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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40화 (140/200)

140화. 중재(仲裁)

“모두 돌아가라! 이후 일은 다시…….”

궁기는 강우혁과 계약을 맺었고, 강상은 설군에게 제압이 되었다.

강상의 대리를 맡아야 대전사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

실권은 없으나 큰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강망이 상황을 정리했다.

다들 서로의 눈치를 봤지만, 반발하지는 않았다.

이로써 일단락 되었다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누구 마음대로 돌아가도 좋다 했지?”

“끄응…….”

물러나려는 야수족의 발길을 막은 건, 화룡가의 주인이자 오독의 일인 화룡(火龍)이었다.

그렇다.

오독문과의 전쟁을 일으킨 강상을 불능의 상태로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다.

잠시 상황을 관망하고 있을 뿐, 화룡은 휴전을 허락한 게 아니었다.

상황은 최악이다.

유일하게 믿고 있던 수호신 궁기는 화룡을 상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 말이다.

“본가를 우습게 봤나 보군.”

“어찌하면 우릴 보내주겠소.”

강망은 야수족을 대표해 화룡에게 협상을 제시했다.

이대로 싸움이 이어지면 야수족으로선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큰 손해를 보더라도 협상을 하는 게 낫다.

허나 화룡의 생각은 다른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보내준다? 그럴 필요가 있나. 이참에 골치 아픈 너희 야수족을 멸족시킬 기회인데 말이야.”

“우리가 호락호락하게 당해줄 거라 생각하는가!”

썩어도 준치라고, 전력이 급감했다고 한들 야수족이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달려들면, 화룡가도 무사할 수 없다.

강망의 협박에도 화룡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호락호락할 거 같은데?”

“우리 야수족을 무시하지 마라!”

강상에게 반발하며 이탈했던 설표, 거웅, 우융족이 다시 야수족에 합류했다.

그들은 죽는 게 두려워 이탈했던 게 아니다.

의미 없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던 것이다.

야수족의 명운을 위한 전투라면 목숨이 아깝지 않았다.

“우리 역시 백묘라는 걸 잊지 말라고.”

“으흠…….”

흑봉주를 필두로 한 충술사 일족 역시 야수족의 편에 섰다.

그로 인해 야수족. 아니, 백묘의 세력이 확 불어났다.

독인(毒人)인 화룡이 있는 만큼 패배하진 않겠지만, 화룡가의 존망까지 걸어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넘어가면 오독문의 나머지 세력에 비웃음을 당할 게 뻔하다.

그렇기에 화룡의 머릿속에 복잡해졌다.

허나 누군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더 이상 고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왜 화룡가인지 생각해 봤소?”

“뭔 소리를 하려는 거지, 중원인.”

화룡과 강망 사이에 이백이 끼어들었다.

백호(설군)을 부리는 걸 봤기 때문에 화룡도 처음과 달리 그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대신 경계심은 더 높아졌다.

“독왕가(毒王家)는 몰라도 교룡가(蛟龍家)를 공격하는 게 더 수월할 텐데 말이오.”

“…….”

이백의 물음에 화룡은 입을 다물었다.

오독문은 하나의 문파이지만, 다섯 독문이 손을 잡고 탄생했다.

화룡가는 그 중 화석척(火蜥蜴)을 상징한다.

금관오공(金冠蜈蚣)의 독왕가, 칠보추혼사(七步追魂蛇)의 교룡가 역시 오독문의 주축이다.

실질적으로 문주 역할을 하는 독왕가는 몰라도, 교룡가는 화룡가보다 수월한 상대다.

헌데 야수족.

정확히는 강상은 화룡가를 노렸다.

“독왕이 가장 경계하는 인물이…….”

“그깟 말장난에 놀아난 거라 생각하느냐.”

화룡은 이백의 말을 끊고 죽일 듯이 노려봤다.

허나 그의 마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오독 모두 강하지만, 오독문주직을 맡은 독왕가 가장 강성한 게 사실이다.

그런 독왕가가 가장 경계하는 인물이 바로 화룡이란 건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었다.

