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第二章 호료(好了)! [됐다!] (1)
꽝! 꽈르릉! 꽈앙!
먼 하늘에서 천둥이 칠 때처럼, 아련하게 폭음이 울린다.
폭음은 바로 곁에서 울리고 있다. 소리가 워낙 커서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하다.
헌데 그런 소리들이 지극히 미약하게 들린다.
귀가 들리지 않고, 감각이 느껴지지 않고, 눈이 침침해지고…….
생명의 불꽃이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생명의 기운이 소멸되고 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느낀다.
‘미아…….’
누강은 안력을 돋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눈이 완전히 감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누미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무너져 가는 시력을 돌이키기에는 늦은 듯하다.
‘혀를 깨물어라. 곤욕…… 당하지 말고…….
누강은 정신을 잃었다.
죽을 운명이 아닌가?
누강은 다시 눈을 떴다. 눈이 저절로 떠졌다.
스스슷! 스스스슷!
등 뒤 명문혈(命門穴)에서 청량한 기운이 몰려온다. 스륵스륵 밀려드는 기운이 서늘하고 강해서 꺼져가는 생명을 제자리로 돌려놓기에는 충분하다.
누강의 명문혈에 진기를 불어넣던 자가 말했다.
“벌써 죽으면 곤란하지. 네놈을 이런 식으로 쓰려고 이 년이나 기다린 게 아냐. 흐흐흐!”
눈이 다시 보인다.
꽈앙! 꽈아아앙!
마고를 폭파하는 소리도 선명하게 들린다.
저들은 서둘지 않는다. 하기는 서둘 이유가 전혀 없다. 마공관은 세상과 격리된 곳이다. 세상으로부터 망각된 곳이다. 그런 곳을 수중에 넣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누미는 여전히 혼수상태다.
타격을 받아서 기절한 것이라면 벌써 정신을 차렸을 텐데…… 약으로 무너트린 것 같다.
헌데…… 이들은 왜 자신을 살려둔 거지? 누미는? 저렇게 혼수상태로 마인들이 올 때까지 누각에 매달아 둘 작정인가? 이게 뭐지? 이렇게 한다 한들 숙부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데…… 무슨 생각으로 살려두는 거지?
분명한 것은 아직 쓸모가 있으니 목숨을 살려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적이 숙부를 불러내는 것이라면…… 그 일에 자신의 목숨이 쓰인다. 누미가 치르는 곤욕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발휘할 것이다.
귀선부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해가 진다. 어둠이 깔린다. 다시 동녘이 밝아오고…… 태양이 작열한다.
누강은 정신을 두 번이나 잃었다. 허나 그때마다 그를 전담하고 있는 자가 서늘한 진기를 명문혈로 주입해서 완전히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깜빡 졸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한 개 남았습니다. 가보셔야죠?”
“부숴라.”
“안 보실 겁니까?”
“부수기나 해.”
“그러죠, 뭐.”
마군에게 보고를 했던 복면인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돌아갔다.
마고 파해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폭약을 써서 옹벽을 부수고, 그 안에 설치된 기관은 차분 차분히 해체해 나간다.
어린아이도 생각할 수 있는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이 통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런 방식으로 마고가 파해될 수 있다면…… 마서를 노리는 마인들의 공격이 집요했을 것이고, 백여 년 동안 비밀로 유지되기가 힘들었을 게다.
이 세상 누구도 마고가 파해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음자가 설치한 기관진식은 천하무적이라서 방법을 모르는 한, 뚫을 수 없다.
그런 믿음이 백 년 동안 유지되어 왔다.
당금 무림의 내놓으라 하는 기관진학의 대가들도 이토록 쉽게 마고를 파해할 수는 없다.
마고는 기관진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공부 재료다. 또 반드시 뛰어넘고 싶은 장벽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마고를 연구한다.
명성 높은 학자는 검성의 특별한 허락을 받아서 직접 마공관을 찾아와 마고를 살펴보기도 했다.
