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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00화 (100/200)

100화. 심문(審問)

“마, 말도 안 돼! 만독불침(萬毒不侵)일 리 없어!”

복면인의 목이 이백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복면 너머로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는 게 보였다.

신선폐가 통하지 않았다는 게 그만큼 충격이었던 탓이다.

“령이의 입장도 있으니, 죽이지 않겠…….”

반쯤 얼이 나간 듯 보였던 복면인은 순순히 제압되지 않겠다는 듯 무릎을 휘둘렀다.

그의 무릎이 향한 곳은 이백의 머리가 있었다.

퍽!

“크윽!”

“령이를 생각해서 더 이상 거칠게 다루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무릎을 휘두른 건 복면인이었는데, 정작 신음을 흘린 것도 복면인이었다.

그가 무릎을 휘두르는 순간, 이백이 머리로 들이박은 탓이다.

특별히 철두공(鐵頭功)을 익힌 게 아니나 외금강신(外金剛身)을 이루었기에 더하다고 할 수 있다.

도검불침, 검기불침조차 넘어서 강기마저 버텨낼 수 있는 게 바로 외금강신이다.

허나 독이나 내가중수법, 심검 등에는 취약하다.

물론 이백은 외금강신 이외에도 천독불침의 경지에 오른 덕분에 절독조차 내성을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천독불침으로 완전히 해소 못 해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반응한 건 신선폐(神仙廢)가 절독 그 이상이란 의미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가 팔대금독(八大禁毒)의 하나이니 말이다.

다만 이번만은 상대를 잘못 만났다.

“괴물 같은… 컥!”

“운 좋은 줄 알아라.”

이백은 복면인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 충격에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것으로 분풀이를 끝냈다.

물론 용서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뒤는 가주인 독선에게 맡기겠단 의미였다.

이백은 기절한 복면인을 뒤로한 채, 잠이든 장철우를 살폈다.

“후… 형님은 무사하군.”

장철우는 신선폐에 중독되지 않음을 확인한 이백은 안도했다.

사실 복면인인 용독술의 대가였던 게 아니라 이백이 허공섭물의 방식으로 흡독해, 장철우가 흡입하지 않게 했다.

천독불침을 믿고 한 행동이지만,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아니었다면 일부나마 신선폐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니 무모했다 할 수 있다.

이백이 허공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합당히 처벌하셔야 할 겝니다. 마땅치 못하면 형님과 령이는 제가 데려갈 테니까요.”

“그건…….”

모습을 드러낸 중년 여인이 발끈했다.

그녀는 당외삼비의 당은이었다.

술상을 내어주고 물러났던 그녀가 돌아와 있었다.

당은 역시 복면인의 존재를 눈치챘던 것이다.

애초 그녀도 알아차린 복면인을 이백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저 그 의도를 몰라 두고 봤을 뿐이다.

“자신하지 마십시오. 이곳이 사천당가라고… 독선 어른께서 막으신다고 해도, 두 사람을 빼내지 못할 거라고 자신하지 마십시오.”

“…….”

사천당가(四川唐家)가 어디고, 독선(毒仙)이 누군가.

감히 누가 이런 협박을 할 수 있는가.

헌데 당은은 왠지 모르게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는 복면인을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갔다.

“두 번 다시 잃을 수 없어…….”

*  *  *

“이걸로 절정이로다.”

무아지경에 빠진 당령을 보며 독선은 흡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전이각인대법을 통해 독혼결을 전수받은 당령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대환단도 바로 복용했다.

당령은 독혼결의 구결에 따라 대환단의 약기를 흡수했다.

이를 돕기 위해 독선이 진기도인(眞氣道引)까지 했으나 허비되는 약기를 극히 줄었다.

이로써 당령의 단점이 보완되었다.

아무리 재능이 넘쳐도 무공을 수련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만큼 내공이 심후하지 못했다.

소림의 성약 대환단. 그것도 독선의 진기도인으로 최대한 흡수시켰으니, 단숨에 절정지경에 오른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각주, 본 가주 이외 누구도 출입을 불허한다.

―존명!

호천각(護天閣)은 가주의 안위가 최우선인 집단이다. 그런 호천각에게 당령의 호법을 명했다. 그것도 호천각주를 붙였다.

