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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38화 (138/200)

138화. 강영의 아들

“크아앙!!”

강렬한 포효와 함께 혼돈이 움직였다.

평범한 짐승이 아니라는 듯 혼돈의 움직임은 육안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허나 궁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쾅! 콰쾅!!

충돌하는 소리만이 두 괴물이 싸우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소문은 들었는데, 여전히 인간의 개가 되었구나!

―닥쳐! 놈도 다를 바 없지 않느냐, 궁기!

대호족의 수호신 궁기는 이름뿐이 아니라 진짜 사흉수의 궁기였다.

그렇기에 야수의 수준을 넘은 강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던 것이다.

―난 인간의 개가 아니라 그들의 숭상을 받는 것이니, 혼돈. 너와 입장이 다르다!

―숭상? 저 인간 놈의 명령을 따른 주제에?

야수족이 야수족이라 불리기 이전, 한 묘족이 힘을 잃은 궁기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인연을 맺게 되었고, 궁기는 그에게 힘을 나눠주었다.

그게 대호족이라는 부족이 생기게 된 계기였다.

그 이후 여러 부족이 정체성을 갖추었고, 대호족장은 모두를 굴복시켜 대족장의 지위와 야수족이라는 명칭을 만들었다.

그가 바로 대호족과 야수족의 시초다.

은고아라는 법기로 인해 억지로 맺어진 혼돈과는 분명 경우가 다르다.

―감히 약해진 주제에!!

―크윽!

강우희에게 영력을 상당 부분 넘겨준 혼돈으로서는 궁기보다 힘이 부족한 건 당연했다.

결국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아, 안 돼!! 힘을 내! 혼돈아!!”

혼돈이 밀리는 걸 본 강우희가 큰 소리로 응원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할 수 있지만, 혼돈은 힘이 강해지는 걸 느꼈다.

혼돈의 영력이 강우희에게 넘어갔다고 하지만, 빼앗긴 게 아니다.

강우희가 응원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영력을 다시 빌려준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밀리긴 했지만, 압도적인 건 아니었다.

이 상황을 마음에 들지 않은 자가 있었다.

‘저… 계집, 마음에 들어.’

강상은 강우희의 존재가 거슬렸다. 동시에 그녈 없애야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순간 강상이 사라졌다.

성배를 통해 취한 원혼의 정제된 부정(不淨) 덕분에 야수왕에 버금가는 성취를 이루었다.

두 흉수에게 시선을 빼앗긴 지금,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퍼억!!

“커억!!”

“누구도 내 앞에서 내 제자를 해할 수 없다!”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튕겨 나갔다.

그는 몇 개의 나무를 부순 채 어딘가 파묻혔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무도 누가 튕겨 나간지 알지 못했지만, 강우희를 노린 자가 있다는 건 모를 수 없었다.

“사, 사부님!”

“걱정 말거라. 너흰 누구도 해칠 수 없다. 두려워하지 마, 너흰 나 이백의 제자들이다.”

이백의 말에 강씨 남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따스함이 가슴속에 피어올랐다.

그건 사부에 대한 경의와 동시에 용기였다.

그러는 사이 파묻혔던 강상이 뛰쳐나왔다.

“죽여! 버리겠어!!”

“수호신? 진짜 수호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려줄래, 설군아.”

이백은 눈이 뒤집힌 채 달려오는 강상을 바라보았다.

설군은 콧방귀를 뀌더니 도도하게 폴짝 뛰어내렸다.

그 순간, 작은 고양이에서 거대한 백호로 변했다.

그 위용은 감히 궁기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영수의 힘을 넘어선 사흉수라도, 신격을 가진 백호(白虎) 설군과 어찌 비교하겠는가.

그 위용을 본 좌중은 경악했다.

“대호족의 수호신 이외에도 존재했단 말인가!”

“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야수족도 아닌 중원인이 저러한 존재를 다룬다는 사실에 모두 놀랐다.

게다가 궁기와 격전을 벌이는 거대한 늑대를 부리는 소녀.

모두 이백과 제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당연했다.

그러는 사이, 강상이 포효했다.

“내가! 야수왕이다!!”

강상은 멀쩡했다.

넘치는 힘은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때 자신에게 달려드는 설군을 발견했다.

황소보다 더 거대한 호랑이지만, 호랑이를 조련하는 대호족의 족장이기도 하다.

아무리 거대해도 자신이 제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크아앙!!”

“크윽! 내가, 야수…왕이다!!”

