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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30화 (130/200)

130화. 망령(亡靈) (1)

“요즘 일 처리가 왜 이 모양이야? 이따위로밖에 못 해?”

8, 9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 비아냥거렸다.

버릇없는 모습이나 그 누구도 이를 지적하는 자 없었다.

“미흡했던 걸 인정합니다, 대호법님.”

“오호~ 인정한다? 그럼 어떻게 책임질 거지.”

대호법이라고 불린 소년은 조소를 지었다.

겉으로 보기에 어려 보이지만, 실상은 이 자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물이 바로 그였다.

마동(魔童).

희대 괴공인 마라동자공(魔羅童子功)을 익혀 나이를 먹지 않은 괴물 중에 괴물이다.

무당파에서 죽은 흑백쌍괴조차 그를 노물이라고 표현했겠는가.

이갑자가 넘는 삶을 살아왔음에도 아이의 모습이라니.

마공이 아이의 모습이라고 해서 그 힘마저 그러한 게 아니다.

신궁의 대호법이라는 지위는 그만한 자격이 있기에 주어진 것이다.

그때 침묵하고 있던 백발의 노인이 입을 떼었다.

“그 책임, 본 장로가 대신 지기로 했소.”

“대장로, 그대가?”

마동은 대장로를 향해 ‘그걸 네가 왜?’라는 표정을 지었다.

죽은 총순찰을 포함해 신궁을 떠받치고 있는 네 사람.

대계라는 대명제 앞에 협력관계인 동시에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대계가 이루어지는 그 날, 존야의 가장 가까운 곳에 서기 위해.

장로원(長老院)의 수장 대장로가 경쟁자인 군사 혈불을 대신해 책임을 지겠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는데, 본궁의 정보가 새어서 되겠소?”

“거래가 있었군. 본좌도 모르는 거래가…. 뭐, 상관없지.”

마동은 둘 사이에 은밀한 교감이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

대장로의 성격상 대가 없이 누굴 도울 자가 아니다.

허나 마동은 그걸 물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누군가는 책임지고 수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임진다 말했으니, 무조건 해결하라고. 아니면… 팔 하나는 내놓아야 할 테니까.”

섬뜩한 경고를 던진 마동은 돌아갔다.

그가 사라진 방향을 대장로가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존귀한 피를 이은 날 그따위로 대하다니,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대장로만 해도 노구이긴 하지만, 마동에 비하면 젊다 할 수 있다.

반대로 마동이 아닌 그가 대장로의 지위를 얻은 이유는 간단하다.

비록 방계이지만, 존야의 혈족이기 때문이다.

그만이 아니라 장로원 소속 대부분이 방계혈족들이다.

존귀한 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듯 네 파벌의 하나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보유했다.

장로원은 명분상 네 파벌 중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호법원에는 통하지 않았다.

노물인 마동이 대호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호법으로서는 이가 갈리는 일이었다.

심기가 불편한 그에게 군사가 합장했다.

“이 빚은 꼭 갚겠습니다, 대장로님.”

“그래야 할 거요, 군사.”

군사는 오른팔과 왼팔 모두를 잃었다.

그 공백을 대신하기 위해 혈뢰음사의 사제들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당장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

야차왕의 제강과 남만 야수족의 일로 그들이 발이 묶여있는 상황인 탓이다.

그렇기에 군사는 자존심을 굽혀 가며 대장로에게 부탁했다.

이 빚이 언젠가 자신의 발목을 크게 잡을 거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대장로, 그대가 존귀한 피를 가졌다고 한들. 어차피 그분 앞에선 일개 장기말에 불과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한. 그댄 거기까지요.’

존야의 혈족이라도 결국 방계.

대계를 위한 한 조각일 뿐이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존귀한 피에 연연했다가는 결국 그 효용을 다하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역천자, 이 수모는 기필코 갚아주마.’

*  *  *

“허억… 허억… 신…궁인가.”

지쳤는지 제갈현호의 입에서 거친 숨이 흘러나왔고, 검을 쥔 손이 떨려왔다.

이는 단순히 체력적 한계가 아닌 내공 역시 한계에 달했다는 의미였다.

그만이 아니다.

