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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98화 (198/200)

198화. 폭풍전야(暴風前夜)

“무림맹주께서 맹주령을 내렸다 합니다.”

사천삼천에 이어 섬서이강마저 봉문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무림맹주 검제는 각파에 맹주령을 내렸다.

신궁의 존재와 행태에 분노한 많은 맹우(盟友)가 의기를 불태웠지만, 겁을 먹고 주저하는 세력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무림방파들은 맹주령에 응할지… 아니, 신궁과 대적할지 깊은 고민을 했다.

이는 신비지문이라고 불리는 검모궁(劍母宮)도 다르지 않았다.

“비록 맹주령이 각파에 전해졌다고 하지만, 본궁에 전해진 게 아닙니다. 무림맹의 일원이 아니지요. 헌데 자진해서 희생을 치를 필요 없지 않습니까.”

“본 선자는 같은 생각이오. 신궁이 중원을 지배하든, 구파일방이 지배하든 본궁과는 아무런 상관없소. 과거에 그랬고, 지금 역시…….”

무림맹에 응할 이유도, 신궁과 대적할 이유도 없다는 분위기였다.

특히 발언권이 강한 이선자가 동조하니 그런 분위기가 굳혀지고 있었다.

그때 침묵하고 있던 삼선자가 입을 열었다.

“산장의 총관(總管)께서 종남으로 돌아가셨다 들었습니다.”

“삼선자, 천문산장은 더 이상 본궁과 아무런 상관이 없소. 그리고 총관께선 그 전에 떠나셨소. 그걸 본궁이 희생을 감당하면서까지 복수해줘야 할 의무는 없소.”

삼선자의 발언에 반대의견을 내놓은 건 의외로 일선자였다.

재정을 담당하는 이선자, 무력을 담당하는 일선자는 서로 궁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만큼은 오히려 동일했다.

다른 선자들은 궁내제일고수라는 삼선자의 눈치를 살폈지만, 쉬이 동조하는 이는 없었다.

여식과 같은 제자들을 사지에 몰아넣을 자신이 없던 탓이다.

그 외에도 각자의 계산이 있겠지만, 결론은 힘을 보전하자는 방향이었다.

아무리 삼선자가 전대 검모의 제자였고 그녀의 검이 무섭다지만, 여섯 선자의 의견을 묵살하긴 어려웠다.

“선자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본 검모(劍母)는 궁주로서의 권한으로…….”

과거에도 그렇지만, 당대 검모는 궁주로서 위엄과 권한이 약했다.

타고난 재능은 삼선자에 비견되었지만, 선천적인 병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쇠해졌다.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할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궁주로서 권한을 잃은 건 아니다.

“삼선자를 새로운 검모로 추대하겠어요.”

“거, 검모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 지금은 매, 맹주령에 협력할지를 결정하는 자리이외다!”

검모의 뜬금없는 발언에 칠선자는 동요했다.

특히 차기 검모를 꿈꾸는 일선자와 이선자의 반응이 가장 격했다.

쉬이 동요하지 않는 삼선자까지 당황할 정도이니, 한순간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기에 하는 말입니다. 본 검모는 더 이상 이런 중대사를 결론 짓기 어렵습니다. 허니 삼선자께 새로운 검모로 추대해, 중대사를 결론 지으려 하는 겁니다.”

“그, 그런…….”

아무리 선자가 검모궁의 중추이자 검모를 보좌하는 지위를 갖고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감히 검모를 흔들어 제 뜻을 관철시킬 수는 없다.

규율이 엄격한 검모궁의 제일 철칙이다.

그렇기에 선자들은 당혹스럽고, 불만스럽다 한들 감히 거부할 수 없었다.

“검모의 자리, 받아주시겠습니까?”

*  *  *

“잘되어야 할 텐데…….”

회의장 밖에서 한 여인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십삼검향 중 제일의 검재를 타고난 칠검향, 교정정이었다.

궁의 중대사를 결정짓기 위해 검모의 주관하에 칠선자가 모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쉬이 결론이 나지 않은 지, 사부인 삼선자가 회의장에 들어간 지 두 시진이 지났으나 나오지 않았다.