설군은 평범한 호랑이가 아니다.

대호족의 수호신 궁기보다 격(格)이 높은 신수(神獸).

서방의 수호신 백호이니 말이다.

아무리 강상이 선친인 야수왕에 버금가는 힘을 취했다고 해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반쯤 이성을 잃은 강상은 어떻게든 버텨냈다.

허나 계속 버텨낼 리가 없다.

서걱!!

“크윽!!”

설군의 날카로운 발톱이 강상의 가슴을 베었다.

야수화 수호신의 가호를 운용 중이기에 도검으로도 상처를 입힐 수 없다,

그러나 강상의 가슴에 세 가락의 혈선이 그어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설군의 발톱을 일개 도검(刀劍)과 비교한다는 게 어리석은 일이다.

“대, 대전사님. 어찌해야 합니까?”

“젠장! 족장님을 구해라!”

강상이 밀리는 상황에 야수족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허나 야수족이라도, 강상이 이끄는 대호족은 입장이 달랐다.

그의 죽음은 야수족도 야수족이지만, 대호족 입장에선 더욱 치명적이다.

전대 족장의 사후 훼손된 대호족의 정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지금이라면 더욱더.

소수이지만, 대호족의 전사는 하나 같이 일당백이었다.

특히 대전사는 웬만한 부족장들에 꿀리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오십에 불과하지만, 그 위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그때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게 있었다.

말답지 않게 상당히 위압감을 주는 흑마였다.

“물러나세요!”

“히이잉~!!”

흑마의 등에 탄 자는 고작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다.

강우혁의 외침에 야군이 강한 투레질을 했다.

대호족의 대전사는 칼을 뽑았다.

“전사의 앞을 막은 자, 죽음뿐이다!”

중원과는 다른 거친 도격이지만, 바위조차 쪼갤 강한 힘이 담겨있었다.

대전사는 강우혁과 야군을 동시에 쪼갤 생각이었다.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야군은 평범한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명마 중에 명마인 오추마였으나 이백과의 계약을 통해 내단을 품고 영수가 된 야군이다.

야군은 앞발을 들어 후려 찼다.

바위조차 쪼갤 힘이 담긴 도격이 야군의 앞발에 부서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강우혁이 대전사의 가슴을 베었다.

청랑조법, 청랑아(靑狼牙)였다.

“크윽!”

“대, 대전사님!”

대족장은 비명과 함께 밀쳐졌다.

야수화 수호신의 가호만큼은 아니지만, 야수화 호랑이의 기상을 익힌 대족장의 가슴도 바위만큼 단단했다.

허나 기경팔맥(奇經八脈)의 셋을 타통한 덕분에 내공 운용이 수월해진 강우혁의 손가락이 은은하기 빛나고 있었다.

조카 혹은 막냇동생보다 어린 소년이 대전사를 쓰러트렸다는 사실에 전사들은 당황하고 말았다.

허나 대전사를 넘어진 것이지, 쓰러진 건 아니었다.

대전사는 욱신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누구냐, 누구이기에 우릴 가로막…….”

“강우혁, 강씨 성에 영자를 쓰시는 분의 아들입니다.”

“……!!”

“가, 강영 님의 아드님이라고…….”

강우혁의 선언에 대호족 전사들은 눈이 커졌다.

그들이 당황하는 게 당연했다.

전대 족장 야수왕이 가장 아낀 막내아들로, 그 뒤를 이을지 모른다 생각했던 이가 바로 강영이니 말이다.

“강영 님은 무슨! 그는 우리 대호족에서 도망친 배신자일 뿐이다!”

“하, 하지만…….”

대전사는 동요하는 전사들을 향해 호통쳤다.

패배를 인정하고 굴복한 다른 형제들과 달리, 강영은 남만에서 도망쳤다.

그렇기에 그를, 그리고 그의 혈족을 대호족의 일원이자 야수왕의 손자로 인정할 수 없었다.

대전사의 뜻은 이해하지만, 전사들은 선뜻 반응할 수 없었다.

강영의 그림자는 생각 이상으로 크고 깊었다.

특히 강상의 지도력이 부족하다 느낄 때마다 내색하지 않을 뿐 가슴 깊은 곳에서는 강영을 떠올리곤 했다.

대전사는 그런 전사들을 노려본 후, 한 전사의 칼을 빼앗았다.

“내놔라!”

“어엇!”

대전사는 빼앗을 칼을 치켜세웠다.

대호족은 15살 때, 전사의 시련을 통해 자신을 입증하면 전사의 영애를 허락받는다.

