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권좌쟁탈(權座爭奪) (2)
‘흠흠, 줄만 잘 서면 나도 가능할 거 같은데…….’
장로들의 머릿속에 빠르게 움직였다.
권좌를 차지할 마동이 죽고 말았다.
즉, 권좌의 주인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그 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생겼단 뜻이다.
그러나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애초 마동 하나만 보고 그에게 붙은 게 아니다.
마동의 뒤에 있는 신궁(神宮).
괴물 중의 괴물이라는 마동조차 머릴 숙이는 신궁 때문에 천마를 배신한 것이다.
그러니 그가 죽었다고 함부로 권좌에 앉을 수 없다.
하지만 신궁의 지지만 받을 수 있다면?
그럼 말이 다르다.
허나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게 그만이겠는가.
장로들은 이미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으으…윽! 쿨럭…….”
누군가의 신음이 들려왔다.
신음의 근원지를 본 장로들은 얼굴을 구겨졌다.
죽은 줄 알았던 마동이 살아 있던 것이다.
천마를 상대로 입은 부상을 생각하면 마동의 목숨을 거두는 건 어렵지 않은 상황.
허나 그 뒤에 있는 신궁이 과연 마동을 죽인 자신을 받아들일까?
확신할 수 없다.
가진 게 많은 자들은 확신이 없는 이상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그때 또 다른 방향에서 누군가의 신음이 들려왔다.
“쿨럭… 허허, 이리 쿨럭…….”
“처, 천마!”
그 가공한 폭발 속에서 목숨을 부지한 건 마동만이 아니었다.
천마 역시 살아 있었다.
허나 마동과 마찬가지로 목숨줄만 간신히 유지할 뿐이었다.
천마신교의 절대자 천마답지 않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때 칼을 뽑은 자가 있었다.
“교주, 그대로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날 원망하지 마시오.”
지옥도마가 그의 목을 베어 마지막 공을 가로채려는 심산으로 나섰다.
한발 늦은 이들은 얼굴을 구겼다.
그렇다고 이제 나서는 것도 우스웠다.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그만… 편히 쉬시오!”
지옥도마의 칼이 허공을 갈랐다.
이미 움직일 여력이 없는 천마의 목을 베는 건 어린아이도 가능한 일이었다.
채앵!!
천마의 머리가 목에서 떨어질 걸 예상했던 것과 달리 칼은 허공에서 가로막히고 말았다.
한 자루의 검에 의해.
검의 주인을 확인한 지옥도마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검마(劍魔)! 동참할 게 아니라면! 모른 척하라 했거늘! 본좌의 배려가 우습더냐!!”
“신교의 장로가 어찌 배교자(背敎者)의 지시를 따른단 말인가!!”
지옥도마의 질타에 암흑검마는 되려 호통쳤다.
배교자라는 말에 지옥도마만이 아니라 장로, 호법들은 얼굴이 굳어졌다.
종교를 근본으로 둔 천마신교 최고의 죄악은 바로 배교(背敎)다.
천마신교에서 나고 자란 그들에게 배교자라는 멍에는 치욕 중에 치욕이니, 그들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지옥도마는 악귀와 같은 얼굴이 언성을 높였다.
“배교자라니! 어찌 우리가 배교자란 말인가!”
“교주가 아닌 다른 자를 섬기는 걸 배교자라고 하지. 그래도 한때 본교의 장로였던 자가 그것도 모르나.”
암흑검마는 그를 ‘한때 장로’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들을 더 이상 천마신교의 장로가 아니라 못 박았다.
그건 지옥도마에 한정된 게 아님을 알기에 또 다른 장로, 호법들은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졌다.
살짝만 톡 건드려도 폭발할 기세였다.
그럼에도 암흑검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지옥도마는 악에 받쳐 고함을 쳤다.