초조함이 극에 달했을 때, 삼선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서 기다렸느냐.”

“어, 어찌 되었습니까.”

중원에 많은 인연을 맺게 된 교정정으로서는 안위를 위해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런 제자의 마음을 읽은 삼선자는 이를 악물었다.

“본궁은 참전하지 않기로 했다.”

“아… 아…….”

교정정의 얼굴이 실망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칠검향에 앞서 검모궁의 제자로서 상부의 결정을 거부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런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녀가 말을 꺼내기 전에 삼선자가 선수를 쳤다.

“궁을 떠나기로 했다. 이 사부와 함께해주겠느냐.”

“사부님 저는…. 예?”

궁을 떠나겠다니, 교정정으로서는 사부의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검모궁은 참전하지 않고, 자신들만 참전을 허락했다는 뜻인가?

그리 생각할 때, 다시 삼선자의 말이 이어졌다.

“선자와 검향의 지위는 물론, 더 이상 궁의 제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함께 해주겠느냐.”

“사, 사부님. 저 때문에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단순히 궁을 떠나는 게 아니라 하산. 어찌 보면 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선택을 한 것이다.

사부가 자신 때문에.

그러한 생각이 든 교정정은 당황해, 오히려 사부를 말렸다.

“아니다. 이 사부 역시 더 이상 궁에… 갇혀 눈에 보이는 건만 지키려 급급하고 싶지 않구나. 그리고 궁 밖에도 소중한 이들이 많지 않더냐.”

“사부님…….”

교정정만이 아니다. 삼선자 역시 궁 밖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여러 인연을 맺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던 것이다.

삼선자… 아니, 새로운 검모의 지위까지 포기하고.

“가자꾸나. 신궁이 하남으로 향한다고 하니. 소림이나 무림맹에 가면 될 거 같구나.”

“예! 사부님!”

이미 소림에 불청객이 찾아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협객과 투사들은 하남으로 모여들었다.

*  *  *

“등봉현에서 허창까지 그리 먼 거리도 아니거늘…….”

무림맹은 수많은 무림인들로 붐볐다.

맹주령에 응하거나 의기를 불태우며 수많은 이들이 무림맹에 모여든 탓이다.

평소 무림맹에 상주한 인원만 수천.

헌데 지금은 일만(一萬)이 넘은 무림인들이 모였다.

허창 전역으로 넓히면 무림인만 일만 오천은 넘은 것이다.

그 모습에 무림맹 수뇌부는 아직 무림의 의기가 살아 있음에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맹주령에 응하지 않은 이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렇다고 해 그들을 욕할 수만은 없었다.

맹주의 사문인 화산파 역시 봉문으로 인해 합류하지 못했을 정도이니.

“부상을 입고 잠적한 게 아니겠소?”

“그럴… 수 있겠지. 성승께서 그냥 열반에 드셨을 리 없으니.”

소림이 있는 등봉현에서 무림맹의 허창까진 열흘 정도 거리에 있었다.

무림고수라면 절반 이하의 시간에 당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헌데 닷새는커녕 소림이 봉문하고 보름이 지났음에도 신궁의 무리는 꼬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무림맹 수뇌부는 조심스럽게 신궁주의 부상을 예상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무림맹으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다른 판단을 내린 자도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신궁의 수괴가 멀쩡히 사라졌다 들었소. 걸왕.”

“등봉 분타주가 직접 소림에 방문해 전해 들은 말이오, 검왕.”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검왕의 말에 걸왕이 확인을 시켜주었다.

그들의 대화에 신궁주의 부상을 언급하거나 동조했던 이들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걸왕과 검왕만이 아니다.

평소 엉덩이 무거운 무림십왕 역시 무림맹에 입성했다.

무당의 검선이 합류했고, 거리가 먼 보타암의 검후 역시 수일 내로 당도할 예정이었다.

무림맹주 검제까지 생각하면 무림십왕 중 넷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는 게, 신궁에는 우내오존의 무존(武尊)이 있다.

게다가 그보다 더 강하다는 신궁주도 존재한다.

무림맹은 사활을 걸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다급히 달려왔다.

“맹주님, 수위당주가 보고할 게 있다 합니다.”

