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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18화 (118/200)

118화. 혈불(血佛)의 사제(師弟)

“엎드려!”

어린 소녀가 강아지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강아지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딴청이었다.

“혼돈, 엎드려!”

“…….”

쓰러진 강우희는 이레 지난 후에나 깨어났다.

흡수한 혼돈의 영력을 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강우희는 이레 만에 깨어난 것 같지 않게 너무도 멀쩡했다.

그제야 이백과 강우혁은 안도할 수 있었다.

“혼돈! 앉으라니까! 씨이! 씨이!”

“…….”

너는 지껄여라, 나는 무시하겠다는 듯 혼돈은 뒷발로 뒷목을 긁을 뿐이었다.

그런 혼돈의 태도에 강우희는 성이 났는지, 씩씩거렸다.

허나 혼돈은 상대를 잘못 봤다.

어리고 착한 강우희지만, 성격이 없는 건 아니었다.

“태상노군(太上老君)!”

“낑낑~”

강우희의 입에서 태상노군이 언급되자, 혼돈은 기겁하고 몸을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혼돈이 기겁하는 게 당연했다.

강우희의 입에서 언급된 건 은고주(銀箍呪)의 앞부분이었다.

은고주를 읊게 되면 은고아가 조이며 항거할 수 없는 고통을 준다.

그 고통을 잘 아는지, 혼돈은 은고주의 앞부분만 언급했을 뿐인데 순한 강아지가 되었다.

그제야 강우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앉아.”

몸을 엎드렸던 혼돈이 강우희의 지시에 따라 몸을 일으킨 후 앉았다.

그녀는 혼돈을 향해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내밀었다.

“오른발.”

혼돈은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오른 앞발을 올려놨다.

“왼발.”

강우희의 손바닥 위에 올려 둔 오른 앞발을 내린 혼돈이 이번에는 왼 앞발을 올렸다.

이를 본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일어나.”

혼돈은 벌떡 일어났다.

강우희의 지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중지, 약지, 소지를 접고 혼돈을 향해 말했다.

“빠야!”

그러자 혼돈은 몸을 눕힌 후 죽은 척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우희는 박수치며 좋아했다.

흔히 견주(犬主)들이 강아지를 조련하는 방법인데, 이백이 장난삼아 알려주었다.

강아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혼돈은 흉수(凶獸)다.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처음에는 뻐팅겼지만, 결국 이리 따르게 되었다.

은고아로 고되게 당한 탓이다.

강우희는 혼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혼돈! 앞으로 이러는 거야! 말 안 들으면 때찌때찌 할 거야.”

“…….”

“태상…….”

“왈! 왈!”

다시 한번 자존심을 지키려던 혼돈이지만, 결국 굴복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우희, 잘하는데? 더 가르칠 게 없겠어.”

“헤헤~ 사부님!”

이백의 손길이 기분 좋은 건지, 아니면 그의 말에 기분이 좋은 건지 강우희는 혀를 살짝 내밀곤 웃었다.

허나 혼돈은 그런 이백을 째려봤다.

이 모든 것의 원흉은 바로 그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네놈을 언젠가…….’

“깨갱!”

이백을 귀엽게 째려보던 혼돈의 입에서 놀란 비명이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한 탓이다.

이백은 기습자를 향해 말했다.

“설군아, 사이좋게 지내야지.”

“…….”

말과 달리 이백은 설군을 향해 엄지척을 했다.

그라고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이지만, 흉수 혼돈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째려보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물론 혼돈이 이백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다.

주인(?)의 사부라는 점이 아니라도 화경고수인 이백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설군은 힘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평소 새끼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진체(眞體)로 돌아가지 못하는 게 아니다. 가체(假體)라도 진체의 7할에 육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혼돈은 금제로 인해 스스로의 의지로 진체로 돌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흉수로서의 힘 상당수를 강우희에게 넘겨주었다.

그러한 탓에 평범한 영수 수준의 힘만 발휘할 수 있다.

