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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41화 (141/200)

141화. 강상의 최후 (1)

“싫어요.”

강우혁은 단칼에 거절했다.

그의 거절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강망 등은 당황하고 말았다.

“지, 지금 뭐라고 했느냐.”

“대족장을 맡기 싫다고 했습니다. 백부님.”

강우혁의 단호한 얼굴은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게 아님을 알려주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들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연륜을 무시할 수 없는지 강망이 입을 열었다.

“네 아비가 맡았어야 했던 자리다. 그걸 아들인 네가 이제라도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백부님.”

다행히 강우혁도 말길을 알아들은 듯싶어 안도했다.

하지만 강우혁은 받아들인 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만으로 대족장을 물려받는 건 불합리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사부님의 제자 이외의 자리는 생각이 없습니다.”

“하? 고작 저자의 제자가 무엇 대수라고 그러느냐! 대족장이다! 우리 야수족의 대족장!!”

강망의 언성이 높아졌다.

강씨 삼형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백을 노려봤다.

대체 무슨 소릴 했기에 강우혁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나 싶었던 것이다.

허나 그런다고 겁먹을 이백이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제자가 소신을 밝힐 수 있게 버텨주었다.

“사부님은 백호왕이세요. 무림십왕 분들도 함부로 하지 못하셔요. 백부님들이 어찌 못하는 오독문도 사부님의 상대가 아닐 거예요.”

“그, 그건…….”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실제로 오독문의 화룡이 이백에게 밀린 걸 보지 않았던가.

게다가 강상을 피떡으로 만든 백호의 주인.

분명 보통이 아니란 걸 모를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족장의 자리와 비교하다니.

강씨 삼형제의 상식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웠다.

강망은 조카를 설득하는 대신 이백을 설득해 보는 걸로 가닥을 바꾸었다.

“우혁이는 아직 어리니 생각이 짧을 수 있지만, 그대는 다를 거라 생각하네.”

“제자의 뜻을 존중할 따름이오.”

기특한 제자의 뜻을 꺾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이백의 모습이 그들에게 못 마땅하게만 보였다.

그렇다고 그의 무위를 봤으니, 힘으로 어찌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마.”

“죄송해요, 백부님들.”

강우혁이 허리 숙여 사과를 하자, 강씨 삼형제는 한숨을 푹 내쉬곤 돌아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만큼 돌아가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강우혁의 표정이 밝지 못했다.

이백은 그런 제자의 어깰 부드럽게 토닥여 주었다.

“너무 미안해하지 말거라. 네 인생이란다. 남은 위해 희생할 필요 없다. 네 소신껏 하거라. 반대로 이 사부의 눈치를 봐서 거절하려 하지 마라. 네가 정 대족장이 되고 싶다면 이 사부는 반대하지 않는다. 제자의 앞길 막는 못난 사부가 되고 싶지 않으니.”

“아니에요, 진심이에요. 사부님의 제자 이외에 다른 자리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단호한 눈빛, 옹팡진 입술.

진심이 느껴졌다.

애초 자리에 연연했다면 패황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남만의 반쪽도 차지 못한 야수족 대족장보다 청해의 주인인 패왕성주가 더 대단하다는 걸 모르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패왕성주가 아닌 이백의 제자로 남기를 원했던 강우혁이다.

어찌 이제 와서 흔들리겠는가.

그저 ‘아버지의 자리’라는 말에 잠시 흔들렸을 뿐이다.

‘나도 이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무언가 남겨야겠어.’

*  *  *

컁!

“썅! 풀어! 당장 풀라고!!”

족쇄로 사지가 결박된 강상은 마구 소리를 질렀다.

아수족은 무림인과 달리 내공이 아닌 야수화를 통해 육신를 강화시킨다.

야수화를 통해 극대화시킨 힘이라면 족쇄 따윈 얼마든지 끊어버릴 수 있다.

그걸 알기에 야수족은 강상의 사진근맥을 끊었다.

사지의 근맥이 끊긴 이상 힘을 쓸 수 없으니 야수화를 펼칠 수 없게 됐다.

“젠장!”

그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선친의 업적을 뛰어넘기까지 이제 한 걸음 남았을 뿐이다.

헌데 뜻을 이루지도 못한 채, 이게 무슨 거지 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컁! 컁! 컁!

“젠장! 젠장! 제엔장!!!”

팔을 마구 휘두르니 족쇄와 연결된 쇠사슬을 시끄러운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너무 흥분한 탓에 누군가 지척까지 다가온 것도 감지하지 못했다.

비록 사지근맥이 끊어졌다고 한들, 야수족 특유의 예민한 감각까지 사라진 게 아닌데도 말이다.

“안타깝게 되었네.”

“좌, 좌법왕 오셨습니까!”

야수족 전사들이 지키고 있는 뇌옥이건만, 붉은 가사를 입은 노승이 아무렇지 않게 들어왔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강상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평범한 노승이 아니다. 혈뢰음사의 마공을 계승한 좌법왕이었다.

야수족의 수호신 궁기조차 쓰러트리지 못한 괴물.

그 싸움을 지척에서 본 강상이기에 좌법왕이 이곳 소란 없이 들이닥친 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동시에 자신을 빼내어 줄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성배라면 충분히 대족장이 원하는 바를 이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늘…….”

“끄응…….”

좌법왕은 질책성 발언에 강상으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 역시 이리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 말이다.

좌법왕도 굳이 타박하기 위해 이곳에 온 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본 법왕의 입장이 난처해졌네.”

“그건 끄응…….”

강상으로서는 입이 있어도 변명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취원혼배(聚怨魂杯)를 내어준 자는 바로 좌법왕이었다.

