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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술사-156화 (156/200)

기공술사 156화

화란이 외쳤다.

“모두 눈앞의 활강시들부터 밀어낸다! 목적은 길의 확보! 사람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선공은 춘석과 설동이다. 가라!”

“우어어어!”

“으랴하압!

설동과 춘석이 말 등에서 크게 뛰어올랐다.

추나술의 달인인 춘석이 본인의 몸과 설동의 몸을 빠르게 두들겼다. 한두 번 합을 맞춰 본 게 아닌 듯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들이었다.

순식간에 둘은 근육과 혈관이 팽창하며 덩치가 곰처럼 거대해졌다.

둘은 벌어진 근육과 혈관 사이로 내공을 집어넣으며 신체의 강도를 강하게 만들었다.

설동이 춘석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춘석은 그것을 손으로 받지도 않고 곧장 입으로 받아먹었다. 일종의 각성제였다.

짧은 시간, 모든 세맥들을 자극시켜 일시적으로 신체의 내공감응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었다.

즉, 설동과 춘석이 한 모든 행동은 순간적으로 경지 이상의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자 함이었다.

이러한 둘의 협력은 천애랑과의 대련에서 생존하기 위해 개발, 연구된 거였다.

“간다아아아!”

“아자아아아!”

설동과 춘석이 활강시의 중심에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거대한 먼지바람이 사천무림연합을 덮쳤다.

거기에 더해 서있는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기파까지 느껴지니 사천무림연합의 무인들이 급히 손으로 눈을 가렸다.

빠박! 빠악! 빠아아악!

빠바바바바바바박!

폭풍처럼 몰아치는 요란한 타격음이 끝난 후 먼지구름이 걷혔다.

사천무림연합 무인들이 두 눈을 끔뻑이며 입을 떡 벌렸다. 입 안으로 먼지가 들어가도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성문까지의 길을 막던 활강시들이 오간 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정확히는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설동은 놀라하는 사천무림연합을 보며 웃었다.

“안녕하세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산뜻한 인사에 가장 선두에 있던 나부약과 목미랑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열린 길 사이로 화란과 의각원생들이 다가오더니 말에서 내렸다.

“의각원의 화란이라 합니다. 전투가 불가한 부상자들을 말에 태워 물러나세요.”

“여러분들은 어찌 하시려고……?”

놀란 눈으로 묻는 나부약을 보며 화란이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참전해야죠.”

화란이 이어서 명을 내렸다.

“모두는 즉시 전장으로! 설동과 춘석은 활강시를! 나머지는 일반강시들을 상대해! 일반강시는 불에 약하니 화기를 집중적으로 이용하고!”

“네!”

“알겠어요! 언니!”

의각원생들이 곧장 수만 강시들이 득실거리는 전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사천무림연합의 모두가 놀란 시선을 모았다.

까마득한 강시들을 마주하는 의각원생들의 모습엔 일말의 고민이나 두려움 따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사천무림연합 안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하춘이 물었다.

“화란아! 나는?”

오랜만의 조우에 화란이 반갑게 눈인사를 했다.

“이곳 사람들을 잘 알 테니 지금처럼 부상자들을 챙기고 있어. 이것도 중요한 일이야.”

내심 함께 참전하고 싶었던 하춘이었지만, 부상자들의 치료도 중요하다는 그녀의 말에 빠르게 수긍했다.

의각원생들의 참전으로 전장에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어왔다.

“화기와 풍기의 조합이 중요해요! 가주님 상대하던 것처럼만 해요!”

크게 외친 추연이 무언가를 입에 오물거렸다.

그러곤 입술 앞에서 손가락을 튕기며 휘파람을 부는 것처럼 했다.

화기(火氣)가 강한 약초와 화기를 이끌어내는 행동으로 불을 만들어낸 것이다.

불이 커지는 순간에 맞춰 다른 의각원생들이 풍기를 일으켜 추연의 화기를 크게 퍼트렸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악!

파도와 같은 거대한 불이 강시들을 덮쳤다.

“세상에.”

부상자들을 챙기던 사천무림연합이 경악성을 뱉었다.

거대한 불길 한 번에 백여 구가 넘는 강시들이 불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천무림연합에 들러붙던 강시들의 압박이 느슨해졌다.

추연이 품에서 정체불명의 작은 주머니들을 꺼내 강시 머리 위 사방으로 던졌다.

“모두 지금!”

그녀의 외침에 맞춰 모두가 앞서 추연이 그랬던 것처럼 입에서 불을 뿜었다.

불과 작은 주머니가 부딪히자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퍼버버버버버버벙!

폭발은 불의 비를 내려 광범위적으로 강시들에게 불을 선물했다.

