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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술사-10화 (10/200)

기공술사 10화

“꺄아악!”

천애랑의 수기(手氣)가 휘둘러질 때마다 착실하게 음살단원들이 죽어갔다.

부단주 급의 음살단원이 천애랑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기도 했지만 몇 합을 견디지 못했다.

“이, 이익!”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요향이 더는 참지 못하고 천애랑을 공격했다.

평소에는 피부가 상한다고 물리적인 공격은 삼가는 요향이었지만 더는 수하들의 죽음을 간과할 수 없었다.

새로 훈련시켜야 하는 불편함은 둘째 치고 혈뇌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가 들을 잔소리가 더 싫었다.

그리고 이번 임무에 혈교주 혈마가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는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음풍조(淫風爪)!

“끼요요옷!”

요상한 소리와 함께 맹금류의 발톱 같은 요향의 뾰족한 손톱이 천애랑을 할퀴었다.

깡!

천애랑이 수기(手氣)로 요향의 공격을 막았다.

손톱과 손날의 부딪힘이었지만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읍?!”

천애랑은 수기의 방벽을 뚫고 들어오는 요향의 음기(淫氣)에 놀라며 손을 털어 기운을 떨쳐냈다.

“끼요옷!”

요향이 요상한 소리를 내며 다시금 공격해왔다.

까앙!

이번에도 음기(淫氣)가 거슬리게 했다.

“끼이요옷!”

심지어 저 기합성이 음공(音功)이라도 되는 것인지 자꾸 감각을 방해했다.

요향의 공격을 보면서 천애랑은 내공을 아끼지 않고 끌어올렸다.

아직 음살단원들이 남았고 담가 남매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기에 시간을 끌지 않고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었다.

광폭환.

천애랑이 요향의 공격경로에 내기의 폭탄을 던졌다.

그리고 눈치를 보며 흩어져 움직이는 음살단원들을 축지법으로 뒤쫓았다.

콰아앙---!

천애랑의 등 뒤로 폭발음과 함께 요향의 짧은 비명이 들렸다.

천애랑은 그런 잡음들을 무시한 채 장법, 각법들을 총동원해 빠르게 음살단원들을 공격했다.

담가 남매에게 가려는 음살단원들에겐 내공소모가 심하더라도 탄지공으로 공격했다.

갑작스런 폭발 속에서 벗어난 요향은 깜짝 놀랐다.

그 찰나의 사이에 자신의 수하들 전원이 전멸했기 때문이었다.

“이, 이익! 더는 못 참는다!”

분노에 찬 요향의 전신에서 요기(妖氣)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공기가 텁텁해지고 주변의 초목들이 시들시들 떨기 시작했다.

“으으응…….”

기절했던 담소연이 답답한 공기에 고통스런 신음을 내었다.

천애랑은 담소연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듣고선 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요향의 기운으로부터 담소연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날리려 했다.

그러나 천애랑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백호?!”

어느새 담소연 앞에 선 백호가 크게 울부짖었다.

크허엉!

작은 몸집이었지만 자신이 백두산의 영물이자 산군이었음을 증명하듯 포효와 함께 영기(靈氣)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점차 요향의 요기(妖氣)가 밀려났다.

근처의 요기가 사라지자 담소연의 안색이 다시금 좋아지는 것이 보였다.

‘영물과 영기가 가득한 곳에는 요사스러운 것들이 접근하지 못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네.’

우연한 기회로 구하게 됐는데 쓰임이 많은 호랑이였다.

신경이 분산될 필요가 없어진 천애랑은 전력으로 요향을 공격했다.

뇌룡강림.

쿠르릉.

뇌전처럼 천애랑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요향의 사각지대에서 나타나 그대로 요향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각!

“꺄아악!”

엄청난 일격에 요향의 신형이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요향에겐 방어고 뭐고 생각할 겨를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요향은 어떻게든 자신을 밟고 있는 천애랑의 발과 기운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지만 뇌기(雷氣)가 전신을 마비시키며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천애랑은 전류가 튀는 자신의 몸과 발아래의 요향을 내려다봤다.

