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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23화 (123/200)

123화. 입성(入城) (1)

“패왕성의 기둥이라는 자가 너무 무례하군.”

광룡권패의 무례한 태도에 제갈현호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의 말에도 광룡권패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무례? 무례는 너희 위선자 놈들이 했지!”

“대체 우리가 무슨 무례를 했단 말이오.”

난데없이 찾아와 시비를 걸고 있으면서 자신들에게 무례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광룡권패는 그것도 모르겠냐는 표정이었다.

“본성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청해를 들쑤셔 놓고 무례하지 않다? 우리가 하남에서 분탕질을 쳐도 그딴 개소리를 하나 보자!”

“뭘 들쑤셨단 말이오! 고작 우리 몇 명이 지나고 있을 뿐이거늘!”

타 세력권을 지날 땐, 먼저 허락을 구하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긴 했다.

청해성에는 구파일방의 곤륜파가 있지만, 패자(霸者)는 사파의 거파 패왕성이었다.

패왕성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지난다는 게, 광룡권패가 시비를 거는 이유였던 것이다.

“고작 몇 명? 호연신검(浩然神劍), 검저유혼(劍低遊魂), 종남검귀(終南劍鬼). 너흰 스스로 고작이라 생각하나 보군?”

“그건…….”

제갈현호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광룡권패의 무례함 때문에 간과했지만, 추암당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차출된 고수들이다. 자신만 해도 제갈세가 제일의 고수 아니던가.

그렇다고 해도 자신들만으로 패왕성에 대적할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그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허나 그들의 권역에 있다는 것만으로 신경이 쓰이는 게 만든 것 역시 사실이다.

“이제 너희의 잘못을 깨달았나 보군.”

“생각이 짧았소, 성주께는 사과의 인사를…….”

제갈현호는 잘못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사과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저쪽에선 그럴 생각이 없는 듯싶었다.

“그걸로 부족하지.”

“…무슨 뜻이오.”

광룡권패의 말에 그의 수하들이 언제든 달려들 준비를 했다.

원만한 해결 따윈 없다는 태도였다.

“무슨 뜻은. 잘못을 했으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별 거지 같은 소릴 다 들어보겠군.”

감히 광룡권패의 말을 ‘거지 같은 소리’로 치부한 자가 있었다.

발끈했는지 광룡권패가 주먹을 휘둘렀다.

후~우욱!

삼류 양아치처럼 굴지만, 오패의 한 명답게 허공을 거스르는 묵직함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움츠러들도록 만들었다.

퍽!

광룡권패의 주먹이 누군가에게 닿았다.

바위조차 산산조각 내는 그의 주먹을 손으로 막아낸 자가 있었다.

“애송이? 제법이지만…큭! 으아악!”

우드득!

광룡권패의 입에서 비명과 함께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붙잡힌 광룡권패의 주먹에 힘을 주자 주먹의 뼈가 부서지고 말았다.

그는 벗어나기 위해 나머지 주먹도 휘둘렀다.

퍽!

“매가 부족했나 보지?”

“으아악!!”

두 주먹 모두 붙잡혔을 뿐만 아니라 부서지고 말았다.

단련되어서 무기조차 부술 수 있는 광룡권패의 주먹이 말이다.

괴로워하는 광룡권패를 보며 그의 수하들이 당황했다.

“궈, 권패 님!”

“권패 님을 놔라!!”

하지만 청년. 이백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친 자식… 컥!”

“패왕성에게 개소리하는 것밖에 안 가르치나 보지?”

이백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백은 광룡권패를 그의 수하들에게 집어 던졌다.

그들은 광룡권패가 다치지 않게 몸으로 받아냈지만, 그로 인해 널브러지질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이 꼴사나웠다.

이백은 그들을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주께 전해라. 무림 선배로 대우받고 싶다면, 선배로서의 풍모를 보이라고.”

“가, 감히! 성주님께…….”

패황까지 언급되자 광룡권패의 수하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백은 그들의 분노 따윌 분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콰쾅!!