“본교는 강자존(强者尊)의 율법을 따른다는 걸 모르느냐! 마동께선 본교 전전대 교주이신 역천마황 님의 적자(嫡子)! 그런 분을 따르는 게 어찌 배교란 말인가!!”
“흥, 제멋대로 해석하는군. 역천마황은 본교를 해(害)했던 죄인이고, 마동은 신궁의 하수인. 즉, 외인이다! 어찌 그따위 궤변을 내세우느냐!!”
어림도 없다는 듯 암흑검마는 호통을 쳤다.
얼핏 들으면 지옥도마의 주장이 맞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궤변에 불과하다.
천마신교가 아닌 신궁을 섬기는 자는 애초 교주의 자격이 없으니 말이다.
암흑검마는 천마의 충신이 아니다.
그는 오직 천마신교를 섬긴다.
자격을 갖춘 자가 권좌에 앉는다면 따를 것이다.
허나 배교자들의 궤변에 따를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어디 혼자 고고한 척이야! 그러니 네가 오늘 뒈지는 게다!!”
“과연… 그럴까.”
빛이 번쩍이는 순간, 도검이 충돌했다.
쾅!!
지옥도마와 암흑검마는 천마신교 오대장로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은연중에 지옥도마가 수좌 노릇을 하지만, 그들이 직접 승패를 겨룬 적이 없다.
오늘 서열이 결정될 것이다.
“줄을 잘못 선 스스로를 탓해라!!”
“개가 짖는구나!”
졸지에 지옥도마는 개가 되었다.
이미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더 구겨질 줄 몰랐다.
흉악해진 지옥도마는 악에 받쳐 칼을 휘둘렀다.
“죽어! 죽어 버려!!”
챙! 채챙! 챙!
반쯤 이성을 잃은 지옥도마가 마구 칼을 휘두르자, 암흑검마 역시 빠르게 검을 휘둘러 대응했다.
그런 탓에 지옥도마에게 발이 묶기고 말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자가 있었다.
“흐흐… 천마의 목은 내가 거둬주지!”
천마를 죽이기 위해 파천권마가 주먹을 휘둘렀다.
더 이상 방해꾼이 없기에 마지막 공은 지옥도마가 아닌 그의 몫이 되었다.
푸욱!!
부서지는 소리가 아닌 날카로운 것에 뚫린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왜… 우웩!!”
“배교자를 처리하는데, 당연하지 않나.”
천마를 죽이려던 파천권마의 가슴에 뾰족한 날이 뚫고 나왔다.
그건 창날이었다.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한 파천권마는 물론 앙천독마와 호법들. 그리고 마동이 대동한 고수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수라창마를 바라봤다.
그게 시작이었다.
“커억!!”
“팔대호법은 교주님을 보호하라!!”
파천권마에 이어 앙천독마 역시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마군자의 명령에 팔대호법은 빠르게 천마의 주변을 에워쌌다.
수라창마에 이은 마군자의 돌발행위.
마동이 대동한 고수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함정에 빠진 걸 깨달았다.
“이놈들! 감히 배신하겠단 말이더냐!!”
“배신? 건방진 새끼들! 교주님의 명으로 치욕을 참았을 뿐이다! 어디 건방지게 배신을 운운하느냐!!”
별호에 군자(君子)가 붙었다지만, 근본은 마교인.
마군자는 마동의 수하들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천마신교의 호법원주임에도 구역질 나는 배교자들과 잠시라도 동행해야 하는 게 얼마나 분통이 터졌겠는가.
그 분노를 터트리듯 마군자는 거센 마기를 뿜어냈다.
“본교의 하늘을 능멸한 게 어떤 죄인지 알려주마!!”
* * *
[칭호 ‘신수 백호 설군의 계약자’의 권능이 발휘되었습니다.]
[‘신수 백호 설군’과 ‘계약자 이백’이 공명합니다.]
[칭호 ‘일대종사(一代宗師)’의 효과가 발휘되었습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성스러운 불’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일부 성공합니다.]
