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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36화 (136/200)

136화. 화룡가(火龍家)

“고고한 늑대여!”

“아우~우~!”

고랑족장의 외침에 수십 마리의 늑대가 울부짖었다.

그 울부짖음은 배짱이 두둑하다는 이들조차 두려움에 벌벌 떨게 만들 정도였다.

“가라! 파렴치한 자들을 멸하라!”

삭! 사삭! 사삭! 삭!

그 순간 수십 마리의 늑대가 빠르게 달렸다.

노련한 사냥꾼답게 빠를 뿐만 아니라 은밀하기까지 했다.

“끼잉!!”

“크윽!”

그런데 달리던 늑대 한 마리가 갑자기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그로 인해 늑대의 위에 타고 있던 고랑족의 전사가 튕겨 나갔다.

수십 말의 늑대에는 고랑족의 전사들이 타고 있던 것이다.

“젠장! 독가시다! 주변에 독가시가 있으니 조심해라!”

사천당가에는 독질려(毒蒺藜)라는 암기술이 있다.

가시를 닮은 철질려에 독을 발라 뿌려두는 방식이다.

오독문(五毒門).

정확히는 오독문 산하인 초목원(草木院)은 지천에 있는 가시에 독을 발라 비슷한 효과를 냈다.

초목원은 이미 야수족의 습격을 눈치채고 방비해둔 것이었다.

고랑족 전사들은 칼을 휘둘러 주변의 풀을 헤집으며 전진했다.

그로인해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쏴라!”

피융!!

허공을 가르며 화살이 날아갔다.

고랑족 전사는 칼을 휘둘러 화살을 베었다.

서걱!

허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피융~! 피융~! 피피유~웅~!

수십 발의 화살이 쏟아져 내렸다.

고랑족 전사들은 조금 전처럼 칼을 휘둘러 베거나 쳐냈다.

“큭!”

“컥!”

허나 수십 발의 화살을 모두 벨 수 없었다.

몇 발은 고랑족 전사의 팔이나 허벅지에 꽂혔고, 몇몇은 고작 스쳤을 뿐이다.

강인한 전사들답게 화살대를 꺾어 버리고 전쟁에 임했다.

아니, 임해야 하는데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화살 역시 독이 발라져 있던 탓이다.

초목원은 독초를 연구하는 작은 독문(毒門)에 불과하지만, 독의 힘을 영리하게 사용한 덕분에 강인한 고랑족을 상대로 선전할 수 있었다.

“청응족장(靑鷹族長).”

“예, 대족장님.”

고랑족의 기동성은 설표족 못지않으나 그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지, 강상은 흔들림 없이 푸른 독수리를 기르는 청응족장을 불렀다.

예상하고 있었는지 그는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끼~익~!”

청응족장의 휘파람에 푸른 독수리가 울부짖으며 날갯짓을 했다.

청응족의 전사들 역시 휘파람을 불며 각자의 청응에게 신호를 보냈다.

수십 마리의 청응은 발에 돌을 쥔 채, 날기 시작했다.

그리곤 초목원의 위에서 수십 개의 돌을 떨어트렸다.

“젠장! 피해!”

“맞춰주마!”

고랑족을 향해 화살을 쏘던 이들이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허나 청응들은 유유히 화살을 피하며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 고랑족이 초목원의 지척까지 도달했다.

“죽여! 모두 죽여라!!”

동료를 잃은 고랑족의 전사들은 눈이 뒤집힌 채 초목원의 담을 넘었다.

고랑의 날카로운 이빨과 전사들은 거친 칼질에 초목원은 빠르게 무너져갔다.

오독문도 아니고 고작 산하의 작은 독문에 스물이 넘는 늑대와 전사를 잃고 말았다.

설표족을 대신해 선봉을 맡은 고랑족으로선 치욕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허나 대족장 강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초목원 다음은 음독부(陰毒府)인가.”

*  *  *

야수족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초목원, 음독부, 혈사곡 등 오독문 산하의 일곱 독문을 멸문시켰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허나 그럼에도 야수족의 표정을 좋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이백이 넘는 전사들을 잃은 탓이다.

일곱 독문을 상대로 고작 전사 이백을 잃은 건 선전이라고 할 수 있다.

허나 그들이 무너트린 독문들은 하나 같이 오독문 산하에선 존재감이 크지 않은 그저 그런 독문에 불과했다.

벌써 전사를 이백이나 잃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할지, 눈앞이 깜깜할 지경이었다.

