 수 있겠는가?

혈인장은 독장(毒仗)이다.

혈인장의 독에 면역이 되지 않은 사람은 혈장에 스치기만 해도 붉은 반점이 돋고 가렵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걸음도 채 걷지 않아서 빨갛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외형적인 변화는 옻이 닿았을 때와 흡사하다.

내면에서는…… 순식간에 신경이 마비된다. 심장 박동이 급속도로 느려진다.

생사결전을 벌일 때 이 정도 손해를 보게 되면 바로 승부가 결정된다. 더군다나 천살마노는 독장에 중독된 자를 일격에 격살해 버리기로 유명하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가? 요행을 바라지 마라. 죽었다.

십조잔괴가 검왕의 어깨를 낚아챌 때, 그녀는 혈인장으로 검왕의 허벅지를 두들겼다.

퍽!

혈인장이 허벅지를 강타했다.

그녀는 뜻밖의 횡재에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이 잘못 때린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검왕이 이토록 쉽게 허벅지를 내줄 리가?

그런데 맞다. 혈장이 살을 때린다. 기분 좋은 타격감이 손아귀를 자르르 울린다.

‘끝났어!’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희열이 솟구쳤다.

혈인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가시들이 박혀 있다.

엄밀히 말하면 가시가 아니라 침이다. 연침(軟針)이라고 하는 것인데, 갓난아기의 머리카락보다도 더 연하게 흐늘거린다. 아주 작고 가늘어서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러나 독성은 최강이다.

타격이 가해지는 순간, 연침이 옷을 뚫고 들어가 살을 찌른다.

검왕도 혈인장이 내뿜는 혈오독(血蜈毒)에 중독되었다. 한 호흡에 신경이 마비되고, 두 호흡에 심장 이상을 느낀다. 세 호흡에는 어지럼증이 일어나면서 비틀거린다.

끝났다. 그런데!

쒝!

느닷없이 불쑥…… 눈앞에 시커먼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천살마노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본능이 움찔거릴 정도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신이 미처 확인하지 못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이다.

‘피…….’

“컥!”

천살마노는 몸을 피할 생각이었다. 본능적으로 물러서고 있었다. 하지만 검왕의 돌조각이 한 수 빨랐다.

혈장을 든 오른손이 짓이겨진 것처럼 아파 온다.

뒤이어 터진 선풍각(旋風脚)이 그러잖아도 주름 많은 얼굴에 내리꽂힌다.

‘이건 검왕의 무공이 아냐! 절대로 아냐!’

천살마노는 깊은 의심을 풀지 못하고 쓰러졌다.

세상 사람들은 마인들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차로 수십 명이 거론되었다.

마인이라고 칭해지는 자들은 하나같이 독날해서 정말로 누가 강한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무공이 강한 자도 있고, 음계(陰計)를 잘 쓰는 자도 있었다.

독살을 전문으로 하는 자, 야습을 주특기로 삼는 자…….

사람들은 벌건 대낮에 일대일로 맞붙어서 싸울 경우만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별된 자가 십마다.

마인 열 명!

그들을 더 추려내기는 힘들다.

그들 중에서 최고로 강한 자는 딱 한 명만 존재할 텐데…… 그자를 찾아내려면 십마 열 명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싸움을 시켜보는 수밖에 없다.

실전을 치러보지 않고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고수들이 십마다.

헌데 그런 십마가, 마인들 중 최강자라는 삼마가 얼핏 보기에는 너무도 허무하게 쓰러졌다.

삼마가 검왕을 상대하지 못했다.

마공관에 모여든 마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두어 걸음 정도 물러섰다.

삼마가 저 정도라면 나머지 사람들이야 반초 상대밖에 안 된다.

검왕이 쓰러진 삼마를 지나쳐 마고로 걸어갔다.

“삼마가 일초…… 에?”

누강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마공관이 침범당하고, 마고가 깨질 뻔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나. 숙부가 이 년 동안이나 지척에 있었다. 헌데도 까마득히 몰랐다. 얼마나 놀랍나.

그러나 이번에는 더 크게 놀랐다.

검왕은 당연히 검의 제왕이다. 적벽검문 제일의 검사이며, 마인들에게는 공포의 상징이다.

허나 이처럼 강하지는 않았다.

검왕이 십마에게 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들을 만나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심하라’는 당부는 늘 했을 것이다.

십마 개개인은 지극히 조심해야 할 상대다.

헌데 검왕은 그들 중 세 명을 눈 깜짝할 순간에 처리했다.

검왕이 이토록 강했나?

검왕의 무공도 신비롭다.

숙부의 움직임은 매우 낯설다. 적벽검문에서 사용하는 신법은 분명히 아니다.

하물며 검왕은 검도 쓰지 않았다. 검을 부러트렸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은 알겠지만…… 상대가 삼마라면 당연히 검을 취했어야 한다.

