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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49화 (149/200)

149화. 귀인(鬼刃)

“힘 조절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힘으로 하는 경향이 있으니 신경 쓰는 게 좋겠구나. 인범아.”

“예! 감사합니다, 문주님!”

귀주의 성도 귀양을 지난 지 한참 되었으나 이제 개양을 지나고 있었다.

수레에 실어둔 짐들도 짐이지만, 덩치만 크지 아직 어린 제자들이 열이나 있으니 서둘러 움직이지 못했다는 점이 컸다.

게다가 설표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대관도(大官道)보다는 상대적으로 인적이 적은 소관도(小官道)나 산길을 이용했고, 웬만하면 마을은 피했다.

사람들이 놀라게 해서 좋을 게 없으니, 식량 등 필요한 물자를 공급할 때만 들릴 정도였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틈틈이 제자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니 빠를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내가 보고 있는데도 상관이 없다는 건가.’

의도치 않게 외인과 동행하게 되었다.

흑림의 무력집단인 망량의 귀인(鬼刃)이었다.

남의 무공을 엿보는 건, 무림의 금기였다.

반대로 남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수련하는 게 무림 상식이기도 하다.

헌데 이백은 귀인이 있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중원인이라면서 문하 제자들이 모두 묘족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민족을 멸시하고, 한족만 위대하다 생각하는 중원인이다.

헌데 이민족인 묘족의 아이들을 제자로 삼고 있으니, 이백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문주님!”

“다들 수고 많았다.”

한 시진 동안 이어진 수련이 끝났다.

백수십팔식(百獸十八式)과 청랑보(靑狼步)의 수련이 끝났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다.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기를 느끼지 못했던 강인호와 소형철까지 성공하면서 모두 백수심법에 입문할 수 있게 되었다.

백수심법은 만수통령신공을 제자들이 익히기 쉽게 간소화 시킨 만큼 축기(畜氣)의 면에선 뛰어나다 할 수 없다.

허나 단전과 혈맥을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 상위 내공심법을 익힐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이 백수심법을 운용하는 사이, 이백은 귀인에게 다가왔다.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들을 지켜주시겠소.”

“그리하겠소.”

이백은 식사 준비를 위해 잠시 그곳을 벗어났다.

간단히 식량은 마을에 들려서 구입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버섯이나 나물 등을 채취해왔다.

그렇게 채취한 식재료는 마을에서 구입한 식량과 함께 이백이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어리다고 해도 음식 정도는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사부이자, 문주인 이백이 손수 준비하는 건 참 이색적이다.

하지만 더 이색적인 건, 외인인 자신에게 제자들을 맡기고 자리를 비운다는 점이다.

‘대체 날 얼마나 안다고 믿는 거지?’

귀인이 묘족이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동행했다지만, 얼마든지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백은 자신만 두고 자주 자리를 비웠다.

어찌 그럴 수 있는지, 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허나 그는 몰랐다.

자신이 아니라도 아이들을 지킬 존재들은 곁에 있다는 것을.

귀인이 나쁜 마음을 먹는 순간, 위험한 건 아이들이 아닌 바로 그라는 걸 말이다.

그걸 시험하겠다는 듯 불청객이 찾아왔다.

“망량? 반 대주가 고전할 만하군.”

“아니, 저자가 아니라…….”

한 무리가 다가왔다.

그중에는 일전에 혼쭐이 났던 철혼맹위대주 반후도 있었다.

그런 그를 평대한다는 건 최소한 반후의 아래가 아니란 뜻이기도 하다.

그들은 귀면탈을 쓴 귀인의 정체를 알아봤다.

귀면탈은 망량의 전사들만 쓰며, 귀면탈마다 조금씩 달랐다.

흑림의 망량과 가장 많이 부딪치는 철혈방에서 알아보지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때 반후와 비슷한 연배의 중년인이 두 자루의 검을 뽑았다.

“건방지게 망량 떨거지 놈들은 데려오지 않았단 말이지? 번천대(翻天隊)는 번천검진을 펼쳐라!”

“곡 대주, 저자가 아니라…….”

곡 대주라는 자는 반후의 말도 듣지 않고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는 귀인이 반후를 물리친 인물로 착각한 것이다.

번천쌍검(翻天雙劍) 곡량.

두 자리의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쌍검의 달인으로, 반후와 마찬가지로 철혼당 휘하에 있는 철혼번천대의 대주다.