“고랑족은… 더 이상 선봉을 맡을 수 없겠군.”

“큭!”

강상의 말에 고랑족장은 반박할 수 없었다.

죽은 이백의 전사 중 절반이 고랑족 출신이다.

아직 많은 전사들이 남았지만, 희생에 비해 공적은 높지 못했다.

그 외 부족의 활약이 더 컸던 탓이다.

희생은 희생대로 하고, 성과는 없으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흑견족이 맡아보시겠나.”

“저흰…….”

강상의 물음에 흑견족장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번 상대는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르다.

화룡가(火龍家).

오독문의 다섯 독(五毒).

그 중 화석척(火蜥蜴:불도마뱀)에 해당하는 가문이다.

지금까지 상대한 독문과는 격이 다르다.

아니, 멸문시킨 일곱 독문을 합쳐도 화룡가의 팔 하나 자를 수 없다.

“아무도 없나. 야수족의 명예를 지켜줄 부족이!”

“…….”

강상의 외침에 각 부족장들은 이를 악물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상대는 오독의 화룡가다.

자존심만 내세워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자칫 자신의 부족이 멸족할 수 있기에 자존심은 잠시 접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의 소극적인 반응에 강상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표족장, 우리 야수족의 자존심을 살려주었으면 좋겠군.”

“…….”

고랑족만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부족은 약간의 희생을 치러야 했다.

허나 후방에 있던 설표족은 아무런 희생도 없었다.

입지가 흔들릴 걸 감수하고 선봉장에서 물러난 덕분이다.

헌데 이제 와 강상은 다시 설표족에게 나서라 명하고 있었다.

“설표족장.”

“…명을, 따르겠습니다. 대족장님.”

아무리 설표족이라도 상대가 화룡가라면 팔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받아들였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의 거절은 입지가 좁아지는 걸로 그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제야 강상의 굳은 얼굴이 풀렸다.

그도 설표족을 그냥 버릴 생각으로 지목한 게 아니었다.

“설표족만으로는 힘들 테니, 거웅족과 우융족이 한 팔 거들어주게.”

“대족장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대족장님.”

야수족 제일의 역사(力士) 거웅족과 난폭한 폭군 우융족.

야수족에서도 상위에 속한 세 부족의 연합이라면 해볼 만하다.

말 그대로 해볼 만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화룡가에는 괴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야수족의 막강한 전력을 죽음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도 대족장 강상은 속으로 계산했다.

‘화룡가라면 부족한 원혼을 채울 수 있겠지.’

*  *  *

“큭!”

“으아악!!”

비명과 함께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해독제를 제외하고 독(毒)을 확실하게 없애는 방법은 바로 불로 태우는 것이다.

헌데 화룡가의 독은 화독(火毒).

화기(火氣)를 머금고 있는 만큼 그들의 독을 태워서 없애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런 화룡가의 독에 닿으면 화상을 일으켜 고통 속에 비참히 죽어가게 된다.

야수족의 전사들과 맹수들은 화룡가의 화독에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천박한 놈들이,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더러운 발을 디디는 거야!”

“흐흐흐, 모두 죽여주마!”

중원을 배척하는 남만묘족이라도 백묘와 화묘는 확실히 달랐다.

야성과 본능에 충실한 백묘. 특히 야수족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질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강자와 약자의 힘이 극명하다.

그에 비해 화묘 오독문은 용독술(用毒術)과 독공(毒功)을 체계적으로 익히는 만큼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을 수 있었다.

“캬악!”

“헉!”

화룡가의 제자들이 전반적으로 강하지만, 야수족의 전사.

특히 족장 혹은 대전사들은 확고하게 강하다.

야수화 ‘눈바람의 분노’를 운용한 소찬영은 화룡가 제자들 사이에 뛰어들어 헤집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이 얼마나 빠른지, 화룡가 제자들이 독을 사용하기도 전에 베고 사라졌다.

“쿠아앙!!”

“우끼끼!!”

거웅족장과 우융족장 역시 합세했다.

압도적인 괴력을 발휘하는 거웅족장과 난폭한 우융족장. 그리고 냉혹한 살인자 설표족장까지.

화룡가를 혼란에 빠트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들의 활약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야수족의 전사들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화룡가 제자 수십 명이 순식간에 고깃덩이가 되어 버렸다.

이 기세라면 오독의 화룡가라도 무너질 것이다. 라고 생각했으나 그들은 오독문의 한 축이다.

“야만스러운 것들이! 감히!!”

“크아악!!”

