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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술사-9화 (9/200)

기공술사 9화

음살단(淫殺團)은 미인계를 통한 정보수집, 암살, 그리고 호위에 특화된 혈교의 특수집단이었다.

그런 음살단의 단주인 요향은 채혈보음(采血補陰)을 하는 무공을 익혔다.

채혈보음의 효과에는 당연히 비정상적인 내력증진이 있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젊어지고 아름다워지는 미용 효과도 있었다.

무공의 영향 때문인지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는 모르나 요향은 평소 피와 남자를 좋아했다.

채혈보음의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요향은 대체로 피에 몸을 담가 운기조식으로 내공을 흡수했다.

이 방법이 피부미용에 더 효과가 좋다는 요향 나름의 믿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때때로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을 경우엔 그 남자를 성(性)적으로 가지고 논 후 피는 물론 양기까지 흡수하고 죽이는 것이 취미였다.

요향은 이름대로 평소 미혼약과 같은 향기를 몸에서 풍기고 다녔는데, 내력이 약한 남자들이라면 향기만으로도 환술에 빠지게 만들 수 있었다.

현재 담대혁은 이런 요향의 향기와 교소에 고통을 받고 있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담대혁을 보며 요향은 더욱 미소를 지었다.

요향의 미소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드는 붉은 입술은 매끄러운 하얀 피부와 대조되어 사람을 홀리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요향은 입술처럼 핏빛과 같은 붉은 옷을 입었는데 옷이 몸에 쫙 달라붙어 굴곡진 몸매를 강조하고 있었다.

또한 우아하게 움직이는 가늘고 긴 손가락 끝엔 입술과 비슷한 붉은 손톱이 길게 나있었다.

“호호호~!”

담대혁은 요향의 교소에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으윽…….”

마치 누군가가 머릿속에 손을 집어넣어 휘젓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냉정한 판단이 불가능했다.

옆에 묶여 있던 담소연은 담대혁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나저나 이 귀여운 아가씨는 어떻게 한다아.”

요향은 담소연의 얼굴에 뾰족한 붉은 손톱을 대고 천천히 내리 긁었다.

“아파!”

담소연은 소리를 빽 지르고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호호호~ 그렇게 앙칼지게 굴면 죽일지도 몰라요오?”

요향은 담소연의 코앞까지 갸름한 얼굴을 들이밀고 붉은 안광(眼眶)을 번뜩였다.

담소연은 요향의 붉은 눈에 어린 섬뜩한 살기(殺氣)를 느끼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더니 기절했다.

“호호호호, 고작 이 정도 살기에 기절해버리면 곤란한데요~”

요향이 담대혁과 담소연을 조롱하듯 가지고 놀 때 음살단의 단원이 조심히 다가왔다.

다가온 음살단원은 요향과 비슷한 옷과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주님.”

“뭐야?!”

요향은 자신의 유희를 방해한 단원을 짜증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추적자가 붙은 것 같습니다.”

“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흔적과 길을 지우면서 오지 않았나?!”

“그건 저도……. 하지만 후방에 배치한 단원들에게서 연락이 두절 됐습니다. 일각(15분)마다 신호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한 식경(30분)이 되도록 아무런 신호가 없습니다. 확인하러 간 단원들도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음살단은 미모들이 뛰어나 고위 요인(要人)들을 호위하는 업무도 많이 맡았다.

그렇게 호위를 할 때에는 전방과 후방, 측방으로 단원들을 분산해서 발생 가능한 위험요소들을 방비하는 것이 규율이었다.

서로의 이상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내부단원과 외부단원끼리 작은 풀피리로 일각(15분)마다 신호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신호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그때 요향의 뒤편에서 거대한 짐승의 포효가 들렸다.

크허엉------!

내부를 진탕하는 사자후(獅子吼)에 음살단의 단원들이 귀를 막고는 급히 천요심법(天擾心法)을 외우기 시작했다.