버럭 하던 그들의 앞에 구멍이 생겨났다.

조금만 뒤로 향했다면 저 구멍은 자신들의 몸에 생겨났을 거란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성주의 체면을 세워주는 건 한 번뿐이다.”

“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광룡권패를 업은 채 도망쳤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이백을 향해 위협의 말을 남겼다.

그때 근심 어린 얼굴을 한 제갈현호가 다가왔다.

“좀 과한 거 같네.”

“과한 게 아닙니다. 당연한 겁니다. 제게 시비를 걸고 싶다면 오패가 아닌 패황이 직접 왔었어야 하니까요.”

“…….”

이백의 말에 세 사람은 말을 잃었다.

그는 자신들과는 이미 바라는 곳 자체가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백은 황급히 떠난 광룡권패의 무리가 머물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어찌하는지 두고 볼까.’

*  *  *

“하! 하하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단순한 웃음이 아닌지, 대전(大殿)이 흔들리고 주변에 있던 자들이 귀를 막고 있음에도 휘청거렸다.

웃음이 뚝 그친 반백의 사내가 나직하게 하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본좌에게 뭐라 전하라 했다고?”

“서, 선배로서 풍모… 죽여주십시오!”

반백 사내를 향해 부복한 채, 죽음을 청한 자.

그 오만하던 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광룡권패는 저자세였디

허나 당연했다.

사파무림의 거성이자 패도의 황제. 패왕성의 지존.

이 모든 게 반백 사내를 향한 칭호다.

패황(覇皇). 무당의 검선(劍仙)과 함께 우내오존에 가장 가까운 사내.

오패의 일인이라지만, 패황의 앞에서 위축되는 게 당연했다.

“하하, 재밌군. 재밌어.”

“…….”

너무도 시원하게 웃기에 그가 즐거운지, 분노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패황을 모신지 수십 년.

이러한 반응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패황과 비슷한 연배의 사내가 도파(刀把)를 꽉 쥐었다.

“주군, 신(臣)이 자격을 확인해볼 수 있게 하소서.”

“충성스러운 본좌의 칼이지만, 본좌의 즐거움을 침범하려 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패황의 단호함에 도객은 허릴 숙였다.

사자도패(獅子刀覇). 광룡권패와 함께 패왕성의 기둥인 오패의 일인이다.

패황의 왼팔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위와 충심을 인정받은 존재였다.

그럼에도 패황은 그의 청을 거절했다.

그때 대전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노인이 입을 열었다.

“도패가 어찌 성주의 즐거움을 침범하려 하겠소이까. 허나 성주께선 본성의 자존심이외다. 직접 찾아가는 건 저희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니, 노신이 그를 본성에 초대하겠나이다. 허락하소서.”

“으음…….”

오패의 두 사람에게조차 단호히 선을 긋던 패황이건만, 노인의 말에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짧은 고민의 시간이 지나고, 그는 결정을 내렸는지 노인을 향해 명했다.

“천패, 그대의 조언이 잘못되었다 생각이 들지 않군. 좋다. 그대가 직접 다녀오게.”

“노신이, 성주의 명을 받드나이다.”

노인의 정체는 오패의 수좌 천패(天覇)였다.

패황을 제외하고 패왕성에서 제일 강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전대 성주에 이어 당대 성주도 보좌하고 있었다.

그리고 패황의 스승이기 때문인지, 유일하게 그의 말을 번복시킬 수 있는 인물이다.

오패이지만 다른 오패와는 격이 다른,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그게 바로 천패다.

패황의 절대적인 신음을 받고 있음에도 누구도 그를 감히 질투하지 못했다.

“모두 물러나라.”

“명을 받듭니다!”

패황의 축객령에 오패는 대전에서 물러났다.

텅 빈 대전.

눈을 지그시 감은 패황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보…했나.”

―송구스럽습니다.

성별을 알 수 없는 모호한 목소리가 패황의 귓가에 들려왔다.

안타깝게도 그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패황은 실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애초 기대하지 않아서일지 모른다.