허나 격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야군과 금군은 혼돈을 여전히 두려워했다.

“우희가 며칠 더 혼돈의 조련을 해보고 익숙해졌다 생각이 들면 다른 짐승들의 조련을 연습해 보자. 법기의 도움 없이 짐승을 조련할 수 있게.”

“예! 사부님!”

법기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흡수한 혼돈의 영력만 능숙하게 운용할 수 있다면 법기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될 수 있게 지도하는 게 바로 이백의 역할이다.

하지만 강우희에게만 신경을 쓸 수 없다.

이백에게 제자가 한 명 더 있으니까.

그를 바라보는 이백의 눈에 안타까움이 어려 있었다.

‘후… 무리하는군.’

*  *  *

“합!”

강우혁의 주먹이 움직일 때마다 기합 소리와 함께 파공음이 들려왔다.

그가 펼치는 권각술은 백수십팔식(百獸十八式).

소속감을 느끼라는 의미로 백수(百獸)라는 명칭을 붙였을 뿐, 원형은 장철우에게 배운 풍운팔식이다.

이백은 풍운팔식을 분할 및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열여덟 개의 식(式)을 만들어냈다.

상승 무리를 담은 건 아니지만, 권각술의 기본을 모두 담겨 있었기에 수련용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하, 아압!”

지쳤는지 내지르는 기합이 삐끗했다.

기합이 삐끗할 정도인데, 휘두르는 권각(拳脚)이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다.

강우혁이 휘청거렸다. 허나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를 붙잡아 준 자가 있었다.

“정신을 어따 두고! …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무리하지 마렴, 우혁아.”

“…죄송합니다, 사부님.”

이백은 조심하지 않는다고, 집중하지 않는다고 화내지 않았다.

몸을 혹사시키지만, 강우혁이 제정신이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는 누이가 쓰러진 후, 기초 근력 및 체력 수련을 하지 않았다.

오직 백수십팔식만 반복했다.

수련 권각술이라도 직접적으로 강해지는 ‘무공’이기 때문이다.

강해지고 싶다는 강우혁의 말은 진심을 넘어 호소였던 것이다.

그는 이백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한 후 다시 백수십팔식의 기수식을 취했다.

“초조하느냐.”

“…….”

이백의 물음에 강우혁은 멈칫했다.

허나 곧 백수십팔식을 펼쳤다.

이백 역시 말을 이었다.

“무식할 정도로 묵묵히 수련을 반복하는 것만큼 확실하게 강해지는 방법도 없지.”

“…….”

이백은 인정했다.

강해지는데, 지름길 따윈 없다.

영약이나 사술 등의 편법이 존재하지만, 종래에는 발목을 붙잡히고 만다.

수많은 영약과 황실고수들의 희생으로 초절정지경에 올랐던 무왕(武王)이 반쪽에 불과했던 것처럼. 그리고 부족한 깨달음을 얻어서야 비로소 진정한 초절정고수가 되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성실히 수련하는 것이 정답이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수련에 혼신을 다 했을 때다.

옳지 않은 자세와 방법으로 수련해봤자 제대로 된 성취를 얻지 못한다.

“네게 약속할 수 있다. 네가 강해지게 만들어주겠다고. 그러니 조급한 마음… 하. 조급하지 말라고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

강우혁을 설득하려던 이백은 한숨이 나왔다.

조급하지 말라고 해서 조급함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우문(愚問)이다.

“이렇게 하자, 기초부터 꾸준히 하면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공 하나를 알려주마.”

“……!”

강우혁의 눈이 커졌다.

그야말로 자신이 가장 원하는 바였다.

이백은 단호하게 말했다.

“청랑조법을 알려주마. 단, 네가 내 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되면 그때 청랑조법의 초식을 하나씩 알려주지. 어때?”

“저, 정말이십니까!”

흥분한 강우혁을 보며 이백은 피식거렸다.

예상한 것 이상으로 반응이 격렬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느냐?”

“아, 아니요!”

강우혁은 사부가 말을 거둘까 싶어 양손을 펼쳐서 좌우로 흔들었다.