얇은 고음의 요사스런 소리들이 울려 퍼지면서 그들의 진탕된 내부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사자후의 근원지로 모두의 시선이 몰려갔다. 빼곡한 나무들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지끈!

흔들리던 나무가 부러지며 폭발하듯 사방으로 날아갔다.

갑작스런 폭발에 근처에 있던 음살단의 단원들에게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렇게 나무들의 폭발 후 생긴 공간 너머에서 일남일수(一男一獸)가 등장했다.

“에고, 이것 참 힘 조절이 잘 안 되네. 그래도 잘 찾은 것 같다. 잘했다 호(虎)야.”

천애랑의 칭찬이 기분 좋은 듯 고양이 모습의 백호가 ‘그르릉’거렸다.

요향은 갑자기 등장한 천애랑 때문에 깜짝 놀랐으나 이내 천애랑의 빼어난 외모를 보며 군침을 흘렸다.

“호오호~. 누구신가요?”

요향은 천애랑을 보며 교태를 부렸다.

은은하게 내기를 이용해 몸의 미혼향을 천애랑에게 흘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천애랑은 인상을 쓰며 손부채로 요상한 냄새를 날렸다. 그리고 주위를 살폈다.

이상한 복장의 여인들이 이상한 기운과 냄새를 풍기며 경계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한쪽에는 담가 남매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기절해 있었다.

‘정확한 상태는 봐야겠지만 우선 살아 있어서 다행이네.’

천애랑은 천천히 상황을 파악한 후에야 요향을 봤다.

마기와 유사하나 다른 성질의 기분 나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담가 남매에게 날카로운 손톱을 대고 있었다. 언제든 담가 남매를 죽일 수 있다는 협박처럼 보였다.

천애랑은 차갑게 말했다.

“저기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의 호위.”

요향은 자신의 미혼향을 가볍게 날려버리는 천애랑의 모습도 놀라웠지만 그 목소리와 외모의 아름다운 조화가 흥분되어 몸을 떨었다.

“하아…….”

요향이 달뜬 신음을 냈다.

이제 보니 저자가 혈뇌가 알려준 정보에서의 신원불명의 남자임을 알아챘다.

“이렇게까지 아름답다는 말은 왜 정보에 누락한 거야.”

요향이 흥분감에 스스로의 몸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입맛을 다시듯 혀로 입술을 적셨다.

천애랑만큼은 단순히 채혈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옆에 두고 오랫동안 음미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향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분명 마교의 살마단이 죽었을 것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리 봐도 담대혁은 그런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자신들에게 잡힐 때도 악착같이 진법을 펼치려 했었고 그 솜씨가 제법 쓸 만해 보였지만 살마단의 발을 묶을 정도면 모를까 그들을 전멸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다른 가능성의 해답은 저 미남자에게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남은 음살단(淫殺團) 전원은 즉시 천요팔방진(天擾八方陣)을 펼쳐라! 절대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라!”

요향의 명에 음살단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내 천애랑의 주위를 포위한 음살단은 천요팔방진(天擾八方陣)을 펼쳤다.

음란한 신음소리들과 함께 피시전자, 특히 남성을 홀리는 주문이 울려 퍼졌다.

요향은 아무리 무공이 고강하다고 한들 남자라면 십 수 명의 미인들이 펼치는 천요팔방진의 미혹술(迷惑術)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요향의 예상과는 다르게 천애랑은 다소 평온하게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다만 당혹감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거의 벗다시피 한 여인들이 주변을 둘러싼 것도 모자라 노골적으로 몸매를 드러내고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천요팔방진의 효능인 것인지 음습한 기운이 자꾸 머리와 귀, 목덜미, 가슴, 사타구니 등을 간지럽혔다.

천애랑은 인상을 썼다.

진법이나 환술에서 자유로운 천애랑에게 천요팔방진이 별다른 영향을 주진 못했으나 기분을 나쁘게 했다.

천애랑은 음살단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호신강기를 펼쳤다.

그러자 온몸에 끈적하게 달라붙던 음살단의 기운이 슬며시 밀려났다.

