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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05화 (105/200)

105화. 꼬리 잡기

우득! 우드득!

“캬~!”

“캬~!”

여기저기서 부서지는 소리와 괴이한 비명이 들려왔다.

헌데 부서지고, 비명을 지르는 건 어린아이들이었다. 그 수가 족히 수십은 되어 보였다.

그들의 몸에서 검고 사이한 연기가 빠져나오더니, 또 다른 아이의 몸에 빨려 들어갔다.

검고 사이한 연기가 빠져나온 아이는 바스러지더니 재가 되어버렸고, 빨아들인 아이는 핏빛 광채를 뿜어냈다.

한두 아이들이 재가 되더니, 그 수가 점점 늘어났다.

더 이상 재가 되는 아이가 없어졌을 때, 남은 아이는 고작 여덟에 불과했다.

그것을 본 검붉은 핏빛의 법의(法衣)를 입은 노도사는 한껏 흥분한 눈치였다.

“서, 성공입니다! 삼차 제강, 성공입니다!”

“당주…….”

허나 핏빛 가사의 노승은 차가운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그제야 당주라고 불린 노도사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깨닫고, 피가 빠르게 식는 걸 느꼈다.

그는 노승을 향해 부복했다.

“속하가 주책을 부렸나옵니다! 군사님, 용서하옵소서.”

“당주, 새로운 당주를 세워야 하는 불필요함을 벌이게 하지 마라.”

군사의 차가운 경고에 당주는 영혼이 얼어붙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군사는 그를 향해 나직이 명을 전했다.

“팔대야차를 봉하라.”

“조, 존명!”

살아남은 여덟 아이들. 그들은 팔대야차라 불리는 강시들이다.

일천이나 되었던 아이들은 백팔명으로 줄었고, 이젠 여덟만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군사가 원하는 건, 군사전의 숨겨진 한 수가 되어줄 야차왕이라 불릴 불사강시다.

고작 초절정고수나 상대할 혈강시가 아닌.

“멍청한 놈, 법주만 살아있어도 저런 놈에게 맡기지 않았을 텐데…….”

군사는 죽은 혈법주의 빈자리가 아쉽기만 했다.

허나 그뿐이었다.

아쉬운 것이지, 곤란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삼차 제강을 마치고 야차동(夜叉洞)을 나온 군사를 기다리는 자가 있었다.

“군사님을 뵙습니다.”

“무슨 일이지.”

“독심호리(毒心狐狸)가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군사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허나 흥분하지는 않았다. 그저 눈빛이 차가워졌을 뿐이다.

“표면적으로 천수(千手)가 움직였지만…….”

“독선(毒仙) 그 독물인가.”

“예, 군사님.”

당자원의 실패 원인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독선은 단순히 무공만 강한 머저리가 아님을 알고 있기에 이러한 결과를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무리해 당자원을 움직인 건, 또 다른 포석이었다.

단순히 이백 한 명을 제거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계획대로 처리해.”

“존명!”

사내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군사는 그제야 아쉬운 표정이었다.

“고작 호리 따위로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  *  *

“하오문? 하오문 따위가 본가를 우롱할 수 있단 말인가.”

당문기는 어이없단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하오문은 잡초와 같은 하찮은 존재들이다.

오대세가. 그것도 우내오존의 독선이 이끄는 사천당가를 넘본다는 건 당치도 않는 일이었다.

암비(暗秘) 당혼은 조심스럽게 보고를 이었다.

“하오문은 창구(窓口)일 뿐, 실제로는 사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파(邪派)라… 혈궁과 사도련 중 어디지?”

당문기는 단호히 물었다.

사파라고 해도 모두 조잡한 세력이 아니다.

패왕성, 살막, 혈궁, 사도련 등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도 상대할 수 있는 거대사파도 존재한다.

패도를 지향하는 패왕성주나 돈 안 되는 일에는 피를 보지 않는 살막주의 방식이 아니다.

결국 음침한 혈궁주나 능구렁이 사도련주를 지목하는 게 당연하다.

당혼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잔악혈군(殘惡血君)입니다. 혈궁 사대혈군의 하나인…….”

“혈궁이라… 최악은 면한 건가.”

