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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47화 (147/200)

147화. 귀주 묘족(貴州 苗族) (3)

“이런 병신 같은 새끼! 내가 지금 십걸(十傑) 자리를 노리는 거 몰라! 육촌 아우라고 조장을 맡겨 놨더니! 아후~ 진짜!”

불혹쯤 지나고 지천명은 안 될 거 같은 중년 사내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는 철혈방 대주 중 한 명으로, 철혈십걸의 말석을 노리고 있었다.

철혈십걸이라고 하면 철혈방을 대표하는 고수로, 주요 지부나 당(堂)을 맡게 된다.

그때부터 대우가 감히 대주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철혈방 모든 대주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철혈십걸인 셈이다.

헌데 육촌 아우이자 휘하의 조장이 개망신을 당하고 왔다.

이는 자신의 얼굴에 똥칠한 셈이니, 다른 대주들이 얼마나 비웃겠는가.

그러니 열불이 나는 게 당연했다.

“죄, 죄송합니다. 형님. 그 새끼가 그렇게 강할 줄은…….”

“대주님! 이 새끼가 지금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네!”

사적으로야 육촌지간이지만, 이곳은 철혈방 내다.

아무리 둘만 있다고 해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아니, 화를 내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죄, 죄송합니다. 대주님. 애들을 더 데려가서…….”

“닥쳐! 얼마나 더 내 얼굴에 먹칠하려는 거야!”

한 놈을 상대로 우르르 몰려갔다는 게 알려지면, 그건 그것대로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

육촌 아우의 생각 없는 대처에 열불만 났다.

‘쓸만한 놈만 있었어도 저놈을 데려오는 게 아닌데…….’

제 밑에 실력 좋은 수하들은 여럿 있다.

허나 그들은 자신의 자리를 노리지, 자신의 등을 맡길만하지 못하다.

그래도 핏줄이 좀 낫겠거니 싶어서 뒷골목에서 대장 노릇하던 육촌 아우를 데려왔다.

헌데 생각하는 수준이 아직도 왈패를 넘어서지 못해 짜증만 나게 만들었다.

‘하아… 부대주 놈을 보내야 하나…….’

대주가 뒷배가 되어 조장에 앉힌 육촌 아우와 달리 부대주는 상당한 고수다.

그러니 그의 자리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철혼맹위대(鐵魂猛威隊)를 이끌고 있는 그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맹위도(猛威刀) 반후.

맹렬한 도법으로 이름 날린 절정도객이다.

“놈은 내가 직접 처리할 테니, 반양 넌 몸부터 회복해.”

“예, 혀… 대주님.”

반후는 차라리 잘 되었다 생각했다.

그간 직접 손을 쓸 일이 없었기에 자신의 존재감이 옅어진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는데, 이참에 확실하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자신이야말로 철혈십걸에 걸맞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번거롭지만, 수하들을 움직이지 않고 직접 움직이려 했다.

허나 그는 몰랐다.

이게 철혈방의 몰락의 시발점이 될 줄은.

*  *  *

쾅!

“그 잡것들이 또 우리 애들을 노렸단 말이지!”

얼굴에 긴 상흔이 있는 중년 사내가 버럭 화를 냈다.

철혈방에서 묘족 여인을 노렸다는 게 알려진 탓이다.

그는 흑림의 무력(武力)인 망량(魍魎)을 이끄는 전사장 중 한 명이다.

“진정하게, 귀화(鬼火).”

“이게 진정할 일인가, 귀인(鬼刃)!”

상당히 흥분한 귀화와 달리 귀인은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었다.

그는 귀화와 마찬가지로 망량의 전사장 중 한 명이었다.

흑림은 귀주 흑묘가 살아남기 위해 모인 방파고, 망량은 그런 흑림을 지키기 위한 칼이다.

헌데 태연자약하게 말하니 귀인을 보니 더 화가 났다.

하지만 귀인은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보니 우리 흑림의 가족이 아니라더군.”

“우리 흑림의 가족이 아니라도 묘족이라면 지켜줘야지!”

성격이 불같은 귀화이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러기 위한 흑림이요, 망량 아니던가.

하지만 귀인은 관계를 나눔에 있어서 구분이 뚜렷한 편이었다.

흑림 아니면 적이라고 말이다.

“네 힘을 과대평가하지 마라. 우리 망량은 흑림을 지키는 것만으로 벅차다. 흑림의 식구도 아닌 자를 위해…….”

“귀인!!”

더 이상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귀화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씩씩거리는 귀화를 못마땅하게 보면서도 귀인은 화가 나진 않았다.

아무리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그에게 귀화는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귀인은 관계 구분이 뚜렷했다.

말싸움해선 해결이 안 된다 생각한 귀인은 다른 이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너희들의 생각은 어떤가? 귀화와 같나?”

“망량은 귀주 묘족을 위한 집단일세.”

또 다른 망량의 전사장 귀령의 대답에 귀화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귀주에서 묘족을 노렸다는 말은, 흑림의 식구이든 아니든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나 역시 귀령(鬼靈)과 같은 생각일세. 이번만큼은 귀인, 자네가 양보하게.”

망량의 전사장 넷 중 셋이 지켜야 한다는 뜻을 밝힌 이상, 귀인도 더 이상 반대할 수는 없었다.

귀화(鬼火), 귀인(鬼刃), 귀령(鬼靈), 귀멸(鬼滅).

오직 흑림의 수호를 위해 모든 걸 버린 자들이다.

가족도, 생명도 말이다.

대신 흑림을 수호할 수 있는 강대한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알겠네. 단, 이번 일은 내가 맡겠네. 귀화가 나선다면 쓸데없이 일만 커질 수 있으니.”

“아니, 뭐 또 내가 어쨌다고…….”