반후는 내키지 않지만, 그나마 친분이 있는 곡량에게 도움을 청했다.

당주인 냉혼철장의 이름을 팔았기에 그를 끌어내는 건 불가능하지 않았다.

자신을 에워싸는 철혈방 검수들을 보며 귀인이 칼을 쥐었다.

곡량이 오해를 했든 아니든,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귀인의 칼은 당장이라고 목을 벨 듯 예기가 시퍼렇게 서 있었다.

“추잡한 것들, 또 아이들을 노리고 왔느냐.”

“추잡? 별 거지 같은 소릴 다 듣겠네? 너희 오랑캐를 데려다 쓰는 게 뭐가 문제라고?”

곡량은 묘족의 아이나 여인을 강제로 데려가 기루나 주루에 파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귀인의 눈에 살기가 번쩍였다.

“역시 너흰 죽어 마땅해!”

“흐흐흐, 죽는 건 너다!”

귀인은 곡량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철혼번천대에 의해 접근을 방해받았다.

망량의 전사장들은 하나 같이 강하다.

개인적인 역량만 본다면 곡량은 물론 철혼번천대 따윈 상대도 되지 않는다.

허나 곡량은 반후와 달리 본인의 무위보다 철혼번천대의 관리에 더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그들에게 번천검진(翻天劍陣)을 전수하고 수련시키며 단합력을 높였다.

덕분에 철혼번천대는 철혈방 예하 대(隊)급 중 상위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철혼번천대는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귀인을 견제했다.

허나 귀인은 그걸 무시한 채 칼을 치켜세웠다.

그런 그의 칼에 섬뜩한 기운을 번들거렸다.

“추잡한 것들아, 사라졌다!”

귀인이 자신을 가로막는 철혼번천대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칼에 어린 섬뜩한 기운이 그들을 덮쳤다.

귀주 묘족인 흑묘가 남만의 백묘에 비해 친중원적인 성향을 가진 만큼 그들의 문화는 물론 무공 역시 받아들였다.

흑묘 고유의 무술과 중원무공을 접목했고, 오랜 시간 조금씩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 결과 망량의 전사들은 중원의 무사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하물며 그 정점에 있는 사대 전사장의 무위는 무림 백대고수와 비견될 정도다.

그중 한 명인 귀인의 도법은 귀신의 칼날이라고 불릴 정도로 섬뜩하고 위력적이니, 철혼번천대가 두려울 이유가 없다.

서걱!

“큭!”

“커억!!”

고작 서넛에 불과하지만, 번천검진을 구성한 철혼번천대의 검수들이 쓰러졌다.

이를 본 곡량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당연했다.

“미친! 말도 안 돼!”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관심이 없다.”

검진(劍陣)이란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부다.

한명 한명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번천검진을 구성한 일백의 힘이 합쳐진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다.

헌데 귀인의 칼은 그런 자부심을 깨버리고 말았다.

귀인의 목표는 철혼번천대 보다 그 뒤에 있는 곡량이었다.

섬뜩한 눈빛에 곡량은 움찔했다.

“뭐, 뭐 하느냐! 고작 한 명이다!”

“명!”

철혼번천대는 이를 악물고 귀인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허나 조금 전, 동료들이 썰린 걸 봤기 때문인지 긴장하는 게 역력했다.

번천검진은 이를 전수해준 곡량조차 상대할 수 있는데, 귀인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하니 당혹스러웠다.

허나 당연한 결과다.

귀인의 칼에 어린 섬뜩한 기운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중원무학의 강기와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니 말이다.

그가 칼을 뽑으면 항상 적은 죽음에 이르기에 그러한 사실을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묘족 따위가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냐 생각했던 곡량이 낭패는 보는 게 당연하다.

‘이런 썅, 이게 아닌데…….’

반후의 공을 가로챌 요량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인데, 망신 제대로 당하게 생겼다.

도저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묘족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의 일부는 가부좌를 틀고 있는 게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체면 좀 구기지만, 어쩔 수 없지.’

곡량은 묘족 아이들을 향해 움직였다.

그의 속셈을 눈치챈 귀인이 다급해졌다.

“이 더럽고 추잡한 놈아!”

“막아! 애새끼들만 잡으면…….”