동행하고 있는 추암당의 벽하도장과 당자운은 물론 자전도군이 이끄는 복마검수들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이거 너무 싱거운데? 중원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야?”

“빨리 끝내고 돌아가시지요. 삼장로님.”

공동파의 합류로 더 이상의 습격은 없다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에 불과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노인. 정확히는 무림에 알려진 적이 없는 노고수들이었다.

그들에게 중원무림의 고수들은 ‘이깟 것들’로 치부되었다.

그만큼 그들의 힘은 강력했다.

다른 이들을 둘째치고, 제갈현호와 자전도군은 무려 초절정고수다.

그럼에도 이런 압도적인 차이라니.

삼장로라고 불린 노인이 손을 뻗자 무언가가 두둥실 떠오르더니, 그의 손에 들어갔다.

“이건가. 대장로께서 명하신 게.”

“아, 안 돼!”

제갈현호는 절규했지만, 삼장로는 그를 무시한 채 자신의 손에 들어온 두루마리를 살폈다.

내용을 확인한 삼장로는 고갤 끄덕였다.

화르르.

두루마리를 쥔 손에 불길이 치솟았다.

삼매진화의 수법이었다.

“그렇게 두지 않겠다!!”

칠음진기가 담긴 차가운 검기가 삼장로에게 쇄도했다.

종남의 벽하도장이었다.

허나 삼장로는 반대 손을 가볍게 휘둘러 검기를 소멸시켰다.

그러는 사이 불길은 두루마리를 재로 만들고 있었다.

“…않겠다 했다!!”

포기하지 않은 벽하도장은 어느새 삼장로의 목전까지 다가와 검을 찔렀다.

퍽!

그의 검은 삼장로에게 닿지 못했다.

삼장로의 손이 벽하도장의 가슴을 강타한 탓이다.

그 충격에 그는 튕겨 나갔다.

“우웩~!”

“칠음진기(七陰眞氣)? 고자 새끼도 아니고, 왜 이딴 걸 익혔지?”

칠음진기가 종남의 여제자를 위한 심법이란 걸 알고 있었는지, 삼장로는 어이없어했다.

토해낸 피에 내장 조각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내상을 입었음에도 벽하도장은 일어났다. 정확히는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의 육신은 의지를 배신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두루마리는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졌다.

“역시 다 망해가는 종남 따위에 쓸만한 게 있을 리가 없지.”

삼장로의 손에는 벽하도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렬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기어코 벽하도장의 숨을 끊은 요량 있는지, 손을 움직였다.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도 막을 수 없는 수위의 기운이었다.

서걱!

한 자루의 검이 삼장로의 기운을 베어버렸다.

“종남을… 모욕하지 마라.”

“종남? 늙은 말코는 좀 나으려나?”

평범한 검과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으나 풍기는 기도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노인이었다.

종남파를 두둔하는 걸 봐선 종남의 노진인으로 추정되었다.

삼장로는 조소를 지으며 더 강한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대기가 요동쳤다.

조소를 지었으나 상대를 경시한 건 아니었다.

조금 전의 일격은 쉬이 베일만 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베였다.

그건 상대가 가볍게 볼 자가 아니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삼장로의 손에서 벗어난 바람은 폭풍이 되었다.

노인은 몸을 가누지 못한 벽하도장 들으라고 중얼거렸다.

“현청건곤강기(玄靑乾坤罡氣)도 제대로 익히지 않고, 무슨 칠음진기더냐.”

“다, 당신… 태…….”

벽하도장의 눈이 커졌다.

그러는 사이, 폭풍이 그들을 덮쳤다.

서걱~!

모든 것을 집어삼킬 거 같은 폭풍이 반으로 갈렸다.

“네, 네놈은 뭐야! 어떻게 풍백신장을 벤 거야!”

삼장로는 이성을 잃었다.

하나하나 경세적인 위력을 가진 칠무경(七武經).

풍백(風伯)은 그런 칠무경의 하나다.

신궁의 네 기둥. 대장로의 뇌공(雷公)이 칠무경의 하나라는 걸 생각하면 풍백의 힘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렇기에 언젠가 대장로조차 넘어서겠다는 야심을 꿈꾸고 있었다.

그건 모두 풍백의 선택을 받은 덕분이다.

헌데 그런 풍백이 베였다.

