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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술사-6화 (6/200)

기공술사 6화

사신(使臣)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요. 우리의 정보통으로는 마교가 담가의 자식을 납치하는 일에 실패했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이지요. 담가의 자식들이 3만의 병사 품으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가 납치를 하여 마교와 토그테무르 황자가 원했던 결과를 대신 얻고자 합니다.”

“마교가 실패? 크하하하! 그리고 마교의 계획을 그대로 빼앗자? 크흐흐흐. 그것참 재밌는 제안이구만? 그런데 말이야. 고작 애기들 납치하는 것에 마교가 실패했을 정도면 호위무사들이 많았나 보지?”

“아닙니다. 얼마 전 백두산에서 내려와 요녕성(遼寧省)으로 들어간 걸 확인했는데, 담과(家)의 장남과 삼녀, 그리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젊은 남자 한 명뿐이었습니다. 다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마교 측 인물이 살마단인 것 같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뭐? 살마단? 그런데 실패했다고? 신원불명의 남자가 고수라도 되는 건가?”

“저희 측 내공감지에 특화된 정보원의 말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시신들이 많이 훼손되어 있어서 상세한 조사는 불가능 했으나 근처에 주술석이 있던 걸로 봐서는 아마 담가의 장남 담대혁의 짓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주술석?”

“예. 진법을 펼치는 매개체인데 현장에서 발견된 주술석들은 매우 비싼 것들이라 담대혁의 소지품이 맞는 걸로 추정 중입니다. 그리고 평소 담대혁이 가문 내에서 제갈세가와 교류하며 진법에 능하다는 말이 많았다고 합니다.”

“멍청한 마교 놈들! 꼴이 좋구만. 큭큭큭. 어찌 됐든 천마 놈의 찡그린 낯짝을 못 보는 게 아쉽구만. 이야기는 끝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추가 보상에 대한 대화를 하지.”

“말씀하십시오.”

“우리랑 같은 배에서 태어난 주제에 우리를 배척하는 마교 놈들은 항상 꼴 보기 싫었으니 그놈들을 엿 먹이는 것이라면 흔쾌히 도와줄 마음이 생겨. 다만 그대들과 확실한 동맹이 되기 위해 쿠실라의 장자와 내 딸이 혼인 정도는 해야지 않을까 싶은데.”

혈마의 말에 놀랄 거라 생각했던 사신(使臣)은 의외로 담담하게 혈마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허나 확실하게 도움을 주셔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도박 같은 상황이니까요.”

쿠실라 황태자가 이미 혼인동맹까지 생각을 했었는지 사신(使臣)은 막힘없이 말을 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났다면 소신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신원미상의 남자도 주의하심이 좋아 보입니다.”

“아아~ 걱정 말고 조심히 가게나. 쿠실라에게 안부(安否)나 전해주게. 서로 사돈지간이 될 것이 아닌가. 하하하하하하!”

사신(使臣)은 깊게 읍을 하고는 조용히 물러났다.

사신이 물러나자 크게 웃던 혈마의 얼굴이 금방 차가워졌다.

혈마는 혈뇌를 보았다.

“혈뇌!”

“예.”

혈뇌는 작게 읍을 하며 혈마의 말을 받을 자세를 취했다.

“다 들었겠지?”

“물론입니다. 음살단(淫殺團)을 보내겠습니다. 세 명의 일행 중 두 명이 남자라고 하니 미약을 사용하면 일이 쉬울 듯합니다.”

“마교가 실패했다고 한다. 그러니 더욱더 실패는 용납할 수 없음이야. 알아서 준비해 처리하도록.”

“존명!”

*  *  *

“천소협, 그렇게 맛있습니까?”

담대혁이 놀란 토끼눈으로 하하 웃으며 말했다.

천애랑이 아침 식사로 주문한 만두를 벌써 10판째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밤엔 주방장이 없는 시간이라 일행들은 간단한 소면 정도만 먹었었다.

소면은 솜씨 없는 점소이가 만들었기 때문인지 너무 맛이 없어서 담대혁과 담소연은 맛만 보고 젓가락을 내려놨었다.