물론 화룡 역시 모르지 않았다.

“얼마 전, 대호족에 불청객이 침입했다는 건 알 거라 생각하오. 그는 좌법왕. 신궁의 군사의 사람이오. 중원 곳곳에 마수를 뻗은 신궁이 남만. 그것도 오독문에는 넘어갔을…….”

“닥쳐!!”

발끈한 화룡이 강력한 화독을 분출했다.

주변에 있던 야수족은 기겁했다.

정작 이백은 가볍게 손을 휘두를 뿐이었다.

[‘화석척의 독’에 침입했습니다.]

[천독불침이 ‘화석척의 독’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천독불침이 ‘화석척의 독’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천독불침이 ‘화석척의 독’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화룡은 독인이고, ‘화석척의 독’은 절독 중에 절독이다.

천독불침이라도 저항할 수 없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이백은 저항해냈다.

이는 독선과의 일전 덕분이다.

과거 독선은 그에게 독존(毒尊)을 펼친 적이 있다.

무형지독(無形之毒)에 비견된다는 독존이다.

비록 이백이 절명하지 않을 수준으로 낮추었다고 하지만, 독존에 중독되었다가 ‘불완전한 신의 불꽃’으로 소멸(燒滅)시켰다.

그 과정에서 이백은 독에 대한 내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화석척의 독’을 극복했습니다.]

[독의 내성이 강화됩니다.]

[퀘스트: ‘만독불침’ (1/5)]

[‘만독불침’(1/5)]

오독문의 오독(五毒)을 모두 극복할 시 만독불침을 이룰 수 있다.

오독(五毒) 이상의 독을 극복할 시 만독불침을 이룰 수 있다.

독존을 통해 높아진 독의 내성이, ‘화석척의 독’에 의해 한번 내성이 생겼다.

그로 인해 이백은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게 되었다.

게다가 만독불침(萬毒不侵)의 길이 열렸다.

독(毒)을 다루는 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경지가 바로 만독불침이다.

독인의 경우 독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자멸할 수 있기에 오히려 꺼리는 경우가 많다.

허나 만독불침은 다르다.

독에 한해서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으니까.

물론 세상만사 완전무결함은 없는 법.

전설의 무형지독, 독선의 독존은 만독불침조차 중독시킬 수 있는 절대독이다.

독선이 조절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백은 살아있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들, 만독불침이 매력적인 건 두말이 필요 없다.

“마, 말도 안 돼!”

“소용…….”

홧김에 분출한 ‘화석척의 독’이지만, 중독되지 않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화석척의 독’은 사천당가의 팔대금독에 비견되는. 아니, 그 이상으로 치는 오독의 하나다.

같은 오독의 일원이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헌데 독공고수도 아닌 자가 ‘화석척의 독’을 저항했으니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화룡은 다시 한번 ‘화석척의 독’을 분출시켰다.

허나 이미 내성이 생겨 극복한 탓에 더 이상 이백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없소.”

화룡은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

절대적인 믿음이 깨는 순간, 인간은 부정한다.

허나 그것을 넘어서면 절망하게 된다.

“만…독불침인가…….”

“…이 정도로 끝내는 게 어떻소.”

이백은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가 오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득이 되니 말이다.

오독의 화룡이 꺾였다.

야수족 전사들의 마음에 화룡가를 무너트리자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특히 큰 피해를 입은 고랑족장이 발끈했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

“착각하지 마시오. 난 제자들을 위한 중재했을 뿐, 야수족의 편이 아니오. 끝까지 싸우겠다면 관여하지 않겠소.”

이백의 차가운 말에 고랑족장은 물론 야수족의 전사들은 움찔했다.

그제야 자신들이 처한 입장을 깨달았는지 고갤 푹 숙였다.

이백 없이 싸운다면 결코 자신들에게 유리할 게 전혀 없다.

오히려 최소 반파를 각오해야 한다.

그들이 현실을 깨닫는 사이, 이백은 다시 화룡을 바라보았다.

“어찌하겠소.”

“…떠나라.”