의각원생들의 끝나지 않는 불의 공세에 일반강시들은 속수무책 당할 뿐이었다.

활강시도 마찬가지였다.

화란과 설동, 춘석 모두가 각각 수십 활강시들의 발을 묶으며 사천무림연합의 안전을 확보했다.

“크하하하하! 의각원이라고? 역시 천 가주의 가솔들이다!”

작금의 상황에 맹건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활강시 하나의 머리를 터트렸다.

마찬가지로 활강시 하나의 목을 쳐낸 당정아가 곁에 다가온 화란을 쳐다봤다.

우아한 아름다움이란 이런 걸까 싶은 미모에 절로 시선이 머물렀다. 목소리 또한 살면서 들은 것 중 가장 아름다웠다.

“당가의 가주님이시죠? 가주님께서 맹우를 구하라 보내셔서 왔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하춘 오라버니를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쉬시시시시식!

차라라라락!

대화를 하면서도 두 여인의 손과 채찍이 쉬지 않았다.

제아무리 절정의 위력을 내는 활강시라 해도 초절정의 경지인 두 여인의 공격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쉬이이익!

두 여인 사이로 검 하나가 가르더니 활강시의 목을 베어냈다.

당정아가 놀란 시선을 보내는 곳엔 아미파의 나부약과 청성파의 목미랑이 있었다.

“후퇴를 하셔야…….”

당정아의 말에 목미랑이 고개를 저었다.

“부상자들은 다른 분들께서 챙기며 후퇴 중이라네. 여기 의각원 분들 덕분에 퇴로가 안정적으로 확보됐으니 말일세.”

당정아가 급히 뒤를 돌아보니 당상호를 필두로 하춘과 중소방파 무인들이 부상자들을 말 등 위에 태워 후퇴하고 있었다.

그 뒤를 활강시나 일반강시들이 추격했으나 거대한 덩치의 두 사내가 무슨 파리 쫓듯 강시들을 날리고 있었다.

심지어 두 사내는 무언가 즐거운 것처럼 ‘가주님도 이렇게 날려버리고 싶다!’고 외치면서 웃고 있었다.

“…….”

놀란 눈의 당정아를 향해 나부약이 말했다.

“작은 힘이라도 더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네. 일반강시들의 파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 힘을 합쳐 빠르게 상황을 정리합세.”

두 여인의 말에 당정아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강시들의 수는 많지만 전세는 기울었다. 이대로라면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시간과 체력의 문제였다.

그때였다.

고통도 모른 채 맹목적 움직임을 보이던 강시들이 우뚝 멈춰 섰다.

“……?”

한참 공격을 하던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들 또 왜 이래?”

아무런 저항 없는 활강시들을 보던 맹건이 깜짝 놀라며 산 능선을 보았다.

잠시 후 강시 사이를 가르며 검은 인영들이 다가왔다.

맹건이 경계의 기세를 끌어올리고, 당정아와 일행들이 긴장할 때 화란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을 예상한 듯 목소리가 차분했다.

“아군입니다. 가주님을 위해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죠. 당가로 오다 만났습니다.”

그녀의 소개에 맞춰 검은 인영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수십 살막의 인원들 손엔 당가의 이탈자들이 제압되어 있었다.

손속에 사정은 없었던지 피칠갑을 한 이들도 다수였다. 특히 무각주 당충수 장로의 몰골이 처참했다.

두 손과 두 발이 잘려 있었고, 마혈과 아혈이 제압되어 끙끙거리고 있었다.

당정아와 모두가 황당한 표정을 지을 때 유소소가 앞으로 다가오며 화란에게 말했다.

“이 자가 방울을 들고 있기에 제압해왔습니다. 저항하기에 잠깐 손도 좀 봐주고요.”

힐끔 무각주를 살핀 화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셨습니다. 덕분에 일이 쉽게 되었습니다.”

“천 가주의 가솔이라고? 역시 가솔들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구만!”

맹건이 고목처럼 멈춘 강시들을 밀치며 다가왔다.

“와아! 근육 한번 살벌하네!”

터질 듯한 맹건의 외견에 유소호가 가감 없이 감탄했다. 유소소가 동생을 자중시켰다.

“소호야.”

“알았어. 순수하게 놀랐을 뿐이야.”

유소호가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이목이 끌린 맹건이 유소호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낮에 웃었다.

“이 근육에 맞으면 너 같이 얄쌍한 건 가루가 될 거다.”

맹건의 도발에 유소호가 입꼬리를 올렸다.

“할 수 있겠어요? 우린 살수들이라 정정당당이라는 걸 모르는데.”