[화상이 발생했습니다.]
[저항에 일부 성공합니다.]
[화상이 발생…….]
성스러운 불의 힘은 강력했다.
하지만 칭호(稱號)의 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업(業)이 누적되어 만들어지는 게 바로 칭호이기 때문이다.
그때 새로운 변화가 생겨났다.
[칭호 ‘신수 백호 설군의 계약자’와 칭호 ‘일대종사(一代宗師)’가 통합을 시도합니다.]
[통합을 실패합니다.]
[칭호 ‘신수 백호 설군의 계약자’와 칭호 ‘일대종사(一代宗師)’가 통합을 시도합니다.]
[통합을 실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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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없이 칭호의 통합이 시도되었고, 또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 이백의 육신은 서서히 녹아져 내렸다.
일부라도 저항에 성공한 덕분에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텨낼지 장담할 수 없다.
그때 창의 문구가 바뀌었다.
[칭호 ‘신수 백호 설군의 계약자’와 칭호 ‘일대종사(一代宗師)’,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통합을 시도합니다.]
[통합을 실패합니다.]
[칭호 ‘신수 백호 설군의 계약자’와 칭호 ‘일대종사(一代宗師)’,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통합을 시도합니다.]
[통합을 실패합니다.]
.
.
.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이백은 존재를 잃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영수 오추마 야군’과 ‘계약자 이백’이 공명합니다.]
[‘영수 금모신원 금군’과 ‘계약자 이백’이 공명합니다.]
계약(契約)은 육신이 아닌 영혼으로 맺어진다.
거리의 제약은 무의미하다.
설군에 이어 이백과 계약된 또 다른 영수 야군과 금군의 공명이 새로운 양상을 만들었다.
[칭호 ‘신수 백호 설군의 계약자’와 칭호 ‘일대종사(一代宗師)’,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통합을 시도합니다.]
[통합을 성공했습니다.]
[칭호 ‘만수조종’을 얻었습니다.]
모든 짐승의 근원이 되는 자.
모든 짐승이 어버이로 섬기는 자.
모든 짐승의 사랑을 받는 자.
그게 바로 만수조종(萬獸祖宗)이다.
만수조종의 칭호를 얻은 순간, 이백을 위협하던 ‘성스러운 불’의 반응이 바뀌었다.
[‘성스러운 불’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특별 퀘스트 ‘성스러운 불의 인정’을 완수했습니다.]
[보상: ‘성스러운 불’을 흡수합니다.]
조금 전까지 이백의 육신에 화상을 입혀 녹아내리게 만들던 ‘성스러운 불’이 오히려 그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이백의 육신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성스러운 불’을 흡수했습니다. (0.1/100)]
[‘성스러운 불’을 흡수했습니다. (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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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불’을 흡수했습니다. (35.1/100)]
[‘성스러운 불’을 더 흡수할 수 없습니다.]
[‘성스러운 불’을 더 흡수할 수 없습니다.]
[‘성스러운 불’이 육신의 재구성을 시도합니다]
더 이상 흡수를 할 수 없게 되자, 흡수할 수 있게 이백의 육신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시도한 것이다.
[계약자의 육신을 재구성합니다.]
그 순간 거대한 불이 이백을 집어삼켰다.
거대한 불 속에 갇힌 이백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성화의 인정을 받은 게 아니란 말인가!
이백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무언가 부서지고 뒤틀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둑! 우드득!!
[계약자의 육신을 재구성합니다. (1/100)]
[계약자의 육신을 재구성합니다.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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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성화를 통해 재구성(換骨奪胎)이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이미 우내오존만이 가능하다는 의념기를 깨달은 그다.
만약 육체의 재구성이 끝났을 때, 그는 얼마나 대단한 존재가 되어 있겠는가.
[계약자의 육신을 재구성합니다. (18/100)]
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
— 문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