그 모습은 아무리 듬직해도 결국 열 살짜리 소년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백은 팔짱을 끼며 무게감을 주었다.

“이 사부의 기준은 높다. 집중하지 않고 설렁설렁 수련하는 걸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럼 구보 준비!”

“구보 준비!”

이백의 외침에 강우혁은 양팔을 접어 가슴 부근까지 당겼고, 허리를 살짝 숙였다.

그의 기초수련 방식은 현대의 것을 차용한 것이다.

“가!”

“가!”

강우혁은 신병(新兵)처럼 복명복창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 옆을 이백이 달렸다.

달린다고 해서 전력 질주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체력증진을 위함이기에 적당한 속도와 지속적인 움직임이 중점이다.

달리는 강우혁의 표정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네 목표는 이 사부가 이루게 해주마.’

*  *  *

“왜 이런 놈들에게 밥을 줘야 하는 거야.”

하얀 도의를 입은 젊은 도사가 투덜거렸다.

그걸 들은 또 다른 도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종하야. 도사라는 놈이 그게 할 말이야.”

“죄, 죄송합니다. 종호 사형.”

그들은 곤륜파 이대 제자들로, 뇌옥에 갇힌 자들에게 배식(配食)하고 있었다.

비록 하루에 한 끼지만, 먹이지 않으면 아사(餓死)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아사시키고 싶지만, 도문의 제자로서 그럴 수는 없었다.

“더, 더 주시오! 배고파 죽겠소!”

“그조차 주고 싶지 않은 걸 참고 있는 것이오. 곧 무림맹에서 사람이 온다고 하니, 그때들 이야기하시오.”

사제인 종하를 타박했지만, 종호 역시 저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뇌옥에 갇힌 자들은 광풍사의 마적과 혈법당의 혈법사들이었다.

한달 전의 사건으로 죽은 자들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살아남았다.

적도(敵徒)라도 긍휼히 여긴 운룡진인 덕분이다.

물론 운룡진인의 자비는 거기까지였다.

목숨만 붙여두고 심문을 통해 그들의 배후를 밝히려 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말단에 불과한 자들의 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대신 무림맹에서 고수들을 파견했다고 하니, 그들의 실력을 기대할 뿐이었다.

최소한의 배식을 끝낸 곤륜파 제자들이 돌아갔다.

“젠장! 궁에선 오지 않는 건가!”

“제기랄! 이럴 줄 알았어!”

누군가 불만을 터트리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이어졌다.

역육갑주문(易六甲呪文)의 후유증을 앓는 혈법사나 제압당한 과정에서 입은 부상이 쑤시는 광풍사.

그들에게 곤륜파로 보낸 건, 상부(宮)였다.

허나 한 달이 되었건만, 구출을 위한 움직임이 없었다.

자신들이 버려졌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불만은 분노로, 분노는 증오로 바뀌었다.

“개 같은 군사 새끼! 여기만 나가면 죽여… 컥!”

“설마 그 더러운 입으로 지칭한 게 법황(法皇) 사형은 아니겠지.”

혈불을 욕하던 혈법사가 목을 붙잡힌 채 컥컥거렸다.

그의 목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린 자는 핏빛의 장삼과 핏빛의 가사를 입은 노승이었다.

노승이지만, 성난 근육은 그 어떤 장정도 부럽지 않았다.

“구, 군사님께서 지, 직접 오셨…….”

“법황 사형께서 직접 오셨을 리 있나. 본불은 좌법왕(左法王)일세.”

노승은 혈불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혈불의 사제로 좌법왕이었다.

궁의 수뇌부인 혈불의 사제. 평범한 인물일 리 없다.

그의 손에 핏빛의 기운이 번들거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이, 이대로 죽을 수 없…….”

그들은 절규는 이어질 수 없었다. 그 전에 좌법왕의 손이 움직인 탓이다.

“법황 사형께서 허락하셨으면 곤륜 말코들의 피맛을 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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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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