화룡은 더 이상 싸울 의욕을 상실했다.

이백의 경고 때문인지, 야수족은 더 이상 허튼 생각하지 않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백묘라도 충술사 일족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도우러 온 것이니, 굳이 오독문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한결 가볍게 물러날 수 있었다.

그렇게 일단락 마무리되었다.

화룡은 이백이 떠난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젠…장…….”

*  *  *

“강망 님께서 맡아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화룡가에서 물러난 야수족의 족장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더 이상 강상은 대호족의 족장은 물론 야수족의 대족장이 아니다.

그렇기에 야수족을 이끌 새로운 대족장이 필요했다.

이에 거론된 자는 전대 대족장 야수왕의 아들 중 한 명인 강망이었다.

“강망 님이라면…….”

“아니, 난 거절하겠소.”

정작 강망은 족장의 자리를 거절했다.

자신은 족장의 자격이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그만이 아니었다.

“그럼 강열 님께서…….”

“거절하겠네.”

“나 역시…….”

강망에 이어서 강열과 강재 역시 모두 거절했다.

그럼 그들의 자식들 중에 선출해야 하는데, 아직 어려 족장은커녕 전사로서도 미흡했다.

그때 강망이 입을 열었다.

“대호족장은 부족 내에서 다시 논의하고, 대족장은… 설표족장이 어떻소?”

“예?”

“그건…….”

강망의 입에서 폭탄 발언이 나왔다.

설표족장 소찬영.

분명 대단한 전사다.

강상이 재기불능의 상태인 지금, 사실상 야수족의 최강자일지 모른다.

허나 그는 대호족이 아니다.

대호족의 족장이 야수족을 이끈 지 천 년이 넘는다.

애초 야수족의 시초가 그들 아닌가.

헌데 그런 야수족 이외 부족에서 대족장을 맡는다니.

더군다나 이런 제안을 내놓은 자가 대호족의 가장 큰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강망이다.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어떤가, 설표족장.”

“저는 대족장의 그릇이 안 됩니다.”

고민도 할 법한데, 소찬영은 고민할 것도 없이 사양했다.

대족장은 야수족의 왕과 다름없는 자리다.

천년의 전통이 깨지고, 그 기회가 생겼는데 거절하니 오히려 강망이 당황스러웠다.

“다시 생각해 보게. 우리 대호족은 더 이상 대족장을 맡을 능력이 없네.”

“죄송합니다.”

소찬영은 단호했다.

강망은 거웅족장에게 제안했다.

허나 그 역시 다르지 않았다.

대호족의 정기가 쇠한 지금, 가장 강력한 설표족과 거웅족 이외엔 답이 없었다.

우융족의 경우는 족장이 죽었기에 제안하지 않았다.

그 외에 몇몇 족장은 관심은 있으나 능력이 부족했기에 감히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

“허허… 이를 어쩌나…….”

“고민할 게 있나 모르겠습니다.”

대족장의 자리를 거절했던 소찬영이 뭘 고민하냐는 듯 말했다.

그러자 강망을 포함한 족장들이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음? 그게 무슨 말인가.”

“강영의 아들이 있지 않습니까. 강우혁, 그 아이가 말입니다.”

소찬영이 추천한 사람은 바로 강우혁이었다.

야수왕의 손자이니, 마냥 자격이 없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쉽게 호응하지도 못했다.

“내 조카이지만, 반은 중원인이네. 그리고 고작 열 살인데…….”

“수호신의 선택을 받은 자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야수족의 대족장 자리다.

순혈 중에 순혈이어야 할 자린데, 중원인의 피가 섞였다는 게 꺼려지는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아직 열 살밖에 안 되어, 야수족의 전사조차 되지 못했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헌데 그 모든 걸 무시할 게 있다.

바로 수호신 궁기의 선택이다.

정확히는 계약을 맺은 것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끄응…….”

“허참…….”

여기저기서 신음이 나왔다.

다들 부정할 수 없지만, 동의하기도 어려웠던 탓이다.

헌데 그들이 놓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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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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