독선이 당령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 호천각주가 그녈 얼마나 각별히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주 전용 연공실을 빠져나온 독선을 기다리는 자가 있었다.

“은아, 무슨 일이더냐.”

“당은이 가주님을 뵙습니다.”

그녀는 독비(毒秘) 당은이었다.

그녀의 곁에는 복면인이 기절해 있었다.

독선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본가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암우대 부대주입니다.”

암우대(暗雨隊)는 소가주 당자명의 호위대이며, 복면인은 그곳의 부대주였다.

당은은 조심스럽게 이백의 전언을 전했다.

그로 인해 독선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건방진 아해로다. …허나, 자격은 있지.”

“……!”

독선의 중얼거림에 당은의 눈이 커졌다.

당령의 의숙으로서 발언권을 언급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허나 다른 사람도 아닌 독선이 인정했다는 건, 어떤 것이든 대단하다가 생각할 수 있다.

“독안각주(獨眼閣主)가 소가주와 왕래가 잦던가.”

“예, 가주님.”

독안각(獨眼閣)은 감찰부서로서, 딴 데 눈을 돌리지 말라는 의미로 명명되었다.

헌데 그런 독안각주가 소가주의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감찰이 시행되긴 어렵다.

“자네가 직접 심문해서 배후를 밝히게.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불문(不問)에 붙이겠네.”

“존명!”

고문이나 약물 사용까지 허용하겠다는 뜻이었다.

소가주의 수족 암우대. 그것도 부대주임에도 말이다.

애초 당외삼비는 소가주의 명도 통하지 않는 호법(護法)이며, 오직 가주의 명만 따른다.

상대가 소가주의 수족이라고 한들 거칠 게 없었다.

“명아, 사람은 살펴 쓰는 법이란다. 아니면 되려 물리니 말이다.”

독선은 의미심장한 말을 나직이 흘렸다.

암우부대주가 끌려갔단 사실이 당자명의 귀에 들어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

“큭! 으아악!!”

중년 사내는 고통을 참지 못한 채 비명을 질렀다.

인두로 지지거나 손톱을 뽑아버리는 고문이 아니었다.

철저히 고통만 주기 위해 개발된 고문용 독을 흡입한 탓이다.

내공이 심후하다고 해도 견뎌내기 어렵지만, 산공독(散功毒)으로 내공까지 금(禁)했기에 그 고통은 감내할 수 없었다.

괴로워하는 그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는 여인이 있었다.

당외삼비의 독비 당은이었다.

“소가주의 명이었나.”

“아, 아니… 크으윽!!”

암우대 부대주 자리는 골패로 딴 게 아니라는 듯 몸부림을 치면서도, 소가주의 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충성심은 인정할 만했다.

허나 그것이 당은의 마음이 약하게 만들 수는 없다.

“…어쩔 수 없군.”

“킥! 부, 분근…차, 착골(分筋錯骨)이라도 아, 아닌 건 아니… 크윽!”

분근착골(分筋錯骨)은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갈리는 듯한 고통을 주는 최악의 고문술이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 고문 훈련을 받은 살수조차 입을 연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후유증으로 인해 더 이상 무인의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암우부대주는 그것조차 감내하겠다는 뜻이다.

“분근착골을 할 거라면 혼 오라버니께서 오셨겠지. 헌데 어쩌나. 본 호법은 망혼(忘魂)을 사용할 건데 말이야.”

“…!! 미, 미친!”

비록 외팔이가 되었다고 한들, 당혼은 여전히 암기술의 대가다.

그는 암기술 이외에 또 다른 특기가 있으니 바로 고문술의 대가이기도 하다.

어떤 무공도 그렇지만, 암기술은 특히 인간의 육신에 정통해야 한다.

작고 가는 암기로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선 어딜 어떻게 노려야 할지 알아야 암기의 힘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던 탓이다.

그래서 당혼은 분근착골만이 아니라 역혈폐맥, 단근착맥 등 다양한 고문술에 능했다.

분근착골마저 감내하겠다던 부대주가 몸부림쳤다.

“저항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차, 차라리 죽여라!”

몸부림친다고 한들, 온몸이 구속된 상황에서 무의미했다.

당은의 손이 가까워질수록 부대주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망혼의 정식명칭은 망혼섭백(忘魂攝魄)이다.

