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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35화 (135/200)

135화. 야수화(野獸化)

“네놈… 대체 뭐냐!”

소찬영은 놀란 얼굴로 이백을 바라보았다.

중원무림에 내공이 있다면 야수족에겐 야수화(野獸化)가 존재했다.

실제로 야수가 된다는 건 아니다.

근육을 팽창시켜 평상시의 두세 배에 해당한 힘을 얻게 되는 야수족 고유의 수법이다.

야수화를 통해 강화된 힘은 맹수보다 빠르게, 맹수보다 강하게 만들어준다.

그야말로 야수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한족 놈, 우리 야수족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이백이 만만치 않다는 걸 인정한 소찬영은 뒤로 물러났다.

근육이 팽창하는 건 야수화 중에서도 기본에 불과하다.

불끈! 불끈!

소찬영의 근육이 3할 가까이 팽창했더니, 평소처럼 돌아왔다.

야수화를 거둔 게 아니다.

팽창한 근육을 다시 압축시켜, 근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훅!

언제 움직였는지 소찬영의 손톱이 이백을 베었다.

조법(爪法)과 비슷했지만, 야성을 가진 맹수의 발길질에 더 가까웠다.

“어?”

화려함이나 섬세하지 못한 거친 움직임이었다.

그렇기에 소찬영 그리고 야수족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곤 한다.

허나 그게 아수족의 진정한 무서움이다.

특히 상식에 벗어난 팔꿈치의 꺾임은 이백조차 당황케 만들었다.

서걱!

덕분에 이백의 옷자락이 처음으로 베였다.

보법의 대가라도 화경에 오른 이백의 옷자락을 베기 어렵다.

그 어려운 걸 소찬영이 해냈다.

팔꿈치만이 아니다.

어깨와 무릎 등 모든 관절의 움직임이 상식을 벗어났다.

그렇다고 상식을 벗어난 게 관절만이 아니다. 근육의 움직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캬~!”

소찬영의 동공이 세로로 변해 있었다.

야수화, 눈바람의 분노.

중원의 무공도 수많은 종류가 있듯, 야수족의 야수화 역시 다양하게 존재했다.

눈바람의 분노는 설표족에게 전해지는 야수화의 명칭이다.

동공이 세로로 변했다는 건 눈바람의 분노를 완성했다는 의미다.

으르렁거리는 그의 모습은 야성을 가진 야수나 마찬가지였다.

허나 야수와 다른 점은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욱~!!

소찬영은 더욱더 빠르고, 더욱더 거칠며 더욱더 기묘한 움직임으로 이백을 공격했다.

그로인해 소찬영의 전투방식에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무서운 무술이구나.’

중원에선 그런 야수족을 야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야수족 전사들의 힘은 ‘야만’이라는 단어로 표현해선 안 되는 신비한 힘이다.

그들의 힘은 틀린 게 아닌 다른 것이니까.

그렇게 인정한 이백의 눈빛이 바뀌었다.

“만수문주(萬獸門主) 이백. 전력을 다하겠소.”

“캬~!”

소찬영이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이백이 사라졌다.

아수화는 단순히 근육만 강해지는 게 아니다.

감각 역시 극대화되는데, 시력 역시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었다.

그런 그가 이백이 사라진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백이 은신한 것도 아니다.

퍽!

“큭!”

언제 움직였는지, 소찬영의 복부에 주먹이 닿았다.

얼마나 빠른지 단장(斷腸)의 고통만이 이백이 움직였다는 걸 증명할 뿐이었다.

퍽! 퍼퍽! 퍽! 퍼퍽!

시각만이 아니다.

후각, 청각, 촉각을 넘어 짐승에 가까운 육감조차 이백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

설표족장인 소찬영이 감지조차 못할 정도로 범접할 수 없는 강자는 생애 둘 뿐이다.

전대 대족장 야수왕. 그리고 얼마 전 야수족을 발칵 뒤집어지게 만든 괴인.

그런데 지금 한 명이 더 추가되었다.

“그! 그만!”

압축된 근육은 갑옷과 같건만, 야수족 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힌다는 소찬영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한 채 항복하고 말았다.