“확보하라.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목숨으로, 명을 완수하겠나이다.

목소리에 담긴 그 의지는 진심이었다.

허나 패황은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었다면 진즉에 해결되었을 테니까.

닫혔던 눈꺼풀이 열리며 차가운 안광이 번쩍였다.

‘오만의 대가는 잔혹할지어다.’

*  *  *

“성주께서 이 늙은이를 보내, 귀인(貴人)을 모셔오라 하셨소이다.”

광룡권패가 돌아간 이후 추암당 일행은 빠르게 이동했다.

그와의 마찰로, 패왕성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지 알 수 없던 탓이다.

패왕성의 조치는 생각보다 빨랐고, 반응 역시 예상을 훌쩍 넘어버렸다.

천패(天覇) 구황.

오패라고 그 수준이 같을 리 없다.

신산(神算) 제갈중경과 함께 십왕에 가장 근접한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그다.

광룡권패에게도 위축되지 않았던 제갈현호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허나 모두가 천패의 등장에 위축된 건 아니었다.

“앞서 보낸 초대와는 다른 것 같소.”

“…본성의 젊은 녀석이 혈기가 왕성했나 보오, 너그러이 봐주시면 좋겠소.”

상대를 구분하지 않고 정중함을 잃지 않던 이백이건만, 천패를 상대로는 평소와 다른 면모를 보였다.

당황할 만도 한데, 천패는 이백의 차가운 반응을 잘 대처했다.

당사자들과 달리 곁에 있는 추암당원들이 더 당황해 어떻게든 수습하려 했다.

“성주님께서 초대하셨다면 응당 응해야 하지 않겠소, 이 대협.”

“으음… 제갈 대협의 뜻이 그러시다면…….”

천패와 제갈현호를 대하는 이백의 온도 차가 너무 달랐다.

정사(正邪)를 떠나 천패(天覇) 구황은 무림원로급에 해당하는 인물로, 오대세가의 주인이라도 그에겐 한 수 접어줄 정도다.

그만한 이를 대하는 이백의 태도가 일견 무례하게 보였다.

곁에 있는 추암당원들이 당황스러울 정도이니, 천패 본인 역시 심기가 편할 리 없었다.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았다.

‘늙은 생강이 맵다는 건가…. 쉽지 않겠어.’

천패를 도발한 건 의도한 행동이었다.

허나 이 정도로 허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백은 그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패왕대(霸王隊)는 귀인들을 호위한다!”

“존명!”

천패의 명에 서른의 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백 등의 호위를 위함이지만, 흡사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천패가 이끌고 온 자들은 패왕대.

패왕성주의 호위대다.

허나 실제로 그들을 부리는 건 천패나 다름이 없었다.

패왕대의 상당수가 천패의 천중원(天重院) 출신일 뿐만 아니라 패왕대주 역시 천패의 아들이었다.

그러니 성주의 호위대임에도 천패의 명을 받는데 거부감이 없이 자연스러웠다.

모순된 상황이지만, 이를 지적하는 자도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자 역시 없었다.

이는 패왕성 내의 천패의 영향력이 상상 그 이상이라는 걸 의미한다.

―이거 괜찮을지 모르겠소.

―너무 심려 마십시오. 패왕성이 무림맹과 척을 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패왕대의 호위 아닌 호위를 받아 패왕성으로 향하게 되었다.

명문정파의 일원이자 무림맹 소속인 추암당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이백은 그런 제갈현호를 안도시켰다.

―지금 무림맹이… 후…. 부디 신중하게 행동하길 바라오, 이 대협.

―물론입니다. 제갈 대협.

천하의 제갈현호이지만, 호굴에 들어가는 게 마음이 편치 않은 거 같았다.

당자운과 벽하도장이라고 다르지 않은지,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동시에 원인이 된 이백이 원망스러웠는지, 한 번씩 곁눈질했다.

이백이라도 패왕성과 마찰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찰을 빚은 건, 확인할 게 있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기대하시는 대로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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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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