곡량의 말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철혼번천대는 그 뜻을 알아차리곤 검을 꽉 쥐었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들도 곡량처럼 묘족을 인간 취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자들 때문에 비교적 친(親) 중원 성향을 가진 흑묘도 배타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의 속셈을 알기에 귀인은 마음만 조급해졌다.

“내 앞을 막는 놈은 모조리 죽여버릴 테다!!”

“이런 썅! 이리로 오지 마!”

섬뜩한 살기를 풀풀 풍기며 달려드는 귀인을 보며 철혼번천대의 검수들은 기겁했다.

하지만 잠깐, 아주 잠깐만 그의 발을 묶으면 된다.

묘족의 아이들이 귀인의 족쇄가 되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는 사이 곡량은 어느새 아이들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물러, 나십시오.”

“애새끼가 지금 상황도 파악이 안 되나 보군. 이래서 묘족들은 안 된다니까.”

만수문의 제자들 모두가 운기행공 중인 건 아니다.

강우혁을 포함한 몇몇 아이들은 다가오는 곡량을 경계했다.

허나 그의 눈에 아이들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물러나라 했습니다!”

“건방진 애새끼… 헉!”

강우혁은 소문주로서 다른 제자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곡량에게 달려들었다.

무림십대보법에 비견된다는 청랑보를 밟으며 청랑조법을 펼쳤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곡량은 당황했지만, 그도 명색이 절정고수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강우혁의 기습을 무력화시킨 후 가슴을 후려찼다.

퍽!

“큭!”

“앙칼진 새끼, 놀랐네.”

충격이 컸는지 강우혁은 컥컥대며 괴로워했다.

강우혁은 기경팔맥 중 셋을 타통한 덕분에 일류고수에 준하는 움직임이 가능했지만, 완전히 일류지경에 오른 건 아니다.

혈랑인을 운용해야 순간적으로 일류고수의 위력을 발휘할 뿐이다.

아직 절정검객인 곡량을 상대할 수준은 아니란 뜻이다.

“안 돼…….”

“애새끼가 말이 짧네!”

곡량은 쓰러진 와중에도 발버둥 치는 강우혁이 불쾌했는지 다시 발로 후려 찼다.

하지만 그는 강우혁은 후려 차지 못했다.

그 전에 곡량에게 달려든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크아앙!!”

“헉! 뭐야, 저 산군(山君)은?”

곡량의 앞을 가로막은 호랑이는 바로 궁기였다.

아무리 호랑이가 위협적인 맹수라도 무림고수에겐 어림도 없다.

하물며 곡량은 번천쌍검이라 불리는 절정검객.

덩치도 어중간한 호랑이 따윈 단숨에 목을 벨 수 있다.

“간만에 몸보신 좀 해볼까!”

호랑이의 뼈는 좋은 약재로 사용되고, 고기 역시 보양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곡량은 입맛을 다시며 쌍검을 휘둘렀다.

당연히 호랑이는 고깃덩이가 될 걸 상상했다.

허나 검을 통해 느껴지는 느낌이 없었다.

“음?”

덩치는 어중간하지만, 궁기는 사흉수의 하나다.

결코 평범한 호랑이가 아니다.

절정검객. 그것도 전력도 다하지 않은 검 따위에 베일 정도로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크아앙!”

“크윽! 아악!!”

궁기는 곡량의 쌍검을 가볍게 피한 후 이빨로 그의 팔을 물어 뜯어버렸다.

깔끔히 베여도 그 고통이 엄청난데, 물어 뜯겼으니 그 고통은 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 어이없는 광경을 철혼번천대는 물론 반후와 철혼맹위대도 보았다.

서걱! 서걱!

“컥!”

“크윽!”

그 순간 단말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비명을 지른 자들은 철혼번천대의 검수들이었다.

곡량의 비명에 이목을 쏠린 상황에서도 귀인은 그들에게 칼을 휘둘렀던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방비한 철혼번천대 검수들을 베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덕분에 열댓 명이 한 순간, 목숨을 잃어버렸다.

“크으윽! 반후! 이 새끼야! 보고만 있을 거야!!”

“…맹위대는 번천대를 도와라!”

반후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부대주와 조장들이지만, 그럼에도 명령권자는 아직 그에게 있었다.

반후의 명령에 철혼맹위대가 움직였다.

허나 그들의 발을 묶는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경고가 너무 약했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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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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