금세 쾌적함이 느껴졌다.

천애랑은 천요팔방진의 중심에 있는 요향에게 물었다.

“그대들도 마교인가?”

“호호~ 마교 따위와 비교하다니요. 저흰 혈교의 예쁜이들이랍니다. 공자께선 이리 오셔서 저희랑 함께 극락을 즐겨보시지요.”

요향은 아직까지도 천요팔방진 안에서 정신을 유지하는 천애랑이 대단했으나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있으면 담가 남매의 납치에 대한 작전성공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더 가치 있는 전리품을 얻을 생각에 달뜬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요향은 천요팔방진에 더 힘을 싣기 위해 교소를 흘리며 가슴께가 다 보이도록 몸을 숙였다.

그 모습을 천애랑은 무시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혈교? 그런데 왜 마기와 비슷한 기운이 나는 거지?”

“호호~ 그거야 한 배에서 태어난 세력이니까요.”

“그런데 이들에게서, 특히 네게서 왜 여러 기운들이 섞여 느껴지는 거지?”

“아이 참~ 그거야…. 다들 저를 사랑해서 그런 거죠. 공자님도 그럴 거예요. 그러니 이제 딱딱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함께 해요~”

“공자님 함께해요~”

요향의 말에 장단을 맞추듯 음살단원들이 교태를 더했다.

천애랑의 미간에 내 천(川)자가 새겨졌다.

요향과의 대화와 느껴지는 기운에서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애랑아, 세상엔 다양한 무공이 존재한단다. 무공의 다양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금기시되는 것이 있단다.

-할아버지 그게 뭔데요?

-채혈, 채음, 흡공. 다른 이의 내기를 빨아들여 자신의 성취를 높이는 마공이지. 정파에서는 이를 절대 금기로 여긴단다. 혹시나 이런 마공이 나타나면 무림공적으로 지명해 끝까지 추적 및 처단에 노력을 기울인단다. 그래서 마교나 사파에서도 이런 류의 무공은 지양하는 편이지. 필요 이상의 견제를 받기에 차라리 다른 대안의 무공을 익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

-그럼 마공으로 분류되는 무공은 사라진 것 아닌가요?

-그렇지는 않을 게다.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은 항상 무서운 동기부여를 주니까 말이야. 다만 그런 무공을 만난다면 자비를 베풀지 말거라. 그 무공을 금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공을 모르는 민간인까지 무공성취의 재료로 씀에 있는 것이니까. 만약 네가 그런 이를 만났는데 자비를 베풀면 무고하고 선량한 민간인이 희생자가 될 것이다.

“역겹군.”

“예?”

천애랑의 싸늘한 말투에 요향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요향은 무언가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졌다.

갑자기 천요팔방진을 펼치는 음살단원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두려운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공을 익힌 거였나?”

후우우---

천애랑이 내공을 전신으로 내뿜었다.

바람의 결을 따라 음살단원들의 더러운 기운을 분해시켜 버렸다.

음살단의 기운을 날려버린 후 바로 진각을 밟았다.

대지의 결을 따라 내기를 가득히 담아 보냈다.

콰드득---

콰과과곽!

천애랑을 중심으로 대지가 갈라지며 음살단원들을 덮쳤다.

“꺄아악!”

음살단원들이 갑작스런 지반의 붕괴에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몸을 피하려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천애랑이 몸을 날렸다.

꺄아악---!

음살단원들이 다가오는 천애랑에게 물리적인 공격을 하려 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다.

특수한 체질과 무공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음살단이었기에 모두의 무공이 높은 것만은 아니었다.

단주인 요향이 초절정 초입의 고수였고 부단주 급의 절정 고수가 몇 있었지만 대부분의 단원들은 초일류의 경지였다.

물론 절정을 목전에 둔 경지들도 어디 가서 쉽게 무시당할 위치는 아니었지만, 천애랑의 앞에선 그저 호랑이와 사슴 같은 관계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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