그때도 천애랑이 맛있게 먹긴 했지만 지금처럼 걸신들린 듯 먹진 않았었다.

“옢, 뫄쉬슨니드.”

천애랑이 양볼 한가득 만두를 넣은 채로 대답을 하니 파편들이 튀었다.

“에이 더러워라. 천 소협 누가 안 뺏어먹어요. 천천히 좀 드세요. 보는 내가 다 체하게 생겼네.”

담소연은 눈 깜짝할 새에 또다시 만두 한 판을 다 먹는 천애랑을 보면서 괜히 체한 느낌이 들어 가슴을 톡톡 두드렸다.

천애랑은 입안의 만두를 크게 꿀꺽 삼키고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하하 미안합니다. 이 만두라는 거 너무 맛있네요. 그래서 그런데 더 먹을 수 있을까요?”

천애랑의 말에 담대혁과 담소연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드, 드십시오. 얼마든지 드셔도 됩니다.”

담대혁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눈치 빠른 점소이가 재빠르게 만두를 가져왔고 천애랑은 다시 허겁지겁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그때 객잔의 주방장이 만두를 너무 잘 먹는 천애랑을 보며 새로 개발하고 있는 만두의 시식을 부탁했다.

그렇게 천애랑은 주방장이 시식을 부탁한 달달한 맛, 매운 맛, 생선 살로 만든 만두 등을 더 먹었다.

천애랑은 이 만두라는 음식이 너무 좋았다.

할아버지와 살면서 나물이나 열매, 기껏해야 호수에서 잡은 생선밖에 못 먹어본 천애랑은 처음 먹어보는 만두의 맛에 흠뻑 빠져 있었다.

어제 소면이라는 것도 맛있었는데 만두는 수준을 달리하고 있었다.

육고기와 야채가 적절히 어울린 맛이 먹고 있으면서도 침이 나게 했다.

또한 주로 생식을 했던지라 이렇게 불로 만든 화식요리의 매력을 느끼는 중이었다.

천애랑은 주문한 만두와 시식용 만두까지 다 먹고는 또다시 담대혁을 멋쩍게 쳐다봤다.

담대혁은 어이없는 웃음을 뱉었다.

“하하. 원하신다면 더 드시죠.”

“그럼.”

천애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점소이를 불렀다.

눈치 빠른 점소이는 재빠르게 만두를 천애랑 앞으로 가져다 놨다.

그런 천애랑을 보던 담소연의 입가에 팔자주름이 생겼다.

“으…, 당분간 만두는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그런데 천 소협께선 행선지가 있으십니까?”

담대혁이 천애랑의 만두사랑에 고개를 저으며 질문을 던졌다.

담대혁의 질문에 천애랑이 잠시간 고민을 했다. 물론 입은 열심히 만두를 씹어 삼키고 있었다.

꿀꺽.

“딱히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그럼 저희랑 같이 움직이시겠습니까?”

담대혁이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빛냈다.

담소연도 오라버니의 의견이 좋은지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요?”

“예. 제 부주의로 여동생을 위험에 빠뜨렸었습니다. 제 한 몸 호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안일한 태도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산동에 있는 가문까지만 호위를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천 소협 같은 고수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아! 꼭 사례는 하겠습니다. 제가 흠모하는 기공가의 후예를 가문에 초청하고 싶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부탁하는 거라 보셔도 됩니다.”

‘산동이라…….’

천애랑은 곰곰이 생각해봤다.

담대혁의 의견이 썩 괜찮게 들렸다.

어차피 중원으로 가려고 했었고 아직은 낯선 세상이기에 담가 남매랑 움직이면 적응하는 데 편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원하는 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임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하지요.”

천애랑의 대답에 마음을 졸이던 담대혁은 활짝 웃었다.

그간 흠모해왔던 기공가와의 만남도 소중했지만 천애랑이라는 사람 자체와도 더 깊은 인연을 맺고 싶었다.

담대혁은 옆을 보다 자신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는 동생을 보고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소연아. 천 소협이 함께한다니 엄청 신나 보이는구나.”