그러면서 오독문과의 전쟁. 정확히는 화룡가를 노리게 유도했다.

대족장은 그의 유도대로 오독문 휘하 독문을 무너트리고, 화룡가까지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

화룡가 역시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지만,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좌법왕은 선심을 쓴다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내 대족장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지.”

“기회라 하믄…….”

기회라는 말에 강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좌법왕은 소매에서 검붉은 환단을 꺼냈다.

불길한 느낌을 주는 환단이었다.

좌법왕은 검붉은 환단을 내밀며 말했다.

“혈백환(血魄丸)이라 하네. 자네가 원하는 힘을 줄 걸세.”

“그런 게 있었으면 어찌…….”

강상은 살짝 원망을 담아 말했다.

이러한 좋은 물건이 있으면 진작 주지, 왜 취원혼배를 줘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냐는 원망이 말이다.

물에 빠진 놈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었다.

그걸 모를 좌법왕이 아니었지만, 모른 척했다.

“단, 두 시진뿐이다.”

“아, 아니 두 시진밖에 안 되면 어쩌란 말입니까!”

짜증이 난 강상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 순간 좌법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것을 본 강상은 아차했다.

자신이 짜증을 낼 입장이 아니란 걸 그제야 인지한 것이다.

“지금, 본 법왕에게 짜증을 낸 건가.”

“그, 그게 아니고… 죄, 죄송합니다.”

강상은 머리를 바싹 숙였다.

자신이 예민해져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쩐 일인지 좌법왕은 더 이상 타박하지 않았다.

덕분에 강상은 안도할 수 있었다.

“두 시진이라면 자네 자리를 노리는 놈들을 처리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걸세.”

“감사합니다!”

그 말에 강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신이 받은 수모를 갚아주고, 대족장의 자리를 되찾는데 두 시진이라면 충분했다.

강산은 혈백환을 입에 넣었다.

침이 닿는 순간 사르르 녹에 그의 목 안으로 넘어갔다.

“윽! 으윽!!”

일각도 채 지나기 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치밀어 올랐다.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고통을 참아내는 것에 익숙한 야수족의 대족장 답지 않았다.

아니, 그런 강상이 버텨내지 못하고 비명을 지를 정도라면 그 고통은 상상도 못 할 정도라는 뜻이다.

좌법왕이 이미 손을 썼는지, 이런 소란에도 뇌옥에 들어오는 자 하나 없었다.

“헉… 헉… 헉……….”

강상의 입에서 거친 숨이 나왔다.

그러기 무섭게 바들바들 떨던 강상의 몸에서 수증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부족해 그의 근육이 꿈틀꿈틀거렸다.

챙! 챙!

그를 구속하던 족쇄들이 부서졌다.

“으흐흐… 하하하!!!”

고통이 사라지고 전신에서 힘을 넘쳐나는 걸 느꼈다.

이젠 그 누구도 두렵지 않을 정도였다.

놀랍게도 끊어진 사지근맥이 다시 이어진 것이다.

고작 환약 하나로 가능하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반쯤 힘에 취해 있는 강상을 향해 말했다.

“두 시진이다.”

“걱정 마시오. 흐흐흐…….”

깎듯이 존대하던 강상의 말투가 살짝 내려갔다.

강상 스스로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좌법왕도 두렵지 않다는 무의식적인 반응인 셈이다.

우찍~! 끼익~!

강상은 뇌옥의 창살을 가볍게 끊어버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좌법왕이 차가운 조소를 지었다.

“이걸로 흔적은 지웠군.”

혈백환(血魄丸).

단 두 시진이지만, 평소의 몇 배에 해당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다.

제한 시간이 있지만, 분명 구명지책(救命之策)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부작용이 없다면 말이다.

선천진기를 끌어다 쓰기 때문에 약효가 떨어지면, 최소 폐인이고 심하면 목숨마저 잃을 수 있다.

강상에게 내어준 건 약효를 강화한 대신, 무조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강상은 약효가 떨어질 때까지 반기를 든 야수족의 전사들을 죽일 테고, 결국 자멸할 것이다.

그럼 좌법왕과 사이의 일을 그의 죽음으로 묻어지게 된다.

좌법왕의 눈에서 살광이 번들거렸다.

“번거로워졌지만, 어쩔 수 없지.”

*  *  *

“대, 대족장… 컥!”

뇌옥에 갇혀 있어야 할 강상을 발견한 대호족 전사는 당황했다.

그 순간, 강상의 주먹이 그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야수왕을 영접하고도 멀뚱히 쳐 보고 있다니. 죽어 마땅하지. 안 그런가?”

“으… 아아악!!”

눈동자가 세로로 변한 호안(虎眼)이 번쩍였다.

그것을 본 또 다른 전사를 공포심을 이겨내지 못한 채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강상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죽어, 마땅하다.”

“컥!”

서걱!

강상은 자신을 향해 칼을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칼을 쥔 전사의 손목을 낚아, 그대로 그의 목을 베었다.

그 순간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비명을 들었는지, 여기저기서 전사들이 나타났다.

피를 뒤집어쓴 강상은 피맛을 본 맹수처럼 바라보는 것만으로 오싹하게 만들었다.

“헉!”

“대, 대족장님께서 어, 어떻게…….”

비록 대족장의 직위에서 해임되었지만, 아직 대호족 내에서 호칭이 정리되지 못했다.

강상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그들을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왕이 돌아왔다! 너희의 왕이!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어라! 너희의 왕을 경배하라! 아니면 모두 죽여 버리겠다!”

“…….”

오싹!

너무도 광오한 말이었다.

그럼에도 누구도 이를 의심하는 자 없었다.

강상에게서 느껴지는 광기는 단순히 허세가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전사들은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뭣들 하는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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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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