예전, 무림 동도들은 검왕의 검을 군자검(君子劍)이라고 불렀다.

검왕은 발검하는 순간부터 마무리를 할 때까지 어지러운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상대가 누가 되었건 항상 깔끔하고 현란한 초식을 전개해 압승했다.

그런 것들보다도…… 뭐라고 말할 길이 없다.

검왕의 검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두 ‘아!’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초식이 매우 정교하고, 빠르고, 강하다. 아름답고 현란하다. 저런 검을 어떻게 이기나 싶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군자가 상상된다.

유삼(儒衫)을 입고, 학우선(鶴羽扇)을 들고 고고하게 호변(湖邊)을 산책하는 모습이.

검왕의 검공은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이건 마치 싸움닭을 보는 것 같다. 군자검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투검(鬪劍)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말 강하시네요!”

누미도 어찌나 놀랐는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누미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강해 보일 것이다. 놀랍고 짜릿할지도 모른다.

누강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했다.

검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은거해 있는 동안 신공절학이라도 창안한 것인가? 절학이 한순간에 탄생할 리도 없고…… 검왕이 무공 창안에 열을 낸 적도 없는데.

검왕은 마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폭약을 해체하고 있다.

먼저 도화선을 뜯어냈다. 그리고 마고 주위를 돌면서 찰싹 붙어있는 화약을 뜯어내 멀리 던져버린다.

마인들의 꿈이 사라져 간다.

지켜보는 마인들 중에서 몇몇이 앞으로 걸어 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마공을 수련해서 천하를 휘어잡아 보겠다는 꿈을 검왕 한 명 때문에 망가트릴 수는 없다. 다 같이 합공을 해서라도 저놈을 말려야 한다!

허나 동조하는 마인은 많지 않다.

삼마는 사실상 협공을 취한 것이나 진배없다.

강신천마는 일대일 승부를 벌였지만, 십조잔괴나 천살마노는 분명히 같이 움직였다.

이 대 일의 싸움이었다.

누가 저들 십마 두 명의 합공을 받아낼 수 있는가.

저들 두 명이 마인들을 향해서 달려들면, 응징할 수 있는가.

그들의 숫자는 이십여 명이나 되지만, 검왕과 싸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뚜둑! 뚝!

검왕이 마지막 화약을 뜯어 멀리 내던졌다.

뚜벅! 뚜벅!

검왕이 마인들을 향해 걸어온다.

그는 손에 작은 돌조각을 들었다. 삼마를 쓰러트린 바로 그 돌조각이다.

검왕이 가장 왼쪽에 있는 자, 그를 노려본다.

뚜벅! 뚜벅!

검왕이 그를 향해 걷자, 눈길을 접한 마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악귀(惡鬼)!’

검왕의 눈길에는 동정이라거나 인정이 담겨있지 않다. 죽은 자의 눈처럼 무심하다.

검왕은 거리만 잡으면 가차 없이 공격해 올 것이다.

“으!”

마인이 신음을 흘리면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가 물러서자 다른 자가 가장 왼쪽에 서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가 검왕의 눈길을 받았다.

“으음……!”

그도 신음을 흘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검왕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빨리 달려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늦추지도 않는다.

뚜벅! 뚜벅!

그는 일정한 보폭으로 걷는다. 마인들을 가장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밀어낸다. 그렇다! 싸우려는 게 아니다. 밀어내고 있다. 마인들을 십리사로쪽으로 몰아낸다.

마공관에서 꺼져!

* * *

“호료(好了)!”

면사여인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검왕을 끌어냈다. 검왕을 뭇 사람들 앞에 내세웠다. 그가 선택한 은거는 이 순간부로 깨진다. 숱한 마인들이 마공관을 노릴 것이다.

면사여인이 만족한 듯 기쁜 음성으로 말했다.

“마군은 어때?”

“후후! 아무리 마군이라도 검왕에게 당했으니 보름 정도 쉬셔야겠지요.”

가마꾼 중에 한 명이 대답했다.

“검왕이 저렇게 강하지는 않았는데…….”

“그렇죠? 저희도 깜짝 놀랐다니까요. 일마라면 모를까 삼마라면 상당히 고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초에 끝이라. 하! 정말 천재인가?”

“저런 무공을 본 적이 없어. 생각나는 거 있어?”

“마군 때도 그렇고 삼마 때도 그렇고…… 일초에 끝내버렸는데 움직임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어야죠. 거리고 멀고.”

“…….”

“끄응! 본 적 없습니다. 생각나는 무공도 없고요. 은거해 있는 동안 검왕이 창안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은거는 본인이 선택한 거야. 무림, 무공에 회의를 느낀 사람인데…… 무공을 창안했을 리 없어. 이건 확실한 변수인데…… 차차 알게 되겠지. 마고를 터트려.”

“알았습니다! 하하!”

가마꾼이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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