삼장로로서는 모든 게 부정당한 기분이 들었기에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풍백은! 무적이다!!”

“사, 삼장로님!”

발끈한 삼장로는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이를 본 장로원의 또 다른 장로들은 기겁하며 뒤따랐다.

그럼에도 노인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세상에 무적이란… 없소.”

쾅! 콰쾅!!

네 명에 의해 벌어진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주변 일대가 초토화되었다.

“이런 썅! 망해가는 종남 따위가!”

믿을 수 없었다.

제갈현호와 자전도군조차 쓰러트린 신궁의 고수들이다.

그런 고수 셋이서 단 한 명을 쓰러트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상대가 무림십왕도 아니다.

그러니 더욱 인정할 수 없었다.

“종남은 강하오, 드러내지 않을 뿐이오.”

“천하검절(天下劍絶) 이외에 없다 들었는데! 대체 네놈은 뭐냔 말이야!!”

정파무림의 하늘, 구파일방(九派一幇).

어느 한 곳 가벼이 볼 곳이 없다.

허나 구파일방 사이에도 차이는 존재한다.

종남파는 구파일방에서도 약한 축에 속한다.

우내오존과 무림십왕 중 넷이 구파일방 출신이다.

허나 그 넷 중에는 종남파 출신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구파일방만이 아니라 오대세가조차 초절정고수를 두셋쯤 보유하고 있다.

헌데 종남파는 현 장문인 천하검절(天下劍絶) 이외에 초절정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다음 대에는 종남파를 구파일방에서 이름을 내려야 하지 않냐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 종남이거늘. 신궁의 장로원 고수를 셋이나 상대하는 자가 있다니.

어찌 인정할 수 있겠나.

“망령일 뿐이오.”

망령(亡靈).

그는 스스로 망령이라 표현했다.

무슨 개 같은 소리냐 할 수 있지만, 의외로 삼장로는 눈치채고 말았다.

“그렇구나, 네놈… 마검이었구나! 종남마검!”

“…….”

삼장로의 외침에 그는 침묵했다.

종남마검(終南魔劍) 태백.

종남의 새로운 전설을 썼을지 모를 비운의 천재.

동시에 종남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치부.

30년 전, 사라졌던 그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고 한들,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

그의 목을 베어 구겨진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

“풍백이 풍마(風魔)라 불리는 이유를 보여주마!”

“아, 안 됩니다! 삼장로님!”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풍백은 칠무경에 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위력 때문에 바람의 악마(風魔)라는 별칭이 붙었다.

삼장로는 그런 풍백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려고 한다.

지금까지 풍백의 진정한 힘을 발휘하지 않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힘을 발휘하면 삼장로 역시 무사하지 못한다.

이는 풍백의 약점이 아닌 삼장로의 약점이다.

경세지학(經世之學)이라고 불리는 칠무경은 애초 화경에 올라야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

화경에 오르지 못한 삼장로의 풍백은 결국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내 수명이 깎기더라도!’

반쪽짜리를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

그건 바로 선천진기를 끌어 쓰는 것이다.

선천진기는 후천진기의 배 이상 강력한 힘이다.

화경의 벽을 넘지 못한 삼장로도, 일시적으로 그와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허나 수명을 깎아 먹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금단(禁斷)의 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삼장로는 풍백의 진정한 힘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것이다.

“닥쳐! 풍백이 무시당하고…….”

“이런! 물러나야 합니다! 삼장로님!”

반쯤 눈이 돌아간 삼장로와 달리, 동행한 장로들은 사려분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점점 가까워지는 다수의 기척을 감지했고, 그들이 결코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자들이 아님을 역시 눈치챘다.

그들의 기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황색과 자색의 도의를 입은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엔장!!”

“삼장로님!”

그들은 종남과 화산파의 고수들이었다.

저들의 합류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걸 눈치챘지만, 태백은 막지 않았다.

정확히는 막을 수 없었다.

그 역시 신궁의 장로 셋을 상대로 버티고 있을 뿐, 쓰러트릴 정도는 아닌 탓이다.

그러는 사이, 종남과 화산의 고수들이 다가왔다.

“무량수불… 어찌 된……!!”

“오랜만일세. …태문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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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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