- 화약은 사용할 수 없다. 화약을 사용하는 순간, 내부 기관이 진탕되어 마고 전체가 폭발한다. 마고를 없앨 요량이라면 모를까, 마서를 취할 목적이라면 화약을 써서는 안 된다.
토목(土木)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다는 노규(盧赳)가 한 말이다.
- 마고에 설치된 기관진은 오무연환진(五無連環陣)이라고 한다. 다섯 개의 기관진이 순차적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다섯 개가 하나로 또 하나가 다섯 개로…… 통합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한다. 기관진은 순차적으로 반응하지만 파해하기 위해서는 다섯 개 전부를 일시에 정지시켜야 한다. 즉, 오무연환진은 살아있는 생명체나 다름없다. 뚫을 수 없다.
무불진관(無不陣毌)이라고 불리는 진법의 달인 성하(腥瑕)도 백기를 들었다.
그 이후로, 마공관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귀선부 복면인들은 노규나 성하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 그들이 쓰지 말라는 폭약을 쓰고, 전체를 일시에 정지시켜야 한다는 말도 헛소리로 만들었다.
차근차근히, 서둘지 않고 천천히 파해한다.
파해도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분명히 파해도가 있다. 이미 사그라지는 목숨이지만, 남은 목숨이라도 걸고 단언한다. 귀선부가 현음자의 파해도를 얻었다!
“준비해!”
마군이 뻥 뚫린 동굴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들이 마고를 파해하기 시작하자, 동굴 전면에 설치되어 있던 기관진도 무너졌다.
마고 오진(五陣)이 하나씩 깨질 때마다 동굴 입구가 점점 모양과 색깔을 갖춰갔다. 오진 중에 네 개가 무너진 지금, 동굴은 마공관 어디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드러났다.
확실히 동굴 입구에 설치한 기관진은 현음자 작품이다. 그것도 마고와 연계되어 있다.
동굴은 성인 남자 서너 명이 나란히 걸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이만한 동굴이 지척에 있었는데, 이 년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다니.
복면인들이 동굴을 둘러쌌다.
두 명이 동굴 입구 좌우측에 몸을 찰싹 밀착시키고 숨었다.
복면인 네 명이 동굴 입구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들 뒤로 다시 다섯 명, 그 뒤로 일곱 명이 기이한 형태로 늘어섰다.
마공관에 들어선 복면인들 중 절반 이상이 동굴 앞에 섰다.
저들 열여덟 명은 싸울 준비를 끝냈다.
마군은 열여덟 명이 서 있는 자리를 꼼꼼히 쳐다본 후에 뒤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도화선에 불을 붙이라는 신호다.
아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불을 붙였겠지만, 마지막은 한 가지가 더 남았다.
복면인이 누미에게 다가가 꽁꽁 묶은 밧줄을 풀었다.
누강도 들쳐 올려졌다. 그에게 진기를 불어넣던 복면인이 그를 일으켜 등에 업었다. 그리고 동굴이 아니라 마고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마고로?’
의외의 행동이다. 자신의 목숨은 검왕을 끌어내는 데 쓰일 것이라고 여겼는데…… 아니었나?
마고 기관을 해체하던 자가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리 앉혀.”
“여기?”
누강은 마고를 바라보는 위치에 앉혀졌다.
등 뒤로 푸석푸석한 흙이 느껴진다. 코로는 매캐한 화약 냄새가 진동한다.
곧이어 누미가 들려왔다.
그녀는 누강 옆에 앉혀졌다.
누강은 힘들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어떤 약에 취한 것일까? 도무지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얼굴색이 평소와 다름없고, 숨도 그런 것으로 보아서 안으로 타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다 됐어.”
마지막 석벽에서 폭약을 살피던 자가 일어섰다.
“끝난 거야?”
“끝났어. 이제 펑! 하면 이곳도 끝이야.”
복면인이 주먹을 오므렸다가 폈다.
탁탁! 치이이익!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불꽃이 번쩍거리면서 도화선을 따라 기어 내려온다.
마서를 감싸고 있는 마지막 벽이 무너진다.
누강과 누미는 폭발 앞에 던져졌다.
