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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24화 (124/200)

124화. 입성(入城) (2)

“우와~!”

패왕성을 본 강우희는 반응이었다.

사천당가의 본가에서 지냈던 강우희조차 놀랄 정도로 패왕성이 크고 웅장했다.

청해무림의 패자다운 위용이었다.

“멋있니, 우희야?”

“아! 죄, 죄송해요. 사부님.”

이백의 물음에 강우희는 우물쭈물하더니 사과했다.

나이가 어리지만, 어떤 분위기인지 모르지 않았다.

이백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죄송은, 이 사부가 봐도 멋있긴 하구나.”

“헤헤~”

천진한 제자의 모습에 이백은 웃어주었다.

허나 책임감을 느끼는지 강우혁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우혁아, 너무 긴장하지 마라. 아무도 널 잡아먹지 않는다.”

“그, 그게 아니라…….”

이백은 그의 머리 역시 쓰다듬어주었다.

그 순간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며,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표정이 나아지는 걸 본 이백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설군과 혼돈이 있으니 최소한 위험하지는 않겠지.’

상대는 패왕성. 분명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혼자의 몸도 아닌 제자들도 함께 있는 이상 행동하는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백은 걸어온 싸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도발한 건.

패왕성에서 확인할 게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제자들만큼은 지켜낼 자신이 있었다.

신수(神獸) 설군, 흉수(凶獸) 혼돈.

초절정고수조차 감당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 외에 영수(靈獸)인 야군과 금군 역시 만만치 않다.

패왕성을 상대로 전쟁을 치를 수는 없지만, 몸을 빼는 건 가능하다.

그런 자신감이 이런 무모한 행동을 가능하게 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감에도 긴장한 기색이 하나 없는 그를 보며 패왕대의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살아 돌아갈 수 있다 생각하는 건가.’

귀인이라는 형태를 빌렸지만,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그걸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헌데 이백은 흡사 유람가는 듯한 반응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멈추시오!”

강한 힘이 실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구의 사내가 패왕성의 입구를 막고 있었다.

이백 일행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내를 향해 천패가 꾸짖었다.

“…패력당주, 성주의 손님이오.”

“천패 님, 본당의 임무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패왕성의 이인자인 천패를 상대로 정중하지만, 한치 물러남 없는 태도를 보였다.

패왕대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정작 천패는 동의하는지 고갤 끄덕였다.

그는 이백을 향해 말했다.

“이렇다 하외다. 협조해주시겠소?”

“본인의 임무를 수행하려는 것이니, 어찌 탓하겠소. 허나 주인이 청한 손님을 개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귀성의 법도인 줄 몰랐소.”

이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힐난했다.

설마 했던 그의 이런 반응에 추암당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패왕성. 특히 패왕대의 반응은 격렬했다.

“감히!”

“보자보자 하니까!”

불쾌했는지 패왕성을 살기를 숨기지 않았고, 한 손은 도파(刀把)에 가져다 댔다.

여차하면 칼을 휘두르겠단 심산이었다.

이를 두고 볼 생각이 아니었다.

그 순간, 항거할 수 없는 기운이 그들을 짓눌렀다.

“큭!”

“내공으로 보호… 큭!”

패왕대가 누군가. 패왕성주의 호위대답게 고수 아닌 자가 없다.

그들은 내공을 끌어올려 대항했다. 정확히는 대항하려는 순간, 이미 제압되고 말았다.

그들을 짓누른 기운은 무형지기(無形之氣).

화경고수만이 가능한 권능과 같은 힘이다.

패왕대가 하나같이 고수라고 하지만, 무형지기에 저항하긴 어려웠다.

“허억… 허억…….”

“으으윽!”

무형지기를 거두었음에도 패왕대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이백은 그들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봤다.

“개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자라면 만남에 응할 필요가 없겠군. 그만 돌아가지.”

“지금 성주의 청을 거절하겠단 뜻이오.”

돌아가려는 이백의 앞을 천패가 가로막았다.

순간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차가운 눈빛이 오갔다,

오패의 수좌이자 패왕성의 이인자 천패(天覇).

절대 만만히 봐선 안 되는 고수다.

패력당주와 당원들은 언제든 합류할 기세였다.

이를 본 추암당 고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젠장!’

상황은 원치 않게 흘러갔지만, 모른 체할 수는 없었다.

강씨 남매는 험악한 상황이 몸을 움츠렸지만, 설군과 혼돈이 그들의 곁에서 보호했다.

그때 한 무리가 성 안에서 몰려나왔다.

“주군께서 손님을 귀찮게 하지 말고 모시라 하셨다!”

“도패 님, 지금 상황이…….”

그들은 사자도패와 철사자대(鐵師子隊)였다.

패력당주는 항변하려 했지만, 도패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

“패력당주. 주군이신 패황께서 내리신 명이다. 네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더냐.”

“…패력당주가 성주님을 명을 받듭니다.”

패왕성의 주인인 성주의 명이다.

대체 누굴 위한 항변인가.

도패의 질책에 그제야 패력당주는 포권을 취한 후 옆으로 물러났다.

이백은 눈동자를 돌리지 않았지만, 이 상황이 재밌었다.

패왕성은 보이지 않은 파벌이 존재했다.

당연히 첫 번째는 사자도패를 위시한 성주파.

두 번째는 천패를 따르는 천패파.

소수이지만, 제 자리만 지키는 중립파.

패력당주는 몇 안 되는 중립파였다.

그러니 성주파인 사자도패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호의적일 수 없었다.

“천패 님, 손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리하게.”