사도련은 사파 최대세력이기도 했지만, 사도련주가 독선과 함께 우내오존인 사존(邪尊)이다.

감히 독선이 그의 아래라 생각하지 않으나 사천당가와 사도련을 비교하면 말이 다르다.

사도련은 구파일방 중 소림과 무당을 제외하고 하위 삼파(三派)를 감당할 수 있다.

아무리 독선이 있다고 해도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혈궁이라고 만만한 건 아니다.

혈궁 역시 거대사파의 하나로, 구파일방의 둘과 비견된다.

혈궁주 혈제가 비록 독선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된다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사도련 보다는 낫다.

“어찌할까요.”

“가주께는 내 보고하지. 조금 더 증거를 확보하… 무슨 일이냐.”

당혼에게 지시를 내리던 당문기가 문을 바라보았다.

급히 다가오는 기척을 느낀 것이다.

그가 착각하지 않았다는 듯 문이 열렸다.

“호법 당묵이…….”

“예는 되었으니, 고하라.”

다급히 온 자는 당외삼비 중 검비(劍秘) 당묵이었다.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지체없이 입을 열었다.

“당자원이 자결했습니다.”

“뭐! 자결이 확실한가!”

당묵의 말에 당문기는 벌떡 일어났다.

그만큼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다.

비록 가주의 핏줄이기에 단전을 봉했지만, 사지를 결박하지는 않았다.

헌데 자결이라니, 배후를 조사 중인 호법원의 수장인 당문기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아직 검시(檢屍) 전이나 외부의 출입 흔적과 저항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속단하지 마라. 검시는 이 늙은이가 직접 하지.”

감히 누가 사천당가의 심처까지 잠입해, 가주의 혈육을 암살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고수들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말이다.

허나 당자원은 쉬이 제 목숨을 끊은 자가 아니다.

그가 범한 죄는 크나 목숨을 거두긴 어렵다. 어쨌든 가주의 혈육이니까.

그걸 당자원이 몰라 자결했다?

당문기가 당혼을 향해 명을 내렸다.

“넌 계속 증거를 확보해라. 놈의 죽음이 자연스럽지 않으니.”

“존명!”

명을 받은 당혼이 먼저 움직였다.

당문기는 당묵과 함께 죽은 당자원에게로 향했다.

이동하는 당문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감히 본가를 상대로 수작을 부려.’

*  *  *

“후우…….”

호흡을 가다듬는 당령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뿐만 아니라 얼굴의 피부가 매끄럽고 광채가 났다.

벽을 넘는 과정에서 몸속에 쌓였던 탁기와 노폐물이 배출된 덕분이다.

안 그래도 아리따운 그녀의 미색이 한껏 물오르게 되었다.

감겼던 당령의 눈이 떠졌다.

“이게… 절정인 건가.”

경지를 넘었다는 건 단순히 내공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내공이 높아지지만, 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된다.

그전까지 볼 수 없었던, 깨닫지 못한 것을 알게 되는 게 바로 새로운 경지에 오른 진정한 의미다.

아무것도 모르던 산골의 소녀가 일류무인이 되면서 깨닫게 된 것과 절정지경에 오른 지금은 또 달랐다.

당령은 연공실 한쪽 벽을 향해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푹! 푸푹! 푹! 푹!

벽에는 일곱 개의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그건 놀랍게도 칠절수였다.

칠절수(七絶手)는 금나수이지만, 동시에 암기술이기도 하다.

사천당가의 직계혈족이라면 누구나 익힐 수 있다.

허나 대부분 기본을 닦는 6성. 혹은 8성 정도 익히면 상위 무공을 익힌다.

당령은 암기 대신 내공을 응축해 펼쳤다. 이는 칠절수 10성의 경지에 올랐다는 증거다.

삼봉의 자리에 독봉(毒鳳)이 새롭게 차지해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좋아. 킁킁… 으~ 빨리 씻어야겠다.”

벽에 난 흔적을 보며 만족하던 당령이 제 코를 막았다.

불쾌한 냄새 때문이다.

그녀의 몸에서 배출된 탁기와 노폐물이 저절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옷과 연공실에 남아 있던 탓이다.

당령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기 위해 연공실을 나갔다.