대자연의 기운을 느끼는 수련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이 뇌기(雷氣)였다.

찰나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운이기에 그 순간을 포착하고 감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어찌저찌 뇌기를 느끼게 되었어도 그 기운을 몸에 담고 사용하는 것은 더 극악한 난이도였다. 포악한 기운에 많은 부상들이 있었었다.

번번한 실패에 천단호는 천천히 해도 된다고 위로했지만 천애랑은 천석산의 주특기가 이 뇌기에 있었다고 하니 절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4단계를 통과하며 더 높아진 깨달음을 얻자 기어코 잠시간이라도 뇌기를 다룰 수 있게 됐다.

가장 강력한 공격이지만 아직은 시전 시간이 짧고 내공소모 또한 무지막지하여 몸에 무리가 많이 갔다.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사용을 자제해야 할 무공이었다.

으드득!

천애랑이 요향을 밟은 발에 힘을 더 주었다.

“끼야아아악!”

요향이 괴로운 듯 비명을 질렀다.

“후우…….”

천애랑은 이대로 요향을 죽이기 위해서 발에 힘을 더욱 주려 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이룰 수 없었다.

빠악!

갑작스런 공격에 천애랑이 십 장(30m)이나 날아가 굴렀다.

쿠다다탕!

벌떡 일어난 천애랑의 시선에 선풍도골의 노인이 보였다.

노인은 요향의 상태를 살피더니 가볍게 혀를 찼다.

‘새로운 혈교의 인물인가?’

천애랑은 의문과 함께 급히 몸 상태를 점검했다.

갑자기 나타난 노인에게선 지금까지 만난 마교나 혈교의 무인들과 급을 달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4단계를 수련하면서 마주했던 아득한 대자연처럼 상대방의 기운과 그에 따른 정보들이 읽히지가 않았다.

단순히 지금 내기를 많이 소진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감지조차 못하고 공격을 허용했다.

가장 감각이 예민하고 빠른 뇌기를 두른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절로 긴장이 되었다.

노인은 천애랑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기공가와 관련이 있느냐?”

“……?!”

천애랑이 놀란 채 대답이 없자 노인이 가볍게 혀를 차며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듯 말을 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마라. 아버지가 누구더냐?”

“…….”

천애랑의 침묵에 노인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 계집년은 본교에서 아직 할 일이 있단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지만 어쩔 수 없지. 그리고 현재 네놈의 상태와 수준으로는 내 상대가 되지 않으니 막을 생각일랑 하지 말거라.”

천애랑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승부는 해보지 않고선 모른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은 절대 악(惡)입니다. 살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천애랑이 남아있는 내공과 뇌기를 쥐어짜 섬전같이 노인을 공격했다.

콰르릉------!

십 장(30m)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노인을 공격한 천애랑은 이내 엄청난 충격과 함께 왔던 방향 그대로 날아갔다.

빠드득!

아무래도 뼈가 부러진 듯했다.

“크윽!”

천애랑이 고통스런 표정으로 다시 일어나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너를 죽일 생각이 없다. 물러나라.”

노인의 나지막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천애랑은 용기를 내었다.

“흥!”

토룡지와(土龍之臥).

천애랑이 노인에게 빠르게 다가가선 땅을 내리쳤다.

대지의 결을 이용해 폭발력을 내는 아버지의 주요 무공이었다.

그런데 그때 노인이 천애랑과 똑같이 땅을 내리쳤다.

콰드드드득------!

대지가 갈라지며 둘의 기운이 서로를 향해 뻗어갔다.

콰드득!

강맹하게 부딪힌 두 기운에 의해 대지가 솟아올라 작은 봉분이 생겼다.

“……어찌 기공가의 무공을?!”

천애랑은 깜짝 놀랐다.