“응? 아, 아니거든!”

낭랑 18세 꽃다운 나이에 어지간한 남자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던 막내 동생이 드디어 소녀처럼 보이자 장난기가 발동한 담대혁은 담소연을 더욱 놀렸다.

“그럼 천 소협이 함께 하는 게 싫다는 말이구나?”

“어, 어? 그건 아닌데…….”

담대혁은 천애랑을 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여동생이 탐탁지 않게 여기더라도 천 소협께서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하하 소연 낭자가 저를 별로 안 좋아 했군요. 어쩔 수 없지요.”

담대혁이 농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천애랑은 맞장구를 쳐줬다.

“아, 아니에요! 이, 이…. 오라버니!”

“아이고! 동생이 오라비 죽이겠네!”

담대혁이 과장되게 행동하며 동생에게 장난쳤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천애랑이 미소를 지었다.

언제 봐도 사이좋은 남매였다.

*  *  *

“방덕아~ 일 하나만 하자.”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거적때기 위에서 배를 내놓고 긁적이던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가 눈알만 살짝 돌려 쳐다봤다.

“뭐요?”

“마교랑 혈교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네가 가서 조사 좀 해봐라.”

거적때기 위의 남자, 방덕은 별 같잖은 소릴 듣는다는 듯 귀를 후비고는 돌아누웠다.

“그딴 건 아랫것들 시키면 될 것 아니요.”

“야이씨, 장팔이놈 보냈더니 시체로 발견됐다.”

“…….”

방덕은 멈칫하더니 끄응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팔이가 죽어요? 무슨 마교나 혈교가 전쟁이라도 준비한답니까?”

“나라에서 전쟁을 준비하긴 하더라. 더는 홍건적들을 좌시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 이번엔 그것 때문이 아니야. 담가(家) 인물의 납치를 살마(殺魔)와 살마단이 실패했다더라.”

방주의 말에 방덕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 정신 나간 놈들이 냅다 담가로 쳐들어가기라도 했답니까?”

“아니, 담가의 인물이 백두산으로 외유 나간 사이 일을 벌인 것 같더구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살마는 몰라도 살마단은 전멸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어.”

“…….”

“그런데 말이지 이번엔 혈교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네? 아무래도 황실과 연관된 움직임 같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그리고 담가가 납치가 되든 말든 걔네들이 해결하겠지 어찌 유난이요.”

“중요하니까. 마교와 혈교가 서로 앞다투듯 담가의 인물을 납치하려고 하고 있단 말이야. 무슨 이유가 있지 않겠냐? 무언가 중요한? 그게 무엇이든 간에 마교나 혈교의 배를 불리는 행위일 것 같지 않냐?”

“하아……. 그러니 마교나 혈교 하는 짓을 알아내고 방해하자 그런 거요? 그러면 그 외유 나갔다던 담가의 인물들과 그 주변에 대해 조사하면 됩니까?”

“그래. 그리고 그들한테 접근해 동행을 해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최측근에서 확인해.”

“썅! 그런 코흘리개들이랑 같이 움직이란 소리요?!”

방덕이 짜증스런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에 방주가 눈썹을 까딱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오호~ 담가의 누군가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코흘리개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거 보소. 역시 알고 있었구나!”

“…….”

“역시 넌 우리 개방의 준비된 차기 방주야. 그럼 수고해라. 하하하!”

방주는 할 말을 마치곤 표홀하게 방덕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아……. 니미럴 한량처럼 먹고 자고만 하면서 살고 싶다. 썩을.”

개방의 차기 방주로 확정시되는 와개(臥丐) 방덕은 거적때기를 돌돌 말았다.

그리고 6개의 매듭이 매어있는 마대에 집어넣고 마대를 등에 메었다.

“끙!”

방덕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선 휘파람을 불었다.

삐익---

그러자 멀리서 제법 덩치가 있는 개 한 마리가 뛰어왔다.

“가자 똥개야.”

왈!

후각으로 무엇이든 찾아낸다는 개방의 영물이 간만의 외출에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방덕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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