“어? 할아버지!”

“허허, 수고 많았다.”

연공실 밖에는 독선이 그녈 기다리고 있었다.

당령에게 내어주었던 연공실은 가주전 내에 있는 연공실이었다지만, 미리 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헤헤~ 할아버지 덕분이에… 앗! 안 돼요!”

“음? 왜 그러느냐?”

당령은 다가오는 독선을 보며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녀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독선 역시 당황했다.

“내, 냄새가 많이 나요! 씨, 씻고 오려고 했는데…….”

“녀석, 할애비가 그런 걸 신경을 쓰겠느냐.”

“히이잉~! 제가 신경이 쓰인다고요!”

표정이 굳었던 독선은 당령의 대답에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허나 아무리 조손간이라도 여인인 당령으로서는 창피하기만 했다.

그조차 독선에겐 귀엽게만 보였다.

―독혼결은 얼마나 익혔느냐.

―…3성이 되었어요.

난데없는 독선의 전음에 당령은 의아했지만,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 전음으로 대답했다.

보통 전음한다면 입술이 움직이기 마련이건만, 독선은 입을 다문 채 전음을 보냈기에 누구도 눈치채기 어려웠다.

만약 당령의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들이 전음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걸 알 수 없을 것이다.

―네가 독심결을 익힌 것도 그렇지만, 독혼결을 익힌 건 누구에게도 알리면 안 된다. 물론 전수하는 건 더더욱 안 되고.

―그렇게 할게요, 할아버지.

독심결, 독혼결이라 칭하며 전했지만, 심결의 진정한 정체가 알려진다면 발칵 뒤집힐 수 있다.

그 대비책의 하나가 바로 익힌 당령에게조차 진짜 명칭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당령은 의문이 들었지만, 조부가 자신에게 이상한 걸 전수했을 리 없으니까.

“그리고 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본가가 조금 시끄러웠단다. 허나 당황하지는 말거라.”

“예? 그게 무슨…….”

독선은 자세히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그저 곧 알게 될 거란 애매한 대답만 해주었을 뿐이다.

그녀의 의부와 의숙이 노려졌다는 것과 그게 자신의 아들이라고 제 입으로 말하긴 껄끄러웠던 탓이다.

처소로 돌아간 당령은 당황했다.

*  *  *

“네? 도, 돌아가신다고요!”

처소로 돌아온 당령은 당자원의 일을 듣기도 전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백이 떠난다는 비보를 전했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있단다.”

“하, 하지만…….”

8년 만에 재회한 의숙이었다.

고작 며칠 만에 이별이라니. 아니, 자신이 연공실에 지낸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함께 있던 시간은 한나절도 채 되지 않았다.

헌데 벌써 떠난다고 하니, 당령으로서는 날벼락 같았다.

“영영 떠난다는 게 아니란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너와 형님을 보러 다시 올 테니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그래도…….”

뭐가 그리 서글픈지 당령은 울먹거렸다.

이제 다 큰 처녀가 되었지만, 이백의 앞에선 여전히 어린 소녀와 다름이 없었다.

당령에게 그와 의부 장철우는 마음이 놓이는 가족이었다.

그들의 앞에선 언제나 어린 시절의 그때로 돌아갔다.

이는 독선도 허락되지 않은 일이다.

그건 연출된 행동이 아닌 마음속에 내제된 감정이자 기억이기 때문이다.

당령은 감정을 추스르며 물었다.

“그럼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연락하고 싶으면 어디로 해야 해요?”

“그게… 정해진 게 아니란다. 찾아야 하는 게 있어서…. 아무리 바빠도 네 혼례식에는 참석할 테니, 걱정 말거라.”

“누, 누가 혼례를 한단 말이에요!”

죽은 제갈중경의 청이었던 암류를 파헤치는 일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백은 얼버무리다가 급히 화제를 바꾸었다.

혼례식이라는 말에 당령의 얼굴을 붉혔다.

그녀가 혼례를 앞둔 건 아니지만, 방년의 나이라면 언제든 혼례를 치러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당황하는 당령을 보며 웃으면서도 이백은 마음 한구석이 허했다.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한 탓이다.

‘그래야 천기 형님을 볼 면목이 생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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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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