다른 무림인이 토룡지와를 흉내 낼 수는 있겠으나 좀 전 느꼈던 기운과 그 운용은 완벽히 기공가의 것이었다.

그리고 기공가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생존자는 자신뿐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심지어 토룡지와에 대한 노인의 기운과 이해도가 더 높았는지 기운의 충돌에서 천애랑은 강한 내상을 입었다.

노인은 더는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듯 뒷짐을 지고선 말했다.

“이름이 무엇이냐?”

“천애랑…….”

천애랑은 진탕된 내부를 꾸역꾸역 진정시키면서 간신히 대답을 했다.

노인을 공격하는 것보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어떻게 기공가의 무공을 사용하는지, 가문과는 어떤 관계인 것인지.

“천…….”

노인은 무언가를 생각하듯 잠시간 눈을 감았다.

“그래, 네놈의 나이가 어찌 되느냐.”

“약관이오…….”

천애랑은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순순히 대답을 했다.

노인이 사용한 토룡지와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공가의 무리(武理)를 담고 있었기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허어……. 겨우 약관이라. 난 지노(地老)라고 한다. 살아만 있다면 언제 다시 볼 일이 있을 것 같구나.”

정체불명의 노인은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요향을 들쳐 메고 사라졌다.

노인이 완벽히 사라지기까지 입을 굳게 다문 채 서있던 천애랑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우웩!”

천애랑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한 움큼 쏟아졌다.

지노라는 노인의 앞에서 태연한 척했지만 진탕된 내부가 말이 아니었다.

천애랑은 급히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 자세를 취했다.

남은 기운을 쥐어짜 주변을 살피니 담가 남매 외에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담가 남매가 걱정되어 바로 살피고 싶었지만 이대로라면 자신이 먼저 무방비상태로 깊은 잠에 빠질 것만 같았다.

안전한 장소나 상황을 만들 여력이 없었다.

그때 백호가 가부좌 튼 다리 위로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운기조식을 도우려는 것인지 백호의 영기가 은은하게 스며들며 조금은 내부가 편해지는 게 느껴졌다.

천애랑은 천천히 다스려지는 내부를 느끼며 지난 전투들에서의 문제점들을 돌이켜봤다.

할아버지와 지낸 지난 20년간 특별한 대련상대가 없었다.

오직 할아버지의 설명에 의한 상상력으로만 수련을 했었다.

그러다 세상에 나와 몇 번의 전투를 겪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실전에 대한 여러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우선 기공 4단계를 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진법이나 환술 따위에서 부동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부동심을 얻지 못했다면 아무리 막대한 내공을 가지고 있고 강맹한 무공을 익혔다고 한들 큰 위기를 겪었으리라 생각했다.

이제야 할아버지가 4단계를 통과하기 전까지 왜 그리 걱정을 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운도 많이 따랐다. 백호의 추적과 영기의 덕을 보지 못했다면 담가 남매를 제때에 찾거나 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후우…….”

천애랑은 거동이 가능할 만큼만 내공을 회복하고 운기조식을 끝마쳤다.

여전히 속이 울렁거리고 몸이 물에 빠진 것 마냥 엄청난 피곤이 몰려왔지만 담가 남매를 살펴봐야 했다.

담대혁에게 다가가니 상당히 괴로워하고 있었다.

눈은 검은자위가 뒤집어져 흰자위만 보이고 있었고, 간헐적으로 경련하고 있었다.

담소연은 그 옆에서 기절한 채 끙끙거리고 있었다.

천애랑은 당장 급해 보이는 담대혁을 바로 앉히고는 백회혈(百會穴)에 손을 얹었다.

담대혁의 머릿속은 요향의 요기(妖氣)들이 엉켜 상단전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천애랑은 담대혁의 백회혈로 대자연의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천천히 담대혁의 기운과 감응하면서 그 기운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애랑은 백호 안의 독을 뺐던 것을 생각하며 천천히 치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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