사자도패와 철사자단이 이백과 천패 사이를 갈랐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천패와 패왕대를 대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사이가 좋지 않음을 은연 중에 보여주었다.

“모시겠습니다.”

“으음… 성주께서 이리 해주시니 그리하겠소.”

사자도패에 대한 이백의 태도는 그리 차갑지 않았다.

상대가 사파(邪派)라고. 패왕성이라고 마냥 적대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주었다.

실제로 이백은 패왕성에 악의가 없다.

그럼에도 천패에겐 차가운 태도를 보였다.

흡사 패황과 천패 사이를 이간질하듯.

입성하는 이백의 뒷모습을 보는 천패의 눈빛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건방진 애송이 놈… 살아 돌아갈 생각하지 마라!’

*  *  *

“처음 뵙겠습니다, 성주님. 후배는 이백이라 합니다.”

패왕성의 지존이자 무림십왕의 패황을 상대로 이백은 당당하게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본 오패와 당주급들은 눈살을 찌푸린 자도,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자도 있었다.

한때 무법지대였던 청해무림을 평정한 패왕성이고, 패황은 그런 패왕성의 삼대 성주다.

역대 성주 중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는 그의 앞에서 어느 누가 이리 당당할 수 있겠는가.

“자네가 당대 청랑왕인가.”

“저자가 청랑왕이라고?”

패황의 말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이백이 전대 무림십왕인 청랑왕과 연관이 있다는 걸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패황이 알고 있다는 말은, 그만의 귀(耳)가 따로 존재한다는 걸 의미했다.

이백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청랑왕께선 본문의 어른이지만, 후배가 당대 청랑왕이라는 표현은 애매한 거 같습니다.”

“청랑왕에게 사문이 있었다니, 그건 몰랐군.”

“천애고아도 누군가의 배 속에서 나왔듯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닌 이상 뿌리가 존재하지 않겠습니다.”

“그것도 그렇군.”

이백의 태도는 너무 당당해,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패황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거두었다.

이백은 그 부분이 신경 쓰였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성주께서 이 후배를 부르신 이유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유라…. 그런 게 필요한지 몰랐군.”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다.

날 때부터 패왕성주로 내정된 그이기에 누구도 당연한 걸 당연하다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 오른 게 쉬웠던 건 아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누구보다 처절하게 살아왔다.

왕좌는 그것에 대한 보답일 뿐이었다.

“…….”

“궁금했다고 하지. 안 되나?”

참으로 성의 없는 이유였지만, 왠지 패황에겐 어울렸다.

그래선지 이백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저 역시 궁금했습니다. 우내오존에 근접하다는 성주께서 어떤 분인지.”

이백의 당돌함에 좌중은 미간을 찌푸렸다.

당장이라도 패황이 호통을 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그의 반응은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채 피식거렸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친구였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패황의 반응에 좌중은 경악했다.

그들이 아는 패황다운 반응이 아닌 탓이다.

피식이라니… 패황과는 정말 거리가 먼 반응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이백의 태도가 건방지다 생각할 수 있지만, 패황의 눈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알기 때문이다. 이백은 건방진 게 아니다. 당당한 거라는 것을.

당돌함을 당당함으로 만들 힘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패황은 그에게 흥미를 느꼈다.

“본좌는 어떤가? 자네 역시 본좌가 궁금했다 하지 않았는가.”

“성주님 말입니까?”

좌중은 또 한 번 놀랐다.

이 친근한 분위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백 역시 예상하지 못한 그의 반응에 얼떨떨했다.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패황을 보며 이백은 입을 열었다.

“무당의 검선을 뵌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새하얀 학을 보는 거 같았습니다.”

“고결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것도 있지만, 언제든 날아오르실 거 같았습니다.”

“백학(白鶴)이라…. 더욱 궁금하군. 본좌는 어찌 보았는지.”

단순히 날아오를 거 같다면 굳이 학이 아니라도 많은 새가 존재했다.

하늘의 제왕이라는 독수리도 있고, 평화의 상징 비둘기도 있다.

그럼에도 학. 그것도 백학을 칭한 건 또 다른 의미를 받고 있었다.

우화등선(羽化登仙). 언제든 선경(仙境)으로 떠날 신선과 같다는 의미였다.

최고의 찬사이지만, 동시에 모순된 존재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겨 있었다.

“성주님은… 화산(火山) 같습니다.”

“화산이라… 무슨 의민가?”

백학에 이어 이번에는 화산이라 했다.

패황만이 아니라 모두 귀를 기울였다.

“겉보기에는 큰 산으로만 보이지만, 그 속에는 뜨거운 무언가를 담고 있는. 언젠가 그걸 분출할… 화산. 저는 그리 느꼈습니다.”

“하, 하하! 재밌군, 재밌어!”

패황은 진심으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오패(五覇)를 모두 꺾고, 그들의 인정을 받아야 패왕성의 왕좌에 앉을 수 있다.

패황 역시 그들을 꺾은 후 왕좌에 앉았다.

기쁠 줄 알았던 그의 마음에 자리 잡은 건 허무(虛無)였다.

더 이상 자신을 몰아세울 자가 없고, 자신이 꺾어야 할 자 역시 없다.

패도(覇道)는 마도(魔道)와 다르다.

강함에 목마름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 강해지려고 발버둥 치는 길(道)이다.

성주의 자리에 오른 순간, 갈증을 해소시켜 줄 존재가 더 이상 없었다. 허무에 빠지고 권태로워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 자신을 알아봤으니, 잊었던 흥미라는 감정이 생겨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패황의 눈빛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어떤가. 자네가 그걸 받아보겠는가. 본좌가 담고 있는 이 뜨거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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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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