“수위당주가? 으음… 들이게.”

무림맹 내에 많은 집단이 존재하지만, 꼭 전투를 기반으로 둔 건 아니다.

수위당(守衛堂)은 무림맹 정문을 포함한 외원의 경비를 주로 맡는 집단이다.

그 임무가 하찮다고 할 수 없지만, 그 비중이 높지 않고 구성원이 이류 이하에 불과하기에 당주 역시 큰 권한은 없었다.

그런 수위당주가 맹주를 직접 찾아와 청할 경우는 없다 할 수 있다.

그것도 맹의 수뇌들이 모인 자리까지 찾아올 경우는 더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오히려 허락했다.

“소, 속하, 수위당의 당주…….”

“하하 그리 긴장할 필요 없네, 당주. 무슨 일인가.”

무림맹주 검제는 검만이 아니라 인덕 역시 높기로 소문난 인물이었다.

그의 그러한 배려에 수위당주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낭왕이라 칭한 자가 본맹의 입성을 청하셨습니다.”

“낭왕! 낭인막의 낭왕 말인가!”

놀란 검제는 벌떡 일어났다.

그만이 아니다.

수뇌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격한 반응에 수위당주는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했다.

“스, 스스로 나, 낭왕이라 칭하긴 했는데… 어…….”

“총군사, 그대가 직접 마중 나가 주겠소?”

“그리하겠습니다, 맹주님.”

낭왕은 정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파도 아닌 정사지간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일반적인 무림방파와 다른 성질을 가졌으나 수많은 낭인이 속한 낭인막의 막주이며, 무엇보다 무림십왕 아닌가.

정말 그가 맞다면 아무나 맞이하러 갈 수 없다.

같은 무림십왕이 아니라도, 최소 구파일방의 장문인급은 되어야 한다.

제갈세가의 태상가주이자 무림맹의 총군사인 제갈중경이라면 부족함이 없다.

“허… 좋은 징조 같소.”

“무량수불… 낭왕 도우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오.”

검제의 말에 검선이 고갤 끄덕였다.

초절정급 이하 고수도 분명 필요하지만, 신궁주를 생각하면 예상치 못한 화경고수의 합류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열리면 제갈중경과 함께 거구의 도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향해 검제가 예를 갖췄다.

“무림맹의 맹주를 맡고 있는 검제라 하오.”

“환대해주어 고맙소. 낭왕이오.”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특히 같은 오왕일후(五王一后)로 분류되는 검왕은 내색하지 않을 뿐 놀랐다.

낭왕의 기세가 생각 이상인 탓이다.

비록 검을 놓은 건 아니지만, 가주의 자리에서 물러난 후 예전의 치열함을 잃은 검왕이다.

그에 비해 신궁에 의해 몇 번이나 자존심을 구긴 탓에 칼을 갈았던 낭왕.

고작 몇 년이지만, 이런 사이를 만들어냈다.

“신궁을 상대로 한 손 거들어주시겠소?”

“물론이오, 맹주. 나만이 아니오. 살왕도 왔소. 다만 그는 불편해할 이들이 있을 거 같아 함께 오지 않았을 뿐이오.”

낭왕의 합류만도 놀라운데, 이젠 살왕까지.

그의 말처럼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자들이 있지만,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했다.

성승까지 열반에 든 지금, 사파… 그것도 살수라고 마냥 배척할 수 없었다.

비록 오존급 강자는 없으나 십왕급 고수들의 합류에 그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정사무림이 힘을 합치고 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이 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뭐, 뭐라고!!”

“왜 그러시오, 총군사.”

그답지 않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총군사를 보며, 모두를 대표해 검제가 물었다.

그러자 총군사는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신궁의 무리가 확인되었습니다!”

“헙! 드디어 놈들이 나타난 곳이오!”

여기저기서 숨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총군사의 말이 이어졌다.

“황도(皇都)… 신궁의 목적지가 바로 황궁이라 합니다!”

“미, 미친!!”

소림에서 자취를 감춘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하북의 북경까지 났단 말인가.

게다가 황궁이라니.

간이 배 밖으로 나갔단 말인가.

그렇게 무림맹이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황궁은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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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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