보통 15~18살 사이에 전사가 되고, 그때까지 입증하지 못하면 포기한다.

대전사가 전사가 된 지, 30년.

자신이 전사가 된 것보다 어린 소년에게 밀릴 수는 없다.

실제로 중원의 절정고수와 비견되는 강자가 바로 대호족의 대전사였다.

“족장님을 구하려는 걸 방해하다니, 역시 배신자의 핏줄답구나!”

“아버지는… 배신자가 아닙니다!”

버럭 하는 강우혁을 향해 대전사가 칼을 휘둘렀다.

그 압력에 바람이 일 정도였다.

그의 칼이 강우혁이 있던 자리를 베었다.

쾅!

강우혁은 전력을 다해 청랑보법을 밟은 덕분에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그 성취가 높지 못하지만, 중원십대보법에 비견된다는 청랑보법이다.

거칠게 보이지만, 그 속에 부드러움과 현묘함이 담겨있었다.

허나 대전사의 칼은 멈추지 않았다.

후욱! 후우욱!

대전사는 도격을 퍼부었다.

강우혁은 번번이 피해냈지만, 그야말로 간신이었다.

아차 하는 순간, 잔혹한 칼이 그를 난도질할 것이다.

전사들은 이건 아니라 생각했음에도 차마 움직일 수 없었다.

강영이 부족을 등지고 도망친 건 분명 배신에 해당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배신자가 아니야!’

퍼부어지는 도격이 스칠 때마다 강우혁은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대전사의 말을 부정하며, 각오를 되새겨 용기를 끌어 올렸다.

허나 상대는 대호족의 대전사.

한두 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그 이상 어린 소년 하나 베지 못할 정도로 서툰 자가 아니다.

대전사는 강우혁을 궁지에 몰고 있을 뿐이다.

“이제, 그만 죽어라!”

“허걱!”

십여 개의 칼날이 강우혁에게 휘몰아쳤다.

대전사가 환검(幻劍)을 익힌 게 아니다.

너무도 빠른 도격에 잔상이 남았을 뿐이다.

아직 경험도, 경지도 낮은 강우혁으로서는 잔상(殘像)과 진상(眞像)을 구분할 안목이 없다.

챙! 채챙!!

“가, 강망 님이 어찌…….”

“내 더 이상 부족 일에 관여할 수 없다지만, 조카 놈이 죽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지천명을 훌쩍 넘은 초로의 사내였다.

대전사의 칼을 막아낸 강망은 강우혁을 향해 조카라 칭했다.

그는 살아남은 강영의 몇 안 되는 형제 중 한 명이었다.

대신 모든 실권은 놓은 채, 죽은 듯 살아야 했다.

그런 그가 십여 년 만에 침묵을 깼다.

“아무리 족장님의 형님이시라도 이 일은 분명 문제…….”

“많이 컸다? 대전사가 되었다고, 큰형님께 그따위로 말하고 말이야.”

“막내 놈에게 빚이 있어서 말이야.”

“강열 님과 강재 님까지…….”

강망, 강열, 강재.

후계 싸움에서 많은 형제가 죽었다.

이들은 치욕스럽지만, 패배를 받아들이고 굴복한 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강영의 아들 강우혁을 위해 나선 것이다.

“지, 지금 반역을 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족장의 자린, 이제 관심 없네. 허나 이 아이는 안 되네.”

그들이 살아남은 건, 강상의 자비라기보다는 강영의 배려가 가깝다.

모든 비난의 화살을 그가 감수한 덕분에 치욕스럽다고 한들,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족장 자리를 둔 형제의 난이었으나 강영은 형제들을 죽이지 않았다.

강영에게 패한 형제를 강상이 이간질해서 죽게 만들었을 뿐이다.

“막아! 배신자들을 막…. 너, 너희들!!”

“그건 따를 수 없습니다. 대전사님.”

비록 강상에게 패배하고 물러났지만, 한 명 한 명이 대전사 못지않은 강자들이다.

그런 그들 셋을 대전사 홀로 감당할 수 없다.

허나 오십여 전사들과 함께라면 말이 다르다.

그런 그의 계산을 비웃듯 대호족의 전사들은 그들에게 칼을 겨누는 대신 오히려 그들의 앞에 섰다.

패배했다고 해도 야수왕의 자식들이다.

대호족의 전사로서 어찌 그들에게 칼을 겨눌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어린 소년을 죽이려는 대전사의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

“제,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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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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