마고가 폭발하면 두 사람은 죽는다. 어른 몸통만 한 바윗돌을 부숴버리는 폭발인데…… 오직 불사신만이 그런 폭발을 정면으로 맞이하고도 죽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녕 이렇게 죽이려고 진기까지 불어넣어 가며 숨을 보존시켰나.
‘그나마 욕을 보지 않아서 다행…….’
누강은 편한 마음으로 마고를 쳐다봤다.
누미가 온갖 곤욕을 치르다가 끝내는 간살당할 것을 염려했다.
이렇게 죽는다면 편한 죽음이다. 더군다나 의식을 잃은 상태라면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고.
치이이익!
도화선이 타들어왔다.
푹! 푹!
“꺽!”
“끅!”
동굴 안에서 검은 그림자가 번뜩였다. 순간, 동굴 좌우측에 매복해 있던 복면인 두 명이 격한 신음을 쏟아냈다.
풀썩! 풀썩!
그들은 썩은 짚단처럼 무너졌다.
“나왔다!”
앞에 섰던 복면이 네 명이 온 세상이 떠나가라 고함을 내지르면서 급히 검을 쳐냈다.
두 명을 쓰러트린 검은 그림자가 폭풍처럼 밀려온다.
퍽! 퍼억!
도끼로 나무 찍는 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한가운데 있던 두 명이 일 장 가까이 나가떨어졌다.
“크으으윽!”
그 중에 한 명이 뒤늦게 비명을 흘렸다.
그는 한쪽 다리가 절단되었다.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경악에 깃든 눈으로 검은 그림자를 쳐다본다.
그나마 그는 목숨을 건졌으니 다행이다. 왼쪽으로 나가떨어진 자는 허리가 반이나 갈려졌다.
“목(木)!”
누군가 경악성을 토해냈다.
그러나 그의 경악성은 한발 늦었다. 목방(木方)을 맡고 있던 자는 움직여보지도 못하고 머리가 잘렸다.
머리 잃은 동체가 멀거니 서 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그는 아직도 싸우고 싶은가 보다. 손에 들고 있는 검이 부르르 떨린다.
퍽! 빠악!
둔탁한 소리는 두 번 더 들렸다.
맨 마지막…… 일곱 명 중에 가운데 위치해 있던 두 명이 실 끊어진 연처럼 훌훌 날아간다.
첫 번째 비명이 들리고 마지막 두 명이 쓰러질 때까지…… 일곱 명이 목숨을 달리할 때까지…… 촌각(寸刻)!
검은 그림자는 도화선 앞에 섰다.
그가 발을 들어 도화선을 짓눌렀다. 마고를 향해 달려가던 불꽃을 꺼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너무 맑고 푸르러서 서글프기까지 한 하늘을.
* * *
“하! 정말 나오셨네.”
“신위는 여전하시지? 이 년이나 썩으셨으면서 여전히 검에서 찬바람이 휙휙 불어.”
“원래 검왕의 성품이 모진 듯하면서 여린 데가 있으셨지.”
가마꾼들이 눈빛을 빛내며 말을 주고받았다.
면사여인…… 그녀의 눈빛도 빛났다.
흑의인(黑衣人)이 마공관 넓은 공지에 우뚝 서 있다.
마군을 위시해 복면인들이 그를 에워싼다. 검왕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철위검망진(鐵喡劍鋩陣)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포위하는 자들이 오히려 불쌍해 보인다.
저들 모습이 꼭 잠자는 사자를 건드리는 사슴 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왕이 은거하지 않았을 때, 그를 꺾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다.
마군도 그중 한 명이다. 검왕에게 일대일 승부를 결하자고 홍첩(紅帖)을 수도 없이 보내왔었다.
그의 소원대로 검왕과 만났다.
하지만 면사여인의 눈에는 여전히 검왕은 사자요, 마군은 들개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저들의 싸움에는 관심 없다.
그녀의 관심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고, 어떤 짓을 해도 끄떡하지 않던 사내가…… 드디어 나왔다.
“나올 줄 알았어.”
면사여인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