혼을 잊고 백을 끌어당긴다는 섬뜩한 명칭은 괜히 지어진 게 아니다.

그 어떤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고 굴복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자백제다.

다만 그 후유증으로 피사용자는 십중팔구 백치가 된다.

그러한 탓에 사천당가에서도 사용이 금해졌고, 팔대금독만큼 엄중히 관리되었다.

가주의 허락이 없었다면 아무리 당은이라고 사용할 수 없다.

“부대주, 자네의 선택이었으니 원망하지 마라. 아니, 이제 원망도 할 수 없나?”

“아, 안 돼!!”

암우부대주는 절규했다.

당은의 손에 있던 망혼이 그의 입에 향했다.

망혼이 가까워질수록 암우부대주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갔다.

쾅!!

외부의 출입을 금한 철문이 부서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랄 만한 일이건만, 당은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암비 호법!!”

“소가주께서 어인 일이십니까.”

철문을 부수며 들이닥친 이는 소가주 당자명이었다.

그는 분노로 인해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그럼에도 당은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당자명은 당장이라고 그녈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으나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어인 일! 몰라서 묻소! 어찌 부대주를 끌고 오셨소! 게다가 감히 내 사람을 고문까지 해! 지금 본 소가주와 한번 해보자는 것이오!!”

“가주님의 명입니다.”

“……!!”

짧은 말이었으나 당자명의 얼굴이 일그러지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주는 가문의 주인이며, 특히 독선은 사천당가의 절대자이며 군림자다.

다음 대 가주로 내정된 소가주라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당자명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

“가주께서 어찌, 그러한 명을 내리셨단 말이오. 설명해주시오.”

“당령 공녀님의 의부와 의숙을 살해하려다가 붙잡혔습니다. 이에 가주께서 진상을 밝히라 명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일은 불문에 붙이신다 하셔서 망혼을 사용하려는 것뿐입니다.”

“……!!”

망혼이라는 말에 그의 눈이 다시 한번 커졌다.

그냥 고문도 후유증이 적지 않은데, 망혼을 사용한다면 부대주는 결코 무사할 수 없다.

“망혼으로 인해 그가 어찌 될지 모른단 말이오! 만약 그가 아니라면 책임질 수 있소!!”

“가주께서 불문에 붙이신다…….”

“당은~!!”

당자명은 그녀의 이름을 큰소리로 외치며,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기세를 드러냈다.

초절정고수답게 기세만으로 피부가 아려왔다.

허나 당은도 만만은 여인이 아니다.

그녀는 흔들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그는 천일취에 이어 신선폐를 사용했습니다. 본가의 팔대금독임을 모르지 않으실 겁니다. 결코 그의 자의만이 아니란 뜻입니다. 소가주의 명이 아니셨다면 물러나십시오. 아니라면 가주께 고하겠습니다.”

“미친!!”

당자명은 부대주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아무리 당자명의 수족이라지만, 부대주는 팔대금독에 접근할 수 없다.

그게 가능한 자는 사천당가에서도 열이 넘지 못하다.

그 중 한 명이 소가주인 바로 그였다.

당자명의 수족인 암우부대주의 소행이라 그의 명령이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자명이 계속 방해한다면 그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다.

만약 이를 부정하기 위해선 오히려 어떡하든 부대주의 입을 열어야 한다.

그게 비록 망혼섭백을 사용한다고 한들.

결국 당자명을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빚은… 잊지 않겠…….”

“커억… 컥! 컥!!”

당자명이 당은에게 자신의 적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순간, 사지가 결박되어 있던 부대주가 게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놀란 당은이 손을 쓰려 했지만, 아무리 그녀라도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다.

당은은 당자명을 향해 고함을 쳤다.

“소가주!! 이 일은 가주께 고하겠습니다!!”

“보, 본인이 아니오!”

당자명은 부정했지만, 결코 설득력이 없었다.

이 자리에는 죽은 부대주 이외에 당은과 그뿐이다.

헌데 부대주의 입을 열어야 하는 그녀가 죽일 이유가 없으니, 결국 당자명밖에 없었다.

애초 부대주가 죽여 득을 볼 사람 역시 그밖에 없으니 말이다.

‘젠장!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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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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