저 왜소한(?) 체구에서 저런 지독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면 결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소찬영을 향해 이백이 나직하게 말했다.

“…이제, 믿을 수 있겠소. 내 제자들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을.”

분명 나직한 목소리였다.

허나 그의 귓가에는 그 어떤 목소리보다 또렷하게 들려왔다. 아니, 뇌리에 꽂힌다는 게 무엇인지 알 거 같았다.

“믿지…. 자네라면 지켜줄 수 있겠어.”

‘대족장에게서…….’

소찬영은 뒷말을 삼켰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강상은 야수족의 대족장이다. 그를 외인 앞에서 욕할 수는 없었다.

허나 듣지 않았지만, 그가 뭘 말하지 않았는지 이백은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강해도, 상대가 그 누구라도 내 앞에서 제자들을 핍박할 수 없어.’

“오독문과 말이오?”

소찬영은 이백에게 남만을 떠나는 걸 권했다.

물론 그 이유 역시 들을 수 있었다.

“이기든 지든 아이들에게 좋지 않을 거야.”

“실례이나 오독문의 세(勢)가 야수족을 넘어섰다 들었소. 헌데 오독문과 전쟁이라니.”

소찬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백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애초 그렇기에 그는 설표족의 족장으로서 오독문과의 전쟁에 반대했다.

허나 어쩌겠는가.

아무리 설표족의 영향력이 높다고 한들, 대족장의 권위를 넘어설 수 없는데.

게다가 함께 반대해줄 거라 생각했던 의형 거웅족장마저 대족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오독문과의 전쟁은 막을 수 없다.

“이게 다 그 괴인 때문이야.”

“괴인? 그게 누구요?”

소찬영의 입에서 나온 괴인이라는 존재가 이 남만을 시끄럽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웬 중늙은이가 나타나 우리 야수족의 전사들을 잔혹하게 죽였네. 부끄럽지만 나 역시 당했지. 결국 수호신께서 움직이셨네.”

대호족의 수호신이자 야수족 모든 금수의 제왕.

괴물 호랑이 궁기(窮奇).

오독문의 세(勢)가 야수족을 넘어선 지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그들이 야수족을 완전히 무너트리지 않는 건 바로 궁기 때문이다.

오독문을 억제할 정도로 궁기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 수호신께서 그 중늙은이를 죽이지 못하셨어.”

엄청난 격전이었지만, 승패를 가르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패하면 죽고, 이겨도 무사할 수 없다는 걸 두 존재 모두 알았기 때문이다.

“어이없게도 대족장께선 그 괴인과 연을 맺었다. 오독문과의 전쟁이 그 괴인의 입김이 작용한 게 분명해!”

“그래서 그 노승이 누구요? 설마 소림의 성승은 아닐진대…….”

소찬영의 힘은 중원의 초절정고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당했다면 노승은 화경급으로 예상해도 무방하다.

소림삼신승이라도 소찬영보다 강하지만, 화경에 오른 건 아니다.

오직 성승만이 화경에 올랐다.

허나 그는 우내오존.

그런 성승이 야수족의 수호신 궁기를 상대로 승부를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긴 힘들다.

“그 중늙은이가 그러더군. 좌법왕(左法王)이라고.”

“좌법왕…….”

이백은 혈법당주의 입을 통해 신궁(神宮)의 군사 혈불(血佛)이 혈뢰음사 출신이라는 걸 들었다.

그렇기에 좌법왕이 혈뢰음사의 고수라는 걸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좌법왕이 신궁에 깊이 관여되었다면 손놓고 볼 생각이 없었다.

이백은 소찬영을 향해 물었다.

“소 족장께선 어쩌면 좋겠소?”

“막고 싶지. 우리 야수족이 개죽음을 당할 걸 알고 있는데…….”

중원무림에선 오독문을 사천당가의 아래로 생각하지만, 그들의 독술은 결코 만만히 봐선 안 된다.

오독문의 근간이 되는 오독(五毒).