스스스슥.

살막의 살수들이 순식간에 그림자에 숨어들며 맹건의 주위를 포위했다.

이에 죽웅과 야수족의 무인들이 바짝 기세를 방출했다.

“부막주!”

유소소가 크게 소리치자 유소호가 찔끔하며 뒤로 물러났다.

유소소가 맹건을 향해 정중히 포권했다.

“평소 반골의 성향이 있는 아이인지라.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가주님의 맹우께 다시 소개드립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기공 가문에 속한 살막의 막주 유소소라 합니다. 가주님께 남림야수족의 용맹함에 대해선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명성 자자한 남림야수왕님을 뵈어 영광입니다.”

한바탕 드잡이를 기대했던 맹건은 아쉬운 듯 혀를 차곤 마주 인사했다.

“반갑다. 남림야수족을 이끄는 맹건이다.”

정중하게 맹건의 인사를 받은 유소소는 당정아에게 인사를 했다.

“가주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정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당가의 가주 당정아입니다. 구원에 감사드립니다.”

마주 포권을 취하는 당정아에게 유소소가 무각주에게 뺏은 방울을 건넸다.

“당가에서 이탈한 자들이라 들었습니다. 가문의 이탈자들에 대한 처벌과 책임은 그 가문에서 집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니 이 이후를 맡기겠습니다.”

방울을 받은 당정아의 눈이 스산하게 변했다. 그러한 그녀의 시선은 제압된 무각과 암각의 일원들에게 향했다.

특히 이렇게 수많은 희생으로 강시를 만들어낸 무각주에게 더 강렬히 쏘아졌다.

새로운 당가를 꿈꾸던 무각과 암각의 계책이 스러지고, 사천 성도의 수백만 민간인들의 안전을 지킨 순간이었다.

***

화산파가 있던 섬서에서 남쪽 방향. 호북성 죽산(竹山).

거대한 산맥의 지류 중 하나인 곳에서 천애랑이 고개를 들었다.

“형님!”

천애랑은 자신을 힘차게 부르는 송소걸을 보며 반가움의 미소를 지었다.

표홀하게 뛰어온 송소걸을 보며 천애랑이 물었다.

“왔어? 하오문주의 상태는 어때?”

“마충 어르신과 원생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요. 그나저나 이게 얼마만의 바깥세상입니까!”

송소걸은 깨끗한 공기를 즐기듯 크게 입을 벌리며 기지개를 켰다.

천애랑이 피식 웃고는 물었다.

“오는 데 별다른 문제 없었지?”

“아, 그럼요. 어쭙잖은 산적들이나 각종 시비에 휘말리지 말고 곧장 이곳으로 오라던 형님의 말을 잘 지켰죠.”

의심의 눈초리로 송소걸을 살피던 천애랑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이곳 산엔 어쩐 일로 온 거에요?”

송소걸의 물음에 천애랑이 죽산을 올려다봤다. 대나무산이라 불릴 만큼 산의 초입부터 대나무들이 즐비해있었다.

천애랑은 서신을 꺼내 송소걸에게 건넸다.

“무림맹 군사의 서신이야.”

화산파는 천애랑과 의각원의 등장 이후 화산파의 현 상황에 대한 서신을 군사부에 보냈었다. 그때 천애랑도 제갈청에게 별도의 서신을 동봉했었다.

마교와의 전쟁에 대한 기공가문의 참전여부와 그에 대한 조건들의 내용을 간략하게 담았었다.

그리고 빠르게 돌아온 군사부의 서신엔 천애랑을 향한 답서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림맹은 특수 독립부대인 신룡대(神龍隊)를 신설하고, 기공가문의 가주 천애랑에게 전권을 부여한다.”

송소걸이 눈에 이채를 띠며 서신을 읽어 내렸다.

“신룡대는 여타 무력단과 별개의 존재로 서로 간 상하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신룡대는 무림맹주의 권한으로 징집권을 부여하니 무림맹에 속한 정도문파들의 협력을 자유로이 구할 수 있다.”

송소걸의 눈빛에 천애랑이 품에서 동그란 패를 꺼내보였다.

무림맹을 의미하는 맹(盟)이 중앙에 양각되어 있었고, 그 주위로 범상치 않은 귀보들이 박혀 있었다.

송소걸이 놀란 눈을 하고는 마저 서신을 읽었다.

“상황이 긴급한 바. 신룡대주에게 부탁의 명을 내린다. 호북 죽산부터 흥산에 녹림연맹의 맹주가 있다는 첩보를 얻었으니, 직접 가서 척살하라.”

모든 서신을 읽은 송소걸이 미소를 지으며 천애랑과 시선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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