찔리는 게 없지 않은지, 귀화는 말끝을 흐려버렸다.

귀인의 뜻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귀령과 귀멸은 고갤 끄덕였다.

귀화로서는 아쉽지만, 자신도 한발 양보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귀인에게 양보했다.

귀인은 벗어놨던 가면을 썼다.

귀면(鬼面).

그들은 도깨비탈이라고 부르며, 오직 망량의 전사들에게만 허락된 가면이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모든 건 흑림을 위함이니…….’

*  *  *

후~욱! 후훅! 훅!

주먹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열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펼치는 백수십팔식(百獸十八式)은 제법 그럴듯했다.

아이들의 열의도 대단했고, 만수문의 제자로 받아들인 만큼 수련을 늦출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백은 이동 중이지만, 틈틈이 무공을 가르쳤다.

“힘만 강하게 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란다, 인범아. 형운이는 조금 더 천천히 펼치는 걸 연습해야겠어. 유화는…….”

이백은 아이들 한 명 한 명 자세를 교정해주거나 문제점을 지적해주었다.

열 명이 동시에 수련하지만, 그렇다고 가르치는데 소홀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백수십팔식의 수련은 여기까지 하자.”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부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문주님!”

소문주와 일반제자의 구분을 주어 혹시 모를 분쟁을 사전에 막았다.

애초 강씨 남매는 야수왕의 손주였기에 기만하려는 생각 자체가 없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인호랑 형철이는 이리 와 가부좌를 틀어라.”

“…예, 문주님…….”

이백의 말에 강인호와 소형철은 풀이 죽었다.

두 아이는 강우혁을 제외하고 가장 몸을 잘 썼다.

실제로 백수십팔식과 청랑보를 처음에만 헤맸지, 어느 정도 지나자 빠르게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헌데 반대로 기를 느끼는 것에는 고전하고 있었다.

고작 사흘 만에 기를 느낀 강우희와 달리 열흘이나 걸린 강우혁처럼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벌써 보름째인 걸 생각하면 강우혁보다 기감이 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아이들은 백수심법(입문용)을 익히고 있는 건 생각하면, 그들이 풀이 죽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었다.

“실망하지 마라, 너희가 기를 느낄 때까지 매일 도와줄 테니.”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문주님.”

“감사합니다, 문주님. 기대에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겉보기에는 16,7살의 청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4살밖에 안 되는 어린 소년들이다.

특히 강인호는 부모임을 잃고, 부족 내에서도 소외를 받았던 만큼 한번 마음을 준 상대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성격이었다.

그들의 등에 손을 얹혔던 이백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감수련은 미루어야겠다. 불청객이 왔구나.”

“예?”

의미 모를 이백의 말에 두 아이는 의아했다.

아이들과 달리 짐승들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흡한 아이들보다 야성이 살아 있는 짐승들의 감각이 더 예리한 것이다.

“모두 마차와 수레 옆으로 모여라.”

“예! 사부님!”

이백의 말에 강우혁은 의문을 표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마차와 수레 옆으로 모여들었다.

이백은 품에서 설군을 꺼내며 말했다.

“너희가 아이들을 지키고.”

설군만이 아니라 영수들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하나하나가 웬만한 고수보다 강한 영수들이니, 아이들을 지키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때 중년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이가 당할 만해.”

하나 같이 기세가 날카로운 게 실전 경험이 제법 있는 자들임을 알 수 있었다.

이백은 한눈에 그들의 경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절정과 일류라…….’

한 명을 제외하곤 전부 일류무인이었다.

일류부터 고수라 칭한다. 이는 검기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검기(劍氣)는 평범한 인간이 벨 수 없는 걸 벨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인간의 피육은 무처럼 썰어낼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 일류지경에 오르기 위해선 최소 10년 이상의 수련을 해왔다고 봐야 한다.

그것도 제대로 된 수련을 말이다.

저들의 연배를 생각하면 2,30년은 칼을 쥐었을 것이다.

‘우혁이에겐… 벅찰까.’

강우혁의 수련 기간은 이제 고작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백의 섬세한 가르침과 뛰어난 절학과 재능. 그리고 패황의 도움으로 어설프게나마 기를 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실전경험조차 많다 할 수 없다.

그런 강우혁이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고수를 상대할 수 있을까?

이백의 생각에는 무리였다.

그럼에도 이백은 왠지 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우혁아, 한번 상대해 봐라.”

“뭐? 뭐라고 이 미친 새끼가… 컥!”

퍽!

중년인들은 이백의 말에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버럭 화를 냈다.

허나 그들은 감히 화를 낼 주제도 못 되었다.

특히 버럭 화를 낸 자는 이백의 권풍에 의해 나가떨어졌다.

“철혈방이라고 했던가? 거기서 왔나 본데. 내 제자와 놀아줘야겠다.”

“네, 네놈, 뭐야!”

철혈방(鐵血幇). 정확히는 철혼맹위대주 반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귀주에서 제법 무명(武名)을 떨치는 절정도객이다.

그런 자신이 수하가 나가떨어지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이 정도는 철혈십걸… 아니, 방주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

즉, 자신은 상대할 수 없는 강자라는 뜻이다.

‘이 미친 새끼는 누굴 건드린 거야!!’

반후는 속으로 육촌 아우 반양을 욕하고 또 욕했다.

애초 이백은 그들의 정체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귀양을 지나기 전, 관도에 있는 객잔에서 만났던 자들.

당하고 복수하지 않으면 그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니 그들이 혹은 그 뒷배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몇 시간 후가 아닌, 며칠이 지난 지금 온 게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내 제자의 실전경험을 위해 도와줘야겠어. 싫으면… 걸어서 돌아가기 싫다는 걸로 간주해도 되겠지?”

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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