다섯 가지의 독을 지칭하지만, 동시에 다섯 명의 독인(毒人)을 뜻하기도 한다.

남만을 지배하던 야수족을 밀어내고, 오독문의 천하로 만든 것도 당시의 오독이다.

그리고 야수족의 미래를 막는 것 역시 당대 오독이다.

수호신 궁기로 인해 오독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지만.

오독문과 전쟁이 벌어지면, 오독이라는 재앙이 다시 움직여 야수족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놓을 것이다.

전사 중에 전사인 소찬영이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상대가 나쁘고 야수족의 상황 역시 좋지 않았다.

그걸 모를 대족장 강상이 아닐진데, 이 무모한 전쟁을 강행하려 하니.

소찬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좌법왕만 막으면 되겠소?”

“그 괴물을 막는 것도 어렵지만, 설사 막는다 해도. 결국 결단을 내린 건 대족장이다. 자존심 때문이라도 결정을 번복할 자가 아니야.”

오독문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백은 어떤 게 제자들을 위함인지 고민이 되었다.

‘환영받지 못해도 고향이 있는 것이 낫겠지.’

*  *  *

꽈직! 꽈지직!

팽창했던 근육이 압축되자 피부가 돌처럼 딱딱해졌다.

손가락은 칼처럼 날카로워졌으며, 눈빛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이 저리게 만들었다.

야수화 호랑이의 기상.

야수족 최강이라고 불리는 대호족의 야수화다.

“큭! 크으윽!”

신음과 함께 육신이 검게 물들었다.

단순히 피부만 검게 물든 게 아닌 듯 이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려 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운지 사내는 고통스러웠다.

“헉… 헉… 헉…….”

거친 숨소리와 함께 검게 물들었던 피부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원하는 걸 얻지 못했는지 얼굴에 짜증이 엿보였다.

“젠장, 독쟁이 놈들을 상대하기 전에 수호신의 가호를 완성해야 하는데!”

대호족에서는 호랑이의 기상 이외에 야수화가 하나 더 존재했다.

오직 대족장에게만 전승되는 야수화로, ‘수호신의 가호’라 불리고 있다.

사내는 바로 야수족의 대족장 강상이었다.

“부족해… 힘이 부족해!”

강상의 부친이자 전대 대족장은 궁기를 완성하지 못했음에도 야수왕이라 불렸다.

그만큼 야수화 ‘수호신의 가호’의 힘은 여타 야수화와 격이 달랐다.

강상은 야수왕이라 불린 아비조차 넘어서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야수화 수호신의 가호를 완성해야 한다.

그걸 위해선 악마가 되어도 좋다.

“역시 성배(聖杯)밖에 방법이 없나.”

강상은 술잔을 바라보았다.

성배라고 칭하기에 별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사실 무서운 법기다.

성배의 진짜 명칭은 취원혼배(聚怨魂杯).

원혼을 모으는 술잔이란 뜻이다.

원혼(怨魂)은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취원혼배는 그런 원혼을 모아 정제하는 법기다.

수호신의 가호라는 명칭과 달리 원한, 분노, 증오에 영향을 받는 힘이다.

즉, 취원혼배로 정제된 원혼을 마신다면 야수화 ‘수호신의 가호’를 완성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허나 취원혼배를 채우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원혼이 필요하다.

“큰 걸 얻기 위해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는 법이지.”

취원혼배를 바라보는 강상의 눈에 광기가 번들거렸다.

아비를 넘어서기 위해서, 궁기를 완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궁기를 완성하기 위해선 희생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 희생이 과연 누구의 희생일까.

“너희의 희생이… 나를 그리고 우리 야수족의 영광을 위함이니, 원망하지 마라.”

더 이상 강상의 눈엔 형제들을 무너트리고 대호족의 족장이 된 그 냉철함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야망에 눈이 멀어 있을 뿐이다.

오독문과의 전쟁.

그건 좌법왕의 충동질 때문에 내려진 결단이 아니다.

물론 야수족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전쟁 역시 아니다.

그저 취원혼배에 원혼을 채우기 위한 음모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오독문과의 전쟁은 막을 수 없던 것이다.

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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