한순간에 야수족 전사 셋이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그 순간, 선봉에 선 족장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피(血)는 물론 숨결(呼吸)조차 독이 감돈다는 독인(毒人).

오독의 일좌이자 화룡가의 주인 화룡(火龍).

그의 등장은 잠시 잡았던 승기(勝機)를 단숨에 반전시켜 버렸다.

그게 바로 오독의 힘이다.

화룡과 일전을 벌일 만한 존재는 야수족에서 오직 수호신 궁기뿐이다.

헌데 궁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수족의 수호신이라 불리고 있지만, 실제로 야수족을 수호하는 신이 아니다.

필요에 따라 움직이고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바로 괴물 호랑이 궁기였다.

그저 야수족에게 희망과 단합을 끌어내기 위해 수호신이라 칭할 뿐이다.

부족장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젠장, 끝인가…….’

화룡이 바라만 보았을 뿐인데, 엄청난 위압을 느꼈다.

그건 설표족장만이 아니다.

거웅족장과 우융족장도 다르지 않았다.

화룡은 그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모두 물러나라. 야만스러운 것들에게 어리석음의 대가는 본 가주가 받아내겠다.”

“존명!”

화룡가의 제자들이 황급히 물러났다.

화독에 내성을 가진 그들이지만, 가주 화룡의 독은 내성 따윈 무의미하게 만든다.

화룡의 독에 휘말리면 그들 역시 비명과 함께 잔혹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걸 아니 당연한 반응이다.

훅!

거웅족장이 화룡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자 묵직한 파공(破空)이 일었다.

야수족 제일의 역사(力士)다운 권격이었다.

“염병, 우릴 너무 무시하는… 크윽! 아악!”

“미련곰탱이였군.”

야수화로 힘만이 아니라 거죽 역시 도검은 물론 불에도 불침(不侵)인 거웅족장인데, 그의 주먹이 순식간에 불타버렸다.

독물 중에 독물인 화석척(火蜥蜴)의 독다웠다.

그 순간을 노리고 큼지막한 손이 화룡의 머리에 향했다.

거암조차 으깬다는 우융족장의 손이었다.

척!

“캬아악!!!”

“그런 잔재주가 본 가주에게 통할 거라 생각했느냐.”

우융족장의 손보다 화룡의 손이 더 빨랐다.

난폭한 폭군 우융족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불타버리면서 절명하고 말았다.

처참, 그 자체였다.

화룡의 다음 사냥감은 바로 설표족장 소찬영이었다.

그때 작은 무언가가 그의 시야를 방해했다.

위잉~! 파지직!

작은 무언가는 화룡의 시야를 방해한 대가로 불타 버렸다.

“흑봉(黑蜂)? 꿀쟁이가 웬일이지.”

“우리도 백묘(白苗)이지 않은가.”

맹독을 품고 있기로 유명하고, 난폭한 걸로 더 유명한 흑봉.

많은 충술사(蟲術士) 일족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오직 한 일족만이 흑봉의 조련에 성공했다.

그날 이후, 그들은 흑봉일족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런 흑봉일족의 수장이 바로 흑봉주(黑蜂主)였다.

“우리 지주일족(蜘蛛一族)은 잊으면 섭섭하지요.”

“혈접(血蝶)도…….”

백묘하면 야수족을 떠올리긴 하지만, 야수족이 곧 백묘는 아니다.

충술사 일족들 역시 백묘의 한 갈래이니 말이다.

남만의 지배력을 화묘에 빼앗긴 건, 충술사 일족을 배제한 야수족만 나섰기 때문이다.

충술사 일족도 분명 백묘의 한 축인데 말이다.

그러한 이유로 같은 백묘라도 야수족과 충술사 일족은 관계가 소원했다.

헌데 야수족을 위해 충술사 일족이 나섰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피는 이쯤 그만 보는 게 어떻겠소이까.”

“중원인? 더러운 것들, 남만의 일에 외인을 끌어들이다니!”

충술사 일족의 합류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중원인의 등장은 화룡을 분개하게 만들었다.

오독문과 야수족을 넘어 화묘와 백묘의 싸움이지만, 결국 남만 묘족의 일이다.

헌데 중원인이 웬 말인가.

그의 등장에 야수족 역시 당황하기 마찬가지였다.

오독문 만큼… 아니, 그들보다 더 중원을 배척하는 게 바로 야수족이니 말이다.

허나 오직 한 명만큼은 안도했다.

소찬영, 그만은.

‘늦었잖아. …그래도 성공했구나.’

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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